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112(2023)년 제2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특별숙제
김현심
제 2 회
누나가 해주는 밥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어른들도 모두 《방학》을 맞았습니다. 아니, 격리되였다고 하였습니다. 난 아직 그 말뜻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형은 아주 엄엄하게 말합니다. 서둘러 병원에 나가면서 아버지도 당부했습니다.
《진송아, 은송아, 열이 나면 아버지한테 즉시 알리고 반장큰엄마한테도 알려라. 밖엔 절대 나가면 안된다. 알았니?》
《예, 아버지, 빨리 오셔야 해요.》
다른 사람들은 다 집에 격리되여있지만 군의인 아버지는 병원에 나가야 한대요. …
따르릉! 따르릉! 전화종이 울렸습니다.
나는 형과 함께 만화영화 《소년장수》를 보다가 냉큼 달려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받습니다.》
《은송아, 엄마다!》
《야! 엄마! 나 은송이야요. 엄마, 언제 오시나요?》
《엄마가 인차는 못갈것같구나. 그런데 너희들 아픈덴 없니? 열들은 안나구?》
《응, 아프지 않아요. 엄마, 그런데 이젠 아버지가 해주는 밥이 맛이 없어요.》
형이 그런 나를 흘겨보더니 자기에게 얼른 송수화기를 달라고 손을 내밀어요.
《어머니, 나 진송이야요. 잘 계시나요? 우리 걱정은 아예 하지 마세요.》
《그래, 우리 진송이가 정말 용쿠나. 진송아, 어려운 때일수록 아버지말을 더 잘 듣고 동생도 더 잘 봐주렴. 그리고 몸간수도 특별히 더 잘하고…》
《예, 잘 알았어요.》
붕- 갑자기 전화가 끊어졌습니다. 나는 새삼스럽게 형의 얼굴을 말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형이 형이예요. 난 고작해야 아버지가 해주는 밥이 맛이 없다는 말밖에 못했는데 형은 엄마가 걱정하지 않게 얼마나 어른스럽게 말하나요. 나는 그만 뒤더수기를 뻑뻑 긁고말았습니다.
《형! 형! 저기 아버지 맞지?》
《엉? 어디?》
《아, 저기! 에이, 지나갔다.》
형과 함께 TV를 보던 내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막 소리쳤습니다.
인민군대 군의부문아저씨들이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겠습니다!》
내가 또 무작정 소리쳤습니다.
《저기 아버지! 맞구나. 진짜 우리 아버지구나.》
형도 그제야 굳은 맹세를 다지는 군대아저씨들의 대오속에서 아버지를 알아보고 나의 손을 꽉 그러쥐였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집에는 형과 나만 남게 됐어요. 쪼꼬맹이만 둘이! 글쎄 형이 나보담 퍽 어른스럽지만 밥이랑 찬이랑은 뭐 할줄 아나요? 그리고 밤엔 무서워서 어떻게 자구요? 걱정만 새록새록 갈마들었습니다.
《똑똑똑.》 이때 문두드리는 소리가 울렸어요. 문을 여니 반장큰엄마와 대학에 다니는 반장큰엄마네 딸이 같이 서있었어요.
《진송아, 은송아, 그동안 누나랑 같이 있거라. 너희 아버지, 어머니가 얼마나 큰일을 하고있니. 비록 부모만은 못해도 우리 순영누나가 너희들과 같이 있겠다누나, 어떠냐?》
형이 인사를 꾸벅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누나도 이자 TV에서 우리 아버지 봤나요?》
나는 눈이 초롱초롱해서 누나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그래서 이렇게 달려오지 않았니?》
그래서 나와 형은 순영누나와 살게 되였습니다. 누나가 처녀이기는 하지만 아버지보다야 밥이랑 찬이랑 아무래도 더 맛있게 하겠지요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