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1(2022)년 제5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소원
리명호
제 4 회
1
(4)
이제는 강서약수가 인민들의 호평을 받는 당당한 명제품이라고 할수 있건만 김수정은 아직까지도 편지를 보내오지 않고있다.
지금 일부 일군들속에서는 자기 단위에서 자그마한 성과라도 거두게 되면 그것이 인민들에게서 어떤 평가를 받겠는가에 대해 관심하는것이 아니라 먼저 당에 보고드리는데 급급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것은 벌써 출발은 어떻든간에 인민사랑, 인민중시를 국책으로 내세운 당의 뜻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고 인민을 위해 멸사복무하는 일군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행동이다.
하지만 김수정지배인은 오랜 세월에 걸치는 고행끝에 오늘과 같은 성과를 거두고서도 당에 보고드리기를 삼가하고있다.
꿈을, 소원을 가장 신성하고 존엄높은것으로, 생의 전부로 간직한 사람만이 지닐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이 아니랴.
(기다리자. 인민들을 위하시는
《온 나라 인민들이 강서약수를 마음껏 리용하여 그들이 무병장수하게 하는것은
《제가 강서약수공장에 내려가 지배인동무를 돕겠습니다.》
《그래주면 나도 고맙겠습니다.》
며칠후.
공장에서 인민생활에 필요한 갖가지 생활용품들이 쏟아져나오는것도 그렇지만 돌아보시는 매 직장의 휴계실마다에서 강서약수를 음료수로 리용하고있는것이다. 사람마다 제나름의 약수자랑이다.
지배인은 아침출근하기 전에 강서약수를 마시고 나오지 않으면 온종일 흐리터분한 기분이란다. 초급당비서는 소학교에 다니는 아들애가 음료매대에서 공급받는 약수를 마시면서부터 아침마다 밥상에 마주앉기조차 겁나하던것이 지금은 아버지의 밥그릇까지 슬금 넘보는 정도라고 했고 어떤 기대공녀인은 약수를 마시고 고질적으로 앓던 위병을 깨끗이 털어버렸단다.
그럴수록 강서약수공장 로동계급의 편지가 무척 기다려지시였다. 제품진렬장앞을 지나시던
산속 그 샘터가 떠오르시였다. 그날의 소녀를 만나게 되면 질좋고 색갈고운 저 멜라민바가지들을 안겨주어 소원을 풀지 못한 그날의 마음속괴로움을 다소나마 가셔주고싶으시였다.
《수중에 돈을 넣은것이 좀 있소?》
너무도 뜻밖의 물으심에 어리둥절해진 수행일군은
《저, 그런데…》
난감한 기색을 짓는 수행일군의 표정에서 무엇인가를 대중한 공장일군이 서둘러 다가왔다.
《멜라민바가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공장을 찾아주신것을 기념해서 저희들이 올리는 성의로…》
《고맙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안됩니다. 그리고 이 멜라민바가지에 다른 누가 아닌 꼭 나의 성의를 담고싶어서 그럽니다.
이렇게 하는것이 어떻습니까. 그 바가지들을 먼저 가져가고 값을 인츰 보내주어도 되겠는지. 그런데 이건 여기 있는 사람들만 아는 비밀이여야 합니다. 내가 공장에 왔다가 외상을 했다는 소문이 나지 않게 말입니다. 하하.》
부지중
그날 김수정은
약수병들이 쏟아져나오는 생산현장에 들어섰을 때에는 그가 더욱
《내보기엔 지배인동무가 뭔가 속에서 터놓지 못하는게 있는것 같은데… 그렇지요?》
순간
그날 김수정지배인이 터놓지 못한 마음속사연이 무엇이였을가. 평양의 연구소배치도 마다하고 떼를 쓰다싶이 해서 끝끝내 강서약수공장으로 간데도 그만이 안고있는 어떤 긴절한 인연이 있는건 아닌지. …
혹시 우리
이제 약수의 침전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여 년간 약수생산량만 늘인다면!
강서약수공장에 내려가있던 안성욱부부장으로부터 김수정지배인이 현장에서 그만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보고를 받으시였던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