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10(2021)년 제6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나는 나팔소리를 듣는다

곽금철

(제 1 회)

1

 

《도주자!》

내 마음속에서는 뜻밖에도 이런 경멸의 웨침이 솟구치였다.

내가 없는 사이에… 작업공구접수와 지원물자접수때문에 3일동안 소대를 떠났다 돌아오니 그 처녀는 없었다.

다만 나에게 쓴 편지만이 남아있었다. 거기에는 극히 세문장밖에 안되는 짧은 글이 씌여져있었다.

《소대장동지, 사정이 있어 떠나니 용서해주십시오. 대신 나의 소중한 나팔을 두고갑니다. 그리고 부탁인데 대학공부를 꼭 하십시오.》

처녀는 돌격대에 입대하여 불과 30일도 못채우고 떠나갔던것이다.

나의 눈앞에 그 처녀가 스치여지나갔다. 평범한 처녀였다.

특별히 삐여지게 곱지도 못하였고 무용수와 같은 날씬한 몸매도 아니였지만 그때 나에게는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모습으로 인박힌 처녀였다. 여느 처녀들과 다른것이 있다면 눈이였다. 한번 마주보기만 하면 풍덩 빠지고만싶고 또 빠지면 영원히 나오고싶지 않을 그 눈만은 도무지 잊을래야 잊을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분명 자기를 가리우기 위한 위선적인 눈에 불과했다.

어디선가 나팔소리가 울렸다.

묻는듯 한 나의 시선에 부소대장이 설명해주었다.

《저 나팔은 총일이가 부는 소리입니다.》

나팔소리… 우리 소대에 울리던 그 나팔소리와 함께 그 처녀는 전혀 뜻밖에 나타났었다.

그때 우리 돌격대에서는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건설이 한창 진행되고있었다.

우리는 당에서 맡겨준 과업을 앞당겨 끝내자고 결의해나섰다. 그 결의를 관철하자면 한사람이 두몫, 세몫을 하여야 했다.

대원 한명이 정말 귀할 때였다. 더구나 우리 소대는 대대의 자재를 보장하여야 하는 무거운 임무를 맡고있었다.

나는 돌격대생활을 오래 하였지만 그때처럼 일이 힘들어보기는 처음이였다. 스무명밖에 안되는 대원들을 데리고 하루에 몇십톤이나 되는 세멘트를 부리고실었고 운수수단이 모자라면 맞들이와 마대로 건설현장까지 운반도 하여야 했다.

나는 지휘관이 되여 언제한번 인원타발, 조건타발을 해본적이 없지만 그때만은 끌끌한 대원 둬명이라도 보내달라고 애원하다싶이 하였다.

그때마다 대대장은 미안한 어조로 이렇게 말하군 했다.

《좀 기다리라구. 내 한명을 보내도 열명, 스무명을 대신할 그런 돌격대원을 보내주겠으니.》

그러던 어느날 대대부에서 기쁜 소식이 왔다.

배치된 대원을 데려가라는것이였다. 나는 나는듯이 대대부로 달려갔다.

대대장이 한 말도 있으니 아마 세사람, 네사람몫을 해제낄 그런 돌격대원일것이라는 생각으로 걸음발은 날개가 돋친듯 했다. 그런데 웬걸, 우리 소대에 배치된 대원은 봄바람에도 날려갈것 같은 연약한 처녀였다.

대대장이 소개했다.

《송향이라구 동무네 소대에 배치된 대원이요. 나팔도 잘 부오. 독립생활을 하다나니 나팔소리도 변변히 못 듣고 살지. 내 그래서 선심을 썼소.》

나는 너무 억이 막혀서 말이 다 나가지 않았다.

내가 붕어처럼 입만 벙긋거리며 말도 못하자 대대장은 리해가 되는듯 빙그레 웃으며 이야기했다.

《처녀라구 얕잡아보지 말라구. 이 동문 재간둥이요. 고르구고른 사람이라니까.》

뭐, 고르구골랐다구? 내 참… 나팔수라? 그러니 《꼬끼요》가 왔군.

대대장은 찌그러진 내 인상을 보며 허허 웃더니 문가로 다가가 큼직한 배낭 두개를 움쭉 들었다.

《송향동무 짐이요. 자재차운전사보구 가던 길에 동무네 소대까지 태워다주라고 하겠으니 함께 가오.》

나는 그 배낭 두개를 받아들다가 너무 무거워서 바닥에 놓았다.

《이런… 사람보다 짐이 더 크구만.》

나의 입에서는 무심결에 이런 말이 튀여나갔다.

《뭐라구요?》

잘 가려듣지 못한 송향이가 무슨 소린가 하여 되물었지만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긴 녀자들은 화장품이며 잡동사니들이 많겠지.)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대대장에게 보고했다.

《떠나겠습니다.》

그리고 송향이에게 말했다.

《가기요!》

나는 배낭들을 량어깨에 지고 문밖을 나섰다. 처녀는 배낭보다 더 큰 가방을 들었고 어깨에는 밤색가죽으로 된 나팔주머니를 메였다. 대대장은 뒤에서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미안합니다.》 처녀는 이 말만 했다.

그러나 나는 소대에 도착하여 송향이가 짐을 풀어놓았을 때 오히려 미안한감을 느꼈다. 짐에는 두툼한 목달개퉁구리며 양말퉁구리, 장갑 등 뭐나 다 있는것 같았다. 크고 네모난 함도 있었다.

《저… 소대장동지, 소대에도 있겠지만 비상약함으로 써주십시오.》

묵직한 함의 뚜껑을 열어보니 체온계며 주사기를 비롯하여 각양각색의 약들이 다 들어있었다. 그러니 이 모든것이 다 소대를 위해 가져온것이란 말인가. 이외에 소설책들도 여러권이나 되였다. 더우기 놀라운것은 새 국자까지 가져온것이였다.

이때 나의 심정은 마치도 신입대원과 마주선것이 아니라 집에 휴가를 갔던 구대원을 맞이한듯 했다.

어쩌면 이렇듯 세심하고 소대실정을 잘 알수 있는가.

송향이 자기를 위한 짐은 반배낭도 안되였다. 그러니 내가 무거웠다고 한 이 모든것이 다 소대를 위한것이였다.

생각이 깊어졌다. 대대장에 대해 고까왔던 감정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처녀에게 절로 정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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