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1(2022)년 제5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소원

리명호 

제 7 회

3

(2)

 

그때의 모든것이 어제일이런듯 생생히 안겨오시였다. 강서약수공장에 내려갔던 안성욱부부장이 그곳에서 일어난 뜻밖의 사태를 보고하며 상심해있던거며 그때 자신께서도 무척 놀라시였던것까지도. …

그날은 종일토록 비가 내렸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밤깊도록 창밖에 사색을 묻으신채 움직일념을 않으시였다. 김수정지배인이 혹시 약수의 용출을 더는 기대할수 없다고 자포자기하며 맥을 놓고 주저앉지나 않았을가. 아니, 그는 강의한 녀성이다.

모름지기 그는 좀처럼 멎을줄 모르는 저 비를 종일 맞으며 약수의 용출구를 찾아 봉상강기슭을 헤매고있을것이다.

그를 위해 비라도 멎어주었으면… 아니, 하늘에서 내리는 저 비가 땅속으로 스며들어 그대로 약수가 되여주었으면, 그래서 용출구가 메여지게 하늘높이 콸콸 뿜어주었으면…

김정은동지께서는 인민의 건강증진에 이바지되여야 할 조국의 재보가 사라져가는 문제에 대하여 위대한 장군님께 그대로 보고드리도록 하시였다.

즉시에 국가과학원의 유능한 과학자, 연구사들을 망라한 강력한 연구집단이 비저항CT탐사기를 비롯한 최신식탐측설비들을 가지고 강서약수공장으로 급파되였다.

그후 두달이 지난 어느날 마침내 그곳에서는 이전보다 거의 두배나 되는 약수가 터져나왔다.

5월의 그날 지심깊이에서 콸콸 솟구치는 약수로 온몸을 미역감다싶이 한 김수정은 현지에 내려와있던 안성욱부부장과 함께 덩실덩실 춤까지 추었다고 한다. …

김정은동지께서는 마침내 개건현대화정형을 수록한 촬영자료를 손에 드시였다. 김수정지배인에 대한 믿음으로 순간의 주저나 멈춤이 없이, 드디여 멋쟁이공장의 모습이 화면을 타고 흘러가기 시작했다.

전보다 공장의 생활환경이며 모든 생산공정이 높은 수준에서 변모되였다는것이 확연히 안겨왔다.

깊은 생각에 잠기신채 촬영자료를 마지막까지 일일이 다 보아주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수록화면을 다시 처음부터 보시기 시작했다.

좀전에 화면에 얼핏 비쳤던 김수정지배인의 모습을 다시 찾아보시려는것이다.

분명 어떤 중요한것을 발견하실것같은 예감에 초조해지시였다.

인츰 그가 화면에 나타났다. 그는 정각처럼 아담하게 새로 꾸린 음천장에서 떨어지는 약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의 손에 쥐여진 자그마한 바가지가 시야에 비껴드는 순간 그이께서는 자신도 모르게 《아.》 하는 탄성속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시였다. 산속의 그 샘터가 떠오르시였다.

지금껏 지울수 없었던, 여직 소녀의 행처를 몰라 만날길 없었던 아쉬움이 빛발은 그늘처럼 순간에 사라진것이다.

바가지는 약수의 맛을 보려는것도 또 주변을 지나는 길손들을 위해 새로 놓아주려는것도 아니다. 떨어지는 약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추연한 눈빛에는 그의 손에 들린 바가지에 담긴 하많은 사연들이 그대로 비껴흐르고있다.

저 시선을 따라가보느라면 산속의 샘물가에 연노란빛바가지를 띄우며 수령님을 뵈올 날을 기다리던 소녀시절이 있으며 장군님을 공장에 모신 영광의 시각이건만 그리도 애타게 바란 가슴속소원을 더 깊숙이 묻어야 했던 그날도 있으리라.

김정은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창가로 다가가시였다. 크고작은 수많은 뭇별들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밤하늘을 보시느라니 소원에 대한 생각으로 사색의 심연속에 점점 더 깊이 잠기게 되시는것을 어쩔수 없으시였다.

(어느 책에선가 사람들은 흔히 별을 보며 자기의 소원을 속삭인다고들 했지.

저 별들과 말을 할수만 있다면 우리 인민들의 소원을 다 알수 있을텐데…)

이 시각도 어디선가 바가지를 안고 별을 보며 소원을 끊임없이 속삭이는 그날의 소녀의 목소리가 금시 들려올상싶으시였다.

그러시느라니 김수정이와 그곳 공장로동계급의 모습이며 아직은 생면부지인 많은 얼굴들이 그들이 품은 소원과 함께 별들에 실려 자신의 품을 가득 채우며 안겨드는것만 같으시여 강렬히 솟구치는 충동을 누를길 없으시였다.

(인민들의 그 모든 소원을 풀어주는것이 나의 소원이다. 그래서 우리 당이 있고…)

그이의 소원을 안고 이 땅에 새날이 밝아오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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