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1(2022)년 제5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소원
리명호
제 1 회
1
(1)
숲이 와슬렁대기 시작했다. 뚝뚝 삭정이 부러지는 소리, 밤새들의 새된 울음소리, 나무잎들의 뒤설레임소리…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이 무시무시한 음향들은 방금 의식을 차린 소녀의 가슴을 순간에 졸아들게 했다. 온몸을 칭칭 휘감는 공포속에서
그는 무엇엔가 허공중 들려있는
소녀의 두볼로 눈물이 줄지어 흘러내렸다.
난생처음 겪게 되는 무서움이나 육체적아픔때문만은 아니였다.
중대아저씨들이 리용할 샘터를 찾아내려고 오늘 아침 남몰래 산에 올랐던 그였다.
그러나 그에게 차례진것이란 손바닥에 이슬모양으로 생겨난 물집투성이와 얼굴을 할퀴운 상처자리, 여섯남매중에서도 자기를 제일 고와하던 아버지의 가슴속에 꽉 들어찼을 근심과 걱정뿐이였다.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온 첫날부터 즐거운 놀이터로 되여주고 철따라 향기롭고 달디단 산열매를 품가득 안겨주던 사랑스런 숲이 오늘은 그를 외면해버린것이였다.
숲이 다시 움씰거리더니 소녀의 작은 체구를 흔들어놓았다.
이때였다. 어디선가 사람 여럿이 합친 웨침소리가 들려왔다. 벼랑웃쪽에서 난데없이 많이 생겨난 《별》들이 저마끔 허공을 그리며 아래쪽으로 내려오고있었다.
그 《별》들이 다래덩굴아래까지 다가왔을 때에야 소녀는 전지불들을 손에 든 아버지와 낯익은 군대아저씨들을 알아보았다.
반가움에 젖은 목소리가 골안의 밤대기를 짱하니 흔들었다.
《아버지, 나 여기 있어요!》
그러나 그들이 이미 수십여일간의 신고끝에 마침내 오늘 샘터를 찾아냈다는것을 알고는 울음을 터뜨리고말았다.
《아버지 미워!》
…소녀를 찾아 온 산판을 헤매던 병사들은 갑자기 울보가 되여버린 자식앞에서 부처마냥 입이 꾹 다물린 정치위원을 마주보기가 면구스러워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딸애가 어째서 그처럼 분해하며 눈물을 흘리는것인지 사연을 알고는 다들 가슴이 뭉클해했다.
별수없이 딸애를 얼리는수밖에 딴도리가 없었다. 샘터를 찾아내기는 했으나 물량이 적고 더우기는 물맛이 없어 다른 곳을 찾아봐야 한다고, 그제서야 딸애는 울음을 뚝 그쳤는데 그래도 창피한줄은 아는 나이인지라 눈물자욱한 얼굴에서 두손을 내리울념을 못했다.
다음날 그는 딸애를 앞세우고 다시 산으로 올랐다. 이골저골 뚜져보던 흉내끝에 어제 병사들이 찾아낸 샘터로 슬쩍 딸애를 이끌어갔다.
《야, 샘물이다! 내가 샘터를 찾았다!》
반가움에 웃고 기쁨에 젖은 목소리가 온 골안을 흔들었다. 소녀는 거울속처럼 제 얼굴이 비쳐보이는 샘물을 두손으로 떠올렸다.
《난 이 샘물을 제일먼저 아버지
며칠후 샘물가에는 하얀 조약돌들이 깔리고 또 얼마쯤 지나서는 샘물우에 자그마한 바가지가 띄워졌다.
그런데 어이 알았으랴, 그때로부터 얼마후 뜻밖에도
물고생이 여간 아닌 중대여서 무척 왼심을 써오시던
부대지휘관들이 솔선 나서서 온 산속을 뒤져 끝끝내 강서약수 못지 않은 샘줄기를 찾아냈다는 보고를 받으신
《얼마전에 여기에 왔을 때 병사들이 물고생하는것을 보면서 저 강서지방에 있는 약수샘줄기를 통채로 이곳에 옮겨오고싶은 심정이 굴뚝같더랬소. 군부대시찰이나 지방에 현지지도를 나가 물고생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강서약수와 같은 좋은 샘물을 물독마다 넘치도록 보내주고싶은것이 소원이였는데 동무들이 내 심정을 알아주는구만, 정말 고맙소.》
이때 장령들중 누군가가 정치위원의 딸애가 남먼저 샘터를 찾겠다고 산에 들어갔던것으로 하여 부대에 소동이 일어났던 일에 대해 말씀드리였다.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신
《그 소녀를 만나보고싶구만. 애의 소원을 꼭 풀어주고싶소.》
그러나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