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7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리 준 길
 

 

소한추위가 지겹도록 한동안 계속되더니 마침내 날이 풀리였다. 땅땅 굳어졌던 길바닥의 눈은 따스한 해볕을 받아 맥없이 푸석푸석해지고 길가집 추녀끝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꼬치들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져내리였다. 아마도 추위는 대한고개로 힘껏 치달아오르자고 미리감치 다리쉼을 하는지도 모른다.

인민군대의 맹렬한 재진공으로 적들이 38°선 이남지역으로 쭉 밀려난 1951년 1월 어느날이였다.

꼼꼼히 위장을 한 풍을 친 승용차들이 산기슭을 따라 구불구불 뻗은 길을 차체를 들썩이며 달리고있었다.

적들이 일시적으로 강점했던 지역의 피해정형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시급히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현지로 찾아가시는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대원수님께서는 차창밖으로 흘러지나가는 한산한 풍경에 줄곧 근심어린 눈길을 보내고계시였다. 먼발치로 보이는 야산은 놈들이 떨군 소이탄에 불타서 그렇게 됐는지 나무라고는 한그루도 찾아볼수 없는 민둥산이였다. 산뿐이 아니였다. 그 아래켠 언덕받이에 펼쳐진 과원은 언제 폭격을 당했는지 커다란 폭탄구뎅이가 두개씩이나 험상하게 아가리를 벌리고있었다.

《여긴 옛날부터 이름난 사과고장인데… 놈들이 이 땅에서 과원까지 없애버릴 작정인게구만.》

과원에 눈길을 보내고계시던 대원수님께서 아프신 마음으로 조용히 뇌이시는 말씀이였다.

《예, 놈들이 과원에까지 저렇게 폭탄을 던질줄은 정말…》

부관도 그쪽을 내다보며 저으기 기가 막힌듯 말끝을 흐린다.

가로수들마저 성한것이라고는 별반 없었다. 허리부러진 뽀뿌라나무들, 도끼로 망탕 찍어낸 아카시아나무의 그루터기들… 길섶 여기저기에는 불무지의 흔적들이 너저분했다. 패주하던 적들이 쉬면서 불을 놓은 자리들이였다. 놈들이 강점했던 지역의 학교들은 지금 말이 아닐것이라고 생각되시였다. 병원들은 또 얼마나 많이 못쓰게 됐을것인가. 어서빨리 그것들부터 복구정비해야 한다. 전재고아들도 모두 찾아내여 공부시켜야겠고…

차가 나지막한 언덕을 넘어섰을 때였다. 저앞 굽인돌이에 이쪽으로 마주오는 두사람의 모습이 불쑥 나타났다. 눈여겨보시니 아이들이였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지 둘 다 고개를 짓수굿한채 부지런히 걷는것 같기는 하나 다리는 어지간히 무거워보였다.

《좀 천천히 모오.》

운전사에게 나직이 이르신 대원수님께서는 그새 퍼그나 가까와진 두 소년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시였다. 열너덧살쯤 났을가? 어디서 오는 애들인지 퍼그나 먼길을 걸은듯 한 지친 걸음새였다. 운전사에게 곧 차를 세우라고 이르시였다.

승용차는 키다리로송 몇그루가 기우듬히 서있는 산기슭에 멈춰섰다.

차에서 내리시여 길섶 단풍나무아래로 나서신 대원수님께서는 허리에 손을 얹으시고 소년들을 향해 자애에 넘친 시선을 보내시였다.

마주오던 두 소년은 그제서야 오똑 멈춰서며 고개를 든다. 하더니 눈이 동그래서 입들을 딱 벌린다.

《장군님!》

선채로 돌처럼 굳어졌던 두 소년은 대원수님께서 웃으시며 손짓을 하신 다음에야 정신을 차리고 엎어질듯 달려와 인사를 드리였다. 한 소년은 키가 꺽실하고 어깨가 쩍 벌어진게 힘깨나 쓸것처럼 보였지만 다른 한 소년은 그보다 머리 한기장만큼이나 작은데다 할끔한 얼굴에 솜털이 보시시한게 영 약골이였다. 그런데 키와는 반대되게 직급은 작은 애가 더 높았다. 큰 아이의 팔에는 분단위원장표식이, 작은 아이의 팔에는 단위원장표식이 달려있었다.

《오, 단위원장에, 분단위원장에… 모두 한다하는 소년단열성자들이구만, 응?》

대원수님께서는 그들의 열성자표식까지 만져보시며 환히 웃으시였다.

너무도 뜻밖이라 어지간히 긴장했던 두 소년의 얼굴에는 그제서야 웃음빛이 떠돌았다.

《먼데서들 오는것 같은데… 어디 사는 애들이냐?》

대원수님께서 물으시였다.

영천탄광마을에 산다고 작은 애가 잽싸게 대답해올렸다.

《원 저런! 먼데서 떠났구나. 다리가 아프겠는걸. 어디까지 가는 길이냐?》

두 소년은 시선만 서로 마주칠뿐 웬일인지 입은 열지 않았다.

《허, 비밀이냐?》

《비밀은 아닙니다. 저… 저희들은 평양에 가는 길입니다.》

이번에는 큰 애가 대답해드렸다.

《평양엘? 오, 그러니 아직 멀었구나. 대단한 려행가들인걸. 평양엔 왜?》

《중앙민청에 찾아가는 길입니다.》

이렇게 대답을 드리던 작은 애는 돌연히 얼굴을 들어 대원수님을 올려다보며 새물새물 웃었다.

《왜 웃냐?》

대원수님께서 물으시자 그 애는 군대식으로 발뒤축을 딱 붙이더니 《장군님, 저희들은… 저희들은 영천탄광소년근위대입니다.》하고 묻지도 않는 엉뚱한 대답을 올렸다. 장군님께서 자기네들을 그저 보통의 소년단열성자들인줄로만 알고계시게 해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였다.

《아니 뭐라구? 너희들이 영천탄광소년근위대라구?!》

대원수님께서는 놀라시였다. 그것이 사실임을 아시고는 기쁨을 금치 못하시였다.

《영천탄광소년근위대야 내가 잘 알지. 너희들이 근위대를 무어가지고 싸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날 너무나 기뻐서… 어떻게 생긴 애들인지 당장 만나보구싶었더랬는데…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너희들을 만날줄이야.… 반갑구나! 정말 반갑다! 그래 너희들 이름은 뭐냐?》

호남이와 경식이는 저마끔 자기들의 이름을 대드렸다.

《오, 호남이, 경식이… 처음 보긴 하지만 내 너희들의 이름은 다 알구있었다. 호남인 참모장이구 경식인 부대장이였지. 대장은 김재동이구, 그렇지?》

《예.》

대원수님께서 자기들의 이름까지 알고계신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랍고 감격해서 호남이는 삽시에 목안이 그들먹해올랐다.

《그렇듯 잘 싸운 애들을 내가 왜 모르겠냐. 또 있지. 창국이, 재희… 내 다 알아. 대장은 마지막전투때 부상을 당했다구 했지. 좀 나았는지 모르겠구나.》

대원수님께서 걱정어린 안색으로 물으시자 경식이 이젠 거의 다 나아 퇴원하겠다고 떼를 쓴다고 말씀드렸다.

《허, 그래서야 되나.》

대원수님께서는 고개를 저으시였다.

《몸이 완쾌될 때까지 치료를 더 받도록 해야 돼. 돌아가거든 내가 그렇게 당부하더라고 꼭 전해라.》

그러시고는 한명한명 소년근위대원들의 가정형편에 대해서도 세세히 알아보시고 지난 기간 부모들이 나라를 위해 석탄도 많이 캤지만 자녀들도 잘 키웠다고 높이 치하해주시였다.

《너희들이 근위대투쟁강령에다 대오안에 변절자가 생기면 인민의 이름으로 처단한다는 조항까지 밝혀넣구 싸웠다면서?》

《예.》

두 소년은 한목소리로 대답해드리였다.

《훌륭해. 어린 동무들이 아주 훌륭해. 그런데 어떻게 돼서 그렇게 잘 싸울수 있었느냐, 응? 어디 실지 싸운 너희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자.》

대원수님의 말씀에 경식이 호남이의 팔을 툭 건드렸다. 말은 네가 잘하니 네가 말씀해올리라는 신호였다. 호남이 그 즉시로 알아차리고 자기들이 소년근위대를 뭇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삐라공작과 적의 통신선절단, 무기탈취, 군용자동차습격전투 등을 하나하나 말씀드리였다.

《잘 싸웠어. 그런데 대못 박은 널쪼각을 길바닥에 묻어놨다가 놈들의 자동차다이야를 빵크시킨건, 그건 누가 생각해낸거냐?》

《예, 그건 제가…》

경식은 얼른 대답하고는 우쭐해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경식이가 그렇게 재간둥이란 말이냐?》

《예, 분단위원장이구 최우등생인데다 손재간이 보통이 아닙니다.》

호남이가 대답해드리자 경식은 너무나 좋아 벌쭉 웃었다. 이때처럼 그 애가 고마와본적은 없었다. 저도 그 애에 대해 대원수님께 좋은 이야기를 좀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장군님, 호남동문 더 쎕니다.》

대원수님께서는 빙긋 웃으시였다.

《더 쎄다구? 어떻게?》

《이 동문 참모장으로서 소년근위대의 작전과 삐라공작을 책임지구 싸웠는데…》

경식은 자기네가 미제침략군의 앞잡이인 마을의 《치안대》 대장놈에게 여러차례에 걸쳐 위협편지를 보내다가 마침내 감쪽같이 처단하고 시체우에 경고장을 써놓은 일이며 적의 비행장에까지 새여들어가 신호등을 모조리 까부심으로써 놈들이 야간수송을 더는 하지 못하게 만든 이야기를 신나게 하면서 그 모든 투쟁에 참모장의 공로가 크게 깃들어있다고 말씀드리였다.

《허허…》

대원수님께서는 호탕한 웃음을 터치시였다.

《너희들의 얘기는 들을수록 통쾌하구나. 잘 싸웠다, 정말 잘 싸웠어.》

그러시고는 두 소년을 량팔에 하나씩 껴안으시고 환히 웃으시며 수원들쪽으로 몸을 돌리시였다.

《보시오, 얼마나 기특한 소년들이요. 슬기롭구, 용감하구… 이렇게 훌륭한 애들이 이 세상 어디에 또 있겠소.》

이런 애들과 헤여져야 한다고 생각하시자 대원수님께서는 여간만 아쉽지 않으시였다. 바삐 가보셔야 할 급한 일만 아니라면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싶으시였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신 애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냥 헤여질수가 없으시였다. 무엇이든 주고싶으시였다.

생각을 고르시던 대원수님께서는 수원들의 한끝에 서있는 보위색누비솜옷을 입은 젊은 일군을 가까이 부르시였다.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이였다.

《부부장동무, 이런 훌륭한 애들한테 어떤걸 해줬으면 좋겠는지… 뭘 좀 떠오르는게 없소?》

《예, 전 아직…》

부부장 김형찬은 그 말씀의 깊이와 폭을 가늠할수 없어 인츰 대답을 올리지 못하였다.

대원수님께서는 호남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며 어디 당자의 말을 들어보자고, 너희들의 희망이 무엇인가고 다심한 어조로 물으시였다.

순간 호남이의 가슴속에서는 쿵! 하는 소리가 났다. 그는 기다리고있기라도 한듯 자세를 바로가지며 힘차게 대답해드렸다.

《장군님! 그건… 우리 소년근위대원모두의 한결같은 소원은 군대에 나가는겁니다. 인민군대에 나가 싸우게 해주십시오.》

너무도 뜻밖이라 대원수님께서는 꿈쩍 놀라는 시늉을 해보이시였다.

《인민군대에 나가겠다? 물론 그것두 중요한거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소원은 없느냐?》

호남은 없다고 대답올렸다. 세계에서 제일 강대하다고 우쭐렁대던 미제침략자들과의 힘겨운 전쟁을 치르고있는 이때 실상 그보다 더 큰것은 있을수 없다고 생각했다.

《장군님, 저희들이 왜 중앙민청에 찾아가댔는가 하면…》

그가 말끝을 맺지 못하고 쭈밋거리자 대원수님께서는 《아참, 너희들이 중앙민청엘 간다고 했지.》 하시며 거기엔 대체 무슨 일로 가댔는가고 물으시였다.

《장군님, 저희들이 이런 걸음을 하게 된데는 사연이 있습니다.》

호남은 자기들이 대원수님을 만나게 된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랐다. 그래 이 기회에 자기들이 한 《맘고생》까지 그대로 다 털어놓아 대원수님의 승낙을 받고야말리라는 결심으로 어려움도 잊고 말씀드리였다.

그 《맘고생》이란 다른것이 아니였다.

원쑤놈들이 패주하고 탄광마을이 해방되자부터 소년근위대원들은 사람들속에서 대단한 영웅처럼 떠받들렸다. 같은또래 아이들까지도 그들한테는 반말질을 삼가했다. 그들은 자못 어깨가 으쓱해서 다니였다. 이전처럼 학교공부를 그냥 계속해나간다는것이 자기들한테는 너무나도 격에 맞지 않는 하찮은 일로 여겨졌다. 마을이 해방됐다고 우리가 총을 놓아서야 되겠는가. 아니, 우리는 승리의 그날까지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그러자면 군대에 나가야 한다!… 그들의 가슴에는 이런 결심만이 꽉 차있었다. 그래 호남이를 내세워 학교에다 정식으로 입대청원을 했다. 했건만 선생님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한결같이 머리를 저었다. 나이가 모자라므로 아직은 안된다는것이였다.

그렇다고 주저앉고말 그들이 아니였다. 선생님들한테 매달려 졸라야 될게 뭔가. 군사동원부엘 찾아가야지, 이러면서 이번에는 부대장 경식이가 나섰다. 호남이 함께 가자고 따라나섰으나 뿌리치고 저 혼자 갔다. 호남이 너무나 키가 작아 군사동원부어른들에게 숙보일수 있다는것이였다.

그런데 그 애마저 실패하고 돌아올줄이야!… 호남은 맥이 났다. 우둘렁대기 잘하는 경식이 거기 가서 어떻게나 말을 했기에 퇴박을 맞았을가? 말을 잘해야 하는건데… 사리정연하게 말을 하는데서는 사실상 호남이를 따를만 한 애가 없었다.

경식이가 먼저 가서 죽을 쑤어놓은 일을 어떻게 해야 바로잡을수 있을가? 무엇이든지 다른 수를 찾아야 했다.

밤늦도록 잠들지 못하고 궁싯거리던 호남의 머리에 마침내 한가지 수가 번쩍 떠올랐다. 제가 잘 아는 민청중앙위원회 부위원장앞으로 자기들의 간절한 소원을 담은 편지를 써보내자는것이였다. 두해전 6. 6절때 그는 평양에 올라가 영예스럽게도 중앙모범소년단원표창을 수여받았을뿐아니라 모임에서 토론까지 하였다. 모임이 끝난 뒤 민청중앙위원회 부위원장선생님은 그를 따로 만나 어린 동무가 소년단사업을 잘했다고, 토론도 아주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던 부위원장선생님이 아무렴 그쯤한 소원이야 풀어주지 못하랴.

그는 그날 밤으로 편지를 써서 이튿날 읍에 나가 부치였다. 그리고 좋은 소식이 날아오기를 하루 또 하루 목마르게 기다렸다. 열흘나마 기다렸지만 아무런 소식도 날아오지 않았다. 그는 실망하지 않을수 없었다. 너무하구나, 그 선생님도 다 같고같은 어른이구나.

처음 한동안은 락심해서 한숨만 지었다. 그러다가 펄쩍 정신을 차리였다. 소년근위대 참모장이 이렇게 맥을 놓고 주저앉아서야 되겠는가, 실패했으면 또 다른 수를 찾아야 한다, 참모장이야 무슨 일에서나 응당 그래야 할것이 아닌가.

입술을 사려물고 그는 다시금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틀만에 마침내 보다 더 좋은 수를 생각해냈다. 앉아서 방어나 해가지고야 될탁 있는가. 아니, 공격해나가야 한다! 그는 민청중앙위원회로 직접 찾아갈 결심을 했다.

처음에는 호남이 저 혼자 떠나려 했지만 경식이 이번에도 불끈해서 가만있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그 애의 키가 작은것이 마음에 걸리였다. 그 애 혼자 보냈다가 소년근위대가 다 그런 꼬맹이들인줄만 알고 불합격을 놓게 되면 그땐 다였다. 하지만 그렇게 말했다간 그 애가 패뜩해할가봐 다른 구실을 내댔다. 평양까지 180리나 되는 먼길을 하루에는 가내지 못한다, 우리 고모네가 순안에 사는데 나랑 같이 가게 되면 거기서 도중에 하루밤 묵고 평양까지 무사히 가낼수 있다.… 이런 말로 구슬려서 끝내 그 애의 동의를 받아내고야말았다.

이렇게 되여 둘이 함께 떠나오게 된 그들이였다.

《허허… 듣고보니 이 애들이 맘고생을 퍼그나 하긴 했소.》

대원수님께서는 수원들을 둘러보시며 웃으시였다. 그러시고는 두 소년을 향해 말씀을 이으시였다.

《헌데 너희들이 날을 잘못 골랐구나. 중앙민청에 가야 부위원장이 없을텐데. 이제 곧 중요한 회의가 있어 위원장, 부위원장 다 신해방지구에 나가있거던. 하지만 아무리 바쁘더라두 너희들한테 회답은 해주구서 갔어야 할걸 그랬구나. 그랬으면 너희들이 이렇게 힘든 걸음은 하지 않아두 될건데.》

이때 김형찬부부장이 《장군님!》 하고 부르며 한발걸음 나섰다.

《이 애들이 중앙민청에 보낸 그 편지는 지금 저한테 있습니다.》

《그 편지가 부부장동무한테?》

《예, 부위원장동무가 신해방지구로 떠나기에 앞서 그걸 저한테 보여주면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묻기에… 그래 제가 받아두었댔습니다.》

부부장은 솜옷 웃단추를 끄르고 안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여 대원수님께 보여드리였다.

《허, 이게 그 편지란 말이요?》

대원수님께서는 웃음을 머금으시고 편지에 눈을 주시였다. 마지막줄까지 다 보시고서야 시선을 들어 호남이를 보시였다. 더할나위없이 극진한 애모의 정이 그 시선에 따뜻이 어리여있었다.

대원수님께서는 부부장에게로 눈길을 돌리시며 말씀을 떼시였다.

《얼마나 기특한 생각입니까. 전쟁은 다 이겨놓은 전쟁이요.  이 어린 동무들까지 나라를 위해 이처럼 마음을 쓰고있는데 놈들이 우리를 어떻게 당해내겠소.》

그러시고는 이 편지에 어떤 회답을 보내려댔는가고 넌지시 물으시였다.

한껏 긴장해진 호남이의 시선이 부부장선생님한테로 휙 돌아갔다. 속은 한줌만 하게 쫄아들었다. 그도 역시 나이타발을 하면서 한해 더 기다려야 한다는 식으로 말씀드리기라도 하는 날엔 큰일이였다.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눈짓이라도 해볼양으로 잔뜩 애바른 시선을 보냈으나 야속하게도 부부장선생님은 이쪽은 도무지 볼념을 않는다. 생각깊은 얼굴로 대원수님쪽만 우러르면서 잠시 바재는듯 하더니 그만에야 입을 열고마는것이였다.

《장군님, 전 편지를 받아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나 이 동무들의 소원을…》

호남은 첫순간 자기 귀를 의심했다.

《그러니 군대에 내보냈으면 좋겠다는거요?》

대원수님께서 이렇게 말씀을 하셔서야 부부장선생님이 자기들의 립장에 서서 좋은 말씀을 드리였음을 확정적으로 깨달았다. 고마왔다. 참 좋은 선생님이구나! 어쩌면 우리들의 심정을 그리도 잘 알아주는것이람!

《허ㅡ 나이가 모자란다는데… 그럼 안되지 않을가?》

대원수님께서 웃음어린 시선으로 말씀하시였다.

김형찬은 거침없이 대답올렸다.

《장군님, 나인 어리지만 이 동무들이야 다르지 않습니까. 어린 동무들이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뜨거웠으면… 이 동무들이야 어려운 때 적후에서 총잡구 싸워온 근위대원들이 아닙니까.》

호남은 가슴이 뜨거워올랐다. 장군님, 그렇습니다. 우리야 근위대원들이 아닙니까! 그는 애원어린 눈길로 대원수님을 우러르며 마른침까지 꼴깍 삼키였다.

대원수님께서는 빙긋 웃음을 지으시였다.

《호남인 나이가 몇이라구?》

《옛! 열여섯살입니다.》

호남은 발뒤축을 슬쩍 들어올리며 옹골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키를 봐선… 대포는 아니겠지?》

《아닙니다. 이건 진짭니다. 전 키는 좀 작아두…》

호남은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안타까왔다. 지금까지 키가 크지 못한것때문에 마음쓴적은 수없이 많았지만 이 순간처럼 그렇게 가슴이 아프도록 속상해본적이야 그 언제 있었던가.

《장군님, 진짭니다.》

경식이가 얼른 두둔해나섰다.

《이 동문 키는 좀 작지만 그대신 속은 땅땅 여물었습니다. 우리가 놈들의 비행장에 새여들어갈 때두 하마트면 보초놈한테 발각될번 했는데 그때 이 동무가 반대켠에다 돌을 휙 던졌습니다. 그런 다음 보초놈이 그쪽에다 정신을 팔 때 날쌔게 달려들어 그놈을 해치웠습니다.》

호남은 기쁨에 가슴이 짜릿했다. 얼마나 좋은 애인가! 너무나 고마와 그는 경식이의 손을 슬쩍 더듬어쥐기까지 하였다.

《허, 호남이가 대단한걸.》

대원수님께서는 저으기 놀라우신듯 호남이를 다시 보시였다.

《그래, 작아도 고추라고 호남인 키는 작아도 대장부야. 담대하구, 슬기롭구…》

그러시고는 수원들을 향해 말씀을 이으시였다.

《우리 나라 소년들은 정말 영웅적인 소년들이요. 지난 쏘도전쟁때 쏘련에서 청년들이 근위대를 뭇고 싸운걸 가지고 그때 얼마나 떠들었소. 그런데 우리 나라에선 소년근위대가 나왔거던, 소년근위대! 이건 정말 세상에 널리 자랑할만 한 일이요. 부부장동무말이 옳소. 이 애들이야 다르지. 나이가 모자란다구 해두 이 동무들은 군대에 나가면 아주 잘 싸울거요.》

호남이도 경식이도 가슴이 울렁울렁 뛰였다. 됐구나! 이젠 됐구나!

마을에 남아 소식을 기다리고있을 창국이와 재희의 얼굴이 언뜻언뜻 눈앞에 떠올랐다. 동무들! 기뻐하라! 우리의 소원은 마침내 풀렸다!

이때였다. 돌연히 우르릉거리는 비행기의 발동소리가 들려왔다.

수원들은 모두 긴장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남쪽하늘가에 꺼무레한 점들이 보이더니 원쑤놈들의 폭격기가 넉대씩이나 편대를 지어 가까와오고있었다.

《장군님, 항공입니다.》

수원들은 급히 대원수님을 안전한 지대로 모시려 했다.

대원수님께서는 엄엄한 눈빛으로 적기들만 올려다보실뿐 끄떡도 않으시였다.

적기들은 어느새 미두산상공을 거쳐 높이 떠서 북을 향해 날고있었다. 아마 북쪽 어딘가를 또 폭격하러 가는 모양이였다.

《저놈들의 운명도 이젠 기울었다. 우리는 꼭 이긴다, 이기구말구.》

대원수님께서는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씀하시고는 고개를 돌려 사뭇 정겨운 눈길로 소년들을 보고 또 보시였다.

《우리가 이런 훌륭한 애들을 가지고있는줄이야 놈들이 알수가 없지.》

대원수님께서는 수원들쪽으로 몸을 돌리시며 자애에 넘친 목소리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정말 얼마나 장한 애들이요. 이런 애들이야 온 세상이 보란듯이 높이 춰올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난 생각을 좀 달리합니다. 난 이 애들한테 큰 날개를 달아주자는 의견입니다.》

《큰 날개를 말입니까?》

부부장 김형찬이 놀라움과 호기심이 엇섞인 얼굴로 물었다.

대원수님께서는 고개를 끄떡해보이시며 사뭇 활달한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렇소, 이 애들이 대공으로 높이 날아오를수 있도록 장수의 큰 날개를!… 어린 나이에 나라를 위해 목숨걸구 싸운 이 애들은 모두 귀중한 보배들입니다. 이런 애들은 잘 키워주면 나라의 큰 일군이 될수 있을텐데… 그래 난 이 애들을 공부시키자는 생각입니다. 당면하게는 혁명학원에 데려다 공부시키구, 그담엔 대학공부두 시켜 나라의 큰 일군으로 키웁시다. 군대가 되더라두 이런 애들이야 큰 군대가 돼야 할게 아닙니까.》

(!)

모두의 가슴속에서는 철썩! 처절썩! 거세인 격정의 파도가 일었다.

호남이도 경식이도 숨이 차올랐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움터난 애국의 씨앗을 그토록 소중히 여기고 대견해하시며 조국의 앞날을 걸머질 큰 일군으로 키워주시려 그처럼 다심하게 마음쓰시는 대원수님의 이 크나큰 사랑을 정녕 어디에 비길수 있을것인가!

《호남이, 그렇게 하지?》

대원수님께서 호남이의 어깨에 손을 얹어주시며 따뜻이 물으시였다.

《장군님!…》

호남은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려 했으나 목안이 울컥해올라 입을 열수 없었다. 삽시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함께 싸워온 동무들의 모습이 눈물어린 눈에 어룽어룽 보였다. 동무들, 장군님께서 바라시는건 우리가 품었던 그것하군 대비도 안돼, 장군님께선 우리들이 더 높이 날아오르기를 바라고계셔, 공부를 더 잘해서 나라의 큰 일군이 되기를, 군대가 돼도 큰 군대가 되기를 바라고계신단 말야.…

《허ㅡ 대장부가 울긴…》

대원수님께서는 그의 어깨를 살틀히 다독이시였다. 그 애의 얇은 옷과 연약한 뼈가 감촉되자 마음이 쩌릿해지시였다.

《네가 추운 겨울에 내의도 변변한걸 입지 못했구나. 이 애들이 이렇게 입고도 추위를 무릅쓰고 그처럼 잘 싸웠소.》

그러시고는 일군들을 보시며 소년근위대원들에게 옷을 한벌씩 해주자고, 곧 학원에 보내야 할 소년들인만큼 옷을 군복으로 지어주도록 하자고 은정어린 말씀을 주시였다.

《훌륭한 자식의 뒤에는 언제든지 훌륭한 부모가 있는 법이지.》

허공을 응시하며 무엇인가 잠시 생각을 고르시던 대원수님께서는 모든 소년근위대원들의 가정에 선물을 보내주자고, 자식들을 훌륭히 키운 부모들에게 감사편지도 보내야겠다고 뜨겁게 말씀하시였다.

《호남이, 경식이, 그러니 이젠 평양걸음을 안해두 되겠지?》

대원수님께서 두 소년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며 살틀한 어조로 물으시였다.

《가지 않겠습니다. 장군님말씀대로 꼭…》

호남이 목메인 소리로 말씀드리였다.

《그래, 가지 않아두 돼. 평양엔 전쟁이 끝난 담에 오너라. 내 그때 너희 소년근위대원들을 다 만나줄테니. 참, 부부장동무!》

대원수님께서는 부부장을 가까이 부르시고 말씀하시였다.

《동문 이 애들을 얼른 차에 태워서 탄광마을까지 데려다줘야겠소. 예까지 걸어오느라 얘들이 얼마나 다리가 아팠겠소. 그리구… 계획했던 일은 송부부장한테 맡기고 동문 지체없이 평양으로 다시 나가시오. 내각에 가서 그곳 동무들과 같이 이 애들한테 줄 선물준비를 책임지구 해야겠소. 아니, 가정들에 내려보낼 선물까지 다 준비해야겠소. 부족한게 많을거요. 모두 넉넉히 보내도록 합시다.》

《장군님!》

호남이도 경식이도 목이 메여올라 더 말을 못하고 눈물만 주르르 흘리였다.

장군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뜨거운 격정이 가슴속에서 용암처럼 거세게 끓어번지였다.

부부장 김형찬이 맨 뒤켠에 있던 승용차를 그리로 몰아왔다.

대원수님께서는 두 소년을 손잡아 몸소 차에 태워주시고는 잘 가라고, 가서 공부를 잘하라고, 동무들한테도 그렇게 전하라고, 부디 공부를 잘하여 모두 나라의 큰 일군이 되라고 다시금 간곡히 당부하시였다.

《아버지장군님! 고맙습니다.》

《장군님의 말씀대로 꼭 하겠습니다.》

인사를 올리며 뜨거운 눈물을 삼키는 그들을 태우고 승용차는 미끄러지듯 그곳을 떠났다. 고개를 돌려 뒤켠 시창으로 내다보니 경애하는 대원수님께서 환히 웃으시며 손저어 바래주고계시였다.

《장군님!》

눈물을 방울방울 떨구며 그들도 손을 저었다.

온 세상에 대고 소리쳐 자랑하고싶도록 둘의 심장은 걷잡을수없이 쿵당거리였다. 자기들의 겨드랑이에 갑자기 큰 장수날개라도 돋친듯 몸이 거뿐해지면서 기운이 마냥 뻗쳐올랐다.

그 날개를 퍼덕이며 그들은 자신들이 만리대공으로 아득히 날아오르는감을 다같이 느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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