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12호에 실린 글

 

□ 단편소설 □

로 명 주           

 

따스한 아침해빛이 창문을 넘어 살금살금 다가와 주성이의 눈시울을 간지럽힙니다.

그 바람에 눈을 뜬 주성이는 시계를 쳐다보다가 그만 화들짝 놀라 잠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시계바늘이 글쎄 5분전 8시를 가리키는것이 아니겠어요.

(아이쿠, 지각했구나.)

주성이는 콩당콩당 발을 구르며 방안 여기저기를 휘둘러보았습니다.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느때는 새벽에 일하러 나갔다가도 꼭꼭 제 시간에 다시 들어와 깨워주군 하던 어머니였는데…

오늘은 어떻게 된 일인지 주성이는 미처 생각해볼 겨를도 없습니다.

깨끗한 상보를 씌워놓은 밥상이 웃목에 놓여있지만 밥이 다 뭡니까?

주성이는 부리나케 세면을 하고 옷을 입은 다음 책가방을 둘러메고 학교로 달음박질쳤습니다.

조용해진 학교운동장을 가로질러 2층에 있는 교실문앞까지 단숨에 뛰여올라간 주성이는 헐떡거리는 숨을 가라앉힐새도 없이 머리를 수그리고 교실로 들어섰습니다.

《주성학생, 왜 이렇게 늦었어요?》 이제 선생님이 이렇게 물으실것입니다.

뭐라고 대답한단 말인가?… 어머니때문이라고 말할수도 없고…

학급애들의 깔끔해진 눈길들이 재미나는 선생님의 설명을 방해한 자기에게 콕콕 날아와박힐것입니다.

벌개진 얼굴을 천천히 들어올리던 주성이는 그만 뒤로 벌렁 나가자빠질 정도로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글쎄, 교실이 텅 비여있지 않습니까?

그때에야 주성이는 (아차!) 하고 제 머리를 탁 때렸습니다.

(참, 오늘이 일요일이지.… 그런걸 괜히… 에―참)

주성이는 누군가가 숨어서 자기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깨고소하게 바라보는것 같아 뺑소니를 쳐 학교울타리밖으로 나와버렸습니다.

집으로 터벌터벌 걸어오면서 생각해보니 정말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한 일이였습니다.

(다 어머니때문이야. 어머닌 왜 새벽부터 일밖에 모르실가.…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주성이는 지금까지 이 세상에서 자기 어머니처럼 그렇게 좋은 어머니는 없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유치원시절에 빨간 별을 타가지고 온 날이면 어머니는 두볼이 얼얼하도록 다독여주기도 하고 알사탕이랑 맛있는 과자랑 듬뿍듬뿍 안겨주며 기뻐서 어쩔줄 몰랐답니다.

동네사람들앞에서 자랑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압니까?

어떤 때는 글쎄 한학급, 한동네에 사는 남이 어머니한테까지 자랑을 하여 쑥스러웠던적도 있었습니다.

같은 학급에 다니는 남이도 꼭같이 5점을 맞았는데 어머니는 마치 주성이가 받은 점수는 5점이 아니라 그보다 더 높은 점수라도 되는듯이 자랑을 했으니…

어쨌든 좋았습니다.

그건 어머니가 자기를 무척 고와한다는것이니까요.

오죽하면 건너집에 사는 반장아저씨가 《주성이는 참 좋겠다. 엄마가 널 무척 고와하니 말이다. 정말 부럽구나. 나도 다시 너처럼 어린시절로 되돌아가면 좋겠다.》하고 진짜로 부러워했겠습니까.

그런 어머니였는데 도에 있는 농업대학으로 공부하러 간 아버지를 대신하여 분조장사업을 맡아하면서부터 아예 달라졌습니다.

언제나 별이 총총한 새벽에 밭으로 나갔다가 밤이 깊어서야 들어오군 하였습니다. 그때마저도 주성이의 숙제장을 봐주는 시간보다도 그 무슨 《농작물비배관리》요, 《두벌농사》요 하는 책들만 들여다보군 했습니다. 옛이야기책이나 재미있는 소설책도 아닌 그런 책을 계속 보기만 하니…

어제 있은 일입니다.

《어머니, 자 보라요.》

농장일을 끝내고 밤늦게야 집에 들어오는 어머니를 기다리며 칠칠 내려감기는 눈까풀과 씨름하느라 지친 주성이였지만 5점시험지를 척 내놓을 때의 기쁨이란 얼마나 큰지 몰랐습니다.

《아이구, 우리 귀염둥이가 또 5점이구나.… 어디 보자, 어디. 정말 용쿠나. 어디 한번 안아보자.…》

이제 이런 환성과 함께 어머니는 주성이를 담뿍 안고 온갖 칭찬을 아낌없이 쏟아줄것입니다. 늘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이상하게도 어머니는 아무말없이 시험지를 바라보기만 하는것이였습니다.

혹시 내가 시험지를 거꾸로 놓아 《5점》이라는 수자가 《오리》처럼 보이는게 아니야?

주성이가 시험지를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니 빨간색연필로 커다랗게 쓴 점수는 어머니앞에 정확히 《차렷》자세로 서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가 딴 생각을 하고있었구나. 시험지를 보는것처럼 하면서 말이야.…

《야참, 어머니―》

주성이의 볼부은 소리가 날아가서야 어머니는 제정신이 든듯 펄쩍 놀라는것이였습니다.

《응―왜 그러니… 오―시험을 쳤니? 5점이로구나. 용타, 자만하지 말고 앞으로 공부를 더 잘해야 한다.》

어머니의 칭찬은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주성이는 분조사업일지를 꺼내놓고 《평당포기수》요, 《정보당 기름소비량》이요 하는 계산에만 몰두하는 어머니를 야속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억울한 일은 그것뿐이 아니랍니다.

얼마전에는 글쎄 학교에서 과외활동시간에 조직한 좋은일하기에 빠졌다고 눈물이 찔끔 나오게 욕을 하였습니다.

그 욕은 주성이가 세상에 태여나서 처음 먹어본 아주 호된 욕이였습니다.

우정 빠진것도 아니고 수학숙제를 하는 정신에 잊어먹고 못 참가했는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사정을 알아볼념도 하지 않았습니다.

《벌써부터 일하기 싫어하는 녀석이 앞으로 어떻게 농장의 주인이 되겠니? 덜된녀석같으니…》

그까짓 욕쯤은 아픈것은 아니지만 어머니가 자기를 미워한다는것은 눈물이 쏙 나올만큼 아주 서러운 일이였습니다.

그때 일이 떠오르자 주성이는 눈굽이 저도 모르게 따끈해지면서 눈물이 맺히려고 합니다.

그 바람에 하마트면 마을어귀에서 마주친 남이에게 눈물을 보일번 했습니다.

《주성아.… 아침부터 어딜 갔댔니?》

남이가 호기심이 함뿍 어린 얼굴로 이렇게 묻는것이였습니다.

《으응, 저… 저 등너머 딸기밭에… 거기 있는 누나들이 첫물딸기를 주겠으니 오라고 했거던.》

주성이는 제일 친한 남이에게도 사실대로 말할수 없었습니다. 괜히 부산을 피운 일을 말하면 배를 그러쥐고 웃어댈게 아닙니까?

아니, 차라리 그랬으면 좋기라도 하겠습니다.

아마 어머니한테 《미움》받는 자기를 측은하게 바라볼지도 모릅니다.

절대로 알게 해선 안돼.…

하지만 이것 보십시오.

남이는 무엇이 미심쩍은지 그림책에서 나오는 《간첩》을 만난 아이처럼 이상한 눈빛으로 주성이를 올리훑고 내리훑으며 머리를 기웃거렸습니다.

《딸기밭에 가면서 책가방은 왜 들고가니? 어디 너한테 딸기가 있기나 하니?…》

주성이는 당황해졌습니다.

거짓말을 한 자기의 속을 남이가 홀딱 들여다본것만 같았습니다.

《쳇, 그럼 내가 거짓말 하겠니? 갔다가 실컷 먹기만 하구 오는 길이야.》

이렇게 큰소리치면서 아침밥도 못 먹어 훌쭉해진 배를 쑥 내밀어보였습니다.

《누가 거짓말이라던.… 그저 물어본거지.…》

남이는 해죽이 웃으며 시뚝해진 주성이의 팔을 잡아흔들었습니다.

《근데 넌 어델 가는 길이니?》

《읍에 있는 학생도서관에 가는 길이야. 너와 같이 가려고 집에 갔댔는데…》

《학생도서관에? 또 새 그림책이 나왔다던?》

《아니, 모르겠어. 혹시 새책이 나왔나해서… 함께 가지 않을래?》

《먼저 가, 난… 숙제를 마저 해야 해.》

주성이는 점직해져서 돌아섰습니다.

《아니, 얘 주성아. 숙제야 도서관에 갔다와서 하면 되지 않니?》

《안돼, 선생님이 그 어떤 재미나는 일이 있어도 숙제부터 하고 놀라고…》

《나도 알아. 난 벌써 엊저녁에 다했는데 넌 굼벵이로구나. 제꺽 하고 따라와.》

남이는 한시바삐 재미나는 그림책을 보고싶은지 삑 돌아섰습니다.

읍에 있는 도서관은 그들의 걸음으로 15분쯤 가면 있었습니다. 그쪽으로 콩당콩당 깨꾸막질을 하며 달려가는 남이 등에 대고 주성이는 입을 비쭉거렸습니다.

《헹, 내가 굼벵일게 뭐야.》

사실 숙제는 어제 저녁에 다하고 예습까지 해놓은 주성이였지만 배가 고파났기때문에 그렇게 둘러친것입니다. 딸기는커녕 아침밥도 아직 못 먹은 배에서는 련속 쪼르륵― 소리가 났거던요.

주성이는 저도 모르게 남이가 부러워졌습니다.

저 애의 어머니는 좀전에야 일하러 나갔을텐데…

주성이의 입에서는 저도 몰래 《호―》하는 한숨소리가 새여나왔습니다.

 

×

 

집으로 돌아온 주성이는 책가방을 벗어놓자마자 밥상에 마주앉았습니다.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빨리 밥을 먹어치우고 남이를 따라가서 재미나는 그림책을 보면서 놀고싶었던것입니다.

상보를 걷어내던 주성이는 눈이 둥그래졌습니다.

밥상에는 주성이가 좋아하는 여러가지 찬그릇들이 놓여있고 밥그릇옆에 있어야 할 국그릇대신 편지가 놓여져있었던것입니다.

주성이는 편지를 손에 들었습니다.

《주성아, 시간이 없어서 국을 미처 끓이지 못했구나. 오늘중으로 활창대를 해야 하기때문에 일찌기 구름령에 가야 한단다. 내 저녁에 돌아와 국을 맛있게 끓여줄테니 아침은 그냥 먹으렴. 어머니를 욕해라.… 참, 그리고 어제 네가 말한 도화공작에 써야 한다는 그 고령토를 내 꼭 가져오마. 고령토가 있는 곳이 우리가 일하는 곳에서 얼마 멀지 않으니 걱정말아.…》

(쳇, 어머닌 그저 일밖에 모르지.)

주성이는 편지를 옆에 밀어놓고는 밥을 먹으며 토달거렸습니다.

밥을 다 먹은 후에도 주성이는 인차 남이가 있는 도서관에 가지 못했습니다.

밖에 나오니 다섯마리씩이나 되는 돼지들이 먹이를 달라고 소래기를 질러댔습니다. 어머니가 새벽에 나갈 때 주었겠는데 벌써 다 소화시켜버리고 또 달라고 야단이니…

하여튼 먹성 좋은 돼지들입니다.

주성이는 게사니처럼 목을 빼들고 뒤집 마당이며 터밭을 살폈습니다. 뒤집할머니가 있나 해서였습니다.

어머니가 분조장사업을 하는 그 바쁜 속에서도 례성강발전소 건설장에 보낼 돼지들을 키우는것을 보고 감동된 뒤집할머니가 낮시간에 와서 종종 돼지 뜨물을 주군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꿀꿀이들이 저렇게 배고프다 고아대는데도 아무런 기척이 없는것을 보면 어델 나간 모양이였습니다.

주성이는 하는수없이 뜨물이 가득 담긴 독에로 뜨직뜨직 다가갔습니다.

며칠전에도 돼지들이 배고프다고 이렇게 꿱 꿱 거렸댔습니다. 그런데도 주성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토방마루에 앉아 책만 보고있었습니다. 이때 머리수건을 벗어 손에 쥔 어머니가 황급히 달려왔습니다. 바가지를 쥔 손을 재게 놀리며 뜨물을 퍼주고나서 어머니는 나무람조로 말했습니다.

《얘, 주성아. 넌 이젠 소년단원이 됐는데 끓여놓은 돼지물같은거야 줄수 있지 않니? 제 배고픈건 알면서 돼지가 배고파하는것은 상관없다는거냐?》

어머니의 책망을 듣자 주성이의 입술은 단번에 모자라도 걸릴만큼 뿌죽이 나왔습니다.

《쳇, 어머니. 내가 소년단원이 되였지 어른이 되였나요?》

《어른이야 아니지. 하지만 이젠 붉은넥타이를 맸으면 마음도 커야지 않니? 너야 이젠 철부지가 아니거던.》

어머니의 타이름에 주성이는 눈을 끔벅이며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구, 나야 이젠 철부지가 아닌데 뭐.)

그런 주성이였는지라 오늘은 하는수없이 바가지를 들었습니다. 하긴 례성강발전소를 하루빨리 건설하자고 모두가 떨쳐나섰는데 돼지물이야 왜 못 주겠습니까.

어머니는 이 돼지들이 빨리 자라야 발전소언제가 빨리 올라가고 그래야 밥이며 반찬같은것은 더 말할것도 없고 집안도 뜨뜻이 덥히는것까지 다 전기로 하는 좋은 날이 빨리 온다고 했습니다.

쩝쩝 소리를 내며 게걸스레 먹어대는 돼지들을 보며 주성이는 입이 벙글서해졌습니다.

《이 먹새퉁이 꿀꿀이들아, 많이많이 먹고 빨리빨리 자라거라. 어머니가 기뻐하시게 하고 우리도 하루빨리 전기덕을 크게크게 볼수 있게 말이야.》

그런데 찬찬히 보니 꿀꿀이들은 맛스레 먹는것이 아니라 구유통에 주둥이를 박고 꿀럭꿀럭 소리만 낼뿐이였습니다. 맛이 그닥 없는 모양입니다. 사실은 창고안에 있는 쌀겨를 퍼서 섞어주어야겠는데 주성이는 그것을 몰랐습니다. 그러면서도 큰소리만 쳤습니다.

《야 이것들이 먹지 않고 보긴.… 어서 꽝꽝 먹으란 말이야.》

하지만 꿀꿀이들은 꽝꽝 먹기는커녕 주성이를 멀뚱멀뚱 바라보기도 하고 구유통을 뒤집어엎으려는듯 주둥이로 밀어대기도 했습니다.

《네놈들이 맛이 없어 그러누나, 응?》

찔 눈을 흘겨댄 주성이는 풀을 주려고 나무통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런데 풀통은 텅텅 비였습니다.

어머니가 바쁘다나니 요샌 풀도 제대로 못 뜯어오는것이 분명했습니다. 지금은 돼지들이 맛있게 먹는 능쟁이며 비듬들이 많이 자라는 계절인데도 말입니다.

(에―참 어머닌…)

빈 풀통과 앞발을 높은 판자벽에 뻗치고서서 자기를 머룩머룩 바라보는 꿀꿀이들을 번갈아보며 주성이는 어쩔바를 몰라했습니다. 맛있는걸 많이 먹고 빨리 자라서 발전소건설장으로 가겠다고 하는것 같은 꿀꿀이들을 못 본체 하고 그냥 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돼지풀하러 가자니 내키지 않았습니다. 토끼풀이라면 몰라도…

그 자리에 오똑 서서 고개를 기웃거리던 주성이는 자기를 간절하게 바라보는 꿀꿀이들을 다시 보자 저도 모르게 픽 웃고말았습니다.

《에― 이 먹새퉁구리들같으니.…》

꿀꿀이들에게 주먹을 휘둘러보인 주성이는 토끼풀구럭을 메고 나섰습니다.

과수원곁의 풀밭에 가서 능쟁이며 비듬들을 하나가득 뜯어온 주성이는 구유통마다 골고루 나누어주었습니다. 그제야 꿀꿀이들은 쩝쩝 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어댔습니다. 그놈들이 먹는양을 재미있게 바라보는데 곁에서 《넌 지금 뭘하니?》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도서관에 갔던 남이였습니다. 새책이 안 나와 이미전에 본 책들을 보다가 혼자 보기 싫증나서 인차 돌아섰던것입니다.

《아니, 너 돼지풀하러 갔다 오지 않안?》

남이는 풀물이 검푸르게 든 주성이의 손과 구유통을 번갈아보며 입을 항 벌렸습니다.

《헤―참, 세상에… 남자애라는게 돼지풀하러 다닌단 말이야?》

그러자 주성이는 머쓱해져 그만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참새처럼 입이 빠른 남이가 이제 학교에 가서 분명 소문을 퍼뜨려놓을것입니다.

(에― 그러면 처녀애들까지 입을 싸쥐고 웃어대겠지?)

주성이는 골살을 찌프렸습니다. 그런데 야죽거리던 남이의 입에서는 더구나 기분잡치는 말이 튀여나왔습니다.

《그래 이걸 누가 시키던? 너의 어머니가…》

《뭐, 뭐야?…》

아무리 어머니가 섭섭했어도 남이가 그렇게까지 묻자 밸이 울뚝 솟아올랐습니다.

《야, 이런 일쯤이야 누가 시켜서 하니? 난 내절로 찾아한단 말이야. 너도 봤지. 아버지, 어머니들이 일을 많이 하려고 뛰고 또 뛰는걸 말이야. 그런데 요쯤한것도 도와주지 않으면 되니?》

제법 어깨까지 으쓱이며 큰소리를 치고보니 그 말이 참으로 그럴듯하게 들렸습니다. 선생님은 집에 가서 바쁜 아버지, 어머니들의 일손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거던요. 그래서 주성이는 장한듯이 뻐겨댔는데 이것 보십시오.

탁구공만큼이나 커졌던 남이의 버들눈이 본래대로 돌아가며 해시시 웃습니다.

《그래, 넌 참 용타야. 정말 굉장한 자랑거리야. 학급벽보판에라도 내줄가? 돼지풀을 가득가득 해온 공주성동무! 어때? 해해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놀려대던 남이가 시뚝해서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난 절대로 못해. 아니, 안하지 뭐. 우리 어머닌 아무리 바빠도 집일만 아니라 내가 메고 갈 책가방까지 다 손질해주고야 일나가시는데…》

남이가 어깨를 으쓱이며 뻐겨대지만 왜서인지 주성이에게는 꼭 어린애를 보는것 같았습니다.

정말이지 무슨 말이든 콱 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꽁꽁 들어찼습니다.

이때 담너머에서 석쉼한 목소리가 울려왔습니다.

《너희들은 왜 수닭처럼 마주서서 싱갱이질이냐.》

고개를 돌려보니 옆집에 사는 반장아저씨였습니다.

주성이가 말하려는데 남이가 먼저 나서서 말했습니다.

《아저씨, 주성이가 글쎄 돼지풀을 해다주는게 아니겠어요. 난 그림책을 함께 보자구 기다렸는데…》

《엉… 그게 정말이냐?》

반장아저씨는 아까 남이처럼 눈까지 크게 뜨며 놀라와합니다.

《정말 아니믄요.… 이걸 봐요.… 참 시시하게…》

주성이는 이렇게 말하는 남이의 귀쪽이라도 비틀어주고싶었습니다. 남이때문에 반장아저씨까지 자기를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게 되였으니까요. 그런데 반장아저씨의 입에서는 전혀 뜻밖의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어이쿠, 우리 주성이가 대단하구나. 이젠 돼지들이 귀한줄 다 알구… 정말 용쿠나. 그러고보니 너도 강성대국건설에서 두몫을 하는셈이구나.》

《네? 두몫이요?!》

《아니, 강성대국건설에 말이예요?》

주성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주성이뿐만아니라 남이까지도 눈이 뒤집힐 정도로 놀랐습니다.

아니, 글쎄 자기는 돼지풀이나 뜯어준다고 놀려대기까지 했는데…

《반장아저씨, 두몫이라는건 뭐나요?》

주성이가 물었습니다.

《응, 그거야 우리 주성이가 늘쌍 5점을 맞아 공부를 잘하는것으로 한몫 하는거구 다음엔 강성대국건설전투에 참가해서 바쁘게 뛰여다니는 어머니를 도와주어 일을 더 많이 하게 하니까 두몫을 하는거지. 가만가만, 더구나 이 돼지들이야 례성강발전소건설장에 보낼것들인데 그걸 키우는데 이바지했으니 세몫을 한셈이로구나!》

《히야― 그래요?!》

입이 함박만큼이나 커진 주성이는 《그래 어때?》하는 눈길로 남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돼지풀까지 뜯게 만든 어머니에 대한 고까운 생각을 저 하늘에 동동 띄워버렸답니다.

그렇지만 남이는 여전히 믿을수 없다는듯 고개를 기웃거렸습니다.

《아저씨, 요까짓 돼지풀이나 뜯어다주는게 무슨 강성대국건설에 큰 도움을 준다고…》

남이는 돼지들이 쩝쩝거리며 먹는 풀들을 흘끔흘끔 곁눈질하며 말끝을 삼켰습니다.

《허허, 얘들아.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엔 말이다, 너희만 한 소년들도 비록 후방에 있었지만 전쟁승리에 크게 기여했단다. 전선으로 달리는 기차랑 자동차랑 다 안전하게 다니게 했구 길가는 인민군대아저씨들에게 물을 떠다드리기도 하구 또 집에서 어린 동생들을 잘 돌봐주어 다리복구나 논에 나간 어머니들이 마음놓고 일하도록 했거던. 물론 지금은 그때처럼 가렬한 전쟁을 하는건 아니지만 강성대국건설을 위해 총돌격전을 벌리고있거던. 그러니 주성이가 한 일이 얼마나 기특하냐 말이다.》

반장아저씨의 칭찬을 받으며 싱글벙글 좋아하던 주성이는 토끼풀구럭을 어깨에 멨습니다.

《아저씨, 그렇다면 난 이제부터 계속해올래요.》

그러자 반장아저씨가 껄껄 웃으며 말했습니다.

《얘 주성아, 이젠 그만둬라. 어머니들을 도우라는게 힘에 부치거나 남자애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라는것이 아니다. 철없이 어리광이나 부려 어머니들이 걱정하지 않게 해야 되는거구 토끼나 닭모이 같은것도 주고 마당청소랑 잘하고…》

반장아저씨의 얘길 들으며 주성이가 뒤머리를 긁적이는데 남이는 슬슬 가재걸음을 쳐대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가서 자기도 닭모이도 주고 집안이랑 마당이랑 쓸고싶었기때문입니다.

반장아저씨가 돌아간 다음 주성이는 집안에서 자기가 할 일이 없겠는가를 둘러보았습니다. 어디라없이 정갈한 방안에는 주성이가 손댈만한 구석이라고는 없었습니다. 주성이는 방 한옆에 놓여있는 밥상을 새삼스레 바라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나를 위해 밥을 지어놓고 새벽에 산에 올랐을것입니다. 밥상우에 절반도 축나지 않은 밥그릇을 보니 자기때문에 걱정하신 어머니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제부턴 어머니일손을 잘 도울테야. 우선 아침부터 내절로 깨여나겠어.)

주성이는 책상빼람에서 자명종시계를 찾아냈습니다.아침마다 따르릉따르릉하며 고소하게 자는 꿀잠을 깨우는 못된 시계여서 콱 처박아넣었던것입니다.

(됐어, 이젠 어머니가 새벽마다 나를 깨우려 다시 들어오시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돼.)

주성이는 아침마다 제절로 일찍 일어나 마당도 쓸고 이것저것 어머니의 일손을 돕는 자기를 그려보며 싱글싱글 웃었습니다. 그러던 주성이는 다시 밥상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습니다. 몇술 들지 않은 어머니의 밥그릇이 눈앞에 안겨왔기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시간이 바빠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나갔구나.)

주성이는 가슴이 알알해나는것을 어찌할수 없었습니다. 이때까진 언제한번 어머니의 밥그릇에 신경을 써본적이 없는 주성이였습니다. 주성이는 벽시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벌써 아홉시가 넘었습니
다.

(어머니가 새벽에 나갔으니 지금쯤 배가 고플거야. 바빠서 점심밥을 제대로 싸갔을가?)

제대로 싸가지고 안 갔다면 어머닌 또 대충 잡숫고는 휴식도 맘껏 못하고 고령토를 가지러 갈것입니다.

고령토는 어머니랑 일하는 령마루에서 조금 더 내려가야 있답니다.

아이들은 마을에 흔한 석비레성분이 섞인 진흙보다 쫀득쫀득 손맛이 좋은 고령토를 가져다 공작시간에 쓰군 했습니다.

래일모레에 진흙을 갖고 하는 공작시간이 있어 주성이는 구름령에 마침 일가는 어머니에게 부탁했더랬습니다. 어머니는 약속했으니 꼭 가져다줄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니야, 어머니가 힘드시겠는데 내 손으로 가져와야 해. 내 공부를 위한건데…)

주성이는 고개를 흔들며 입술을 옥물었습니다. 이어 그는 부랴부랴 부엌에 내려가 밥곽에다 밥을 꽁꽁 담았습니다. 그리고는 과자봉지랑 찾아 구럭지에 넣고 남이네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주성이의 눈앞에는 참 희한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언제한번 자기 집 마당조차 쓸지 않던 남이가 글쎄 동네길까지 쏵―쏵― 쓸어댔던것입니다. 먼지까지 풀썩풀썩 일쿠면서 말입니다.

주성이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샘솟아오르며 놀려주고싶어졌습니다.

《헤헤 참, 래일 아침엔 해가 서쪽에서 떠오르겠구만. 우리 김남이동지가 갑자기 어르신네로 되였으니…》

《흥, 비웃지 말아. 나도 강성대국건설에서 두몫을 해야 할게 아니야.》

《응, 그래서 말이야, 우리도 이왕이면 전쟁때 소년단원들처럼 멋있게 싸워보자.》

《뭐, 싸운다구?》

남이는 의문부호를 가득가득 붙이면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지금 아버지, 어머니들이 강성대국건설을 위한 전투를 하고있지 않니. 오늘 전투장은 바로 저 구름령이야.》

《으응, 난 또…》

《그래서 말이야. 힘겨운 전투를 하고있는 아버지, 어머니들에게 우리도 〈전선원호〉를 하자는거지.》

《히야, 너 정말 멋진 생각을 했구나. 그래 원호물자는 뭐니?》

남이가 비자루를 던지고 주성이의 구럭지를 헤쳤습니다.

《응, 밥과 간식이구나. 이왕이면 더 멋있는게 없을가?》

이때 곁에서 그들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희들 생각이 정말 기특하구나. 참 장하다.》

주성이가 돌아보니 남이네 옆집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는 아까 남이가 자기 집 앞길만 아니라 옆집들의 길까지 쓰는것을 보면서 칭찬해주었는데 그들이 의논하는것을 보고 더구나 기뻐했습니다.

《얘들아, 이왕이면 이 늙은이까지 〈전선원호〉에 참가하자꾸나. 어떠냐?》

《네? 할머니도요?!》

《그래, 너희들만 참가하겠니? 내 늙어서 비록 집안에 들어앉았지만 마음은 아직 늙지 않았어. 나도 전쟁때엔 너희들만 한 나이의 소녀였는데 그때 전선원호사업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몰라.》

《자, 남이야, 들었지? 우리도 할머니네들처럼 해보잔 말이야. 가서 우리 손으로 고령토도 가져오고… 그래서 오후엔 제창 공작을 해보잔 말이야.》

《응, 그게 좋겠다. 어서 가자.》

남이가 주먹을 흔들며 맞받아웨치는데 할머니가 황황히 손을 내저었습니다.

《얘들아, 잠간만. 잠간만 있어라.》

할머니는 마당구석에 지어놓은 자그마한 온실로 씨엉씨엉 걸어갔습니다.

그들이 웬일인가 하여 서로 마주보는데 할머니가 온실에서 키운 오이며 도마도들을 가득 따가지고 나왔습니다.

《너희들 조금만 기다려라. 구름령에서 전투를 벌리고있는 분조원들 아, 아니, 분조전투원들에게 시원한 오이랭국이라도 풀어보내야지 않니. 너희들이 내 마음까지 담아서 수고를 좀 해주렴.》

《히야― 할머니 참 멋진데요!》

《우린 조금도 힘들지 않아요. 어서 많이 만들어주세요.》

이어 그들은 고지에 보내는 탄약상자며 음식배낭을 지고 가듯이 얼음까지 동동 띄운 랭국통들을 잔등에 지고 떠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고개길이 가파로울수록 점점 힘에 겨웠습니다.

《아이구나, 이거 자체로 공작준비를 하고 〈전선원호〉도 한다는게 헐치 않구나.》

구름령에 가자니까 등산이나 가듯이 좋아하던 남이의 모습은 간곳없이 사라지고 땀투성이얼굴엔 주름살까지 생겼습니다. 그런 남이를 보며 주성이는 히죽벌쭉 웃었습니다.

《넌 그래 이 구름령이 뭐 사과, 배꽃들이 향기를 풍기는 뒤동산 과수원인줄 알았댄?》

《그렇진 않은데… 꽤나 힘들구나야.》

《자, 힘을 내서 빨리 가자. 오전시간이 다 가겠다 얘.》

주성이는 해를 쳐다보며 재촉했습니다.

하지만 얼마쯤 올라가다가 남이는 또 주저앉았습니다. 그러자 주성이는 은근히 약이 올랐습니다. 이러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어쩝니까. 생각같아선 《쳇, 너처럼 이악하지 못해가지고 어떻게 인민군대가 되겠니.…》하고 콱 쏴주어 내려보내고싶었지만 주성이는 인차 도리머리를 저었습니다.

이제 남이 어머니가 그 사실을 알게 될터인데 그러면 얼마나 섭섭해하겠습니까.

주성이는 남이에게 다가가 물통을 벗기려 했습니다. 그러자 남이는 량어깨를 앞뒤로 흔들며 배낭끈을 꽉 잡아쥐였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내가 아무려면…》

남이는 제 동무에게 나약성을 보인것이 창피했던지 언제 그랬더냐싶게 코바람을 힝힝 불며 앞장에 섰습니다.

어느덧 그들이 령마루에 올라섰을 때에는 온 몸이 땀주머니가 되여버렸습니다. 하지만 높은 산마루에 끝까지 올라왔다는것이 얼마나 기쁜지 몰랐습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결도 그들의 기쁨을 더더욱 돋구어주려는듯 나무가지들을 솨―솨― 흔들어주었습니다.

주성이는 저 멀리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마을을 바라보며 남이에게 말했습니다.

《어때, 멋있지?》

《응… 정말 멋있구나! 꼭 그림을 보는것 같애.》

랭국배낭을 벗어놓은 남이는 넓은 오리나무잎을 몇개 포개쥐고 활활 부채질했습니다.

《자, 빨리 어머니들을 찾아보자.》

《응.》

그들은 량손나팔을 해가지고 《어머니―》하고 이쪽저쪽을 향해 불러댔습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이 나타난 그들을 보고 아버지, 어머니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어느새 자전거를 타고 먼저 올라와있은 반장아저씨까지 놀라와했습니다.

《아니, 너희들이 어떻게…》

《우린 이 〈고지〉에 〈원호물자〉를 갖고왔어요.》

《그리고 우리가 쓸 고령토를 파가려구요.》

그들이 팔소매로 땀을 씻으며 자랑스레 말했지만 주성이와 남이 어머니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듯 눈이 퀭해져 보기만 했습니다.

《아니, 고령토야 내가 갖고간다고 말하지 않았니?》

《나도 저 애와 약속했는데. 그래 이제 점심을 먹은 다음 가서 파오자고 했는데…》

그러자 새물거리며 어깨를 으쓱이던 주성이가 말했습니다.

《어머니― 그러면 어머니들의 일에 지장을 주지 않나요. 그래서 우린 제손으로 파가자고 왔어요. 그리고 이건 어머니 아침밥.》

《아침밥이라니?》

《어머니가 바쁘다고 아침에 조금밖에 안 잡쉈지요?》

《그리고 이건 랭국이예요. 진아네 할머니가 만들어준거예요.》

《아니, 진아 할머니가 갑자기 왜 이걸 만들어 너희들에게 지워보낸단 말이냐?》

남이 어머니는 리해 안된다는듯 고개를 기웃거렸습니다.

그러자 남이가 자랑스레 말했습니다. 자기가 도서관에 가서 심심풀이로 그림책을 볼 때에 주성이가 배고파하는 돼지들을 위해 풀을 뜯어다주던거랑, 그걸 놀려주다가 반장아저씨의 얘길 듣고 마을길까지 쓸던거랑, 밥도 갖다주고 고령토도 제손으로 파오려는걸 진아 할머니가 알고 얼음덩이를 넣은 오이랭국을 풀어주던거랑…

《오, 일인즉 그렇게 됐구나.》

《너희들 참 용쿠나, 용해.》

《허허,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장하고 얼마나 기특한가 보오.》

반장아저씨가 잔등을 두드려주자 주성이는 벌씬 웃으며 어머니의 품에 냉큼 안겨들었습니다.

《어머니, 난 다 알아요. 어머니가 날 조금도 미워하지 않고 제일제일 고와한다는걸 말이예요. 이제부턴 내가 어머니를 잘 돕겠어요. 좋지요, 어머니?》

어머니는 주성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처럼 뜨거운 입술을 그의 볼에 대고 쪽― 빨아주었습니다.

순간 주성이는 어머니의 두눈에 반짝이는 맑은 눈물을 보았습니다.

《이것 보세요.》

어머니는 주성이가 가져온 밥곽을 보물처럼 쳐들어보이며 말했습니다.

《우리 주성이가 이젠 다 자랐어요. 키보다 먼저 마음이 얼마나 컸나보세요. 이걸 아버지가 알면 얼마나 좋아할가요?》

어머니곁에 선 분조원들모두가 주성이와 남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저저마다 칭찬해줍니다.

《우리 분조장이 아들을 참 잘 뒀수다.》

《남이는 또 얼마나 용하구요.》

《정말 우리 애들이 나이는 어려두 속에 어른이 들어앉았어요.》

떠들썩한 칭찬소리와 웃음소리가 온 골안에 메아리쳐갔습니다.

주성이와 남이는 자기들의 크지 않은 일을 두고 그처럼 기뻐하는 어머니들과 분조원들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정말 어머니의 일손을 더 잘 도와야겠어.)

그들은 분조원들의 사랑스러운 눈길을 받으며 반장아저씨의 뒤를 따라 고령토가 있다는 곳으로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들뒤에서는 분조전투원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계속 울려왔습니다. 그 웃음소리에 받들려 주성이와 남이의 온몸은 둥실둥실 떠가는것만 같았습니다.

《봐라, 너희들의 〈전선원호〉로 해서 아, 아니, 그보다는 어른스러워진 너희들때문에 우리 전투장 기세가 얼마나 높아졌느냐? 저 기세면 아마 오늘전투계획을 오전중에 다 끝낼수 있겠는걸…》

느슨하게 웃는 반장아저씨를 바라보며 그들은 무등 기뻤습니다.

《아저씨, 그게 정말이지요.》

《야! 좋구나!》

그들은 너무 좋아 서로 손을 맞잡고 령마루로 치달아올랐습니다. 승리의 령마루를 향해 달려가듯이 힘차게 달려올라가는 그들을 반겨 산속의 여기저기에 피여난 진달래며 아름다운 꽃들이 한들거리며 춤을 추었고 온갖 고운 산새들도 청고운 노래를 불러 축복해주었습니다.

 

(사리원시 애육원 교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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