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1(2022)년 제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예비대는 없다

 김철룡

(제 6 회)

3

(2)

 

정환이 상병자 1차응급책에 대한 구두보고를 마치자 강평원은 금석이의 중대장이 몇분간은 《생명》을 《유지》할수 있다고 허락하였다.

강평원은 팔목에 채워진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강평원의 《일당백》시계초침에 쏠리였다.

중대장은 마치도 저 강평원의 초침에 자기의 생명 아니, 온 부대의 운명이 실리기라도 한듯이 공병예비대에 속한 전진보장대의 전투임무를 《부상》당한 금석이에게 설명해주었다.

다리가설땅크가 수행하여야 할 최종임무와 임무수행시 지원구분대의 역할, 진출과정에 제기될수 있는 전투정황, 신호련락체계, 전투임무를 끝내는 시간을 간단명료하게 알려주고는 곧 복창하도록 하였다.

《전투진입시간은 시, 임무는 다리가설땅크 923호를 몰고 좌표 37, 42에 있는 〈가〉지점까지 예비행군경로를 따라 진출하여 끊어진 다리를 이어 부대의 공격로를 개척하는것, 임무수행시 제1땅크련대 선견대와 제2보병대대가 차지한 지대를 지탱하면서 다리가설땅크의 다리부설을 엄호하게 된다. 진출과정에 〈적》의 정찰기도와 공습을 제어하기 위하여 출발시 10분간 연막을 치며 유인반사기재를 1km간격으로 행군로상에 떨군다. 신호련락은 신호탄으로 하되 긴급정황발생때 적색 한발, 임무완성때 푸른색 두발을 쏘며 일체 무선통신을 단절하고 단독행동으로 넘어간다.

전투임무를 끝내는 시간은 출발한 때로부터 30분내, 이상!》

중대장은 부목을 댄 금석의 어깨를 으스러지게 틀어쥐고 《마지막말》을 남기였다.

《좋소, 임무는 명백해. 한가지 더 강조한다면 예비대는 더는 없소. 무슨 말인지 알겠지?》

중대장의 말에서 모든것을 인식했으나 입에서 허연 입김이 불릴 때마다 떠듬거리는 말마디들이 새여나왔다.

《중대장동지, 헌데 나 혼자서 꽤…》

말끝을 흐리는 금석이에게 중대장은 눈을 끔쩍여보였다.

《동무를 믿겠소! 꼭 임무를 수행해야 해!》 하는 암시였다.

금석은 정신을 번쩍 차리며 기운차게 대답하였다.

《그럼 온 부대가 지켜본다는걸 명심하고 기어이…》

더는 말할것같지 않던 중대장이 머리를 가로저으며 근엄한 어조로 금석의 말을 시정해주었다.

《아니, 온 부대만이 아니요. 지금 이 시각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지켜보고계신다는걸 잊지 마오. 임무를 수행 못한 병사는 살아도 죽은 몸이요.》

《알았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되여 강평원은 중대장을 전투대렬에서 완전히 제외시키였다.

금석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중대장이 말한 진출시간까지 몇분 안남았다. 그 시간내에 혼자서 출발준비를 끝내야 한다. 위장방수포를 벗기고 얼어든 도관들을 가열시켜야 했다. 먼저 위장방수포부터 벗기기 시작하였다.

승조가 일치한 협동으로 단숨에 벗겨내던 커다란 방수포를 지금은 혼자서 한팔로 벗기자니 헐치 않았다.

두팔을 쓰려 할 때면 강평원이 엄한 눈길을 보내다못해 제명시키겠다고 오금을 박았다.

참으로 안타깝고 속상했다.

이때 누구인가 땅크의 반대켠에서 그를 돕고있었다.

(모두 제명당했는데… 누굴가?)

고맙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였다.

방수포의 마지막매듭을 벗길 때에야 금석은 그 고마운 전우가 좀전까지 자기를 《간호》한 정환군의라는것을 알았다. 고맙다는 인사말이라도 하고싶었지만 스쳐버렸다. 당장은 말할 겨를도 없었다. 땅크의 리대관을 밟고 오르려는 시각에야 금석은 정환에게 자기의 진정을 터놓았다.

《도와주어 고맙습니다.》

정환은 금석의 엉덩판을 철썩 갈기듯 힘껏 떠밀었다.

《공세우면 잊지 말라구.》

정환의 말에 금석은 고개만 주억거리고는 눈가루가 발린 발을 답판에다 대고 탕탕 털고서 땅크우로 성큼 올라섰다.

이때 강평원이 또다시 앞을 막아나섰다.

《동무는 심한 타박으로 땅크를 운전할수 없소. 내리시오.》

땅크문손잡이를 쥔채 금석이 격하여 소리쳤다.

《난 참을수 있습니다.》

《동무, 욕망이 있다고 가망이 있는건 아니요. 알겠소?》

《그래도 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땅크같은 군인과는 말이 통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지 강평원은 정환에게 돌아섰다.

《군의동무, 타박으로 인한 육체적인 부하견딜성이 어느정도인지 의학적으로 설명해주시오.》

정환은 머리를 기웃거리며 좀 얼떠름하게 대꾸했다.

《글쎄, 체험해보지는 못했지만 그러루한 타박이라면 땅크를 몰기에는 힘들겁니다.》

강평원이 《그러루한 타박?》 하며 눈살을 찌프리자 정환은 그의 눈길을 외면해버렸다.

대신 상심한 금석이에게 히죽거리였다.

《내가 어릴적에 말이요, 우리 형은 놀음을 하면서도 아주 무자비했소. 쬐꼬만 나를 놓고 씨름을 하다가 그 연약한 팔을 다쳐놨지.》

정환은 강평원의 눈치를 슬쩍 보고나서 말을 이었다.

《그래 형은 부모님들에게 되겐 욕을 먹었고 보름동안 날 애지중지하며 시중했지. 그때 요 쪼꼬만 숟가락도 들지 못하겠더라니까.》

정환은 어딘가 잘코사니 한 기분으로 흠흠해하였다. 강평원은 그러거나말거나 아무 내색없이 정환의 말을 긍정해주었다.

《군의동무의 말이 옳소. 헌데 그 형님이 보름이 아니라 한달은 더 시중을 들어주었을게요. 헌데 운전수동무의 타박은 그보다 더하오.》

너무도 가혹한 정황에 금석은 진짜 타박이라도 받은것처럼 눈판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정환에게 애원하였다.

《날 좀 도와주십시오. 거 뭐 아픔을 모르게 하는 약은 없습니까? 주사도 좋고 칼로 살을 벤대도 좋으니 좀 어떻게 도와주십시오.》

애절한 호소에 정환이 대신 강평원에게 사정하였다.

《난 〈동〉군군의보장대 군의입니다. 내가 이 동무를 땅크에 태우고 운전지도를 받으며 기재를 몰수는 없겠습니까?》

땅크를 몰겠다는 정환의 제의에 강평원은 천만뜻밖인듯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동무가 땅크를 몰겠다?!》

놀라서 반문하는 강평원에게 정환은 정색하여 다시 자기의 말을 정정하였다.

《땅크를 몰고 별로 움직여보지는 못했지만 땅크부대에서 십여년이나 있은 덕에 땅크에서 해볼건 그런대로 다 해보았습니다. 난 이 동무의 손과 발이 되여 그저 〈조종〉하는대로 움직일따름입니다. 강평원동지, 연습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출발해도 되겠습니까?》

강평원은 한동안 정환을 랭정한 눈매로 바라보다가 《좋소.》 하는 한마디 대답으로 동의를 표시하였다.

둘은 마침내 땅크에 올랐다.

물론 운전수좌석에는 정환이 앉았다.

그뒤에 《부상》당한 금석이 허리를 수굿하고 기대였다. 검질긴 강평원도 땅크안에 올라 그들을 살피였다.

비관과 절망의 감정포위에서 솟구쳐나온 금석은 정환에게 소리쳤다.

《자! 총스위치를 넣으십시오.… 예, 바로 그겁니다. 그다음 등받이에 몸을 붙이고…》

정환이 제꺽 복창했다.

《총스위치 넣고 등받이에 등을 딱 붙였다!》

《활유뽐프 시동!》

《이것 말이지?》

《예.》

《활유뽐프 시동한다!》

《총리접기 밟고… 아- 왼쪽!… 연유답판은 그냥 밟고…》

《총리접기 밟았다!》

《조종간잡고 발동걸엇! 예 - 그겁니다.》

와릉! 와르릉!- 땅크의 배기관에서 불꽃이 튀였다.

《부상》당한 금석은 정환의 땅크모귀덮개를 들추고 소리를 쳤다.

《멋있습니다! 훈련이 끝나면 내부운전수로 임명하겠습니다!》

제 흥에 겨운 금석이 땅크모의 성대수화구를 조이며 제법 명령하였다.

《10분간 연막포치!》

정환이 기운차게 복창을 하였다.

《10분간 연막!》

새뽀얀 연기가 콸콸 뿜어져나와 사위를 짙은 안개속에 묻어버리였다. 배기구에서 투레질소리가 울렸다. 미싸일발사대와도 같은 거대한 다리가설땅크가 껑충 뜀박질을 하더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천정장갑에 머리를 짓찧은 금석이 짜중섞인 불평을 쏟아놓았다.

《제기랄! 총리접기를 살그머니 놔줘야지 그렇게 콱 놓으니 땅크가 놀라지 않습니까!》

금석의 역중에 정환은 덩달아 고함을 치며 변명하였다.

《〈신병〉이 그렇지 뭘 그래. 껑충껑충 뛰여서라도 가면 그만이지.》

자신을 《신병》으로 간주하는 정환의 태도에 금석은 《신병》이라는 표현을 마치도 작전대호처럼 불렀다.

《좋다! 〈신병〉, 변속 2단에서 4단으로, 자, 이젠 전속 앞으로!》

《자, 나간다!-》

다리가설땅크는 기운차게 내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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