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8(2009)년 제8호에 실린 글

 

□일 기□

옥토끼와 연필방아

                                                            

                                                              

주체98년 ×월 ×일

지금은 고요한 밤이다.

밤은 깊었으나 나는 선생님이 내준 수학문제가 풀리지 않아 계속 연필방아만 상우에 찧었다.

4150→□→□→4000

(가운데 두 수자는 무얼가?)

벌써 벽시계에서 땡땡… 아홉점을 때린다.

실토리를 앞발로 톡톡 굴리던 고양이도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늘어지게 하더니 아래목에 앉아 잠을 청한다.

(에이, 나도 잘가?)

마치 시계초침소리가 《제꺽 자렴, 제꺽 자렴.》하고 나에게 재촉하는듯싶다.

(고것 참 신통한데…)

나는 잠시 벽시계를 바라보다가 창너머 환한 둥근달을 바라보았다. 둥근달을 바라보니 할머니가 입버릇처럼 들려주시던 옛이야기가 생각났다.

달나라에서 옥토끼가 금절구에 쌀을 찧는다는 이야기이다.

(야, 토끼야. 너는 이밤에도 쉬지 않고 금절구를 콩콩 찧고있구나.)

그런데 나는 연필방아 빈 방아만 찧고있지.…

나는 부끄러웠다.

이때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노래가 있었다. 오늘 낮에 동무들과 함께 힘차게 부르던 새 노래였다. 그 노래를 속으로 불러보았다. 그랬더니 온몸에 새힘이 솟고 졸음은 싹 달아났다.

연필을 똑바로 쥐니 정신은 새록새록 맑아졌다.

닫힌 두 빈칸의 문을 두드리며 수자들이 빈 방아만 찧지 말고 어서 자기들을 들여보내달라고 안타까이 부탁하는듯싶었다.

옳지! 모르는 수는 두번째, 세번째이지… 작은 수는 첫수로부터 세번째만에 작아진 수이니 두수의 차를 셋으로 나누면 매 수의 차를 알수 있겠구나.

나는 곧 연필을 달리기 시작하였다.

(4150-4000)÷3=50

4150→□→□→4000

알고보니 쉬운 문제이다.

나는 너무 기뻐 옥토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속으로 말하였다.

《옥토끼야, 빈 방아만 찧던 내 연필방아도 이젠 5점꽃방아를 찧는단다. 이제 래일 나의 숙제장엔 5점꽃이 활짝 필거야.》

 

신계군 신계소학교

제3학년 오 별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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