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2호에 실린 글

 

    □ 단 편 소 설 □

                                                리 광 철

                                                 그림 김광석

 

나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 문성이가 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를 따라 여기에서 100여리나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갔다.

그의 아버지는 제대군관이다.

2년전에 이곳 탐사대에 배치를 받았다가 그곳 탐사대의 책임일군으로 소환되여갔던것이다.

그러니 문성이와 사귄 나날은 고작해서 2년밖에 안된다.

산골마을인 화식동에 중학교 3학년생이라고는 그 애와 나 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문성이에게 세상에 둘도 없는 《가시》이며 《따벌》이라는 곱지 못한 별명을 달아주었다.

이름이 문성이라고 하면 순박하게 들려오고 또 생긴것도 처녀애처럼 곱살하지만 《고약한》 그의 성미때문에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생긴 이 기봉이의 기분을 잡치게 하군 하였다.

그 애하군 무슨 약속을 해도 어른처럼 깊이 생각해보고 또 결심이 확고해졌을 때 해야지 허투로 생각하고 약속했다간 코 떼서 주머니에 넣게 된다.

《아이어른》이란 말이 무슨 소린가 했더니 그 애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 푸른 언덕에 올라 서로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성이는 앞날의 수학박사로, 나는 세계적인 권투선수로 자랄것을 서로 약속하였다. 그러나 마음이 굳세지 못하고 어설핀 나에게선 변화가 일어날 때가 많았다.

내가 그럴 때마다 문성이와의 다툼질이 벌어지군 하였다.

내가 권투훈련에 싫증을 느끼고 미술계로 머리를 기웃거리게 되였을 때이다.

단풍이 붉게 타고 구름이 높이 뜬 가을날.

화판을 척 끼고 시내가로 내려가는 나의 앞길을 문성이가 막아나섰다.

《기봉아! 내가 〈무언극〉보여달라니?》

《〈무언극〉?  어디 해봐.》

나는 호기심에 끌려 너럭바위우에 앉아 문성이를 내려다보았다.

문성이는 평시엔 얌전한것 같지만 대중앞에서 토론이나 예술활동이 있을 때면 입 딱 벌릴 정도로 잘하군 하였다.

그는 무대우에 나선듯 가볍게 인사까지 하였다.

치렬한 권투경기를 하는 흉내를 내던 그는 권투장갑을 집어던지고 눈을 올리떴다 내리떴다 하며 그림그리는 시늉을 하였다.

다리를 흔들거리며 재미나게 구경하던 나는 그제서야 모든걸 눈치채고 눈을 치떴다.

《야! 그만두지 못하겠니?》

꽥 소리쳤으나 문성이는 이번엔 두팔을 나풀거리며 춤추는 동작까지 하였다.

《변덕쟁이가 이번엔 무용배우로 자라나고있습니다.》

《뭐야?!》

나는 벌떡 일어나 그의 팔을 획 잡아 비틀었다.

《아야! 내가 뭘 잘못했다구 그래?》

《야! 이 기봉이의 눈치가 발바닥인줄 알아? 한방 맞아보겠니?》

성이 머리끝까지 난 나는 주먹을 추켜들고 문성이의 해말쑥한 얼굴을 노려보았다.

성미가 가시같은 그 애는 눈 한번 깜빡 안하고 오히려 코웃음쳤다.

《흥! 기분이 상하니? 네가 권투를 버리고 미술로 돌려고 하는게 사실이 아니란 말이야? 그런 변덕쟁이가 래일은 무용배우가 되겠다고 안할것 같으니? 어디 대답해봐. 우리가 어떻게 약속했니, 응?》

나는 그전에도 그 애한테 주먹이 널름널름 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사리정연한 그의 말에 매번 주먹의 맥이 빠지군 하였다. 경우나 리치에 딱딱 맞는 그의 말에 주먹이나 휘둘러서 해결할 때는 이미 지나갔던것이다.

내가 머밋거리는 사이에 문성이가 또 따벌이 쏘듯 하였다.

《우리 선생님이랑 체육선생님이 이야기하지 않던. 넌 체질상 권투선수가 좋다고 했어. 그리구 너두 결심이 확고하지 않았니. 그런데 어느새 벌써 변했는가 말이야. 무슨 애가 한입 가지고 이랬다 저랬다 하니. 한번 다진 약속도 그렇게 저버리는 애가 어떻게 앞으로 큰일을 하겠니.》

눈살이 꼿꼿해서 제 하고픈 소리를 아무 거침없이 마구 내쏟는 문성이를 나는 정신나간 애처럼 눈이 퀭해서 바라보았다.

얼굴이 뚫어지게 쏘아보는 눈길, 한마디 한마디를 꽁꽁 씹어서 탁탁 내쏘는 그 얄팍한 입술,

정말 이럴 땐 붙어가던 정도 뚝 떨어지고만다.

《에익!》

주먹이 불끈했으나 나는 그 애를 더 어쩌지 못하고 옆의 나무만 꽝 치고는 홱 돌아서고말았다. 그런 일이 벌어져서인지 나의 머리속에서는 미술에 대한 생각이 사라졌다. 사실 미술로 돌려고 한것보다 훈련이 너무 힘들어 마음속의 변화가 좀 있었을뿐이였다.

그후부터 문성이는 나에 대한 《관심》을 더 높여나갔다.

오늘 아침은 몇시에 일어났는가, 소조활동이 끝난 후 집에서 몇시까지 훈련하였는가, 학교에 오고갈 때 체육선수답게 달리기훈련을 하지 왜 슬금슬금 걸어다니는가 등 시시콜콜히 따지고 참견하는데 막 몸살이 날 지경이였다.

희망을 한번 약속한걸 가지고 남을 그렇게 못살게 구는 문성이가 얄미워 한번 혼쌀내주고싶은 생각이 내 머리속에 굴뚝처럼 솟아났다.

그는 모든데서 형편없는 이악쟁이지만 체질상 약골이다. 가을날 목물을 하자고 약속하면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그 성미에 따라나설것은 뻔하다. 그러나 그는 단한번에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와들와들 떨며 주저앉고말것이다.

그때 찬물을 끼얹어준 다음 《보라, 〈약속〉이라는걸 한번 지키기가 그렇게 힘들어. 그런데 넌 그 〈약속〉이라는걸 가지구 날 얼마나 못살게 굴었니? 다시 그러겠니 안 그러겠니?》하고 따지고들면 그는 입술이 새파래가지고 《다… 다신 안 그러겠어.》하고 울상이 되여 빌붙을것이다.

북쪽에서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일요일 아침이였다.

찬바람은 싸늘하게 불어오고 개울은 보기만 해도 몸이 으시시해왔다.

결패있게 웃동을 벗은 나는 찬물에 수건을 적시고 랭수마찰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문성이도 우들우들 떨며 찬물에 수건을 적시였다. 우리는 목물까지 하였다.

그날 나는 독감에 걸려 덜썩 앓아눕게 되였다.

어찌나 골이 쏘고 뼈마디가 쑤셔나는지 그날 끝내 학교에 가지 못하고말았다.

문성이가 감기약을 가지고 병문안 왔을 때 나는 너무도 멋적고 창피해 이불을 뒤집어쓴채 묻는 말에 대답도 제대로 안했다.

독감이 떨어진 후 문성이가 랭수마찰이랑 목물을 또 하자고 찾아왔을 때 나는 한길이나 뛰였다.

《아! 됐어. 어서 너나 해.》

《목물은 네가 먼저 하자구 그러지 않았니. 책을 보니까 겨울랭수마찰은 좋은것이 아니라고 했어. 그러나 너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했어. 넌 이름난 체육인이 되겠다고 하면서 그렇게 몸을 아껴서야 되겠니? 깡지근해가지구.…》

《뭐? 깡지근해? 챠! 이거야 정말.》

한마디 말을 해도 가슴이 콕콕 쏘게 내쏘는 문성이가 너무도 얄미워 입술까지 바르르 떨리였다.

그다음부터는 그 애하고 웬간해서는 《약속》이라는것을 하지 않았다.

두번 다시 《약속》했다간 이번엔 어떤 졸경을 칠지 모를 일이였다.

그러나 원래 밸통이 센 나로서는 그냥 그를 내버려둘수 없었다.

(어디 두고보자! 권투가 어떤건지 내 보여줄테다.)

문성이는 시간을 짜내여 이따금 이 기봉이를 위해 훈련대상자가 되여주군 하였다.

어디서 권투기술은 배운것 같지 않은데 몸을 날래게 놀리며 대담하게 맞받아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기술로나 팔힘으로나 이 기봉이와는 대상이 못되였다.

지금까지는 훈련대상자가 상하지 않게 힘과 기술을 조절하였지만 이번엔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것이다.

확실히 나에겐 나쁜 심술이 있었고 야심이 있었다.

그날 이 기봉이를 위해 대상훈련을 해주는 문성이를 바로쳐서 넘어지게 하였다.

미안하기도 하고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그를 일으켜세워주는데 정신이 든 문성이가 눈을 뜨고 빙긋이 웃는것이였다.

《기봉아, 넌 정말 무쇠주먹이야. 넌 꼭 훌륭한 권투선수가 될수 있어. 난 믿어.》

《!》

이러는 애한테 내가 뭐라고 대답하랴. 목구멍으로 뜨거운것이 울컥 치밀어올랐으나 아무 내색없이 그의 옷만 툭툭 털어주었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에도 나의 가슴 한귀퉁이에는 언제나 야심이라는것이 사라지지 않고 꿈틀거렸다. 그 야심은 이 기봉이에 대한 그의 《관심》과 《참견》이 심해질수록 더해갔다.

(네가 수학박사가 되기 전에 내가 먼저 인민체육인이 될테다.)

내가 권투훈련에 모를 박자 이번에는 수학이랑 물리과목이랑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또 참견하기 시작하였다.

(아유, 고거 그저…)

차라리 그 애가 다른데로 이사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동네에 한학급애가 없을 때에는 애타게 바라던 동무였지만 지금은 얼마나 귀찮은지 몰랐다.

내가 이러든말든 문성이의 《관심》과 《참견》은 변함이 없었다.

솔직히 그가 밉기만 한것은 아니였다.

그의 《극진한 관심》과 《세심한 참견》은 나의 성적이 더 오르게 하였다.

내가 점차 공부에도 관심을 돌리고 훈련도 맹렬히 하자 그의 랭랭하던 눈빛은 봄눈처럼 사라지고 따스한 빛을 내뿜기 시작하였다.

《어젠 힘들었지? 손목이 다 부어올랐구나. 이건 권투에 관한 책인데 도움이 될게야.》

《땀을 많이 흘렸을 땐 산꿀을 시원하게 타먹는게 좋대. 피곤두 풀리구. 어서 받아.》

그럴 때마다 나의 가슴으로 그에 대한 고마움이 슴배여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제대군관인 그의 아버지도 나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휴식일은 물론 어떤 때는 우정 시간을 내여 우리 집에 찾아와 나의 권투훈련모습도 보아주면서 고무도 해주고 우결함도 지적해주군 하였다.

그러던 문성이네가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되였다.

차라리 그 애가 없었으면 했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그 애와 헤여지는것이 정말 섭섭하고 내 마음을 쓸쓸하게 했다.

이렇게 갑자기 헤여질줄 알았으면 다툼질도 안하고 친하게 지냈을걸 하는 후회가 가슴을 허비였다.

문성이는 나와 헤여지면서까지 가시같은 제성미를 그대로 내비치였다.

《기봉아, 너 하루에 5시간 훈련 알지? 내가 와서 꼭 검열할테다.》

갈린 목소리로 그 애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축축해진 속눈섭을 치뜨고 우야 큰소리쳤다.

《야! 날 여직껏 못살게 굴고서도 아직 성차지 않아서 그런 소릴 해? 이 자식 어디 혼나봐라.》

몸이 갱핏한 문성이를 뉭큼 들어 한고패 돌고난 나는 풀밭에 함께 딩굴며 웃음을 터뜨리였다.

파릿한 잔디밭은 우리를 품에 안고 놓고싶지 않은듯 잎새를 눕힌채 숨을 죽이고있었다.

문성이와 헤여진 후 마음이 쓸쓸해져 나는 그가 떠나간쪽을 멍히 쳐다볼 때가 많았다.

떠난지 두어달 지났는데도 소식편지 한장 없자 성까지 벌컥 냈다.

(자식! 그리구두 뭐 《검열》하겠다구? 야! 말만 앞서지 말아.)

말만 앞세운다고 뒤욕을 먹던 문성이가 진짜 우리 집에 불쑥 나타났다.

그때의 기쁨이란… 나는 너무 반가와 눈물까지 핑 돌았다.

나를 부둥켜안고 한동안 돌아가던 그는 이어 《검열》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눈살은 꼿꼿해지고 얼굴은 찡그려졌다.

왜 훈련강도가 약해졌느냐, 권투기술이 왜 앉은자리에서 방아만 찧느냐, 그새 두어달동안 뭘 했느냐고 따지고드는데 변함없는 《가시》이며 《따벌》이였다.

사실 나는 문성이가 떠난 후 웬일인지 마음이 쓸쓸해지고 맥이 풀려 훈련에 정열을 쏟아붓지 못하고있었던것이다.

《가고말겠다. 내가 그 꼴이나 보자구 여기까지 온줄 아니? 에익!》

그 애는 정말 떠나려고 려행가방을 둘러멘채 마당으로 씽 나왔다.

너무 급작스러운 일에 나는 황황히 따라나와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야! 욕은 하더래두 하루밤 자구 가, 응? 이거야 너무하지 않니. 내가 널 얼마나… 보구팠는지… 아니.》

나의 젖은 목소리에 대문쪽으로 향하던 문성이가 픽 돌아섰다.

그 애의 눈가에도 물기가 스며있었다.

《누군 뭐… 보구프지… 않은줄 아니.… 무슨 애가 그렇니? 그래가지구 어떻게 훌륭한 체육인이 되겠어. 넌 텔레비죤에서 우리 나라 녀자축구선수들을 보지 못했니? 시상대에 올라 공화국기발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그들을 볼 때 나도 저도 모르게… 넌 그걸 보면서 그렇게두 생각되는게 없니?》

《!》

나는 목이 꺽 메여 말뚝처럼 서있기만 하였다.

눈앞에는 아시아청년녀자축구경기에서 1등을 하고 기쁨에 눈물짓던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들의 모습이 뜨겁게 안겨왔다. 나도 그들처럼 공화국기를 휘날릴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금시 눈물이 솟구쳐오를것 같았다.

고개를 떨구고있는 내곁으로 문성이가 다가왔다.

《좋다. 오늘 밤 함께 자면서 가만두지 않을테다.》

그날 밤 우리는 한자리에 누웠다.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유정하게 느껴오는 밤이였다.

누워서도 그가 나를 《가만두지 않기》를 은근히 기다렸다.

전에와는 달리 지금은 그의 《가시》한테 찔리우고 《따벌》한테 실컷 쏘여야 속이 시원할것 같았다.

그러나 문성이는 누워서 내 손만 꼭 잡고있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무슨 애가 남을 위해 이처럼 애쓸가. 남을 위해 그처럼 가슴아픈 말도 서슴없이 해주고… 제 공부하재도 시간이 모자라겠는데 100리길이나 넘는 여기까지 찾아와 《채찍》을 드는 이 애는 도대체 어떤 애일가.

그의 어깨에 살그머니 손을 얹으며 나는 속삭이듯 말했다.

《난… 네가 좋아.》

《따벌인데두?》

문성이는 우정 놀라는척 하며 빙긋이 웃었다.

《정신을 차리게 쏘는거야… 좋지 뭐. 난 네가 옆에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

《기봉아!》

우리는 서로 꼭 껴안았다.

마음이 하나로 이어져서인지 심장의 박동소리도 더 크게 들려왔다.

이윽해서 문성이가 차분한 눈길을 들었다.

《기봉아, 사실 난… 여기까지 올 생각을 못했어.… 그런데 아버지가 동무를 위한 마음이 커야 조국을 위한 마음도 커진다고 하면서… 어서 가서 도와주고 힘을 주라고 하기에… 이렇게 왔어.》

《!》

나의 눈앞에는 제대군관인 문성이 아버지의 모습이 확 떠올랐다.

권투훈련도 보아주며 어떤 때는 시범동작까지 하면서 이끌어주고 고무해주던 모습이 가슴뜨겁게 안겨왔다.

감동에 젖은 나의 얼굴을 바라보던 문성이는 웬일인지 자꾸 눈을 슴벅이는것이였다.

《기봉아, 오늘… 사실대로 말하라니?》

《뭔데?》

금시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있는것 같아 가슴까지 두근거렸다.

《사실… 아버진 나의 친아버지가 아니야.》

《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문성이의 친아버지가 아니라니.

놀라는 나를 다정히 손잡아주며 그는 물기에 젖은 목소리로 떠듬거렸다.

《지금 아버진 우리 아버지의 전우였어.… 해상전투에서 우리 아버진 적들과 싸우다 희생됐어.…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자… 지금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나를 친자식처럼 키우고있어.》

《!》

《아버진 늘 이야기하군 해. 용감한 아버지의 아들답게 언제나 조국을 위해 살라구… 기봉아! 나도 아버지처럼 조국을 위해 무엇인가 해놓고싶어. 그리고 너두… 네가 훌륭한 희망을 안고있다는걸 알면서두 잘… 도와주지 못했어.… 가슴허비는 말만 하구… 내가… 미웠을거야. 용서해.…》

《문성아!》

다시금 그를 와락 그러안은 나의 눈가에는 뜨거운것이 맺히였다.

조국을 위하는 마음, 그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이것이 차고넘쳤구나. 그런 뜨거운 마음을 간직하였기에 내가 멀리하고 차겁게 대하여도 모든걸 다 참아나가며 조국을 받드는 길에 함께 가자고 그처럼 아글타글 애써왔구나.

조국에 대한 사랑이 뜨거울수록 동무에 대한 사랑도 뜨겁다는것을 문성이를 보며 나는 가슴깊이 느낄수 있었다.

이처럼 훌륭한 애와 함께라면 그 무엇인들 못하랴.

나는 가슴이 벅차올라 그의 손을 꽉 잡았다.

《문성아, 내 꼭 훌륭한 권투선수가 되겠어. 그래서 공화국기를 꼭 휘날릴테야. 두고봐.》

《그래, 우리 조국을 받드는 길에서 언제나 친구로 살자.》

서로 마주보는 우리들의 눈빛은 새별처럼 반짝이였다.

그와 헤여진 후부터 이를 악물고 훈련을 맹렬히 해나갔다.

그후 군적인 소년급권투경기에서 1등을 한 나는 문성이의 집을 뻐젓이 찾아가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평양제1중학교에서 문성이의 편지가 날아왔다.

그 애가 언제 평양으로 갔는지도 놀라왔고 그 내용을 읽어볼수록 더욱 놀라왔다.

전국적인 수학경연에서 1등을 하였다는 소식과 함께 우리 힘을 합쳐 내 조국을 받드는 길에서 영원한 친구로 살자는 뜻깊은 내용이였다.

그 편지는 나의 가슴을 쳤다.

군적인 경기에서 1등이나 한걸 가지고 그애한테 자랑하려던 나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고 부끄러운지 몰랐다.

나의 심장은 세차게 높뛰기 시작하였다.

(문성아, 내 꼭 경기마다에서 1등을 하마. 날 기다려. 우리 평양에서 다시 만나자!)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