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0(2021)년 제9호에 실린 글
 

단편실화소설

 

자기를 믿으라

최정희

제 2 회

 

다음날아침 조합에서는 궐기모임이 진행되였다.

모임은 위대한 장군님께서 맹산군을 현지지도하시면서 가르쳐주신 내용들을 다시금 되새겨보는것으로 시작되였다.

굽이굽이 령길을 넘어 산세험한 맹산땅을 찾으시여 산간지대 인민들이 잘살아나갈 방도를 하나하나 가르쳐주시며 전국의 앞장에 서도록 이끌어주신 위대한 장군님의 사랑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뒤이어 리용남이 연탁에 나섰다. 기대를 안고 찾아갔다가 빈털터리라는 말만 듣고 왔다는 그의 목소리는 비장하였다.

《동무들! 우리가 믿을것은 오직 우리의 힘, 우리의 기술뿐입니다. 우리 손으로 생산건물도 큼직하게 짓고 기계설비도 현대적으로 개조합시다. 그렇게만 되면 우리 조합은 명실공히 제힘을 믿고 나가는 힘있는 단위로 될것입니다. 우리모두 힘과 지혜를 합치고 서로 돕고 이끌어주면서 기어이 생산활성화의 돌파구를 열어제낍시다.》

관리위원장의 호소에 감동된 사람들은 열렬히 호응해나섰다.

다음날부터 돌격작업이 진행되였다.

5시부터 20시까지 조합원들은 물론 가족들까지 가래삽을 들고 질통을 메고나와 건설공사를 벌리였고 휴식일에는 부업지에 나가 거름을 묻고 씨를 뿌리였다. 그야말로 립체전이였다.

작업이 시작되여 닷새째되는 날아침이였다.

리정수가 또 찾아왔다.

다른데 보내달라고 매일 떼를 쓰더니 궐기모임에 참가한 후 새로운 결심을 다졌는지 조합에 나와 일하고있었다.

그런데 며칠새 생각이 또 달라졌는가?

그의 얼굴에 소낙구름이 비낀것이다.

《저… 관리위원장동지, 처가 심하게 앓아서… 약을 좀 구해와야겠습니다.》

《왜? 병이 더 심해지오?》

《예, 이제는 허리병, 산후탈까지 겹쳐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태흥리에 있는 어머니에게 이야기했더니 약을 구해놓았다고 가져가라는 련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조퇴를…》

리용남은 몹시도 수척하고 피로해보이는 정수를 련민의 정이 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집의 식량형편은 어떻소? 환자에게 밥은 제대로 먹이오?》

《그저 그럭저럭…》

보매 식량사정도 여의치 못한 모양이였다.

그러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집에 가서는 또 앓는 처를 병구완하고 자식들을 돌보고 지어 빨래까지도 해야 하겠으니.

그의 일이 마음에 걸려 하루종일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았다.

집에 들어온 용남은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안해가 동자질을 하고있는 부엌으로 갔다.

《여보, 우리 집에 식량여유가 좀 있소?》

안해는 의문이 가득 실린 눈길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리정수네 집에 좀 보내주자고 그러오. 처가 앓는다는데 그 사람이 얼마나 속이 타겠소, 당장 약은 못 보내주어도 식량보탬이라도 좀 해줘야겠소.》

리경옥은 호- 하고 가느다란 숨을 내그었다.

힘이 들어도 남편의 사업을 리해하고 말없이 성실하게 뒤받침을 해오는 리경옥은 이번에도 선선히 응해나섰다.

《그렇게 하세요. 우리가 좀 더 극복해야지요. 그런데 이렇게 집의것을 퍼내가는 식으로 해서야 어떻게 그들을 다 돌봐줄수 있겠어요?》

《그건 옳소. 리정수 한 가정도 돌봐주지 못하는 관리위원장은 해서 뭘하겠소. 내 꼭 어떻게든 조합을 일떠세우겠소.》

리용남은 안해가 메워주는 강냉이자루를 메고 밤길에 나섰다.

늦은밤에 불쑥 들어서는 관리위원장을 보자 부엌에서 빨래를 하고있던 리정수가 황황히 달려나왔다.

《이밤중에 웬일입니까?》

《왜? 내가 못올데를 왔소? 허허. 자, 그렇게 눈만 꺼벅거리지 말고 이거나 받소.》

리용남은 강냉이자루를 넘겨주고 환자의 병상태며 집안형편도 이것저것 알아보았다.

《강냉이를 좀 가져왔는데 얼마 안되오.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였으면 하오.》

《관리위원장동지!》하고 부르는 정수의 눈가에 뜨거운것이 핑그르르 고여올랐다.

용남은 헌헌히 웃으며 정수의 팔굽을 툭 쳤다.

《조합에서 나가겠다고 할 때 같아서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결심을 고쳐했다니 내가 오히려 고맙다고 인사해야 할것 같소.

그리구 이건 곰열인데… 한번 써보오. 이것만 쓰면 애어머니병이 한결 나을거요.》

용남은 비물이 새여들어 여러군데나 얼룩이 진 천반을 올려다보았다.

《래일부터 집을 보수하기요. 사람들을 보낼테니 새집으로 꾸립시다.》

《관리위원장동지!》

고마움에 목메인 정수의 손이 용남의 무릎을 꽉 부여잡았다.

《정수동무, 우리 함께 이 어려운 고비를 이겨나가자구.》

《알았습니다. 기대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다음날 저녁부터 용남은 생활이 어려운 가정들을 찾아보았다.

가족들은 내색하지 않고 흔연히 웃는 얼굴로 관리위원장을 반겨맞았다.

그럴수록 리용남의 가책은 더 커졌다.

(할 일은 점점 더 많은데 사람들모두는 몹시 힘들어하고있다. 어떻게 할것인가.)

부지중 그의 머리속에 집에서 기르고있는 돼지생각에 떠올랐다.

이제 겨우 60키로그람이 좀 넘을가말가한 돼지였다.

다음순간 안해의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돼지를 그만큼 기르는데 바친 안해의 수고를 너무도 잘 알고있는 용남이였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돼지에게 먹일 풀을 뜯느라 산에 오르던 안해, 이제 조금만 더 키우면 떡을 한번 실컷 먹고싶다는 아들의 소원을 풀어주고 자기에게는 닭곰을 해주겠다고 입버릇처럼 외우던 안해! 그런 안해를 어떻게 설복시키겠는지 마음이 무거웠다.

(바치는것이 없이 어찌 그들의 진심을 바랄수 있겠는가. 종업원들이 있고야 내가 있는것이다.)

가정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날 용남은 안해에게 힘들게 말을 꺼내놓았다.

역시 안해는 대범하였다. 무척 미안해하는 남편의 마음을 능쳐주느라 오히려 저먼저 얼굴에 밝은 웃음을 지었다.

며칠후 관리위원장의 집에서 기르던 돼지로 마련된 강냉이가 조합원들에게 공급되였다.

이걸 알게 된 관리일군들이 관리위원장의 뒤를 따라 저저마다 자기 집에서 성의껏 마련한 식량을 가지고 나왔다. 여기에 작업반장들까지 합세하였다.

일군들의 진정은 조합원들의 심금을 뜨겁게 울려주었다.

사람들이 흩어지고 영영 주저앉을번하였던 조합은 이렇게 정과 덕으로 생명력을 되찾고 집단의 단합된 힘으로 억세게 용을 쓰며 태동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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