잡지 《청년문학》 주체111(2022)년 제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예비대는 없다

 김철룡

(제 3 회)

2

(1)

 

나지막한 둔덕에 동이 트기 시작했다.

위장방수포마냥 밤새 드리웠던 어둠의 장막이 꼭두새벽부터 소란스레 언땅을 물어뜯는 무쇠발톱에 끌리워 벗겨져나갔다. 그뒤를 바투문 해살이 성에가 허옇게 앉은 온갖 형체들을 서서히 비다듬자 그 자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얼음꽃이 채 녹지 않은 키높은 지휘감시소의 현수안테나가 해볕에 먼저 드러났다. 그밑에서는 포물면안테나가 살을 에이는 새벽대기를 휘저으며 분주히 회전하고있었다. 주변에 규모있게 들어앉은 군용천막들과 망원포대경이 설치된 지휘감시소는 위장그물에 덮여있었다.

지휘감시소에 들어서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자신감에 넘쳐있는 련합부대 부대장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며 날이 찬데 병사들의 건강은 어떠한가 먼저 념려해주시고나서 훈련준비상태에 대하여 물으시였다.

총참모장이 작전지도를 놓고 상세히 보고드리였다. 보고를 받으신 그이께서는 널직한 어깨를 쭉 펴고 름름하게 서있는 두 부대장에게로 다가가시였다.

훈련을 집행하게 될 《서》군과 《동》군의 부대장들이 자신만만한 기백으로 명령을 기다리고있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만면에 환한 웃음을 담으시고 《그러니 다들 자신있단 말이지?》 하고 호기있게 물으시였다.

두 부대장이 《예!》 하고 동시에 대답을 올린듯하였으나 아무래도 젊은 《동》군부대장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그이께서는 먼저 공격역을 맡은 기름한 얼굴에 몸이 다부진 《동》군부대장에게 작전진행과 관련한 결심을 물으시였다.

《서》군의 방어진에 첨입식공격을 들이대여 정면으로 돌입하겠다는 부대장의 결심보고를 들으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정면돌입!》 하고 명쾌히 곱씹으시고나서 방어역을 맡은 군모밑의 귀밑머리가 희슥희슥해지기 시작한 《서》군부대장에게로 시선을 주시였다.

《〈서〉군의 방어조직은 어느 정도요?》

《서》군부대장은 여유작작한 목소리로 자기들이 품들여 구축한 방어상태를 차단물구역들의 공병학적요소들에 특별한 력점을 찍어 자신만만하게 보고를 드리였다.

그이께서는 탁에 두팔을 벌려짚으시고 전술부호들이 꽉 들어찬 작전지도를 찬찬히 들여다보시였다. 지도상에서 다 볼수 없는 름름한 군인들의 모습을 참호와 땅크문, 포가들, 무전탁과 야전군의소의 수술대, 지어 가마차에서까지 모두 련상해보시였다.

《어마어마하구만. 〈동〉군이 〈서〉군의 방어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오?》

그이의 물으심에 《서》군부대장은 자기들의 방어가 철통같기때문에 상대가 정면돌입밖에는 다른 여지가 없을것이라는 생각을 드러내놓고 대답올리였다.

《서》군부대장이 《동》군부대의 전술안을 신통치 않게 여기는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였다.

《서》군은 이미전부터 현재 차지한 지역에 많은 품을 들여 여러 개소의 반땅크차단구역을 설정하고 거기에 견고한 방어축성물들을 수많이 설비하였다. 종심 300여m의 반땅크지뢰원이 방어전연전방 2km앞에 있고 철조망차단물이 그뒤로 몇겹으로 설비된것은 아무것도 아니였다. 은페된 반땅크축성물들이 더 많았다. 포장된 도로처럼 보이나 그밑에는 깊은 감탕홈이 있는가 하면 앞이 트인 길처럼 보이지만 심한 구배인데다 얼음까지 지어놓은 경사구배길도 있다. 산중턱벼랑처럼 위장된 락석차단물과 보잘것없어보이는 길막이차단물로 위장된 쐐기모양의 깊은 홈, 낮은 둔덕처럼 생긴 파철붕괴물들을 《서》군부대장은 꺼리낌없이 말짱 털어놓았다.

배심에서라기보다는 《우린 이 정도니 알고 덤비라!》는 식의 위압이였고 경고였다.

로골적이라고 할만큼 《동》군을 내려다보는 《서》군부대장의 태도를 일별하신 그이께서는 《서》군을 보다 각성시키시려는 의도로부터 반문하시였다.

《그렇다? 내 보기엔 〈동〉군이 가능성여부를 충분히 타산하여 정면으로 공격하려는것같은데… 지내 얕보면 안되오.》

바늘구멍만한 허점이라도 찾아보려는듯 《서》군부대장은 아무 말씀도 못올리고 작전지도만 뚫어지게 주시하였다. 미흡한 점이란 꼬물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서》군의 방어지대는 이미 몇달전에 총참모부에서까지 관심하여 가장 완벽하게 축성한 방어차단물들이였다. 로회한 《서》군부대장은 이에 대해서만은 《절대비밀》로 여기며 입밖에 내지 않았다. 다만 능청스러운 웃음을 짓고 《동》군부대장을 야릇한 웃음을 짓고 바라보았다.

그런들 어떠하리. 《동》군부대장은 주접은 고사하고 머지않아 포연이 자욱할 전방을 바라보며 가슴을 쭈-욱 펴고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이윽하여 총참모장을 찾으시였다.

《총참모장동무, 이렇게 합시다. 두 편이 다 전술적으로나 현실적인 대응면에서 만만치 않으니 훈련장구역을 확대하여 아까운 탄약과 연유를 소비하느라 하지 말고 〈서〉군의 방어전선을 종심깊은 하나의 통로로 지정하여주고 〈동〉군이 그 통로를 돌파하게 합시다. 어떻소?》

《그렇게 하겠습니다.》

《즉시 참모부들에 변경된 전투정황을 제시하도록 하오.》

《알았습니다.》

《그리고 부대장들은 여기에 떨구시오. 이제부터 작전의 모든 지휘권은 해당 참모부에 넘기도록 해야겠소.》

《서》군부대장은 속으로 쾌재를 올리였다.

넓은 구간에 널려져있던 방어력량이 좁은 구간에 압축되였으니 《동》군은 선택적인 구간이 아니라 자기네 마지막병사, 마지막차단물까지 다 대상하며 힘겨운 전투를 벌려야 할것이다.

사실 이런 전투를 지휘한다는것은 싱거운 놀음이여서 《서》군부대장으로서는 관망하기만해도 무방할것이다.

그러나 《동》군부대장은 사정이 달랐다. 자기들에 대하여 더 왼심을 써주시는줄로 알았는데 당혹하지 않을수 없었다.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금강도하전투때처럼 《서》군의 주의를 딴곳으로 끌어 상대의 반장갑화력밀도를 심히 분산시켜놓고 첨입식돌격으로 번개같이 정면을 돌파한 다음 《서》군방어진을 각뜨려던 《동》군부대장의 결심은 애초에 물거품이 되고말았다. 게다가 자기가 직접 부대를 지휘할수 없는것이 속이 여간 타지않았지만 우그러드는 마음을 펴듯 어깨를 버그러뜨렸다.

그이께서는 《동》군부대장의 배심을 다시한번 건드려보시였다.

《변경된 전투정황이 〈서〉군에는 유리하겠지만 〈동〉군의 경우에는 가혹할수 있소.

그래도 정면으로 돌파하겠소? 이건 예방주사를 맞던 때의 결심과는 다른거요.》

유년시절부터 겁많은 다른 애들과는 달리 예방주사를 선참 맞겠다고 앞에 선 동무에게 골받이를 했다던 《동》군부대장의 여전한 성깔머리를 놓고 하시는 그이의 롱담에 모두가 긴장을 풀고 왁자그르 웃었다.

《동》군부대장은 그만큼 어려서부터 남에게 지는것을 싫어하였다.

최고사령관동지, 변함이 없습니다. 무조건 정면으로 돌진하겠습니다! 〈서〉군의 방어가 아무리 견고하다 하여도 기어이 해내겠습니다.》

급변한 정황앞에서도 드놀지 않는 《동》군부대장의 자신만만한 대답을 들으시며 그이께서는 이번엔 《서》군부대장에게 《동》군을 견제할수 있는 시한부를 물으시였다.

《서》군부대장은 미리 타산하고있었는지 자기의 견해까지 덧붙여 주저없이 보고를 드리였다.

《설사 방어력량이 제압당한다 해도 차단물설비들의 공병학적견고성으로 보아 3시간으로 정하겠습니다. 〈동〉군이 3시간내에 땅크 한대라도 우리 방어구역을 돌파하면 우린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

《3시간, 3시간이라? … 좀 야박한데, 하긴 그쯤돼야지.》

승패의 마지막조건부까지도 《서》군에 주시려는것 같았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시 지도를 들여다보시며 잠시 타진해보시였다.

통과구간의 연장길이가 수십km에 달하는데다 순탄한 길이라도 보통의 주행속도로도 2시간은 잘 걸릴 구간을 극악한 정황속에서 돌파한다는것은 말처럼 쉬운것은 아니다.

《〈동〉군부대장동무, 〈서〉군방어구역을 〈동〉군이 돌파하는데 걸리는 시한부를 3시간으로 정했는데 어떻소?》

잠시 속타산을 하고난 《동》군부대장이 기운차게 보고드리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우린 그 시간보다 30분 더 당겨 〈서〉군방어진을 돌파할수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만족하신 미소를 지으시며 훈련시작을 명령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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