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5호에 실린 글
□ 백두산녀장군전설 □
돌강이 생겨난 이야기
학생동무들은 아마 돌강이 흘렀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을것입니다. 물론 히말라야나 알프스와 같은 높은 산들은 사철 눈과 얼음이 뒤덮여있어 때로는 험준한 계곡으로 어마어마한 눈무지와 얼음산이 무섭게 노호하며 무너져내려서 빙하를 이룬다는 말은 많이 들었을것입니다. 또한 화산의 분출로 뜨거운 용암이 범람하여 주변산야를 휩쓰는 광경을 텔레비죤화면에서 더러 보았을것입니다. 그렇지만 돌강이 흘렀다는 이야기는 그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을것입니다. 허지만 우리 나라에는 그러한 돌강이 있습니다. 항일의 전설적인 빨찌산대장이신 김일성대원수님과 항일의 녀성영웅 김정숙어머님의 불멸의 혁명사적이 깃들어있는 함경남도 신흥지구의 한 골짜기에는 집채같은 바위돌들이 골안을 메우며 산밑으로 흘러내린 신기한 돌강의 흔적이 지금도 옛모습 그대로 남아있어 전적지답사자들의 경탄을 자아내고있습니다. 그러면 그러한 돌강이 어떻게 생겨났을가요. 함경남도 신흥과 장진일대에는 그 돌강이 생겨나게 된 유래를 말해주는 다음과 같은 혁명전설이 전해져내려오고있습니다. 백두산대장군님께서 압록강대안에 진출하시여 우리 나라에 침노한 섬오랑캐놈들의 머리우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무서운 불벼락을 들씌우고있던 때에 있은 일입니다. 녀장수는 가슴이 설레이고 온몸에 새힘이 용솟음쳐 잠시도 지체할수 없었습니다. (아, 이 얼마나 바라마지 않던 큰 사변이냐. 어서빨리 압록강을 건너 놈들이 욱실대는 조국땅 한복판에 혁명의 보루를 쌓자!) 그무렵 왜놈들한테 잡혀서도 굴하지 않고 싸워 끝내 도천마을로 돌아온 백두산녀장수는 백두산대장군님으로부터 조국땅에 진출하여 백두산장수들이 발을 붙이고 싸울 비밀근거지를 꾸리고 인민들을 불러일으켜 조국광복의 성업을 앞당길 차비를 하라는 명령을 받은것이였습니다. 녀장수는 놈들의 악착한 고문을 받으며 옥고에 시달린 쇠약한 몸이였지만 도천마을사람들의 권고대로 치료를 받으며 몸을 보양하고 앉아있을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인집 어머니한테는 무산에 있는 친척집에 잠시 다녀오겠다고 하면서 길떠날 차비를 하였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을사람들은 녀장수의 손을 잡고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아니 원, 그 몸으로 어떻게 먼길을 떠난다고 그러시오. 우리의 성의가 부족해서 그러나요? 가더라도 몸이 좀 추선 다음에 떠나주세요.》 그렇지만 녀장수의 마음을 돌려세울수는 없었습니다. 녀장수는 마을사람들이 아직 단잠에서 깨여나지 않은 이른새벽에 짙은 안개발에 몸을 싣고 왜놈들이 지켜서있는 압록강여울목을 쥐도새도 모르게 감쪽같이 건너갔습니다. 왜놈들은 그무렵 백두산장수들이 강을 건너 조국땅으로 쳐나올가봐 더럭 겁이 나서 수많은 군경들을 내몰아 이르는 곳마다에 진을 치고 지켜서있었으며 도처에 밀정을 박아넣어 조선사람들을 감시하게 하였습니다. 녀장수는 이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조국땅으로 깊숙이 들어가자면 인적없는 험한 산발을 타고나가는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녀장수는 구름을 잡아타고 짐승도 발을 들여놓기 저어하는 험산준령을 넘어 훨훨 날아갔습니다. 랑림산줄기를 타고 한동안 날아가니 가도가도 끝이 없을상싶은 밀림의 바다, 부전고원이 눈뿌리 아득하게 발아래 펼쳐졌습니다. 옥련산과 백역산, 오봉산, 뒤덕봉과 두무봉… 흰 구름을 허리에 감고 우뚝우뚝 솟아오른 뫼부리들과 련련히 뻗어나간 산줄기들이 여기저기에 내려다보였습니다. 참으로 장엄하고 거창한 조국산천이였습니다. 날새들도 깃들기 저어하는 험준한 대원시림지대였습니다. 녀장수는 손채양을 하고 이 수림지대를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북쪽으로는 숲이 울창한 산줄기가 백두산으로 잇닿아있어 백두산장수들이 넘나들기 좋은 수림지대였습니다. 그러나 남쪽은 험한 천길 낭떠러지로 둘러싸여있어 그 어떤 적도 범접하기 힘든 천험의 성벽을 이루고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풍산령을 넘어서면 신흥을 거쳐 함흥, 흥남, 원산으로 나갈수 있었고 부전령산줄기를 타고 동쪽으로 가면 북청, 허천에 가닿을수 있었으며 서쪽으로는 장진, 랑림을 거쳐 양덕, 평양으로 쭉 빠져나갈수 있었습니다. 녀장수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아, 여기로구나. 여기에 진을 치고 틀고앉는다면 대장군님의 뜻대로 능히 온 나라 땅덩이를 그러안고 2천만겨레를 조국광복의 성전에로 불러일으킬수 있겠구나.》 녀장수는 급히 구름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어서 비밀근거지의 터전을 잡아야 하겠는데 하늘에서는 숲이 너무 우거져 어디에 알맞춤한 자리가 있는지 도무지 가늠할수가 없었던것입니다. 더군다나 머지않아 백두산대장군님을 이곳에 모시게 되리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나고 조금도 소홀히 할수 없었던것입니다. 생사를 판가리하는 준엄한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한몸을 내대고 앞장에 나서시는 백두산대장군님이시고보면 이 중대하고 어려운 일을 수하장수들한테만 맡겨둘리 만무하였던것입니다. 녀장수는 어서 좋은 터전을 찾아내고 비밀근거지를 멋지게 꾸려야 이곳에 나오실 대장군님을 안전하게 잘 모시고 기쁨과 만족을 드릴수 있다는 한가지 생각에 잠겨 서둘러 땅우에 뛰여내렸습니다. 녀장수가 숲속의 어느 한 바위잔등에 내려선것은 이글이글 불타는듯 한 폭양이 대지를 뜨겁게 내려지지던 무더운 한낮이였습니다. 녀장수는 땀을 들일 사이도 없이 여기저기 우거진 숲속을 헤치며 근거지자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땀이 줄줄이 흘러내려 적삼등이 화락하니 젖어들고 온몸이 가시덩굴에 찢기고 긁혀 얼얼했습니다. 너무 무덥고 갈증이 심해서 입에서 확확 단내가 풍겨나왔습니다. 마침 다래덩굴이 콱 엉켜 앞이 보이지 않는 어느 계곡의 골바닥에서 시원한 찬 기운을 풍겨올리며 콸콸 기세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울려왔습니다. 녀장수가 우거진 풀덩굴을 헤치며 그리로 내려가보니 바위에 부딪쳐 물갈기를 일으키며 강물이 굽이쳐 흘러내리고있었습니다. 녀장수는 피여오르는 물보라에 볼을 적시며 손을 내밀어 물을 한웅큼 떠서 마시였습니다. 어찌나 물이 차겁고 시원한지 이가 시릴 정도였습니다. 온몸의 땀이 잦아들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녀장수는 맞은편 숲을 올려다보면서 성큼 강물에 들어섰습니다. 어찌나 물살이 세찬지 몸을 가늠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소용돌이치는 물갈기에 휩싸여 순간에 온몸이 젖고 미처 발을 옮겨짚지도 못한채 물살에 떠밀려내려갔습니다. 녀장수는 요행 머리우에 드리운 나무가지를 휘여잡고서야 겨우 건너편 둔덕으로 헤여오를수 있었습니다. 왜놈들과 싸우느라 숱한 강물을 헤여건넜지만 이렇게 차고 사나운 강은 처음 대하는듯 했습니다. 너럭바위에 걸터앉아 수건으로 온몸을 닦고 젖은 옷을 쥐여짜느라니 오한이 나는듯 이가 떡떡 맞쪼였습니다. 몸에 난 무수한 상처도 쓰리고 아팠습니다. 그러나 녀장수는 한몸의 괴로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듯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왜적들이 욱실거리는 국내깊이에 수많은 공작원들을 파견하셨으니 백두산대장군님께서도 불원간 이리로 나오실것은 불을 보듯 명백했던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게 언제쯤일가. 늦춰잡아도 올가을이나 초겨울에는 틀림없이 이곳으로 거룩한 자욱을 옮기실것이 아닌가. 그러면 총검의 숲을 헤치고 조국땅에 들어서신 대장군님께서도 이 강을 건느실게 아닌가. 그때쯤이면 이 고장에는 눈서리가 내리고 첫 추위가 들이닥치겠는데 어떻게 대장군님께서 이 차고 사나운 강물속에 발을 잠그시게 한단 말인가. 녀장수의 마음은 몹시 괴롭고 착잡하였습니다. 대장군님의 안녕을 위함이라면 물불을 헤아리지 않고 한몸을 내대시는 녀장수이시니 왜 그렇지 않겠습니까. 녀장수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리고 온몸이 얼어드는듯 했습니다. 녀장수는 주먹으로 옆에 서있는 나무밑둥을 두드리며 안타까움에 모대기였습니다. 《아,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무심한 산천아, 말해봐라. 너도 내 조국의 산천이 아니냐. 왜놈의 발밑에 짓밟혀 몸부림치는 이 강산을 되찾기 위해 사선을 헤치고 너를 찾아나오시는 대장군님을 어떻게, 아 어떻게 얼음같이 찬 이 강물속에 들어서시게 한단 말이냐.》 그 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옆에 있는 바위가 부르르 몸을 떨고 무성한 숲이 우수수 설레이며 쩡ㅡ 하고 메아리를 일으켰습니다. 그러자 온 산발이 드르릉 울리면서 골안 막바지에서 번개불이 번쩍하고 요란한 뢰성이 터졌습니다. 그와 함께 아찔하게 높이 솟은 바위벼랑이 와르르 무너져내렸습니다. 그것은 무수한 바위돌로 부서져 무섭게 노호하며 강물처럼 밑으로 와당탕와당탕 흘러내려왔습니다. 바위돌들이 강물우에 철썩철썩 떨어져 딩굴면서 물갈기를 휘말려올려 온 골안은 뽀얀 물안개속에 휩싸였습니다. 정말 세상이 생겨 처음 보는 희한하고 장쾌한 돌강의 흐름이였습니다. 골안은 순식간에 집채같은 바위돌로 메워지고 강물은 바위돌짬으로 스며들어 그밑에서 소용돌이치며 출렁출렁 흘렀습니다. 녀장수는 깜짝 놀라 옆으로 비켜선채 손채양을 하고 그 광경을 통쾌하게 바라보면서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였습니다. 《암, 천출명장이신 백두산대장군님께서 혈로를 헤치고 조국으로 진출하시겠는데 이 나라 산천이 어찌 무심할수 있으랴.》 백두산대장군님의 안녕을 바라 그처럼 마음쓰며 괴로와하던 녀장수는 드디여 안도의 숨을 내쉬고 해빛같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녀장수의 가슴은 어서 빨리 비밀근거지터전을 잡고 2천만을 광복성업에로 불러일으켜 백두산대장군님께 더 큰 기쁨을 마련해드릴 한마음으로 뜨겁게 불타고있었습니다. 그해 가을 이곳에 오신 백두산대장군님께서는 녀장수의 다함없는 충정에 받들려 기적적으로 솟아난 이 돌강을 건느시여 이 지구에 꾸려진 비밀근거지사업을 지도하시면서 전민항쟁준비를 더욱 빈틈없이 다그쳐 조국해방의 날을 앞당길 휘황한 전망을 열어주시였다고 합니다. 그후 오랜 세월 이 고장 사람들속에만 전설로 전해내려올뿐 외진 심산속의 무성한 숲속에 파묻혀 소문없이 잠자고있던 이 돌강이 이곳 혁명전적지를 찾으신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장군님의 사랑의 손길아래 답사자들의 눈길을 끄는 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 조국의 아름다운 명소의 하나로 빛을 뿌리게 되였습니다.
구 형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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