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0(2021)년 제9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려 명

리 웅 수 

(제 2 회)

2

  

부총장 신태영장령은 몇해전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처음으로 만나뵙게 되였을 때 심장이 띠끔하는 커다란 충격을 느꼈다.

너무도 놀란 나머지 미처 인사도 올리지 못한채 화석처럼 굳어졌다.

후리후리한 키에 환하시면서도 영준한 존안, 푸른 영채가 빛나는 예지로운 안광과 보폭이 큰 활달한 걸음씨…

정문을 나서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오른쪽사택지구로 뻗어간 길을 따라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고계시였다. 그이께서 신태영더러 어서 집으로 퇴근하라고 이르시였으나 그는 성급히 괜찮다고 말씀올리며 반걸음정도 사이를 두고 동행하였다. 이 새벽에 사택지구에 무슨 볼일이 계실가 하는 호기심도 없지 않았으나 그이께 마음이 끌리여 저도 모르게 따라서는 신태영이였다.

《부총장동진 식솔이 몇이나 됩니까?》

문득 그이께서 돌아보시며 담담한 어조로 물으시였다.

《예, 집사람하고… 어이쿠-》

신태영은 갑자기 눈덮인 길바닥에 널린 밤톨만 한 돌을 밟고 넘어질듯이 휘우뚱거렸다.

《아, 주의하십시오.》

전지불을 비치며 급히 돌아서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위태롭게 휘친하는 그의 허리를 잡으시였다.

《발을 상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아니, 일없습니다.》

하마트면 망신시킬번 한 고놈의 돌멩이를 길가녁으로 툭 차버리며 신태영은 어줍게 웃었다.

《천천히 걸읍시다.》

그의 팔을 다정히 잡아끼신 김정은동지께서는 로병의 보폭에 걸음을 맞추시며 나란히 발자국을 찍어가시였다.

순간 신태영은 다시금 코마루가 찡해옴을 느꼈다.

싱싱한 활력과 뜨거움이 마쳐오는 그이의 부축을 받으며 걷느라니 신태영은 일에 몰려 피곤으로 무거워졌던 심신이 홀연 깃털처럼 가벼워져 하늘세계로 날아오르는듯 기분이 둥둥 떴다.

《그러니까 식솔이 부인님하고 둘이겠습니다?》

《예, 젊은것들은 다 제 둥지를 틀고 날아갔지요. 그래, 네칸이나 되는 너렁청한 집안이 하두 고적해서 여섯살짜리 막내손자를 데려다놓았습니다.》

《허허, 두벌자식이란 할아버지, 할머니의 딱친구라는데 재미있겠습니다.》

《집에 들어가면 꼼짝 못하고 포로병생활을 하지요. 병졸이 되여 거수경례를 자주 붙여야 하고 이랴!하는 호령질에 말이 되여 정중히 모시고 이방저방 유람을 하기도 해야 합니다.》

그이의 소탈하고 시원시원한 성미에 끌려 신태영은 저도 모르게 다사해져 무랍없이 말씀을 올리였다.

《하하하…》

티없이 웃으시는 그이의 청청한 웃음소리가 고요한 새벽대기속에서 류다른 정회를 불러일으키며 신태영의 가슴속에 봄물처럼 따스하게 젖어들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즐겁게 담소하시며 차도로에서 우측으로 가지쳐간 밋밋한 등성이길로 접어드시였다.

살림집구획의 뒤켠에 가리워져있는 그곳은 수십년전에 지은 단층마을구역이다.

신태영은 점차 의아한 생각이 갈마들었다.

그렇다면 김정은동지께서 이 마을에? 무슨 볼일이 계셔서 눈내리는 이 새벽에 찾으시는것일가?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곳에서는 아직 많은 대학교직원들이 살고있었다.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그 마을을 다녀온지도 퍼그나 되였다.

전연부대 책임일군으로 사업하다가 대학에 소환된 그는 수십년전 소대장시절의 옛 중대장이 그곳에 살고있어 찾아보았던것이다.

야산둔덕을 따라 올라가며 비좁게 들어앉은 마을복판에 난 길에 들어서신 김정은동지께서는 문뜩 걸음을 멈추시였다.

불빛 한점 없는 마을은 캄캄한 어둠과 구석구석을 꼼꼼히 덮어주며 내린 흰눈에 잠겨있어 어데가 어데인지 통 분간할수 없었다.

그이께서 비치는 전지불빛만이 안타까이 그 누구인가를 찾는듯 길량쪽에 1동 3세대 혹은 4세대의 길게 늘어선 집들의 처마밑을 천천히 스치였다.

《분명 이쯤인데…》 하고 혼자소리로 뇌이시며 집들을 한채한채 톺아올라가시던 김정은동지께서 피끗 뒤를 돌아보시였다.

《혹시 아시겠는지요? 군사과학연구사 우주성대좌동지의 집말입니다.》

수백명 교직원들의 집을 부총장이 어떻게 일일이 다 알랴싶어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어린 소리로 물으시는 말씀이였다.

순간 신태영은 누군가 갑자기 뒤통수를 호되게 후려치는듯 한감을 느끼고 눈을 흡떴다. 불시에 목안이 바싹 말라들었다.

《우…주성동무…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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