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1(2022)년 제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량심

강경애

(제 6 회)

 

어느덧 학급학생들에 대한 과외학습지도도, 혁범이와 진성이의 개별학습지도도 다 끝나 창밖엔 이미 별들이 총총한데 진성이를 먼저 돌려보낸 나는 호젓한 교실에 혁범이와 단둘이 마주앉았다.

어떻게 말을 떼야 할가. 오랜 기간 정을 다해 손때묻혀 키워온 그에게, 첫자리에까지 내세워준 그에게 이제 와서 물러서라고 말한단 말인가.

그를 이윽히 바라보던 나는 입을 열었다.

《혁범학생, 선생님이 괴로와도 오늘은 말해야겠어요. 암만 생각해봐도 학과경연에는 진성동무가 나가야 할것같아요.》

순간 혁범은 머리를 푹 숙이였다.

나는 그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것을 보았다.

저 눈물은 기슭으로 밀려나는 거품과 같은 자기에 대한 회오인가 아니면 저를 버리고 다른 학생을 택한 이 선생에 대한 원망인가.

《우린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는 잠시 말을 끊고 그의 기색을 살피고나서 힘들게 말을 이었다.

《혁범이도 알고있는것처럼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학과경연은 자연과학부문의 수재들이 실력을 다투는 무대라고 볼수 있어요. 여기서 세계를 딛고나갈수 있는 뛰여난 인재들을 선발한다고 나는 생각해요.

그런데… 혁범인 아쉽게도… 창조적인 응용능력이 부족해. 그래서…》

《선생님, 알겠습니다. 그럼 전…》

뜻밖에도 그는 내 말이 끝나기도전에 이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만, 내 말은 이제라도 뛰고 또 뛰면 얼마든지 …》

《선생님, 전 다 리해합니다.》

혁범은 리해했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편안치 않았다. 하지만 혁범이가 고마왔다.

《나》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자기자신과 자기를 둘러싼 주위세계를 바로 인식하고 분발하게 된것이다.

그로부터 며칠후 학교에서는 여러 과목에 대한 경연참가대상자들을 확정하기 위한 협의회가 있었다.

내가 맡은 물리과목에 대한 대상자추천은 교장선생을 비롯한 일부 교원들의 의견상이로 하여 모두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교장실에는 모두 돌아가고 나만이 남았다.

교장선생은 속이 답답한듯 보온병의 물을 따라 목을 추기더니 나에 대한 질책을 펴나가기 시작하였다.

《수향선생, 꼭 그렇게 해야만 하겠나? 이미 나와 말이 있었던것같은데.》

《…》

《학교사업에 그렇게 열성인 혁범이 어머니가 관건적인 시기에 아들이 첫자리에서 밀려났다는것을 알면 심정이 어떨것같소. 그러니 외곬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전반을 생각합시다.》

《교장선생님의 마음은 저도 압니다. 하지만 진성이는 창조적인 응용능력이 뛰여난 학생입니다.

저는 교육자의 량심으로 그의 재능을 묻어둘수 없었습니다. 》

《선생이 그렇게까지 고집을 부릴줄 몰랐구만. 그 학생이 대체 얼마나 뛰여나 그러오? 뉴톤이나 가우스라도 되는가? 좋소, 경연대상자들에 대한 실력평가를 다시 해봅시다. 혁범이도 결코 약하진 않을거요.》

교장선생과의 충돌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경연참가대상자들의 실력평가는 과목교원과의 토론끝에 학생들의 응용능력을 최대한 발휘할수 있게 하는 방향에서 시험문제를 내고 진행하였다. 여기서 진성은 그 누구도 따를수 없는 높은 점수를 받아 학교교원들의 경탄속에 물리학과경연참가대상자로 지목되게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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