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12호에 실린 글

 

  □유년소설□

 

                                                          

                                                                홍    광   일

 

 

동물원은 아침부터 구경군들로 흥성이였습니다. 범, 사자, 코끼리, 원숭이, 너구리, 사슴, 노루… 별의별 짐승들이 다 있었습니다.

어느 짐승이나 할것없이 다 마음을 끌었지만 웅일이는 말우리앞에 이르렀을 때 제일 가슴이 높뛰였습니다. 이건 그림이나 영화에서 본 그런 말이 아니였습니다. 살아있는 진짜말이였습니다.

아동영화 《소년장수》의 화면이 눈앞에 자꾸만 얼른거리였습니다. 쇠메장수가 멋진 준마를 타고 장검을 번쩍번쩍 휘두르며 적진으로 용감하게 돌진해들어가는것을 볼 때마다 웅일이는 얼마나 부러웠던가요. 저도 진짜말을 타보았으면 하는 욕망으로 군침까지 꼴깍꼴깍 넘기군 하였더랬습니다.

그런데 그처럼 타보고싶었던 진짜말이 지금 눈앞에 있습니다. 털빛이 눈같이 흰 백마도 있고 검은 말과 누런 말, 밤빛말도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타겠으면 어서 타보렴 하는듯 대가리를 주억이기도 하고 다리를 뚜거덕거리며 이리저리 거닐기도 하였습니다.

《얘, 우리 저거 한번씩 타보지 않을래?》

웅일이는 참다못해 곁에 선 혁이의 어깨를 툭 치며 백마를 가리켜보였습니다.

《말을? 네가 뭐 탈줄 알기나 하니?》

혁이는 입을 삐쭉해보였습니다.

《알아.》

웅일이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거짓말이 불쑥 튀여나갔습니다.

《정말?》

《정말 아니구.》

혁이는 미덥지 않은 눈으로 웅일이를 말끄러미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젓고말았습니다.

《탈줄 알아두 안돼. 누가 태워주겠대?》

그리고는 어서 가기나 하자면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동무들을 향해 쪼르르 달음쳐갔습니다.

하지만 웅일이는 말우리앞을 떠나지 못하였습니다.

때마침 하얀 모자를 쓴 몸매 날씬한 관리원아지미가 말우리앞에 나타났습니다. 첫눈에도 퍼그나 마음이 좋아보였습니다.

《아지미!》

그의 앞으로 다가간 웅일이는 말을 한번만 타보게 해달라고 주저없이 말을 붙였습니다.

《말을 타겠다구? 아니 네가?》

아지미는 기막힌듯 입을 딱 벌리였습니다. 하고는 안된다고 매정스레 딱 잘라매는것이였습니다.

다시 보니 마음좋은 아지미가 아니였습니다. 눈이 오목하고 턱이 뾰조름한게 퍼그나 쌀쌀해보였습니다.

그래도 한번 더 졸라보려고 막 입을 벌리려는데 《웅일어린이, 뭘 해요? 빨리 와요.》하고 찾는 소리가 났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교양원선생님이 저쪽 느티나무아래서 어서 오라고 손짓해 부르고있었습니다.

어쩌는수없이 웅일이는 말우리앞을 떠나 선생님쪽으로 걸었습니다. 가면서 말들을 세번이나 돌아보았습니다.

《웅일이, 뭘 보느라구 떨어졌어요?》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웅일이는 말을 한번 타보고싶어 그랬다고 사실대로 대답하였습니다.

《말을 타자구요? 원참, 그 말은 안돼요. 걱정말아요. 내 이제 말을 실컷 태워줄테니.…》

선생님의 말에 웅일이의 눈은 반짝했습니다.

《진짭니까?》

《이제 봐요. 진짜예요.》

웅일이는 그닥 미덥지 않은 얼굴로 선생님을 따라갔습니다.

동물원을 다 돌아본 아이들은 유희장으로 나섰습니다. 회전그네, 비행기, 관성렬차와 같은 갖가지 놀이시설들이 저마끔 여기저기서 빙글빙글 돌아가며 아이들의 눈길을 잡아끌었습니다.

《자, 웅일어린이가 말을 타구싶어 뒤떨어졌댔는데 우리 그럼 말부터 타보자요. 좋지요?》

《예!》

아이들은 너무나 좋아서 모두들 깡충깡충 뛰였습니다.

웅일이의 기쁨은 남달리 더 컸습니다. 이젠 쇠메장수처럼 마침내 말을 타볼수 있게 되였으니까요.

아이들은 선생님을 따라 회전목마들이 줄지어 늘어선 놀이대앞으로 갔습니다.

타라는 관리공아지미의 신호가 있기 바쁘게 웅일이는 날쌔게 백마를 하나 골라잡고 훌쩍 등에 올랐습니다.

《야, 나두 소년장수다, 소년장수!》

그는 진짜 쇠메장수이기나 한듯 왼손에 고삐를 잡고 오른팔을 높이 쳐들어 흔들었습니다.

회전목마들은 진짜말처럼 몸을 우로 솟구었다 아래로 내리웠다 하면서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한바퀴, 두바퀴, 세바퀴… 말들은 자꾸자꾸 돌았습니다.

《나간다! 쇠메장수 나간다!》

웅일이는 기세높이 웨치였습니다. 다른 애들보다 쑥쑥 앞서나갔으면 얼마나 좋을가요. 하지만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이건 진짜 말이 아니니까요. 이건 제발로 달리지 못하고 운전공아저씨가 전기스위치를 넣어서야 달리는 기계말이니까요.

그러자 점점 흥미가 덜해졌습니다. 눈앞에서는 방금전 동물원에서 본 진짜말들이 눈앞에 자꾸만 얼른거리였습니다.

이윽고 회전목마는 멎었습니다. 그담엔 회전그네로… 회전그네를 실컷 타고서는 관성렬차에로…

한껏 흥이 오른 아이들은 저마끔 좋아라 쭐렁거리였습니다.

하지만 웅일이의 마음 한구석은 허전하였습니다.

(진짜말을 한번 타봤으면…)

진짜말을 타고 장수마냥 적진속으로 육박해들어가는 자기 모습을 상상해보자 더는 참기 어려웠습니다. 발길은 저도 모르게 한발작 또 한발작 동물원쪽으로 향해졌습니다.

《웅일어린이, 아니 어델 가요?》

선생님이 의아한 얼굴로 다가와 물었습니다.

웅일이는 입술만 감빨뿐 인차 대답을 못하였습니다. 어째 그러느냐고 선생님이 재차 물어서야 자기의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래서 그랬군요.》

선생님은 감심한 얼굴로 웅일이의 어깨를 다독이였습니다.

《커서 인민군대가 되겠다는 웅일이의 희망은 아주 좋은거예요. 한번 해보자구 결심한건 끝까지 해내고야말려는 그 성미두 좋은거구요. 그럼 어디 선생님이랑 같이 가보자요.》

휴식시간이 되자 선생님은 자기가 담임한 높은1반을 다른 선생님에게 잠시 맡기고는 웅일이를 데리고 다시 동물원으로 향했습니다.

어찌나 기뻤던지 웅일이는 선생님을 앞질러 말우리쪽으로 냅다 달음쳐갔습니다.

하얀 모자를 쓴 관리원아지미가 말우리앞 잔디밭에서 잡풀을 골라 뽑고있었습니다.

《아지미!》

웅일이는 소리쳐불렀습니다.

일손을 멈추고 몸을 일으킨 아지미는 웬일인가 해서 의아한 눈으로 그 애를 보았습니다. 순간 코가 오똑한 그 애의 고집스런 얼굴에 무엇인가 간절한 소원이 어려있는것을 첫눈에 알아보았습니다.

《아니, 너 또 말을 타자구 왔니?》

웅일이는 응석스레 고개만 끄떡해보였습니다.

《얘, 너 억지가 이만저만이 아니구나. 그건 위험해서 안돼. 괜히 그러지 말구 어서 가봐라.》

아지미는 두말 못하게 잘라맸습니다.

《그래두 한번만… 잠간만이면 돼요.》

웅일이는 물러설념을 않고 그냥 졸라댔습니다.

뒤미처 말우리앞에 이른 선생님도 애를 잠간 올려앉혔다 내리우면 안되겠는가고 관리원아지미에게 사정하였습니다.

했건만 아지미는 아이를 말릴 대신 교양원선생님까지 그러면 되겠는가고 하면서 여전히 들어줄념을 안했습니다.

《허어ㅡ 여기선 무얼 가지구 이렇게 옥신각신들 하오?》

지나가던 밤색잠바차림의 나이지긋한 아저씨가 웬일인가 해서 걸음을 멈추고 물었습니다.

《아이, 반장동지. 글쎄 이런 성화가 어디 있습니까.》

관리원아지미는 구원자라도 만난듯 웅일이가 말을 태워달라고 떼를 쓴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하였습니다.

《오, 그래서… 쪼꼬만 애가 어떻게 말을 탄다구 그러냐. 아지민 위험해서 안된다구 그러는거야. 알겠니?》

웅일이는 대꾸없이 입술만 꼭 깨물었습니다. 그럼 이젠 다구나 하는 생각에 막 울고만싶었습니다.

그러는 그의 표정을 살펴보던 반장아저씨가 말은 왜 그렇게 타고싶어하는가고 넌지시 물었습니다.

《그건… 난 이담에 커서 인민군대 장수가 될래요. 그래서 쇠메장수처럼 진짜말을 타구 한번 달려보구파서…》

웅일이는 그만 저도 모르게 눈물을 한방울 떨구고야말았습니다.

《인민군대 장수가 되겠다? 넌 참 좋은 꿈을 가지구있구나. 그렇단 말이지. 관리원동무, 얘가 그저 장난삼아 타보구파하는건 아니구만. 응?》

반장아저씨의 말에 관리원아지미는 저도 그런줄은 미처 몰랐다고  하면서 한번 태워주는게 좋겠다고까지 하였습니다.

《이런 애의 좋은 꿈을 자래우는 일이야 우리가 왜 마다하겠소. 태웁시다.》

아지미가 얼른 말우리에 들어가 백마를 한마리 끌어내왔습니다.

반장아저씨는 웅일이를 번쩍 들어 말우에 올려놓는것과 동시에 자기도 그뒤에 훌쩍 올라탔습니다.

관리원아지미는 자기가 들고있던 채찍을 웅일이에게 쥐여주었습니다.

《자, 그럼 달려볼가?》

반장아저씨는 한손으로는 웅일이를 안고 다른 손으로는 말고삐를 틀어잡더니 《쩌ㅡ》하고 호기있게 웨치며 말의 배허벅을 슬쩍 찼습니다.

백마는 뚜거덕뚜거덕 마당변두리를 따라 달리였습니다. 차츰차츰 속도를 놓으며 기세좋게 달리였습니다.

《야ㅡ 소년장수 나간다!》

웅일이는 채찍을 높이 들어 칼마냥 휘두르며 목청껏 웨쳤습니다. 자기자신이 유치원어린이라고는 꼬물만치도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진짜로 장수가 된듯 한 기분이였습니다.

마당을 다섯바퀴나 돌고서야 아저씨는 그를 조심히 땅에 내려놔주었습니다.

《그래 진짜말을 타보니 기분이 어떠냐?》

아저씨가 물었습니다.

《기쁩니다. 이만ㅡ큼.》

웅일이는 두팔을 쫙 벌려보았습니다.

《크거든 꼭 인민군대가 돼야 해.》

《예. 난 꼭 영웅이 될래요.》

정말이지 웅일이는 꼭 영웅이 되고야말 결심이였습니다.

그 결심을 마음속 깊이 새겨안으며 그는 아저씨와 관리원아지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선생님을 따라 춤추듯 동물원을 나섰습니다.

자신이 갑자기 장수가 된듯 한 기분이였습니다. 마음속에서는 아동영화 《소년장수》에서 나오는 노래 《출전북을 울려라》의 선률이 힘차고도 흥겹게 오래오래 울리였습니다.

그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일장군님께서는 웅일이와 같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동물원에서 말을 마음껏 탈수 있게 하여주시였습니다.

특히 웅일이와 같은 유치원어린이들을 위해 키낮은 말까지 타도록 크나큰 사랑을 돌려주시였습니다.

어린 동무들! 어서 가 타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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