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97(2008)년 제6호에 실린 글

 

  백두산녀장군전설

 

골탕먹은 악질순사

 

강기슭의 산비탈에도 단풍이 붉게 타던 어느마가을 장날이였습니다.

이날도 겨울차비를 서둘러야 하겠다면서 숱한 녀인들이 강을 건너 신파장마당으로 밀려들었습니다.

어서빨리 겨울량식과 솜옷감을 푼푼히 마련하여 산으로 보내주자는 속심이였습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르는 곳마다에서 왜놈들의 머리우에 불벼락을 안기고있는 그 미더운 백두산장수들이 생눈을 씹으면서 사나운 눈보라속에서 싸울것을 생각하니 잠시도 지체할수 없었던것입니다.

아무리 단속을 해도 쌀과 천이 자꾸만 새여나가는데 약이 오른 왜놈들은 요즘 더 많은 순사와 밀정놈들을 장마당과 나루터로 내몰았습니다.

길목마다 순사놈들이 칼자루를 절커덕거리며 지켜서있었고 장마당 여기저기서 감쪽같이 변장한 밀정놈들의 눈알이 번뜩거렸습니다.

광선사진관 《지휘처》에서도 왜놈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수시로 신호방법을 바꾸면서 장보러 온 강건너 녀인들을 보호하고 이끌어나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아주머니가 끝내 순사놈들한테 걸려들었습니다.

아이업은 아주머니 하나가 광선사진관 2층창문에서 위험신호로 창가림이 걷히는것을 보고도 천흥정을 마저 하느라고 우물거리다가 갑자기 달려든 왜놈순사한테 잡히고말았던것입니다.

《이제 산것이나 무엇인가?》

아주머니가 광주리를 머리우에 이고 일어서려는데 순사놈이 앞을 막아서며 꽥 소리쳤습니다.

《저… 아무것도 아니우다.》

아주머니는 깜짝 놀라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어물어물 대답했습니다.

《아아, 시끄럽다. 빠리빠리나 보자!》

순사놈은 머리우에 인 광주리를 탁 나꾸어챘습니다. 광주리가 발밑에 떨어져 딩굴면서 속에서 아이들 고무신짝과 과자봉지, 보자기에 싼 꾸레미가 흩어져나왔습니다.

순사놈이 칼끝으로 보자기를 뚱기쳐 헤치니 그속에서 열둬자나 실히 될 광목천이 나왔습니다.

《빠가야로!》

순사놈은 다짜고짜로 불이 나게 아주머니의 뺨을 후려쳤습니다. 

아주머니는 그 자리에 풀썩 어푸러지고 등에 업힌 애기는 놀라서 으앙 하고 울음을 터쳤습니다.

《누가 이렇게 많이많이 사라고 했소까?》

순사놈은 눈깔을 딱 부릅뜨며 따지고들었습니다.

《저… 이불이 다 해져서…》 

아주머니가 엉거주춤 일어서며 변명했습니다.

이때 장마당한복판에서 난데없는 회오리바람이 일어나면서 순사놈의 모자를 벗겨 시누런 먼지와 함께 하늘높이 휘말아올렸습니다. 순사놈은 두손을 허우적거리며 하늘만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또 그앞에서 안개를 뽀얗게 피워올리며 웬 젊은 녀인이 우렷이 솟아올랐습니다.

순사놈은 어리벙벙하여 맨머리바람으로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였습니다.

《이놈, 연약한 녀인한테 이게 무슨짓이냐. 너의〈대일본제국〉의 경찰관나리들이라는건 다 그렇게 도덕도 없고 례절도 모르느냐! 꼴좋다. 모자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행패질이냐. 썩 물러가서 제 코나 먼저 씻는게 좋을듯 하다.》

젊은 녀인은 순사놈의 맨머리를 손가락질 하면서 호되게 몰아세웠습니다.

순사놈은 제 눈앞에서 너무도 놀라운 일이 연거퍼 일어나고 웬 아릿다운 젊은 녀인이 불 솟아올라 불이 펄펄 이는 눈으로 쏘아보며 위엄있게 꾸짖어대는 바람에 얼이 빠져 《핫,.》하면서 연방 고개를 까딱거렸습니다.

장군들은 가련한 몰골을 바라보면서 허리가 끊어지게 웃어댔습니다.

아이업은 아주머니는 그러는새에 광주리를 주어들고 슬그머니 어디로 사라졌습니다.

이때 한무리의 왜놈순사들이 호각을 빽빽 불어대면서 장마당으로 밀려왔습니다. 놈들이 칼을 꼬나들고 헐레벌떡 달려와보니 수상한 젊은 녀인은 안개와 함께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그들앞에는 잔등에 삐라가 붙은 알머리바람의 순사 하나가 차렷자세로 오돌오돌 떨며 서 있을뿐이였습니다.

《빠가! 대일본경찰관이 이게 무슨 꼴인가.》

어깨우의 견장에 누런 금줄이 번쩍거리는 고관놈이 화가 나서 그놈의 뺨을 한대 철썩 후려치고 잔등에 붙어있는 삐라를 와락 잡아뜯었습니다. 삐라에는 《일제를 타도하고 하루빨리 조국의 광복을 이룩하자!》는 글발이 씌여져있었습니다.

왜놈순사들은 눈이 둥그래서 서로 쳐다보며 팔다리를 와들와들 떨었습니다.

물건을 사가지고 장군들속에 몸을 피한 녀인들은 장마당에서 본 녀인의 름름한 모습과 골탕을 먹은 왜놈순사에 대한 이야기를 깨고소하게 나누면서 신이 나서 소곤댔습니다.

《아까 젊은 녀인이 누군지 알아봤소?》

《아무렴, 우리 옥순아재를 몰라보겠소.》

《다들 보았지. 우리 무산집새애기는 분명 보통녀인이 아니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아니면 백두산의 정기를 타고난 귀인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어 녀인들은 서로 쳐다보며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형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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