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0(2021)년 제8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엄 마

문 수 경

(제 4 회)

4

 

다음날 유평이는 탁아소에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가? 혹시 앓는게 아닐가? 저녁에 가봐야겠어.》

근심에 차서 그냥 혼자 중얼거리는 맹선생을 보다못해 은경은 하는수없이 어제아침에 있었던 일을 그대로 이야기하였다.

《그쯤한것도 리해하지 못하는걸보니 꽤 까다로운 할머니같습니다.》

《뭐라구?! 그쯤한거라구?》

그 순간 맹선생의 주먹이 불끈 쥐여지는것이 눈에 띄였다. 은경은 속이 후두두 떨리는것을 느끼며 맹선생을 보았다. 날이 선 코며 차거운 눈길이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맹선생은 은경에게서 눈길을 떼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철부지애에게 큰소리를 치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유평이가 그래 어떤 애인지 알기나 하고 그래요? 지금까지 말하고싶은게 많았는데 오늘은 내 말 좀 하겠어요. 그래 선생은 자기 아들애를 방에 혼자 두고 밖으로 나갈것 같나 말이예요? 바로 선생같은 보육원들이 있기때문에 아직도 아이를 탁아소에 맡기려 하지 않는 부모들이 있는거예요. 탁아소에 제때에 내보내지 않으면 그만큼 자식들의 지능이 떨어진다는것을 알면서도 말이예요.》

마치 큰 죄인이나 되듯 무섭게 단죄하는 맹선생의 눈에서는 불이 번쩍이는것 같았다. 그러나 은경은 아이를 바로 키우려는 자기의 진정같은것은 알려고도 하지 않고 한 아이가 탁아소에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에 그렇듯 격분하는 맹선생이 리해되지 않았다.

《은경인 보육원직업을 잘못 택한것 같애.》

맹선생은 처음으로 은경을 그렇게 불렀다.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해 이렇듯 매정한 녀자와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일할수 있을가.

은경은 그길로 소장선생의 방으로 달려갔다. 도저히 이런 녀성과는 더 함께 일해낼것 같지 못하였다.

그날저녁 은경은 옥심을 기다렸다가 함께 퇴근길에 올랐다.

은경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참된 보육원이 되는게 이렇게 힘이 들가요?》

옥심은 그러는 은경을 따뜻한 눈길로 이윽토록 바라보더니 어떻게 보육원이 될 결심을 했는가고 물었다.

어릴적부터 은경은 애들을 무척 고와했다.

동생이 없는 은경은 동무네 집에 갔다가도 애기가 있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얼른 업어주군 했는데 그가 업고 몇번 다독여주면 울던 애들도 제꺽 울음을 그치군 했다. 그것을 본 어른들은 은경에게 넌 크면 보육원을 하면 좋겠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은경은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보육원만큼 재미있는 직업도 이 세상에 없는것처럼 생각되였다. …

《그런데 제일 중요한게 빠졌구나.》

그의 이야기를 듣고난 옥심이 하는 말이였다.

《참된 보육원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위해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치려는 마음을 먼저 지녀야 해.》

《예?!》

놀라는 그에게 옥심은 한 녀병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느 겨울날 군사임무수행중 녀병사는 살얼음이 지기 시작하는 강물에 빠진 애들을 발견하게 되였다. 서슴없이 그 차디찬 물속에 뛰여들어 어린애들을 구원한 병사는 강기슭까지 다 나오지 못하고 그만 물가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병원에 가서야 녀병사는 정신을 차렸다. …

《그 일로 해서 그 녀성은 애를 낳지 못하게 되였어. 하지만 그는 애를 낳아키우고싶은 그마음을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는 미래들을 키우는 길에 바치기로 결심하고 보육원이 되였단다.》

은경은 옥심이가 말하는 그 녀성이 혹시 맹선생이 아닐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의 눈길에서 그것을 느낀듯 옥심은 은경의 손을 꼭 잡았다.

《그 녀인이 바로 우리 맹선생이야. 지금 산원에서도 영예군인인 그의 병을 꼭 고쳐주겠다고 얼마나 극성인지 모른단다. 하지만 맹선생은 자기가 맡은 애들때문에 입원치료를 받을 결심을 못 내리고있어.》

그 말이 은경에게는 바로 자기때문에 자리를 못 뜬다는 말처럼 들렸다.

《어제밤에도 맹선생은 제손으로 지금껏 마련한 자재를 안고 기계공장에 가서 로동자들과 함께 밤을 꼬박 새우며 기차를 수리했어.》

순간 은경의 귀전에는 어제아침 고장난 기차를 두고 그리도 안타까와하던 맹선생을 위로해주는 자기에게 하던 그의 말이 메아리되여 울리여왔다.

《애들이 뭘 안다구 원망하겠습니까. 무엇을 가지고 놀든 재미나면 좋아하는 애들인데… 기차대신에 자동차놀이를 하면 되지 않습니까?》

《아니예요. 애들은 이 세상의 모든 현상에 대해 하루빨리 알고싶어해요. 보육교양과정안은 우리 량심의 과정안이예요.》 …

다음날 은경은 일찌기 집을 나섰다. 유평이네 집에 들려 할머니에게 사죄한 다음 그애와 함께 탁아소에 출근하기 위해서였다.

어제 은경은 옥심에게서 유평이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되였다.

보육원인 자기를 믿지 못해 문뒤에서 감시했다고만 오해했던 할머니는 사실 유평이의 친할머니가 아니였다.

그는 유평이의 옆집에서 사는데 연구사들인 유평이의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집을 떠나 먼곳에서 연구사업을 한다는것을 알고 유평이를 맡아안았다는것이다. 그래서 동사무소에서도 탁아소에서도 모두들 그애를 친자식처럼 끔찍이 보살펴주고있다는것이였다.

그런 유평이를 은경은 맹선생처럼 친어머니의 사심없는 진정으로 살뜰히 품어주지 못했다.

결국 탁아소뿐만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당의 부름을 앞장에서 받들어나가는 사람들의 자녀들을 더 잘 돌봐주려고 애쓰는 그 뜨거운 마음을 은경은 몰랐던것이다.

해님이 아직 얼굴도 내밀지 않은 거리는 짙은 안개속에 잠겨있었다. 얼마쯤 가느라니 애를 업고가는 녀인의 모습이 보였다. 아침일찍 출근하기 위해 탁아소에 애를 맡기러 가는 모양이였다. 아이와 엄마가 살뜰히 주고받는 말소리가 도란도란 들려왔다.

《잘못-했-어요.》

《아니. 내가 잘못했다.》

은경은 흠칫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유평이구나. 그런데 유평일 업고가는 저 녀인은…)

은경은 왜서인지 두방망이질을 하는 가슴을 달래며 애써 녀인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그는 분명 맹선생이였다.

(그럼 나때문에…)

뜨거운 물결이 은경의 가슴을 적셨다. 맹선생의 마음도 모르고 차고 매정한 녀자라고 욕까지 했던 자기였다. 은경은 서둘러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맹선생님-》

《아니, 은경선생이 어떻게?》

은경은 미안한 얼굴로 맹선생을 바라보았다.

《내가 가야 할 길을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해요. 내가 어제 한 말이 내려가지 않지요?》

은경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전 너무도 많은것을 몰랐습니다. 그때 왜 저를 가만두었나요? 전 정말 보육원자격이 없습니다.》

은경은 맹선생의 돌덩이같이 굳어졌던 주먹이 눈앞에 다시 보였다. 그때 차라리 그 손이 시원히 자기에게 귀쌈이라도 박아주었더라면 지금처럼 괴롭지 않을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맹선생은 유평이를 등에서 내려 은경의 앞에 세웠다. 그리고는 바로 그 손으로 은경의 손을 꼭 잡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은경선생, 난 보육원은 자기 자식의 첫걸음마를 옳게 떼주기 위해 마음쓰는 친어머니나 같다고 생각해요. 우리 꼭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 마음놓고 조국의 미래를 맡기실수 있는 그런 엄마선생님이 되자요.》

맹수림과 은경은 서로 손을 꼭 잡았다. 이때 갑자기 밝은 빛이 거리로 쏟아져내렸다.

《야, 해!》

머리우를 쳐다보던 유평이가 동켠하늘에 솟는 해를 발견하고 너무 좋아 두발을 동동 굴렀다.

《엄마전쨍님, 저거 해님이지요. 해님!》

유평이는 맹선생과 은경의 손을 량쪽손에 꼭 잡으며 좋아라 소리쳤다.

《그래, 해님이다. 해님.》

(용쿠나, 유평아! 넌 비록 선생님이라는 발음은 제대로 못해도 해님이라는 발음만은 정확히 하는구나!)

《해님이 우릴 밝게 비쳐주는구나. 유평아, 우리 어서 탁아소로 가자!》

그들은 서로서로 손을 꼭 잡고 탁아소로 향했다.

 

(대동강구역 청류1탁아소 보육원)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