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111(2022)년 제1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제일 기쁜 날
현 주 봉
(제 2 회)
2
자정이 가까와오는무렵이였습니다.
차창밖에 내리는 흰눈을 이윽토록 바라보시는
백두의 귀틀집에서 탄생하시여 사나운 백두의 눈보라속에서 혁명이란 두 글자를 배우며 성장하신 우리
정녕
책임일군들과 함께 생전의 모습그대로이신
《
《고맙소,
《
《흰눈이 내린단 말이지.
《
《제일 그리워하는 곳이라. 그렇다면 우리 원아들이겠지.》
《그렇습니다. 이번 설명절기간에 만경대혁명학원의 원아들을 찾아가보려고 합니다.》
《참 좋은 생각이요. 나도 그애들이 정말 보고싶소. 원아들이 있는 학원에 찾아갈 때가 제일 기쁘오. 그녀석들 우울해있지나 않는지, 그애들을 찾아간다니 마음이 놓이오. 그들을 혁명의 억센 기둥감으로 알알이 잘 키워주길 바라오.》
《알겠습니다.
마음속의 대화를 나누신
×
흰눈을 이불처럼 덮은 만경대혁명학원에 날이 밝아오고있었습니다. 어제저녁부터 내리던 함박눈은 새벽에야 멎었습니다.
병실 2중창문의 바깥유리쪽에는 바람에 날려붙은 눈송이들이 부러운듯 들여다보고 안쪽면으로는 그와는 인연도 없이 한여름의 땀처럼 고랑을 째며 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대군이는 눈이 멎기 전부터 나가려던것이 거듭 실패하자 자기 잠자리로 살그머니 돌아오고말았습니다.
《이젠 기권했니?》
《엉? 너 자지 않댔니?》
대군이는 단잠에 든 옆동무들을 깨울가 저어하며 조심히 누우려다 흠칫하며 놀랐습니다. 옆동무인 충현이였습니다.
《지금 자는 애가 어디 있니? 너처럼 괜히 헛고생만 할가봐 눈만 초롱초롱해있지.》
충현이의 소곤거리는 말에 여러 동무들이 담요속에서 키득키득하며 약을 올리였습니다.
《그러니까 너희들 날 돌격대로 내몰구…》
대군이의 볼이 순간에 부어올랐습니다.
《자기가 자진했지 내몰긴 누가 내모니? 뻔한 결과를 가지고 네가 무모했지, 해해.》
충현이의 시까스름에 대군이는 약이 더 올랐지만 말문이 막혀버리고말았습니다. 《요것, 자지 않고 내가 노는 꼴을 지켜보면서 참 재미있었겠구나.》
대군이는 충현이의 옆구리에 간지러움을 주며 그의 담요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야, 간지럽다.》
《캐득캐득.》
어느덧 아침기상시간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학원에 울려퍼졌습니다.
《대군아, 기상이다. 빨리 일어나.》
충현이가 곤드라진 대군이를 흔들어깨웠습니다.
《엉? 깜박했구나.》
정신없이 1차정돈을 마치고 신들메를 조이던 대군이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종주먹을 눈앞에 가로 그으며 환성을 질렀습니다.
《넌 꿈에선 울고 깨나선 환성올리니?》
대군이의 영문모를 행동에 충현이의 얼굴에 물음표가 그려졌습니다.
《엉? 너두 나하구 거기에 같이 있었니? 아닌데.》
《체, 대군동무여, 밤새 자지 않고 들락날락하더니 머리가 잘못된게 아니야? 엉뚱한 말만 계속하면서, 빨리 나가기나 해. 아침운동 늦겠어.》
아직 잠에 취한듯한 대군이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 튕겨주며 충현이는 밖으로 달려나갔습니다.
《아니, 정말이였어. 충현아, 내 말 좀 들어봐. 진짜라니까.》
그러거나말거나 충현이는 대렬속으로 스며들고말았습니다.
《일심단결, 조국통일.》
아침달리기가 시작되였습니다.
충현이옆에서 달리는 대군이의 마음은 여전히 흥분에 휩싸여있었습니다.
《후회하지 말고 내 말 들어. 충현아, 내가 글쎄
《그게 정말이고 진짜란거니? 꿈에서라도 밤새 하지 못한걸 했으니 얼마나 좋겠니.》
대렬을 따라 운동장에 들어서던 대군이는 그만 눈이 둥그래졌습니다.
밤새 내린 눈은 어디 갔는지 가뭇없이 사라졌던것입니다.
운동장 저쪽구석에서 눈치기작업을 마무리하는 교원동지들과 상급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였습니다.
《히야, 날랜데? 그 많은 눈을…》
동무들이 혀를 차는데 학원원장선생님이 가까이로 다가왔습니다.
《동무들, 기다리던 날이 왔습니다. 모두들 옷차림을 깨끗이 잘하고 지금껏 준비해온 예술공연도 하면서 설명절을 뜻깊게 보냅시다.》
《야!》
원아들은 환성을 올리며 기뻐하였습니다.
다음일과대로 세면도 하고 호실정돈도 더 깨끗하게 잘했습니다.
사기들이 오른 속에 정돈을 끝마친 원아들은 저저마다 목달개를 단다, 바지주름을 세운다 하며 법석이였습니다.
대군이는 거울앞에서 어제 형이 달아준 목달개를 여기저기 살펴보며 머리를 기우뚱거렸습니다. 모두들 새 목달개를 다는것을 보니 저도 새것을 달고싶었습니다.
하지만 형이 달아준 목달개만큼
(아니, 잘못 단다 해도 내 손으로 달아볼테야. 다들 제손으로 다는데 뭐.)
대군이는 대담하게 목달개를 두르륵 뗐습니다.
한뜸한뜸 목달개를 달아나가는 대군이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내돋았습니다.
이때 충현이가 구두약을 가지고 다가왔습니다.
《대군아, 구두를 벗어. 내가 반들반들하게 닦아줄게. 대신 내 목달개를 좀 달아줘.》
《뭐, 네 목달개?》
《그래, 어제 네가 달았던것처럼만 쌩하게. 너 정말 목달개다는 솜씨가 있더구나.》
《야참, 남의 속은 알지도 못하면서…》
대군이는 속상한 제 마음을 까밝힐수도 없는 일이여서 입술만 쪽쪽 짓씹었습니다.
대군이의 속마음을 알리 없는 충현이는 그만 손을 홱 내저었습니다.
《좋아, 나도 내 손으로 달테야. 누가 더 멋있게 다나 보자.》
충현이 그러며 옆에 앉아 목달개를 두르륵 떼내였습니다.
그러거나말거나 대군이는 다시 바느질을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목달개를 다 단 대군이는 거울앞에 나섰습니다.
자기 재간같지 않게 목달개가 반듯이 잘 달아졌습니다.
저도 모르게 벌쭉 웃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되는걸 괜히 걱정하댔구나.)
충현이도 제법 제손으로 바느질을 해나가고있었습니다.
대군이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 충현이에게로 다가갔습니다.
《충현아, 구두를 벗어. 내가 닦아줄게.》
충현이는 말없이 발을 옹그리며 못들은척했습니다.
《성났니?… 어서 이리 내.》
대군이는 기어코 그에게서 구두를 벗겼습니다.
그러자 충현이도 싱긋 웃었습니다.
반듯한 학원복에 윤기나는 구두를 받쳐 신은 아이들은 서로마다 거울앞을 떠날줄 몰랐습니다.
바로 이때였습니다. 운동장쪽에서 만세의 환호성이 들려왔습니다.
《만세!》
《만세!》
《
꿈결에도 그립던
운동장의 상급생들과 함께 성수가 났던 원아들도 막혔던 물목이 터진듯이 아버지
해님같이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두팔을 벌리시는
《
《아버지
원아들의 얼굴들은 뜻밖의 크나큰 감격에 눈물로 젖어들었습니다.
《그래그래, 모두 잘 있었느냐? 나도 너희들이 보고싶어 이렇게 왔다.》
《둬두오. 애들이 오죽했으면 그러겠소? 원장동무, 아이들이 좋아하게 우리 기념사진부터 찍어줍시다. 얘들아, 어서 사진부터 찍자.》
원아들이 기쁨에 겨워 촬영대에 오르는것을 지켜보시던
《원장동무, 열병식훈련에 동원된 원아들이 있겠는데…》
《그애들도 설명절을 함께 쇠려고 어제 다 데려왔습니다.》
《그렇습니까? 잘했습니다. 오늘 그애들이 못왔으면 래일 훈련장에 나가 그애들과도 사진을 찍으려댔는데 잘됐소.》
원장은 목이 꽉 메여 더 다른 말씀을 올리지 못하였습니다.
원아들이 촬영대에 모두 오르자
대군이와 충현이였습니다.
대군이는 두손으로 볼을 쓸어주시는
《
《그래, 기쁜 날… 너희들의 기쁜 날이면 나도 기쁘다.
고맙다. 너희들을 더 기쁘고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우리가 일을 더 많이 하겠다.》
기념촬영이 끝나자 또다시 만세의 환호성이 울려퍼지였습니다,
손저어 답례를 보내시는
《공연이라… 알겠소. 하지만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소. 내가 오늘 온것은 원아들이 무척 보고싶기도 했지만 보다는 원아들을 위해 무엇을 더해주어야 할가 그걸 알고싶어서요. 우선 학원을 한번 돌아봅시다.》
원장은 뜨거워오르는 격정에 잠겨 말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