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1(2022)년 제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량심

강경애

(제 2 회)

 

다음날 오후 학생들에게 과외학습과제를 주고난 후에 나는 분과실에서 진성이와 마주앉았다.

《진성학생, 시험지를 보니 학생의 문제풀이방식이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가르친것과는 다르던데… 어데서 배운건가요?》

진성은 고개를 떨구고 애궂은 운동화앞코숭이로 바닥만 허비였다.

《저… 어데서 배운건 아닌데… 어떤 문제는 그런 방식으로 풀면 간단하게 답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건 잘못이 아니예요. 풀이과정은 여러가지일수 있어요. 그중에서 가장 빠른 길을 찾아 정확한 답을 내려는것은 좋은 시도예요. 이번에 답이 나오지 않은건 진성학생이 공식을 변형하여 리용하였는데 마지막부분에서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처리했기때문이예요.》

《그렇습니까?! 야, 알고보면 그렇게 간단한걸 …》

진성은 풀리지 않던 문제의 묘리를 알게 되여 기뻐하였다.

《진성학생, 왜 수업시간에 그런 방식들을 선생님에게 말하지 않았나요?》

《저… 수업에 방해될가봐…》

진성이를 교실에 돌려보내고나서도 나는 생각이 깊었다.

내가 왜 여직껏 진성이를 보지 못했을가, 새것을 지향하는 그의 탐구정신과 독특하게 자기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나가는 혁신적인 창조능력과 응용능력을 이미전에 보고 알았더라면… 이제라도 진성이에게 힘을 넣어보자, 혁범이와 함께.

혁범이와 함께 공부하는 진성이의 수준은 확실히 달랐다.

무슨 문제든지 남이 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법으로 풀어보려고 애쓰는 그의 탐구심은 끝이 없었다. 때로는 자정이 깊도록 그와 론쟁을 하다가 해결이 나지 않아 나는 퇴근길을 대학선생님의 집으로 돌릴 때도 있었고 학교에서 밤새도록 콤퓨터망을 뒤지며 최신자료들을 열람할 때도 있었다.

진성이는 같이 공부하는 혁범이를 아득히 앞서나가고있었다. 사실 혁범이는 학교적인 1번수로 공인되여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나의 노력도 깃들어있다.

내자체가 그에게 왼심을 기울여왔고 그는 배워주는것을 착실하게 소화하며 따라왔던것이다. 그러나 지금 보면 아쉽게도 그에게는 창조력이 결핍되여있었다.

이끌어주는것만큼 따라오고 앞으로 더 나가는것이 없었다. 1번수라는 만족에 도취되여 제자리걸음을 하고있는지도 모른다.

요즈음 진성이와 함께 공부하면서 그도 많이 달라져갔다.

진성이와 자기를 대비해보면서 그의 탐구자세를 따라배우려고 애썼고 진성의 안목으로 학문의 세계를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물론 그는 천성적으로 기억력과 리해력이 좋아 품을 들인것만큼 성과를 보는 형이지만 학과경연무대에는 적합치 않았다. 진성이와 비해볼 때 응용능력이 부족한것이다.

혁범이보다 진성일 학과경연에 내세워야 성과를 볼수 있다는 생각이 나의 뇌리에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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