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0(2021)년 제8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엄 마

문 수 경

(제 2 회)

2

 

보름동안의 《양성》기간을 마친 은경은 마침내 교양1반 보육원으로 배치를 받았다.

《은경선생, 함께 일해보자요.》

선생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서인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책임보육원인 이 선생의 이름은 맹수림이다. 짙은 눈섭에 무엇이든 꿰뚫어낼것 같은 예리한 눈빛, 날카로와보이는 코날…

그동안 함께 일해온 옥심취사원과는 너무도 대조되는 모습이였다.

성격만은 대조되지 말았으면…

뭘 잘못하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서 꾸짖다가도 옥심은 쉴참이면 이렇게 말하군 했다.

《은경이, 노랠 한번 불러봐. 목소리가 얼마나 고운지 막 은방울굴리는 소리 같애. 이제 풍금을 타면서 노랠 불러주면 애들이 꽤나 좋아할거야.》

귀전에 되살아나는 옥심의 따뜻한 목소리를 누르며 패기에 넘친 목소리가 울렸다.

《자, 그럼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자요.》

방안을 둘러보던 맹선생이 하는 말이였다.

일과를 가르쳐주고 일을 배워주는데서도 맹선생은 옥심이와 달랐다.

옥심은 은경에게 이것저것 시키며 배워주었다면 맹선생은 제가 솔선 방안과 야외놀이장을 정돈하고 관리하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오늘도 그랬다.

이제 아이들이 깨끗해진 이 방안이며 야외놀이장에서 아무 걱정없이 뛰놀게 될것이라고 생각하니 은경은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피여올랐고 한시라도 빨리 맡게 될 애들의 얼굴을 보고싶었다.

시간이 되자 드디여 문이 열리더니 첫 꼬마주인이 들어섰다. 그런데 어른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흰 목깃의 하늘색격자무늬샤쯔에 짙은 하늘색바지를 받쳐입은 총각애만이 뽀르르 달려들어왔다. 까만눈섭에 동그란 눈, 오똑한 코, 입술선이 또렷한 총각애는 은경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맹수림쪽으로 다가가 굽석 허리를 굽히더니 《엄마썬쌔밈, 안녕하십까?》 하고 인사를 하였다.

은경은 총각애가 《썬쌔밈》이라고 발음하는것보다도 《엄마》라는 말을 붙여 부르는것이 더 우스웠다.

아마 탁아소에서는 선생님들을 다 《엄마선생님》이라고 부르는게지.

그애는 1이라는 수자가 새겨진 빨간별을 맹선생에게 드렸다.

《응, 위송이가 오늘도 또 1등으로 왔구나. 용타.》 그러면서 맹선생은 위송이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리고는 얼른 위송이를 은경이쪽으로 돌려세웠다.

《위송이, 여기 새로 오신 선생님에게도 인사해야지요.》

성격이 활달해보이는 위송이는 제꺽 은경이쪽으로 돌아서며 또다시 허리를 굽석하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심까?》

엄마선생님이라는 말은 잊었는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도 서운하지 않았다.

《위송이에게 선생님이 또 한명 생겼어요. 그러니 선생님이 몇명이나요?》

《하나 둘…둘이예요.》

위송이는 엄지손가락과 둘째손가락을 꼽아보더니 얼굴을 번쩍 쳐들며 자신있게 대답했다.

위송이는 은경이네 아들 나이쯤으로 보였는데 그 나이의 애치고는 여간 영민해보이지 않았다.

그때에야 위송의 어머니인듯 한 젊은 녀인이 다소곳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며 보육방 접수실로 들어섰다.

《동생을 맡기는 동안 기다리라고 했는데 어느새 달아났는지 없어지지 않았겠습니까.》 미안스레 하는 녀인의 말에 맹선생이 제꺽 대꾸했다.

《그래도 이렇게 혼자서 제 방을 찾아오지 않았습니까.》

아마도 위송이에게 젖먹이동생이 있는 모양이였다.

《위송이가 밤에 잠은 잘 잤습니까?》

《예, 밥도 잘 먹고 21시에 잠들었는데 8시가 다 되여서야 깨여났습니다.》

《체온은 재고 올라왔겠지요? 위송이, 어디 몸을 좀 보자요.》

맹선생은 얼른 위송의 몸안을 깐깐히 살폈다. 위송의 얼굴과 입안, 목뒤, 손과 발, 가슴과 잔등, 다리 등을 깐깐히 살펴보고 이상증상이 없다는것이 확인된 다음에야 맹선생은 《위송이, 엄마 인사하자요.》라고 따뜻이 말하였다.

그러자 위송이는 두손을 활짝 펴서 량볼가까이로 가져가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꽃도 방실 나도 방실

잘 놀래요 엄마 안녕

 

그리고는 자기를 대견스레 바라보는 엄마에게 손을 흔들고나서 놀이방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위송이 어머니가 인사를 남기고 문을 나서기바쁘게 총각애와 처녀애가 서로 손을 잡고 접수실로 들어섰고 그뒤로 한 할머니와 함께 젊은 녀인이 또 들어섰다.

《에그, 우리 예림이가 글쎄 오늘은 또 무슨 변덕인지 경문이하구 같이 안 올라오겠다구 앙탈을 부리지 않겠수. 하두 경문이가 남자니까 예림일 끌구 올라왔지.》

할머니가 푸념조로 하는 말이였다. 관절염을 앓는듯 불편한걸음새로 들어온 예림이 할머니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힘겹게 자리에 앉았다.

살색이 별스레 새하얗고 까만 머리태를 늘인 예림이는 자기때문에 할머니가 얼마나 힘드셨는지 전혀 알바가 아니라는듯 저보다 키가 좀 클사한 고수머리 경문이의 손에 이끌려 맹선생앞으로 아장아장 걸어왔다. 그리고는 《엄마전쨍님, 안녕하시까?》 하고 굽석 머리를 숙여 시원스레 인사를 하는 경문이를 새물새물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다음은 제 차례인줄 아는지 곁따라 머리를 숙였는데 인사말은 《엄마던땡… 안녕…》하다가 아예 사라져버리고말았다.

은경은 웃음이 나오는것을 겨우 참았다.

경문이는 제먼저 2라는 수자가 새겨진 빨간별을 선생님께 드리더니 빨리 자기처럼 하라는듯 예림이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예림이는 빨간별이 마음에 드는지 선생님에게 드릴 생각은 않고 두손으로 꼭 집은채 만지작거리기만 하였다.

《예림이, 경문이처럼 선생님에게 별을 드려요.》

뒤에서 키가 늘씬한 경문이 어머니가 한마디 튕겨주었다. 그래도 예림이는 별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별이 마음에 들면 그냥 들고있어라.》

맹선생이 이렇게 말해서야 예림이는 그냥 별을 들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것을 본 경문이 어머니가 감탄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맹선생님앞에 오면 누가 엄마인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마음놓여요.》

접수시간도 거의 끝나갈무렵 할머니의 등에 업혀 한 처녀애가 들어왔다. 잘 걷지 못하는 앤가 했는데 내려놓고보니 너무도 잘 걷는 애였다. 아마도 그렇게 업어주어야 탁아소에 가겠다고 해서 하는수없이 업어주었을지도 모른다. 이마가 나오고 눈이 동그란 인형처럼 깜찍하게 생긴 처녀애는 맹선생에게로 다가가더니 은경의 얼굴을 경계하는듯 한 눈초리로 바라보고는 그만 맹선생의 품에 와락 안기며 울음을 터뜨리는것이였다. 그러자 할머니는 면구스러워하며 손녀애에게 말했다.

《유평아, 이 선생님도 네 엄마다.》

유평이라는 이름을 듣자 은경은 옥심이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 방에 가면 유평이라는 애가 있어.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 부탁인데 잘 봐줘. 소장선생님도 무척 관심하는 애야.》

탁아소에도 안면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그때 처음으로 들었었다. 그래서인지 유평이와 그애의 할머니를 유심히 보게 되였다.

맹선생도 처녀애를 품에 꼭 껴안으며 한마디 했다.

《걱정마세요. 애가 성격이 너무 심해서 그래요. 낯선 사람만 보면 겁부터 먹고 이러지요 뭐.》

애가 울음을 그치는것을 보고서야 할머니는 자리를 떴다.

이렇게 아침접수는 거의 한시간이 되여서야 끝났다.

애들은 하루밤을 편히 지내고 탁아소에서 동무들과 다시 만난 기쁨으로 널다란 방안을 좁다하게 뛰여다니기도 하고 장난감자동차를 몰고 《빵빵-》하고 경적소리를 울리며 자동차놀이를 하기도 하였다.

탁아소의 첫 일과는 아침식사로부터 시작된다.

은경은 밥과 찬들을 다 담을수 있게 세개 단으로 만든 밥함을 들고 식당으로 향했다. 이제 내려가면 그동안 정들었던 옥심의 얼굴을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 아니나다를가 옥심은 은경이 식당배식구앞에 나타나자 반가와 어쩔줄 몰라했다.

《우리 은경선생이 그렇게 차려입으니 정말 엄마같구나.》

《엄마?! 선생님이지 뭐 엄마같겠습니까?》

은경은 옥심이 말을 잘못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탁아소보육원은 선생님보다먼저 엄마가 되여야 해요. 이제 좀 보지, 애들이 은경 일 〈엄마선생님〉하고 졸졸 따르지 않나.》

한손에는 밥함을, 다른 손에는 옥심이 식지 말라고 뚜껑을 꼭 닫아준 국통을 무겁게 들고가며 은경은 옥심이 하던 말을 다시한번 되새겨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보육원에게는 엄마라는 말보다 선생님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것 같았다.

은경이 방에 들어서자 애들은 《밥왔다.》 하고 환성을 지르며 승벽내기로 달려왔다. 이때 맹선생이 《모두다 서자요 똑바로 서자요》하고 노래를 부르자 애들은 누가 시키기라도 한듯 모두 밥상주위로 가더니 원을 지어 동그랗게 서는것이였다. 그리고는 채 완성되지 못한 발음으로 노래를 목청껏 부르기 시작하였다.

 

우리모두 손씻고 곱게곱게 앉자요

맛있게 밥먹고 어서어서 크자요

 

제법 여물어져가는 발음으로 부르는 애는 다섯명도 되나마나하고 몇몇은 입만 벙끗하고있었다. 그래도 마지막 끝나는 소절에 가서는 다같이 《요》하고 발음을 하고는 두팔을 힘껏 올리며 《크자요》하고 소리쳤다.

노래가 끝나자 유평이가 밥상앞에 제일먼저 앉았다. 애들은 식당엄마의 정성이 담긴 밥 한술, 국 한술, 반찬도 들면서 참 맛있게들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문이만은 밥그릇을 국그릇에다 대고 통채로 쏟았다. 그 바람에 국물이 사방으로 튀여났다. 경문이는 그러거나말거나 숟가락으로 밥을 꾹꾹 누르는데 옆에 앉은 유평이는 《바지, 바지》하더니 《앙-》 울음을 터뜨렸다.

맹선생이 걸레를 가지러 달려가며 유평이를 좀 봐주라고 하였다.

은경이 유평이를 안아일으키며 바지를 만져보니 젖은것이 잘 알리지 않았다.

《별로 젖지 않았구만요. 일없어요, 유평이. 어서 밥먹어요.》

그러나 유평이는 원망의 빛이 어린 눈길로 은경을 바라보며 《앙-》하고 더 큰소리로 울어댔다.

정말 심한 애로구나. 바지가 젖은걸 구실로 대고 밥을 먹여달라는 뜻이겠지.

은경은 유평이의 밥그릇을 손에 들었다. 한숟가락 퍼서 입에 넣어주려는데 유평이는 고집스레 입을 꼭 다물고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러면서도 울음은 조금도 멈추려 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해달라는걸가?

이때 맹선생이 《유평이가 왜 그럴가?》하며 그애의 바지를 벗겨보았는데 바지안에 입은 짧은 속내의가 다 젖어있었다.

《우리 옷 갈아입고 밥먹자요.》

부드럽게 말하자 유평이는 《예.》 하고 안도감이 어린 목소리로 대답하는것이였다.

유평이의 옷을 갈아입히면서 맹선생은 경문이에게 그렇게 밥을 말아먹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고 타일렀다. 밥을 먹는 애들을 돌보는 맹선생의 모습은 틀림없는 엄마의 모습이였다.

맹선생은 은경이 맡은 상의 애들까지 한명한명 일일이 살펴보며 밥을 흘리지 말고 먹으라고, 천천히 먹으라고 조용조용 말했다.

그것을 본 은경은 자기가 잘못했다는것을 깨달았다.

내가 왜 그랬을가? 성격이 덜퉁한탓일가 아니면 아직 보육원직업이 손에 설어서일가?

은경은 이제 맹선생이 자기에게 무슨 말이든 꼭 할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엄마가 되려면 멀었다고 하던 옥심의 말이 문득 생각났다. 하지만 맹선생은 아이들의 식사가 다 끝나고 다음일과에 들어갈 때까지도 은경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자기한테 무슨 말인가 하고싶지만 꾹 참고있는것 같았다. 시원히 말을 하지 않으니 더 속상하기만 했다. 은경은 왜서인지 맹선생이 생김새와는 달리 성격이 꽁할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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