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111(2022)년 제11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함께 달리자
전 별
(마지막회)
3
《좀 쉬였다 가지 않겠니?》
드디여 읍거리입구에 있는 공원앞에 이르렀을 때 덕빈이는 순범이에게 말했다. 자기때문에 땀흘리며 수고하는 순범이를 바라보느라니 고마움과 미안스러움이 함께 겹쳐들었다.
순범이가 제 어깨에 얹었던 덕빈이의 팔을 내리드리우자 둘은 공원의 잔디밭에 풀썩 주저앉았다. 몹시 힘이 들었다.
덕빈이는 상한 발을 조심히 펴며 잔디밭에 앉았다가 이내 벌렁 누워버렸다. 해빛이 눈이 시그럽게 비쳐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누워있었을가. …
이때 어디에선가 《덕빈아!》하고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나는쪽을 바라보니 100m가량 앞쪽에서 철수를 비롯한 소조애들이 달려오고있었다.
《덕빈아, 세게 다쳤니?》
제일먼저 달려온 철수가 걱정이 되여 물었다.
《괜찮아. 크게 다친건 없으니 걱정말아.》
덕빈이는 철수의 걱정을 외면하며 맞갖지 않은 투로 말했다. 이번에는 순범이도 철수앞에 나서며 언짢은 투로 말했다.
《철수야, 너 정말 덕빈이의 딱친구가 옳긴 옳니?》
《?!》
《어떻게 발을 상한 제 동무를 혼자 두고 달아뺄수가 있어?》
《뭐?! 달아뺐다구?》
《그럼 뭐니?》
순범이가 철수에게 따지고들었다.
순간 철수의 얼굴이 한껏 이그러지더니 문득 입에서 벼락같은 말들이 쏟아져나오는것이였다.
《순범아, 뭐라구? 똑똑히 알아둬. 우린 그때 경기진행중에 있은거나 같아. 생각해봐라. 진짜로 국제경기주로에 나선 선수가 저희팀선수가 상했다구 도중에 경기를 포기하고 그 선수를 돌보려 한다면 경기결과는 어떻게 되겠니?》
《뭐?!》
철수의 론리정연한 주장에 순범이도, 그의 말을 듣고있던 덕빈이도 함께 놀랐다.
생각해보면 너무도 뻔하고뻔한 단순한 리치를
잠시동안을 두었던 철수의 목소리가 다시 절절히 들려왔다.
《순범아, 값눅은 동정이 가져올건 패자의 수치밖에 없다는걸 똑똑히 명심해라. 넌 오늘 자기의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 깊이 뉘우쳐야 해. 그리고 동무에 대한 진실한 사랑이 어떤것인가 하는것도 새롭게 알아야 하구.》
순범이는 철수의 말에 한마디의 변명도, 대꾸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었다.
《철수말이 옳지 뭐.》
모여선 애들속에서 누군가 한마디 하였다. 그러자 또 다른 애가 《아무렴!》하고 맞손벽을 울렸다.
《그리고 이왕 말이 난김에 덕빈이 너에게도 한마디 해야겠다!》
철수가 불쑥 화제를 덕빈이에게로 돌렸다.
《덕빈아! 넌 언제부터 자기 체면만을 생각하게 됐니? 1번선수라는 동무들의 그 부름이 무엇인지 알기나 해? 그건 바로 동무들의 믿음이고
사랑이야. 그런데 넌 뭐니? 넌 지금 그 믿음과 사랑을 한갖 자기의 체면유지를 위한 울타리로 써먹고있어. 그 울타리안에서 헤여나오지 못하다나니
오늘은 답보라는 족쇄에 스스로 발목을 잡히구 결국은
철수가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모두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얘들아, 오늘 내가 한마디 내놓고 할말이 있어.》
소조애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철수의 얼굴만 바라보고있었다.
《사실은 내가 훈련때마다 좋은 성적을 보여줄수 있게 된건 어찌보면 덕빈이가 이미전에 보여준 모범이 있었기때문이라는거야.》
덕빈이는 숙였던 머리를 들고 놀란듯한 눈길로 철수를 바라보았다. 다른 애들도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웅성거렸다.
《덕빈이와 내가 남다른 사이라는것은 모두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난 결코 그 무슨 편역을 들자는건 아니야. 사실 내가 여기 군청소년체육학교에 오기전까지만 해도 난 덕빈이가 나에게 보내오는 편지에마다 자랑삼아 써넣어보내군 하던 훈련과정에 세웠다는 그 기록들을 기준으로 삼고 훈련해왔단다. 정말이지 그때 덕빈이의 기록은 나도 힘에 부쳐 무척 넘기기 어려운 높은 수준의 기록이였어. 하지만 난 기어이 그 기록을 돌파했구 오늘은 더 높은 기록돌파를 위해 달리고있는거란다.》
철수의 이야기가 멈춰졌다. 덕빈이의 머리속에서는 《눈부셨던》 자기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그럴수록 자책으로 하여 머리를 들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제날 그렇게 훌륭했던 덕빈이는 지금 어디에 갔니? 정말 더 높이 올려다볼 목표도 없고 자기를 앞서려는 새 〈적수〉들이 부단히 따라오고있다는것을 깨달을만한 지각도 없단 말이야? 그래, 우리는 모두 내 조국의 명예를 위해 함께 달려야 해. 하지만 치렬한 경쟁속에 함께 달릴 때에만 누구든 진정한 금메달선수가 될수 있다는걸 명심해라.》
격해져서인지 철수의 목소리도 떨리고있었다.
덕빈이의 두눈굽으로는 갑자기 눈물방울이 찰랑찰랑 고여올랐다. 철수의 저 비판이 잘못 달리기 시작한
철수의 그 깊은 마음을 모르고 괜히 앵돌아져서 자기의 체면유지에만 급급했던
《우린 단지 우리 소조의 1번선수로만이 아니라 나라의 1번선수, 세계의 우승자가 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훈련에 참가해야 한다고 생각해. 정성옥선수처럼 말이야.》
철수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덕빈아, 너와 나의 우정이 우리 나라를 더욱 빛내이기 위한 피타는 노력과 경쟁속에서 활짝 꽃필 때 그것은 더욱 뜨겁고 값있는것으로 되는거야.》
철수의 그 진정을 읽으며 덕빈이는 마음속에 새로운 결의를 다져넣었다.
(철수야, 만약 이 덕빈이가 힘이 진하다고 주로에서 다시 주저앉는다면 그땐 오늘보다 더 호되게 나를 질책해주렴.
조국의 명예를 떨치는 금메달선수가 되자던 약속의 배반자, 우정의 배반자라고 말이야.)
이것은 덕빈이가 철수에게만이 아니라 동무들모두에게 하는 마음속의 웨침이였고 자기의 심장속에 새기는 맹세이기도 하였다.
며칠후, 철수와 동무들의 뜨거운 지성과 성의로 상하였던 발이 다 완쾌되였을 때 결심을 새로이 다진 덕빈이는 새끼손가락을 내보이며 철수에게 말을 걸었다.
《철수야, 무조건 금메달선수가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
철수도 흔연히 웃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덕빈이와 철수의 새끼손가락이 정답게 걸어졌다. 그전보다 더 뜨겁게… 더 굳세게…
《또 달려볼가?》
덕빈이의 말이였다.
《어델 말이야?》
철수가 영문을 몰라하며 되물었다.
《저기!》
덕빈이는 저 멀리 북대봉쪽을 가리켜보였다.
《정말이야?!》
철수의 얼굴에 웃음이 피여올랐다.
《철수야, 자, 어서 앞서렴.》
이렇게 말해놓고나니 덕빈이는 왜 그런지 코마루가 찡해왔다.
《덕빈아! 찬성이다. 그런데 더 좋기는 우리 소조원들모두가 함께 달리는것이 어때?》
《좋다!》
《좋아!》
덕빈이와 철수가 나누는 이야기를 즐겁게 듣고있던 애들속에서 환성이 일어났다. 그중에서도 순범이가 제일 성수가 나하였다. …
그들이 나는듯이 달려가는 앞에서 북대봉이 허리를 낮추고 빠른 속도로 웃으며 마주 달려오고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