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111(2022)년 제1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함께 달리자

전 별

(제 1 회)

1

 

정말 뜻밖이였다.

선생님이 며칠전부터 이곳 ××군청소년체육학교 륙상소조에 새로 오게 된다던 《어떤 애》, 그애가 바로 철수일줄이야.

덕빈이와 철수는 유치원시절부터 소학교를 걸쳐 초급중학교 1학년이였던 두해전까지만 해도 한책상에서 공부해온 딱친구였다. 그러다가 덕빈이가 아버지를 따라 여기 군소재지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아쉽게도 헤여졌던것이였다.

두해전 덕빈이가 떠나온 산골마을학교, 얼마전까지만 해도 철수가 다니다가 떠나온 그 학교는 비록 읍에서도 60리정도 떨어져있는 산골마을학교였지만 군적으로도 체육을 잘하기로 소문이 짜하게 난 학교였다.

덕빈이와 철수가 륙상소조원으로서 훈련의 첫 주로를 달린것도 그 학교의 운동장이였다. 지금 철수를 이렇게 만나고보니 잊을수 없는 두해전의 일이 영화화면처럼 덕빈이의 눈앞에 떠올랐다. …

《덕빈아, 가면 꼭 소식을 전해.》

부릉부릉!… 하고 덕빈이네 이사짐을 실은 자동차가 흰 연기를 내쏘며 발동을 걸던 그때 철수가 하던 말이였다.

《응, 너도 꼭, 꼭 회답을 해줘. 그리구 앓지 말구…》

자동차가 앞으로 움씰하더니 작별은 아쉬워도 가야 할 길은 빨리 가야겠다는것처럼 씽하고 속도를 높였다.

《덕빈아!-》

떠나가는 덕빈이를 다시 붙잡기라도 할듯 따라오며 웨치는 철수의 부름소리가 산골짝에 메아리처럼 울려퍼졌다.

철수의 그 모습이 그렇지 않아도 석별의 아쉬움으로 후덥게 달아오른 덕빈이의 눈굽에 맺힌 눈물방울에 가리워 아물아물 어려왔었다.

마을에서 읍으로 가는 차길이 나진 노루메등성이까지 따라왔던 철수의 그 모습이 지금 또다시 핑그르르 눈물방울을 고여올리게 하고있었다.

덕빈이는 이사를 온 다음날로 철수에게 편지를 띄웠다. 새로 이사온 집에 대하여, 벌써 사귄 마을애들과 군문화회관에서 하고있는 새로 나온 영화의 간단한 내용까지 넣어서. 그다음부턴 한주일이 멀다하게, 얼마후엔 한달에 한번, 얼마전부터는 시간이 좀 날적마다 소식을 나누었더랬는데

《철수야, 이 덕빈이가 네 회답편지를 기다릴적마다 얼마나 속상했댔는줄 아니?》

《그래서 그 회답편지가 이렇게 아예 통채로 날아오지 않았니.》

《정말 그렇구나.》

덕빈이의 응답에 뒤이어 즐겁게 일어나는 두 소년의 웃음소리

그동안 철수의 키와 몸은 눈에 띄게 숙성해졌다.

얼마후 덕빈이는 철수에게 물었다.

《그러니 너 내가 여기로 이사온 후에도 계속 학교륙상소조원으로 있었니?》

《그럼, 나도 너처럼 계속 달렸지뭐.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여기서 너와 다시 만나게 되지 않았니.》

이렇게 대답하고난 철수가 덕빈이의 손을 가볍게 쥐며 말을 이었다.

《덕빈아, 우리 앞으로 마음맞춰서 이 길을 언제나 함께 달리자.》

《좋아!》

소꿉시절부터 굳혀온 버릇대로 덕빈이와 철수의 새끼손가락이 두 가슴의 가운데서 걸어졌다.

이때였다. 어디에선가 《덕빈아!》 하고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나는쪽을 바라보니 한 애가 허둥지둥 달려오고있었다.

《덕빈아! 오래간만에 상봉한 동무라는데 여기 서서 계속 말만 할테야! 이런 푸대접이 어디 있니?》

이렇게 덕빈에게 핀잔을 주고난 그애는 이번에는 철수에게 웃는 눈길을 보내며 푸접좋게 말을 걸었다.

《동무의 동무는 나의 동무다! 알고 지내자. 이름은 정순범, 나이는 너와 한또래. 군청소년체육학교 륙상소조원! 이상!》

덕빈이의 소개를 기다릴새 없다는듯 순범이가 제 먼저 철수에게 익살을 부리며 자기소개를 하였다.

《앞으로 알고 지내자.》

순범이가 철수의 어깨를 툭 치며 하는 말이였다.

《내 이름은 곽철수야. 덕빈이하구처럼 친하게 지내자.》

《나도 찬성!》

순범이의 여전한 익살에 세 소년은 즐겁게 웃으며 소조실로 향했다. 세 소년은 순범이가 가져온 사이다와 과자를 들며 오랜만의 상봉과 새 동무를 사귄 기쁨을 즐겁게 나누었다.

덕빈이와 철수가 함께 참가하는 군청소년체육학교에서의 첫 훈련의 날이 왔다.

《덕빈아, 구대원인 네가 많이 도와줘.》

운동장으로 나서며 철수가 덕빈이에게 하는 부탁의 말이였다.

《걱정말어.》

철수가 자기를 구대원이라고 높이 불러주는데 으쓱해진 덕빈이는 제법 훈시조로 말했다. 하긴 자그마한 산골학교 체육소조원에 불과했던 철수가 처음에는 좀 떨릴수도 있겠지하고 생각했다. 한편 앞으로 철수의 딱친구인 자기가 응당 많이 도와야 한다는 친구로서의 의무감까지 즐겁게 느껴보았다.

《철수야, 이 순범이도 처음 왔을 땐 그랬단다. 너처럼 산골학교 륙상소조원으로 있다가 여기에 와서 〈촌닭 관청에 온듯〉했댔지 뭐. 그런걸 내가 손때를 많이 묻혀서 배짱도 키워주구…》

순범이도 덕빈이의 《손때》에 묻혀 《키》가 커온것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는듯한 표정을 짓고 서있었다.

이날 훈련은 1 000m주로안에서 100m씩을 한 구간으로 하여 종전기록을 돌파하기 위한 훈련이였다.

《드디여 시작되였구나!》

출발선으로 나가며 철수가 덕빈이에게 던진 말이였다.

《너무 긴장해하지 말아. 처음엔 누구나 다 그래.》

덕빈이는 철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

덕빈이는 제일먼저 100m구간을 통과하여 200m구간에 들어섰다. 300m, 400m… 700m구간까지에서 덕빈이는 소조 1번선수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차지하고있었다. 그러나 800m구간에서였다. 이미 700m구간에서 덕빈이의 뒤를 바싹 물었던 철수가 불쑥 덕빈이의 옆에 나타나 어깨를 나란히 하는것이였다.

덕빈이는 속도를 더 높여 철수와 간격을 두려고 하였으나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900m구간에서부터는 철수가 속도를 폭발적으로 높여 덕빈이를 뒤에 떨구고 맨 먼저 결승선에 들어섰다.

《엉?!》

철수의 불의적인 역습에 덕빈이는 깜짝 놀랐다. 선생님의 눈에서도 놀라는 빛이 번쩍했다. 철수의 뒤를 이어 들어선 덕빈이는 선생님을 마주보기가 부끄러워 눈길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몰랐다.

얼마후 덕빈이와 조금 떨어져있는 저쪽켠에서 철수에게 던지는 순범이며 아이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야! 철수야! 너 대단하구나! 기록돌파야!》

《얘들아, 우리 기록돌파자를 한번 춰올려주지 않으련?》

눈길을 돌려 바라보니 철수는 벌써 어여싸- 어여싸! 아이들의 손에 떠받들려 하늘높이 떠오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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