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1(2022)년 제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량심
강경애
(마지막회)
이날도 나는 밤늦게까지 소조실에서 진성이의 학습지도를 하고있었다.
똑똑똑… 조용히 문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예, 들어오십시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혁범이 어머니였다.
순간 나는 주춤했다. 와야 할 순간이 온것이였다. 실상은 내가 먼저 그를 찾아가야 했던것이다.
혁범이 어머니의 얼굴색은 장마철의 하늘처럼 무겁고 어두웠다.
나에 대한 원망과 노여움의 구름이 껴서이리라.
한순간 진성이를 차겁게 훑어본 그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선생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그럼 저와 함께 교실로 가십시다.》
조용한 빈 교실에 우리는 단둘이 마주앉았다.
《선생님, 우리 애가 학과경연에 나가지 못한다는게 사실입니까?》
《그렇게 되였습니다.》
《우리 애가 아직까지 학교적으로 앞자리를 차지하고있는데는 선생님의 수고가 깃들어있다고 전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전 정말 리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혁범이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입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한다면 학과경연에 나설만한 능력은 좀 부족합니다. 사실 그래서…》
《전 선생님이 우리 애를 학교의 1번수로 키운것처럼 그애를 이번 학과경연무대에 내세워주길 바랬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이렇게 밀어내면 어쩐단 말입니까?》
나는 혁범이 어머니를 새로운 눈으로 다시 보게 되였다.
그러니 그토록 학교사업과 나를 도와준것이 자기 아이, 자기 가정의 리익을 위해서였단말인가?
《혁범이 어머니, 학과경연은 그 어떤 개인의 리익을 위한 그런 마당이 아닙니다. 그러니 인재가 될수 있는 학생을 제쳐놓고 다른 학생을 내보낸다는것은 교육자인 나의 량심이 용납하지 않아요. 이건 나를 속이고 학교를 속이고 국가를 속이는겁니다. 》
그의 놀라는 눈길을 마주보며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
《나는 혁범이뿐만아니라 내가 배워주는 모든 학생들의 교육과 장래를 국가앞에서 책임집니다.
우리 교원들이 진짜 인재들을 키우고 내세울대신 저마다 자기의 리해관계만 생각한다면 국가의 발전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선생님, 선생님도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지요? 지금의 나의 심정을 생각해보았습니까? 품들여 무르익힌 열매를 다른 사람에게 떼운것만 같이 서운한 심정이란말입니다.》
난 더 할 말을 찾을수가 없었다.
혁범의 앞날을 생각하며 바른길로 세워주려는 나의 마음을 오해하는 혁범의 어머니, 그를 무슨 말로 리해시킨단말인가.
이때 불현듯 교실로 혁범이가 들어왔다.
《어머니, 그만하세요. 선생님의 말씀이 모두 옳아요.》
《뭐?!》
혁범이 어머니는 놀랐다.
선생은 자기를 밀어버렸는데 오히려 선생을 옹호하다니?!
《어머니, 경연에는 나보다 진성이가 나가야 해요. 진성이는 나보다 까마득히 앞섰어요. 어제는 내가 앞섰지만 오늘은… 하지만 또 래일은 내가 그를 따라앞서게 될수도 있지 않나요.
우리들의 실력이야 배워주는 선생님이 더 잘 알지 어머니가 더 잘 알겠나요?》
혁범이 어머니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한동안 서있더니 더 다른 말없이 떠나갔다.
나는 그가 모든것을 리해했으리라고 본다.
×
그로부터 한달후 나는 교장선생님앞에 진성이가 받은 1등상장과 금메달을 놓고 마주앉았다.
《교장선생님, 진성이가 받은것입니다.》
《나도 이미 소식을 들었고. 참, 이번에 수향선생의 노력이 컸어. 그리고 혁범이 어머니가 우리 학교가 학과경연에서 1등 한 소식을 듣고 련관부문 일군들과 함께 학교보수용자재를 가득 싣고 학교에 와서 축하해주고 갔소.
아마 미래앞에 순결한 량심을 지닌 선생을 혁범이 어머니가 진심으로 리해한것같아. 나
진심어린 교장선생의 말을 들으며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미래앞에서는 그 누구도 경건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그 미래는 우리들, 교육자들에게 언제나 티없이 맑고 깨끗한 량심을 요구하고있기때문이다.》
교장실을 나선 나의 눈앞에는 가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 안겨왔다.
(개성예술학원 문학반 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