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111(2022)년 제1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제일 기쁜 날

현 주 봉

(제 3 회)

3

 

두시간이면 다 돌아보고도 남으련만 가시는 곳마다 사랑을 남기신 경애하는 그이께서는 저녁시간이 다되여서야 원아들이 식사하는 식당에 들어서시였습니다.

원아들에게 국을 부어주던 취사원들이 감격에 겨워하며 인사를 올렸습니다.

《수고들하오. 온반이 정말 먹음직스럽구만. 국이 식기 전에 빨리 부어주오.》

어쩔바를 몰라하던 취사원들이 다시 국을 부어주기 시작하였습니다.

원수님께서는 훌훌 불며 온반을 먹는 원아들을 즐겁게 바라보시다가 옆에 서있던 학원 정치부장을 몸가까이로 부르시였습니다.

《아이들이 온반을 다 좋아하는것같구만. 다들 잘 먹어. 래일 명기소를 보내주겠으니 푸짐히 먹이오. 그래, 점심은 무얼 먹였소?》

《온면을 해먹였습니다.》

《온면이라. 아이들이 좋아했겠구만.》

《예, 그렇습니다. 특히 저기 1학년탁에 앉은 박대군학생은 두그릇을 했습니다. 국수라면 무조건 두그릇 곱배기입니다.》

정치부장이 그이께 여담삼아 말씀올리였습니다.

《곱배기라? 거 좋구만. 가만, 정치부장동무, 이자 저 학생의 이름이 박대군이라고 했지.》

《예, 옳습니다.》

정치부장은 사색이 짙어지시는 그이의 모습에서 혹시 실수라도 하지 않았는가 하여 조바심이 살아올랐습니다.

《그렇다면 과학원에서 연구사업을 하던 박태일동무의 둘째아들이 아니요?》

《예, 옳습니다.》

정치부장은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습니다.

경애하는 그이께서 어떻게 평범했던 과학자의 둘째아들까지 기억에 떠올리신단 말인가.

《왜 그렇게 놀라오? 참, 그녀석 국수를 좋아한다니 꼭 아버지를 빼물은게구만. 여기서 만나다니… 가보기요.》

대군이는 지금 자기에게 어떤 행복이 파도쳐오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온반을 먹고있었습니다.

대군이가 앉아있는 식탁가까이로 가신 원수님께서는 정겨운 시선으로 그의 얼굴을 이윽토록 바라보시며 떠나간 전사의 얼굴을 그려보시였습니다.

《신통해, 보면 볼수록 신통하단 말이야. 이애를 보니 박태일동무를 보는것같구만. 대군아, 많이 먹어라. 그런데 얹히지 않게 천천히…》

대군이의 등을 두드려주시며 원수님께서는 떠나간 옛 전사를 그려보시였습니다.

《수고합니다. 태일동무, 내가 또 왔습니다.》

《아니, 대장동지, 이 엄동설한에 여기가 어디라고 또 오셨습니까.》

소식도 없이 갑자기 원수님을 만나뵈온 대군이 아버지는 몸둘바를 몰라하였습니다.

《무슨 인사말이 그렇습니까? 먼길을 달려온 성의를 봐서라도 수고했다는 소리 한마디 하면 안됩니까?》

《그래도 위험한 길인데…》

《난 일없습니다. 동무들도 지금 일하고있지 않습니까. 난 언제한번 나를 특수한 존재라고 생각해본적이 없습니다. 나도 장군님의 전사입니다. 하루한시라도 인공지구위성제작이 완성되였다는 보고를 드려 장군님께서 기뻐하시게만 할수 있다면 난 여기가 천리라도 백번천번이라도 오겠습니다. 또 내가 옆에 있어야 태일동무의 여기가 든든해진다는것을 다 압니다.》

경애하는 그이께서는 대군이 아버지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려주시며 환한 미소를 보내주시였습니다.

《그래도 우린 장군님곁에서 보좌해드리시는 대장동지를 뵈올 때가 더욱 힘이 솟습니다. 여긴 념려마십시오. 그래서 결사전을 벌리는것이 아닙니까.》

아버지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 고집불통이 또 시작됐습니다. 태일동무, 장군님께선 날 여기로 보내시며 동무들의 연구사업과 생활을 더 잘 도와주라고 간곡히 말씀하시였습니다.》

《예?》

아버지의 가슴속에서는 격정의 파도가 설레이였습니다.

《자, 식사전이지요? 갑자기 오자니 뭘 가져올게 있어야지요. 그래서 내 동무가 좋아하는 옥류관랭면을 받아왔습니다.》

그이께서는 부관이 가져온 랭면을 책상우에 펼쳐놓으시며 대군이 아버지를 의자에 끌어앉히시였습니다.

《대장동지! 흑…》

대군이 아버지는 뜨거워오는 눈시울을 끝내 적시고야말았습니다.

《진정하십시오. 동무들이 정말 고생이 많습니다. 언제한번 투정도 못해보고 일만 일이라고…》

경애하는 그이께서는 대군이 아버지의 손을 뜨겁게 잡아주시였습니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대장동지를 곁에 모시고 일하는것도 분에 넘치는데… 우린 오직 대장동지께서 장군님께광명성-2〉호를 완성했다는 승리의 보고만 드릴수 있게 된다면 최상의 영광이고 행복으로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태일동무. 우리 래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고 하신 장군님의 말씀을 신조로 삼고 본때있게 일해봅시다. 자, 어서 식사를 합시다. 나도 태일동무와 함께 하려고 곧장 여기로 달려왔더니 좀 출출합니다. 태일동무, 덧국수도 있으니 사양말고 곱배기를 해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랭면그릇을 대군이 아버지의 앞으로 밀어놓으며 더 권하시였습니다.

《그런데 태일동무, 내가 잘못 느끼지 않았다면 동무의 신상이 그리 좋지 못한것같습니다. 어디 앓는데가 있는게 아닙니까?》

원수님께서는 대군이 아버지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시였습니다.

《대장동지, 전 하나도 아픈데가 없습니다. 보십시오. 이제라도 철봉에 올라 현수를 하라면 제 나이만큼은 자신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자신께 걱정을 끼쳐드릴가봐 우정 두팔을 내저으며 힘자랑을 하는 대군이 아버지를 이윽토록 바라보시였습니다.

《참, 둘째아들의 이름이 대군이라고 했던가요?》

《예, 대를 이어 장군님을 충정으로 받들라고 그렇게 지었습니다.》

《참 좋은 이름입니다. 언제 한번 만나본다 하면서도 일이 바쁘다나니… 이제 이 전투만 끝나면 집에 한번 가보겠습니다.》

《대장동지, 정말 고맙습니다.》

그이께서는 눈을 슴벅이는 대군이 아버지를 바라보며 속마음을 다지시였습니다.

이번 전투만 끝나면 집에도 찾아가 둘째아들도 만나보고 대군이 아버지를 병원에 입원시키겠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대군이 아버지는 전투승리를 며칠 앞두고 끝내 세상을 떠나고야말았습니다.

원수님께서는 그렇게 떠나간 못잊을 전사의 모습을 대군이의 모습에서 다시 찾아보고계셨습니다.

《대군인 무얼 좋아하느냐?》

원수님께서는 앉아있는 대군이에게 허리를 굽혀 다정히 물으시였습니다.

《다 좋아합니다.》

대군이가 쌔물 보조개우물을 파며 말씀드리였습니다.

《아니, 무엇이 제일 맛있는가 묻는거란다.》

《다 맛있습니다.》

거듭 물으시여도 오직 한가지 대답만 올리는 대군이가 원수님의 참뜻을 잘 리해 못하는것같아 수행하던 학원정치부장이 《대군학생, 원수님께선 밥, 국수, 떡중에서 어느것이 제일 맛있는가 물으신단다.》 하고 귀띔해주었습니다.

《국수를 제일 좋아합니다.》

명랑한 대군이의 대답을 들으신 원수님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면서 다시 물으시였습니다.

《국수를 좋아한단 말이지. 그럼 떡은 싫어하느냐?》

뜨거운 정이 대군이의 온몸에 따스히 흘러들었습니다.

《아버지원수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들은 무엇이든 다 맛있습니다.》

《하하하! 대군인 내가 걱정할가봐 무던히도 애를 쓰는구만. 이애들을 위해주려 오늘 내가 여기 나왔는데 오히려 이애들이 날 위해주는구만. 고맙다, 대군아.》

《아버지원수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대군이가 아버지원수님의 넓으신 품에 와락 안겼습니다.

두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리고있었습니다.

(아니, 저 어린것이 어쩌면…)

수행하던 일군들과 정치부장도 원수님과 대군이사이에 펼쳐지는 뜨거운 정의 화폭속에서 눈굽들을 적시였습니다.

《오냐, 용타. 우리 대군이가 다 자랐어. 그만해라, 그만해.》

대군이를 달래시며 원수님께서는 말씀하시였습니다.

《보시오, 이애들이 얼마나 기특한가. 나는 혁명을 해도 이애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혁명을 할것이요. 그것이 바로 수령님들의 미래관으로 일관된 우리의 혁명관이요.》

《여기 웃층에 학생들의 생일방도 꾸려놓았습니다.》

원장이 그이께 자랑삼아 말씀올리였습니다.

《생일방? 거 좋은 생각을 했소. 원장동무가 일을 알심있게 한다는게 알리는구만. 어디 한번 가보기요.》

경애하는 그이께서는 매우 반가와하시며 원장이 안내해드리는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습니다.

층계를 오르시던 그이께서 문득 걸음을 멈추시였습니다.

《원장동무, 내가 개인적인 부탁을 하나 하자고 하오. 이자 보니 대군이가 몹시 약해보이오, 아버지를 닮아서겠지. 마음에 걸리는구만.》

《알았습니다. 제 무조건 추켜세우겠습니다.》

《꼭 그렇게 해주오.》

그이께서는 간절한 음성으로 당부하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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