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0(2021)년 제9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한 당원에 대한 이야기

 

박경희

(제 3 회)

 

…흑, 흑 흐느끼는 소리에 광숙은 모성애의 감정을 느꼈다.

분명 현정의 울음소리였다.

《엄마야- 엄마야, 엉엉…》

아니, 현정이가 어떻게… 내가 꿈을 꾸는것이 아닌가?!

죽은듯이 쓰러져있던 광숙은 현정의 흐느낌소리에 와뜰 놀라 몸을 일으키려 하였지만 종내 다시 쓰러졌다.

《현정아-》

현정이가 어푸러지듯 광숙에게 매달렸다.

광숙은 무의식적으로 두팔을 허우적이며 딸애를 그러안았다. 말큰한 딸애의 체취가 뭉클 가슴에 안겨들었다. 한팔은 종내 쓰지 못했다. 한손으로 딸애의 머리며 잔등이며를 쓸어보던 광숙은 그의 맑은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어떻게 여기엘 왔니?》

《아무리 기다려도 후퇴하는 사람들이 한명도 없기에… 그런데 치안대놈들이 불쑥 나타나서 도망치다가 잡혔어요.》

현정은 숨가쁘게 다음말을 이었다.

《놈들이 쌀 감춘곳을 대라고 하지 않던?》

현정은 살래살래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저 집에 엄마가 없어 울었다고 했어.》

《그다음, 그다음엔 뭘 물어보던?》

현정은 광숙이의 눈빛에서 무엇인가 바란다는것을 알았지만 선뜻 알수 없어 고개만 저었다.

《아버지가 어데 갔는가고 물었어. 그래서 모른다고 했지 뭐.》

광숙은 현정을 와락 그러안았다. 그러면 그렇겠지 내 딸이 누구라구…

저도모르게 후더운 눈물이 주르르 미끄러져내렸다. 가슴을 조이던 일이 무난히 지나간것이 다행스러워 흘리는 눈물일지도 몰랐다.

《엄마 아프나?》

엄마의 눈물을 제나름대로 분석한 딸이 광숙의 눈물을 닦아주며 자기도 눈물이 글썽해졌다. 광숙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피딱지가 앉은 볼편이 얼굴을 찡그리게 했으나 현정이 앞에선 애써 참느라고 신음소리를 삼켰다. 현정이와 현묵은 다시 엄마품에 안긴것이 다행스러운듯 발치에 엎드렸다. 희읍스름한 빛이 현물세창고안을 희미하게나마 비쳐주었다.

문득 남편 생각이 났다. 지금쯤 어느 전선에서 고향을 그리며 용감히 싸울지도 모른다.

나와 애들이 이렇게 잡힌걸 알면 몹시 가슴아파하겠지.…

전쟁이 일자 애아버지는 선참으로 전선에 탄원했다. 응당 가야 할 길임을 잘 알면서도 광숙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걷잡지 못했다. 그의 남편은 광숙이보다 거의 10년이나 나이가 많았다. 그래선지 광숙은 남편에게서 남편보다도 거의 오빠에 가까운 혈연의 감정을 종종 느끼군 하였다. 운신을 잘하지 못하는 부모들을 돌볼래 녀맹일도 할래 늘 바쁜 광숙이를 남편은 가정의 이러저러한 잔손질을 많이 도와주기도 했지만 잘못한것이 있으면 광숙이가 스스로 느끼도록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자식에게도 끔찍한 남편이였다. 광숙은 해방전 출가를 하여서도 인차 태기가 없어 무던히도 속을 태웠다. 남편은 저보다 훨씬 우인데다 시부모들은 아무리 살림이 어려워도 자손을 그리워하는게 헨둥했다. 남편은 짬짬이 약초를 달여주며 은근히 속심을 내비치였다. 그러다가 현정이를 낳았을 땐 정말 남보기 부끄러울 정도로 자랑했다. 남들은 총각애를 낳고도 꿈만해서 있는데 처녀애를 낳은게 그리도 기쁜지… 그러다가 5년터울로 아들애를 낳았을 땐 너무 기뻐 입을 다물줄 몰랐다. 그해가 해방된 다음다음해였다. 나라도 해방되여 토지를 받았지, 게다가 떡돌같은 아들을 낳았지.… 정말 온 집안이 기뻐했다. 남편은 집안의 복동이라고 늘 집안에서는 안고 돌아갔다.…

이제 헤여지면 언제 다시 만나겠는지.

정말 꿀같이 달고 참깨처럼 고소하고 황홀한 번영의 5년세월이였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짐을 싸는데 슬며시 남편의 손이 광숙이의 손우에 덧놓아졌다.

《여보, 우린 인차 만나게 되오.》

《흑…》

종내 광숙은 머리를 떨어뜨렸다.

《여보, 나야 당원이 아니요. 조국이 어려움을 겪을 때, 나라가 아픔에 신음할 때, 선참 나서는게 당원이 아닐가? 당신도 당원이지. 난 당신이 마을일에서도 앞장서구 부모님들도 잘 모셔주길 바라오. 애들도 말이요.》

광숙의 굵은 눈물이 남편의 손잔등에 떨어졌다. 어찌보면 남편보다도 손우 오빠처럼 다정하고 친근한 남편, 아무리 힘들고 어려웠어도 그만 있으면 마음이 든든해지던 광숙이였다. 그런 남편이 있었기에 마을일에서도 앞장설수 있었다.

현정이 아버지가 내가 잡힌걸 알면 어떻게 할가?

바닥없이 깊어가는 생각에 광숙은 돌부처처럼 굳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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