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1(2022)년 제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예비대는 없다

 김철룡

(마지막회)

3

(4)

 

《동》군부대장은 깨여진 얼음쪼각을 손에 움켜쥐듯 정환을 바라보았으나 손바닥에 놓인 얼음쪼각들이 스르르 녹아 물이 되듯이 정환에 대한 기대도 의연 허물어지였다.

한것은 이미 정환에 대한 파악이 어느정도 있었기때문이였다.…

《저 동문 누구요?》

《외과군의 진정환입니다.》

《사람이 어떻소?》

《?》

《담이 있는가 말이요?》

《글쎄… 다들 외과군의라면 심장이 든든하다고들 하는데 저 동무는 환자의 곪은 상처를 처치하면서도 제 먼저 얼굴을 찡그리는 동무입니다.》

《외과군의가 수술칼을 잡고 떨다니?》

《아니, 제 말은 그 소리가 아니라 그가 인정이 많다는 소립니다. 쌈판에서 담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나 제 사업경험에 의하면 정이 넘치는 사람들은 생명앞에서 언제나 책임적이고 용감하다는겁니다.》

《그럼 어디 저 장갑차로 〈환자〉를 후송한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몰게 해보오.》

《예? 장갑차로 말입니까? 그는 아직 그렇게까지는 준비되지 못하였습니다.…》

이것은 몇달전 군의소에 대한 전투준비검열시 《동》군부대장이 군의소소장과 한 담화였다.

그때 진정환은 장갑차를 원숙하게 몰지 못하였다. 하건만 지금은 용케도 다리가설땅크를 몰고왔다.

그렇다 해도 믿음은 안갔다. 문제는 다리를 놓는 조작이 기본이기때문이였다.

과연 방조자가 없이 해내겠는가? 전문훈련을 받은 군인들도 다리놓는 조작을 여간만 어려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겨우 보조승무원의 위치에서

몇km 땅크를 몰고왔다고 하여 부대의 운명이 좌우되는 다리놓는 작업을 맡긴다는것이 병아리에게서 알낳기를 기대하는것이 아닌가.…

《동》군부대장은 아예 화면을 외면하고말았다.

다리가설땅크를 바라보는 사람들 거의다가 《동》군부대장과 같은 심리여서인지 화면에 피뜩 나타나군하는 정환을 측은한 눈길로 지켜보고있었다.

그러거나말거나 가장 중요한 마지막임무가 정환에게 부여되였다.

과연 해낼수 있겠는가 하는 모두의 의혹앞에 정환은 《수술집도는 늘 혼자 하는 법이야.》 하는 말로써 임무인수를 마치였다.

땅크가 다시 움직이려는 순간 강평원이 붉은 수기를 가로질러 막아나섰다.

정환은 땅크문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쳤다.

《왜 또 그럽니까?》

강평원도 맞받아 무섭게 소리를 쳤다.

《동문 이젠 땅크에서 내리오. 더는 몰면 안되겠소.》

《왜 말입니까?》

《이 동무가?! 강평원요구에 응하시오!》

정환은 종시 발동을 끄고 땅크에서 내리였다. 가스그을음에 거멓게 얼룩진 험상한 얼굴에서 눈빛이 사납게 번뜩이였다.

《형님! 이건 정말… 너무해요!》

《?!…》

그들을 지켜보는 모든 시선이 놀라와하였다. 당장 불꽃이 튕기기라도 할것같은 격렬한 눈싸움은 지휘감시소의 분위기까지도 팽팽하게 하였다.

정환이 울분을 터놓았다.

《형님, 지금껏 정황을 그만큼 가혹하게 주었으면 됐지 뭘 더 어쩌라는거예요? 설마 우리가 패했다고 스스로 자인하기를 바라는건 아니겠지요?》

격하여 소리치는 정환의 태도에 강평원은 주위를 두리번거리였다.

《여긴 훈련장이야. 집이 아니야! 난 지금 네 형으로가 아니라 상급으로서 요구해!》

정환은 땅크모까지 벗어들고 만만치 않게 대들었다.

《옳아요, 여긴 싸움마당이예요. 집에서라면 형님이 그 어떤 요구를 한대도 내 다 듣겠어요. 허지만 훈련장이 아니라 바로 전장이기때문에 그러지 못하겠어요. 그래, 말해보세요. 왜 내가 땅크를 몰면 안돼요?》

《훈련규정이 그렇다! 공병예비대의 다른 공병들이 강행군으로 마지막임무를 수행하게 되여있다. 매 부문의 싸움준비상태를 매 사람을 통해 검열하게 되여있다. 이 임무를 수행할 사람은 이 부문 전문병들이야. 그들의 훈련을 대신하겠다는거냐?》

정환은 애당초 형의 설명을 리해하려 하지 않았다.

《남의 훈련이야 대신해줄수 없지요. 허지만 이것이 실전이라면 누구든 부대의 임무야 끝까지 수행해야 하지 않아요?…》

정환이 적십자부호가 새겨진 자기의 완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전투장에서 난 군의이기때문에 땅크를 몰면 안된다고 누가 말하면 그때도 가만 앉아있어야 해요? 이래도 형님이 날 막겠어요?》

강평원은 동생의 말에 대답이 없었다.

정환의 격한 목소리는 계속되였다.

《형님, 제발 도식적인 훈련규정으로 날 얽어놓지 마세요. 무슨 규정을 따지면서 짜맞추기식으로 공연종목에 출연하듯 전장에 나선다면 그런 훈련이 무슨 의의가 있어요? 그런 식으로 훈련을 해서 싸움을 진행한다면 우리가 아이적에 놀던 놀음과 무엇이 달라요?》

격해졌던 강평원의 눈빛이 달라졌다.

감시화상을 통해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지휘감시소의 모든 눈빛들도 놀라움에 차있었다.

다만 김정은동지께서만이 모든 일을 예감하고계신듯 뒤짐을 지신채 바라보고계시였다.

《〈동》군부대장동무, 저 군의동무가 아주 과감하오. 그의 과감성이 어디서 나온것인지 아오?》

《?!》

의문은 《동》군부대장만이 아니였다.

모두가 그이의 말씀을 기다리며 우러렀다.

《저 군의동무의 할아버지는 조국해방전쟁시기 락동강까지 나갔다온 전쟁로병이였다고 하오. 그러니 군공도 컸지. 그러나 그의 할아버지는 자기의 군공에 대해 언제한번 자손들에게 자랑한적이 없었다고 하오. 다만 전쟁시기 체험한 교훈만을 자주 이야기해주었다고 하오. 그 교훈이란 무엇인가?…》

그이께서는 진정환의 형제에게서 들은 전쟁로병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주시였다.

전쟁시기 위생병으로 싸우면서 수많은 상병자들을 구원하였다는 로병-그는 의술이 있어서 위생병이 된것이 아니였다.

그저 그가 남들보다 힘이 셌던탓에 위생병이 되였다. 그러다나니 부상당한 전우들을 치료한다기보다는 그저 빨리 후송하는것이 그의 유일한 방도였고 길가에 주인없이 서있는 차를 보면서도 운전할줄 몰라 부상자들을 담가로밖에는 후송할수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전쟁이 끝난 이후 그 로병은 더 살려내지 못한 자기의 전우들을 생각하면서 늘 죄책속에 살았다고 한다.…

전쟁로병에 대한 이야기를 다 들려주고나신 김정은동지께서는 모두에게 결연히 말씀하시였다.

《바로 그런 로병동지의 숭고한 정신을 물려받은것이기에 오늘처럼 준비할수 있은것입니다. 난 이런 동무들을 더없이 아끼고 내세워주고싶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왜 오늘 훈련에서 그토록 가혹한 정황을 주는가. 우리 병사들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관철하겠다고 목숨도 서슴없이 바치겠다고 하는데 최고사령관인 나는 우리 병사들을 가장 극악한 조건에서도 기어이 살아 맡겨진 임무를 훌륭히 수행할수 있는 만능의 싸움군으로 준비시켜야 할 의무를 지니고있습니다. 말하자면 생사를 판가름하는 격전장에서 일당백만능싸움군으로 준비된 군인만이 생명안전의 담보를 가지게 됩니다.

그러니 땅크 한대쯤의 희생으로 부대의 돌격로를 열고 많은 생명을 구원하는것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그 한대의 땅크에도 바로 인민이 나에게 맡긴 나의 병사들이 있습니다. 전쟁의 승패가 병사들에 대한 믿음에 의하여 결정된다면 그 믿음은 사랑으로 안받침돼야 한다는것이 일찌기 우리 수령님들께서 나에게 가르쳐주신 령군술입니다.》

지휘성원들은 온몸이 귀가 되여 그이의 말씀을 심장에 깊이 새겼다.

《〈동〉군부대장동무, 내가 오늘 동무가 대학시절 론문으로 제출하였던 작전안을 실전속에서 검중하려 한것은 비단 동무 하나만을 믿었기때문이 아니요.》

그이께서는 이어 탁우에 놓인 무선대화기를 집어드시였다.

《〈동〉군 923호, 들으라! 최고사령관이 명령한다. 승리를 향해 전진 앞으롯!》

무선대화기에서 《알았습니다!》 하는 기운찬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온 훈련장이 이름할수 없는 감동의 열파로 끓어번지였다.

모두가 다리가설땅크 923호를 지켜보았다.

다리가설땅크로 오르는 정환, 그를 지켜보는 강평원, 《끊어진 다리》로 침착하게 접근하는 다리가설땅크,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중심을 맞추는 땅크의 작업모습, 이어 거대한 접이식다리가 꽁지쪽에서부터 허공중수직으로 세워지더니 다시 앞으로 쭈-욱 내밀어지면서 접이부분이 펴지고… 권양쇠바줄에 유지된 길다란 다리가 정확한 위치에 놓이는 순간 적십자표식이 있는 흰 완장을 두른 군의가 땅크문밖으로 몸을 드러냈다. 오른팔을 머리우로 높이 쳐든 군의, 그의 쳐들린 손에 쥐여진 신호권총에서 하얀 화약가스가 뿜어지면서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로 푸른색신호탄 두발이 날아올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였다.

얼마후 기계화종대들이 쉬임없이 다리를 지났다.

그 시각 강평지휘소의 감시화면에 게시된 시간계수기에는 《2:42:09》라는 시간이 현시되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못내 만족하시여 멎어선 시간계수기를 또다시 보시고나서 《서》군부대장에게 미소를 보내시였다.

《〈서〉군부대장동무, 이런 때 〈동〉군부대장동무에게 할 말이 없소? 하하하!》

그이의 유쾌하신 웃음소리에 모두가 열광적인 박수를 치였다. 그이께서는 《서》군부대장에게 물으시였다.

《〈서〉군이 지정된 시간안에 방어선을 지탱하지 못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것같소?》

《저- 솔직히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하느라 했지만 〈동〉군에 저렇게 위력한 예비대가 있은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마지막계선에 당도한 땅크운전수가 정말 군의가 옳은지 의심됩니다. 혹시 우리의 초점을 피하려고 위장술을 쓴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동〉군부대장동무가 이에 대해 설명해보오.》

김정은동지의 말씀에 《동》군부대장은 얼굴이 벌개지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정확히 군의가 옳습니다. 헌데 저도 뜻밖입니다. 예비대무력에는 그를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아-니, 그것만은 동무도 모르누만.》 하시며 그이께서는 《동》군부대장에게 더 말씀을 않으시고 모두에게 돌아서시였다.

《오늘 내가 훈련을 통하여 동무들에게 보여주자고 한것도 또 말해주자고 한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물론 동무들은 다 배운 동무들이기때문에 훈련혁명의 목적과 과업, 그 수행을 위한 중심고리와 방도에 대하여 내가 몇마디 말로 해주어도 알것입니다. 허지만 그 직접적담당자인 우리 군인들의 정신력이 얼마나 큰 힘을 낳는가는 백마디말로도 다 설명할수 없는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번 훈련을 통해 동무들에게 이걸 보여주자고 하였는데 오늘 〈동〉군의 평범한 군의동무가 나의 모든 설명을 대신하였습니다. 동무들, 새로운 무장장비를 만드는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군인들을 여러 병종임무를 능숙히 수행할수 있게 만능으로 준비시키는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이께서는 《동》군부대장을 바라보시였다.

《이젠 알만하오?》

《예, 이젠 잘 알았습니다.》

이어 나란히 서있는 두 부대장에게 다가서신 그이께서는 말씀하시였다.

《자, 그럼 우리 함께 오늘의 성과를 거둔 주인공들을 가서 만나보기요.》

그이께서는 성큼 앞장에 서시여 지휘감시소를 나서시였다.

김정은동지께서 눈가루와 먼지투성이로 얼룩진 다리가설땅크에 다달으시였을 때 정환은 극도의 긴장이 풀린 나머지 군모로 얼굴을 가리우고서 땅크의 달아오른 지탱바퀴에 등을 기대고앉아 쪽잠에 들어있었다.

점점 더 따뜻이 달아오르는 해볕이 그의 온몸을 걷잡을수없이 나른하게 노그라뜨리고있는듯하였다.

《동》군부대장이 그를 깨우려하자 그이께서는 손을 들어 만류하시였다. 그리고는 동행한 지휘성원들이 조용히 발을 저겨디디며 뒤로 물러나도록 손짓하시였다.

《깨우지 맙시다. 저런 잠을 꿀잠이라고 하오. 우리 저쪽에 가서 좀 기다립시다.》

태양의 미소가 따스한 해빛이 되여 정환의 온몸을 따스히 쓰다듬으며 녹여주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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