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1(2022)년 제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량심

강경애

(제 3 회)

 

교장선생이 찾는다는 말을 듣고 나는 급히 교장실로 들어갔다.

흰 머리칼이 듬성듬성 섞인 머리를 수그리고서 무엇인가 쓰고있던 교장선생이 둔중한 몸을 걸상등받이에 시원스레 기대이며 희색이 만면하여 맞아주었다.

《아, 수향선생, 어서 앉으시오. 좀전에 혁범이 어머니와 전화가 있었는데 이번 학교보수용세멘트수송을 련관부문 일군들과 토론하여 맡아주겠다누만.》

《그렇습니까? 정말 고맙군요.》

싱글싱글 웃고있는 교장선생을 마주보며 나도 기뻐서 말하였다.

《늘 우리 학교의 후원단체일군들에게 미안했는데 이젠 한시름 놓이오.》

연밤색테의 안경너머로 나를 의미있게 바라보며 교장선생은 말을 이었다.

《정말 쉽지 않은 학부형이요. 어떻게 하나 이번 경연에서 혁범이가 좋은 성과를 거두어야겠는데…》

흡족해하는 교장선생에게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던 나는 생각하던바를 털어놓았다.

《저… 교장선생님, 암만 생각해봐도 물리학과경연대상자선발을 다시 해야 할것같습니다.》

《다시 하다니?!》

《진성이라고… 실력있는 학생이 있는데…》

나는 교장선생에게 이야기하였다. 지금까지 진성이의 재능을 보지 못했던 나의 잘못에 대하여 그리고 혁범이를 아득히 앞서나가는 진성이에 대해서도.

교장선생의 얼굴에 난감해하는 기색이 비꼈다.

《수향선생, 잘 생각해보오. 사람은 만들어주기탓이라고 선생이 지금껏 혁범이를 키워 학교적인 1번수로 만들었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저도 혁범이 어머니를 생각하면 이 말이 나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향선생, 이미 락착된것인데 이제 와서 뒤집어 서로 따분하게 하지 말자구. 진성이로 말하면야 선생이 누구도 모르는 그애의 재능을 찾아 키워주는것으로도 그의 부모들은 고맙게 생각할거요. 그러니 선생만 리해하면 되오. 그렇게 하지?》

교장선생의 말을 듣느라니 내가 괜히 긁어부스럼 만들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쳐들었다.

《딴생각 말고 혁범이 학과경연준비에 전심하오.》

《알겠습니다.》

나의 입에서는 이미전에 속으로 품었던 생각과는 모순되는 말이 흘러나왔다.

교장실에서 나와 분과실로 돌아왔지만 복잡한 마음속생각만은 털어버릴수가 없었다.

눈앞에 혁범이 어머니의 우선우선한 모습이 떠오른다.

교단에 밝은 모습으로 나서도록 언제나 나를 도와준 그가 아닌가. 뒤이어 교장선생의 모습도 보인다.

교장선생의 말이 옳다. 만약 대상자를 바꾼다면 혁범이 어머니앞에 얼마나 딱해지고 혁범이는 또 얼마나 실망할가?

교장선생의 말대로 혁범이의 경연준비를 다그치자. 그렇다면 진성이는, 진성이는 어떻게 한단말인가? 그래, 경연에는 내보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개별지도는 계속 밀고나가자, 혁범이와 함께.

나는 이렇게 교장선생과 학부형과의 관계도 무난하게 넘길수 있고 량심에도 저촉되지 않을 절충안을 생각해내고는 다소 마음의 위안을 가지게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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