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4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전 별 1
피쓩! 피쓩! 뚜루룩… 뚜루룩… 시뻘건 불줄기가 《적진》을 향해 연방 날아갔습니다. 덕빈이는 어떤 때는 점발로 또 어떤 때는 련발로 쉴새없이 사격단추를 눌렀습니다. 그때마다 콤퓨터의 마우스를 쥔 오른손과 건반을 치는 왼손이 실팍한 어깨와 함께 춤추듯 오르내렸습니다. 이번 회전만… 아니, 한회전만 더… 콤퓨터오락! 이것은 일단 시작만 하면 그만하자, 그만하자 하면서도 그냥그냥 계속하게 되는 기딱막히게 재미있고 신바람나는 콤퓨터유희였습니다. 《형, 달리기훈련 안 나가나? 벌써 여덟시야, 여덟시!》 동생이 의자등받이를 흔들며 짜증절반, 애원절반이 섞인 어조로 말했습니다. 《야, 좀 가만있지 못하겠니. 형이 한창 <전투>하는걸 보면서두 그래?》 덕빈이는 동생을 나무람하며 련속 명중탄을 날렸습니다. 계속되는 《전투승리》의 쾌감에 한번도 어긴적 없는 아침달리기훈련시간마저 어겼습니다. (까짓거, 오늘은 일요일인데 한시간쯤 훈련을 늦게 한다고 잘못될건 없어. 나무랄 사람두 없구. 나야 당당한 《1번선수》인데 뭐.) 하고 덕빈이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위안했습니다. 덕빈이는 태양절을 맞으며 진행된 도적인 청소년과외체육학교부문 소년급 1500m달리기경기에서 1등을 했었습니다. 하여 학교와 동네에서는 물론 온 군안에 《1번선수》로 소문이 짜하게 났습니다. 누구의 입에서 나온 소리인지는 알수 없지만 벌써부터 이름난 체육단들에서 데려가려고 저저마다 눈독을 들이고있는 애라는둥, 앞으로는 국제경기에도 출전할 전도유망한 마라손선수후비라는둥 여러가지 소문이 나돌고있었습니다. 《씨, 형은 꽝포쟁이야. 딱 한회전만 하구 훈련을 가겠다구 하구선.… 욕심쟁이, 꿀꿀돼지같은거.》 동생은 볼이 부어 풀떡풀떡 하였습니다. 그러거나말거나 덕빈이는 들은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덕빈아!》 문득 밖에서 찾는 소리가 울려왔습니다. 《덕호야, 누가 찾아왔나 봐라.》 덕빈이는 콤퓨터화면에서 눈길을 떼지 않은채 말하였습니다.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던 동생이 별안간 환성을 올렸습니다. 《야! 형! 발전소마을 철수형이야!》 《뭐?! 발전소마을 철수라구? 그게 정말이야?》 덕빈이는 저도 모르게 마당쪽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다음순간 덕빈이의 두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탄력이 넘치는 다부진 몸매, 쩍 벌어진 어깨, 약간 모가 진 불깃한 얼굴에 보름달처럼 환한 웃음을 지은 철수가 서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야! 철수!》 덕빈이는 환성을 올리며 신발도 바로 신지 못한채 마당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로 철수를 와락 부둥켜안았습니다. 그들은 서로 이마를 맞비비며 돌아갔습니다. 《철수, 너 <홍길동>이로구나. 어떻게 불쑥 우리 집에 나타났니?》 《이사왔어.》 《뭐? 이사?!》 《응, 우리 아버지가 이곳 수력건설사업소로 소환되였단다.》 《야! 그럼 너희네 집두 아주 여기로 옮겨왔단 말이야?》 덕빈은 그전날 한마을, 한학급의 딱친구이며 륙상소조원으로 승벽내기를 하던 잊을수 없는 동무인 그가 이사왔다는것이 꿈만 같았습니다. 《언제 왔니?》 《어제 왔어.》 《어제?… 야, 그럼 너 오자바람으루 이 딱친구부터 찾아왔어야지. 난 네가 이사온것두 깜ㅡ깜 모르고있었구나.》 덕빈이는 눈을 흘기며 철수를 나무람하였습니다. 《미안해. 사실은 어제 이사를 오느라구 뚜꺼먹었던 훈련도 봉창하구 또 새 훈련주로랑 정하느라 두루두루 그럴새가 없었어.》 철수는 례사롭게 말했지만 덕빈이는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습니다. (뭐? 이사오자바람으루 달리기훈련부터?… 이 애가 정말 보통이 아닌데…) 철수를 바라보는 덕빈이의 눈앞에는 느닷없이 석달전 그를 만났던 때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 도내 청소년과외체육학교부문 소년급 1500m달리기경기에 출전한 덕빈이가 선참으로 결승테프를 끊은 다음 순간이였습니다. 두번째로 들어선 선수가 덕빈이를 와락 부둥켜안는것이였습니다. 그다음에 들려온 말소리… 《덕빈아, 축하한다!》 《?!…》 한순간 얼떠름해졌던 덕빈이는 비로소 그 애가 2년전에 헤여진 고향마을 철수라는것을 알아보았습니다. 한편 1 000m구간에서부터 뒤를 돌아볼 짬도 없이 자기의 뒤를 바싹 물고서 1등의 자리를 노리던 위험한 《적수》가 바로 철수였었다는것도 알게 되였습니다. 경기장주로에서 그것도 1등과 2등선수로 극적인 상봉을 한 그들은 공원잔디밭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철수야, 너 생각나니? 내가 고향에 있을 때 둘이서 첫 달리기경기를 하던 일이.》 《생각나지 않구. 우린 그때 햇강아지들이였지, 하하하.》 두 소년은 즐겁게 웃었습니다. 중학교에 올라와 륙상소조원이 된지 며칠이 지난 어느 일요일이였습니다. 읍에 있는 공업품상점에 학습장을 사러 가자고 아침일찍 집을 나섰던 그들은 어벌이 크게도 20여리 장거리달리기경기를 벌렸습니다. 얼마전 봄철운동회때 학년적으로 달리기경기에서 1등을 한 덕빈이가 겨우 6등을 한 철수를 얕잡아보고 발기한 경기였습니다. 철수도 도전적으로 대뜸 응해나섰습니다. 《가만, 그런데 한가지 의견이 있다.》 출발을 앞두고 철수가 문득 꺼낸 말이였습니다. 《뭔데?》 《이 경기에서 이긴 애를 <형님>으로 부를내기를 하자!》 《뭐? 제편에서 제법… 좋아!》 덕빈이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답도 누가 할 소리를 누가 하느냐는듯이 해버렸습니다. 《준비ㅡ 땅!》 덕빈이는 신호를 울렸습니다. 드디여 경기가 시작되였습니다. 아직 장거리달리기의 초보적인 묘리도 모르는 풋내기들인지라 처음부터 상대방을 앞서는데만 급급하여 죽어라고 내달렸습니다. 헉 헉… 5리도 못 가서 날숨들이 터져나왔습니다. 얼굴들로는 팥죽같은 땀이 흘러내렸습니다. 점점 다리가 비틀거리며 속도가 떠졌습니다. 끝내 10리구간도 넘기지 못한채 철수가 먼저 쓰러졌습니다. 덕빈이도 더 뛸 기운이 없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어… 어때. 나한테 져… 졌지. 혀…형님이라고 불러라.》 《겨… 경긴 끄… 끝나지 않았어. 후… 후날 다시 보자.》 그들의 달리기경기는 《말씨름경기》로 넘어갔습니다. 덕빈이는 자기의 승리를 인정시키려 했고 철수는 그대로 자기의 패배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때 달려오던 자동차가 길 한복판에 퍼더버리고앉은 그들을 향해 《빵빵》하고 경적을 울리지 않았더라면 이 《말씨름경기》는 입이 아프도록 계속되였을것이였습니다. … 《철수야, 이젠 날 형님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니?》 덕빈이가 롱담삼아 말을 걸었습니다. 철수는 벌씬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러나 반대한다는듯 손을 홰홰 내흔들었습니다. 《아니, 아직 우리의 경기는 끝나지 않았어. 그러니 다음번 경기에서 또 한번 겨뤄보자, 누가 이기나.》 《아직도 항복하긴 싫단 말이지. 좋아, 얼마든지 맞서보라. 하하하.》 그들은 서로 승기를 살리며 즐겁게 웃었습니다. 회상에서 깨여난 덕빈이는 자기가 오래간만에 만난 철수를 그냥 마당에 세워두고있다는 생각에 얼른 손목을 잡아끌었습니다. 《어서 방으로 들어가자.》 왜서인지 철수는 선뜻 따라설념을 안했습니다. 《덕빈아, 오늘은 달리기훈련을 안 나가니?》 《달리기훈련? 아, 오늘이야 일요일이겠다, 또 이렇게 너와 오래간만에 만났겠다, 하루쯤 깨가 쏟아지게 놀아보자꾸나, 참, 우리 집에 기딱막히게 재미난 콤퓨터오락이 있어. 우리 한번 겨루어보지 않겠니? 누가 이기나.》 덕빈이는 어떻게 하나 철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싶어 왼심을 썼습니다. 《너두 참, 륙상소조원이 답답하게 방안에 앉아 콤퓨터오락경기를 할 멋이 뭐 있니? 경기를 할바에야 급수높게 륙상주로에서 해야지. 얘, 우리 당장 학교운동장으로 가서 정식 달리기경기를 하는게 어때? 오래간만에 만난 상봉의 기념으루 실력겨루기를 해보잔 말이야.》 《뭐? 만나자바람으루 달리기경기부터? 너 아예 달리기바람에 정신이 나간게 아니야?》 그것이 사실이기라도 한듯 마주보는 철수의 어글어글한 두눈에서는 자신심의 빛이 강렬하게 번뜩이고있었습니다. 그 눈빛을 대하는 덕빈이의 마음속에서는 저도 모르게 승벽심이 굴뚝처럼 솟구쳐올랐습니다. 덕빈이는 주먹을 흔들며 맞불질을 했습니다. 《좋아, 해볼테면 해보자!》 얼마후 덕빈이는 철수를 뒤에 달고 학교운동장을 향하여 씨엉씨엉 걸어갔습니다.
2
서로 다른 경기복장(덕빈이는 연청색의 짧은 운동복을, 철수는 검은색의 긴 운동복을 입고있었습니다.)을 한 그들은 자체로 선정한 심판을 앞세우고 륙상주로의 출발선에 나섰습니다. 메가폰을 들고나온, 싱검둥이로 곧잘 불리우는 애가 《체육방송원》이나 된듯 《현지실황방송》을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의 체육애호가들과 시청자여러분! 에ㅡ 여기는 성남청소년과외체육학교 운동장입니다. 잠시후 여기서는 도적인 청소년과외체육학교부문 소년급 1500m달리기<선수권보유자>와 <도전자>사이의 2000m달리기경기가 진행되게 됩니다. 이기는 선수는 <형님>이 되고 지는 선수는 <동생>이 되는 아주 흥미있는 경기! 이제 곧 경기가 시작되겠습니다.》 《체육방송원》의 《현지실황방송》은 즉시에 큰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일요일이여서 학교운동장에 나와 여러가지 재미나는 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와 모여들었습니다. 덕빈이는 정말로 자기가 선수권보유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도전자와의 《성스러운 싸움》에 나선 세계일류급선수처럼 생각되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지고 자신심이 솟구쳐올랐습니다. (오늘은 내 기어이 철수, 너한테서 《형님》이란 말을 받아내고야말테다!) 덕빈이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별러댔습니다. 역시 같은 결심인듯 철수의 구리빛얼굴에도 긴장감이 짙게 어려있었습니다. 《선수들은 시간을 맞추시오.》 《심판원》이 제법 격식을 차리며 지시했습니다. 그들은 훈련용으로 차고나왔던 아버지들의 시계를 맞대고 시간을 맞추었습니다. 《출발준비ㅡ》 《심판원》의 예령이 울렸습니다. 덕빈이와 철수는 급히 출발자세를 취하였습니다. 《심판원》이 시계에 눈길을 박은채 높이 들었던 손을 홱 내리그었습니다. 《출발!》 발끝으로 땅을 밀어차며 출발을 뗀 덕빈이는 처음부터 속도를 높였습니다. 철수도 뒤질세라 덕빈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있었습니다. 때를 만난듯 《체육방송원》이 《현지실황방송》을 신이 나서 해대기 시작하였습니다. 《시청자여러분, 드디여 경기가 시작되였습니다. 첫시작부터 맹렬한 속도로 달리고있는 두 선수, 눈깜박할 사이에 100m계선을 넘어섰습니다. 150m… 200m… 자, 운동장을 한바퀴 돌았는데도 아직은 거리차이가 없습니다.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나란히 달리고있습니다.》 덕빈이는 400m계선을 지나면서 시계를 들여다보았습니다. 평상시보다 5초가 당겨졌습니다. 600m… 800m… 덕빈이는 여전히 자기 속도를 유지했습니다. 첫시작부터 마지막결승선까지 높은 속도로 달리는것은 최근 장거리달리기의 세계적추세이기도 하다는것을 덕빈이는 명심하고있었습니다. 하여 이미전의 훈련들을 통해 그에 알맞는 육체적준비와 인내력을 키워왔고 기술을 련마했습니다. 덕빈이는 자신만만한 투지를 가지고 힘을 적게 소비하면서도 기록을 단축할수 있도록 팔을 아래로 약간 떨구고 자연스럽게 흔들어주면서 유연하게 움직였습니다. 1 000m계선을 넘어섰을 때 다시 시간을 보았습니다. 종전의 최고기록보다 2초 빨리 달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철수가 자기와 같은 속도를 유지하고있는것이였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데?!…) 덕빈이는 옆에서 달리는 철수를 넘겨다보았습니다. 철수의 얼굴은 땀투성이였습니다. 자기보다 곱절이나 되는 땀을 흘리고있는것 같았습니다. 땀을 많이 흘린다는것은 그만큼 체력소모가 크고 경기부담이 과중하다는것을 의미하는것이였습니다. 덕빈이는 철수가 극한점에 이르렀다는것을 포착했습니다. (이때다!) 덕빈이는 박차를 가했습니다. 드디여 철수를 한보차이로 앞섰습니다. 《지금은 1 200m계선, 끝내 <선수권보유자>가 앞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용기백배, 사기충천한 기세로 1 300m계선을 앞장서 질주하고있는 <선수권보유자>. 그러나 <도전자>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전히 한보차이로 <선수권보유자>의 뒤를 바싹 물고 기회를 노리고있습니다.》 덕빈이는 계속 이어지는 《현지실황방송》의 고무를 받으며 있는 힘을 다 내였습니다. 그러나 더이상 속도를 높일수 없었습니다. 최고한계점에 이른것이였습니다. 한발자국간격을 따라서지 못하는것으로 보아 철수역시 최고한계점에 이른것이 분명하였습니다. (아니, 몰라. 나의 맥을 뽑기 위한 주동적인 전술인지도…) 덕빈이는 심리적불안감과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위구를 부정하였습니다. (그럴수 없어. 도경기때 내 뒤자리를 차지했던 철수가 설마…) 1 800m… 1 900m… 어느덧 결승선이 50m계선으로 육박해왔습니다. 마지막까지 지금의 위치를 지켜내는가 못 지켜내는가에 따라 《선수권보유자》의 명예를 지켜내는가, 《도전자》에게 빼앗기는가가 달려있었습니다. 이런 생각에 미치자 온몸의 힘이 두다리에 뻗쳐졌습니다. 지금은 《현지실황》을 계속 해대는 《꼬마방송원》의 열정에 넘치는 말이 덕빈이의 귀에는 한마디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30m… 20m… 10m… 드디여 결승선을 몇발자국 앞둔 시각 덕빈이는 (이겼구나!) 하고 승리를 확신하였습니다. 바로 이때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철수가 폭발적인 속도로 따라선것이였습니다. 《?!》 덕빈이는 경황없는 속에서도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습니다. 똑같은 급의 륙상선수가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한보를 더 쟁취한다는것은 얼마나 힘들며 또 그것은 그야말로 귀중한것입니다. 왜냐하면 때로 그 한보에 경기의 승패와 선수의 명예가 좌우되고 나아가서는 그것이 집단과 조국의 명예로 이어지기때문입니다. 덕빈이가 결승선을 밟는 동시에 철수도 결승선을 밟았습니다. 《야!》 오구구 모여들었던 《관람자》들이 환성을 터뜨렸습니다. 《가슴을 조이며 손에 땀을 쥐게 하던 치렬한 2000m달리기경기, 드디여 두 선수가 똑같이 결승선에 들어섰습니다. 정말이지 고속촬영기나 전자시계로도 그 승패를 가를수 없는 <쌍둥이선수권보유자>, 똑같은 <형님>이 되였습니다. 시청자여러분! 우리모두 두 <선수권보유자>인 쌍둥이형님들을 열렬히 환영합시다.…》 어느덧 경기의 분위기를 돋구던 《현지실황방송》도 끝나고 아이들도 하나둘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했으나 땅바닥에 풀썩 주저앉은 두 소년은 일어설념을 못하고 헉헉 날숨만 내쉬였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턱에 닿은 숨을 몰아쉬며 길바닥에 노그라졌던 3년전의 첫 달리기경기때를 방불케 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 덕빈이와 철수는 어제날의 그 햇강아지들이 아니였습니다. 도적으로 1등자리를 두고 다투는 과외체육학교의 당당한 기둥선수들이였습니다. 덕빈이는 오늘 경기에서 자기가 패했음을 인정하였습니다. 경기는 비록 무승부로 끝났지만 지난번 도경기때 2등선수였던 철수가 자기를 따라잡았기때문이였습니다. 《야ㅡ 그새 꽤나 발전했는데. <동생>이 되긴 정 싫었던 모양이지, 응?》 덕빈이는 롱조로 시물거리며 철수의 무릎을 철썩 갈겼습니다. 그런데 웬일이겠습니까. 철수가 별안간 《아가가!》하고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싸쥐는것이였습니다. 눈을 꼭 감은채 이마살을 잔뜩 찡그리고 이를 사려문것으로 보아 몹시 고통스러워하는것이 헨둥하였습니다. 《철수야, 너 왜 그러니?!》 덕빈이는 영문을 알수 없어 철수의 두어깨를 잡고 물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며칠전 산판달리기를 하다가 무릎을 좀 다쳤댔어.…》
《뭐? 그게 정말이야?》 덕빈이는 철수의 만류를 뿌리치고 우격다짐으로 그의 운동복 아래도리를 걷어올렸습니다. 시퍼렇게 멍이 든 무릎이 드러났습니다. 아직 부종은 채 내리지 않았고 확확 열감도 느껴졌습니다. 《?!》 덕빈이는 뚝 굳어져버렸습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경기 전구간에서 철수가 받았을 육체적고통과 경기부담의 크기가 헤아려졌습니다. (다리를 이렇게 상하고도 이사온 날 달리기훈련을 중단하지 않았다지. 또 오늘경기에선 어떻구. 이 다리로 그렇게 높은 기록을 세웠단 말이야? 아무리 인내력이 강하다 해도 이렇게까지…) 덕빈이는 놀라왔습니다. 철수가 크게 돋보였습니다. 그러나 다음엔 버럭 큰소리가 나갔습니다. 《철수야, 너 정신있니? 이런 다리를 가지구 어떻게… 야, 그렇게두 날 이기고싶던, 응?》 철수는 어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습니다. 《덕빈아, 오해하지 말아. 난 녀자축구선수누나들처럼 달리려고 했을뿐이야.》 《뭐? 녀자축구선수누나들처럼?》 《응, 너도 텔레비죤으로 보았지? 17살미만 제1차 세계청소년녀자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리 축구선수누나들과 미국팀간의 결승경기를 말이야?》 철수의 말을 듣고나니 지혜와 인내력, 투지를 안고 미국팀의 꼴문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려 기어이 승리의 꼴을 넣고야만 축구선수누나들의 의젓하고 름름한 그 모습이 눈앞으로 언뜻언뜻 지나갔습니다. 《난 최후승리를 향해 마지막까지 달리고 또 달리는 그 누나들의 장한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 누나들처럼 그런 정신력의 강자, 의지의 강자가 되리라고 결심했거던.》 《정신력의 강자! 의지의 강자!…》 철수의 말은 조용히 들렸으나 덕빈이의 마음을 쿵 울렸습니다. (아, 그래서였구나!) 덕빈이는 비로소 철수의 그 투지와 인내력이 어디서 나온것인가를 새롭게 깨닫게 되였습니다. (그런데 나는…) 덕빈이는 도적인 달리기경기에서 1등을 한 후 《1번선수》라는 만족감에 휩싸여 저도 모르는새에 마음의 탕개를 늦추고 지내온 일들이 돌이켜졌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아울러 그처럼 훌륭한 정신력을 지닌 철수가 크게 돋보였습니다. 《철수야, 난 너와 같은 정신으로 살지 못했어. 정말이지 <1번선수>의 자격이 없어. 이제부턴 널 형님이라고 부를테야.》 《뭐?! 하하하.》 한바탕 크게 웃고난 철수가 웃음을 거두고나서 덕빈이의 말을 부정했습니다. 《아니, 아직 우리의 경기는 끝나지 않았어. 최후의 결승선은 앞에 있거던.》 (최후의 결승선!) 덕빈이는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것인가를 잘 알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그래! 철수야, 네 말이 옳아, 최후의 결승선은 앞에 있어. 세계의 창공에 공화국기발을 높이 휘날릴 조국의 1번선수, 세계륙상계의 1번선수가 될 최후의 결승선을 향해 철수야, 우리는 언제나 달리고 또 달려야 해.》 덕빈이의 마음속에서 그 무엇인가 뜨거운것이 뭉클 가슴을 울렸습니다. 《철수야, 나도 너처럼 달릴테야.》 《덕빈아, 우리 최후의 결승선을 향해 더 높이, 더 빨리 달리자.》 《응, 그러자! 넌 역시 배짱이 맞는 내 딱친구야, 제일 큰 경쟁자구…》 《배짱이 맞는 딱친구, 제일 큰 경쟁자라, 하하하.》 덕빈이와 철수의 드높은 열의인양 높이 들린 푸른 하늘에서는 눈부신 태양이 뜨거운 열기를 확확 내뿜고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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