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2(2023)년 제2호에 실린 글 

 

    우 화

얼룩곰의 후회 

심 남

 

어느한 동산에 자기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동생들만 부려먹기 좋아하는 얼룩곰이 있었다. 오늘도 도토리따기에 동생들만 보내는 얼룩곰을 보고 동산의 좌상인 노루가 찾아와 충고를 주었다.

《여보게, 왜 힘든 일에 어린 동생들만 보내나? 전번의 제방쌓기에도 그래, 우물파기에도 그래… 덩지큰 자넨 뭘하고…》

얼룩곰이 제 잘못을 감추며 변명했다.

《나도 생각이 있어 그럽니다. 어릴 때부터 제힘으로 하는 습성을 키워주어야 앞으로…》

《이보라구,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고 경우가 있는 법이라네. 그런데 자넨…》

노루의 말에 얼룩곰은 벌컥 역증을 내였다.

《아, 됐수다. 내 동생들은 내가 책임지겠으니 우리 집일에 더 삐치지 마시우.》

얼룩곰은 노루의 충고도 듣지 않고 계속 어린 동생들을 힘들고 위험한 일에 내몰았다. 그러면서도 동생들의 자립성을 키워준다고 여기저기 자랑을 하며 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벼랑중턱에 있는 벌둥지를 발견한 얼룩곰은 너무 좋아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런데 벌둥지가 있는 벼랑중턱까지는 너무도 위험하여 누구도 내려갈수 없었다. 무엇인가 생각하던 얼룩곰은 무릎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마후 바줄을 준비한 얼룩곰은 동생들에게 말했다.

《누가 벼랑중턱의 꿀을 따올수 있겠니?》

동생곰들은 벼랑을 내려다보고는 머리를 저었다.

바줄을 타고 내려가기에는 경험도 없었고 벼랑이 너무 가파로왔던것이다.

《그러니 못내려가겠다는거지? 힘을 키워야 해. 둘째야, 어서.》

《나보다 막내의 힘을 키워주어야 해요.》

둘째의 말에 막내가 마지못해 나섰다.

《우리 막내가 용타.》

얼룩곰은 이러며 막내를 위험한 벼랑중턱으로 내려보냈다.

바줄을 나무밑둥에 감아놓고 막내가 올라오기만 기다리던 얼룩곰은 《악―》 하는 소리에 놀라 가슴이 덜컥했다.

《둘째야, 무슨 일이냐?》

벼랑을 내려다보고있던 둘째가 급한 소리를 질렀다.

《막내가 떨어졌어요!》

《뭐라구?!》

얼룩곰이 막내를 찾으며 정신없이 벼랑밑으로 달려가니 먼저 온 노루가 오금을 박았다.

《끝내… 빨리 염소의사를 찾아가라구.》

머리를 싸쥐고있던 얼룩곰이 막내를 업고 줄달음을 놓았으나 그것은 때늦은 후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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