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112(2023)년 제2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특별숙제
김현심
제 1 회
지난해 있은 일이랍니다. 그때 나는 소학교 1학년생이 된지 두달도 안되였습니다.
아버지가 해주는 밥
일요일이였습니다. 엄마가 소곤소곤 형에게 말했습니다.
《진송아, 은송이 깨면 같이 밥먹고 숙제 잘하는지도 돌봐주고 밖에 막 못나가게 해라, 너도 공부 잘하고, 형이 본보기가 되여야 해, 알았지?》
《예, 알았어요. 엄마, 빨리 오라요.》
《오냐.》
체! 난 다 들어요. 사실 잠은 그때쯤이면 어렴풋이 깨거던요. 눈이 반짝 떠지지 않아서 그렇지. 형하고 난 도제 한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데 엄마는 난 어린애구 형은 어른인줄 아는가봐요. 이제 숙제도 나 혼자 척척 할적만 보지?
어느덧 형과 함께 아침밥을 맛있게 먹은 나는 큰 상우에 우정 요란스레 국어교과서, 수학교과서, 숙제장, 지시수첩, 연필, 지우개를 몽땅 올려놓았습니다. 형도 숙제장을 펼치고 마주앉았습니다.
《은송아, 암산숙제부터 하자. 암산표를 꺼내.》
피- 제법 선생님처럼… 하지만 난 공손히 암산표를 꺼냈습니다. 형말을 잘 듣는 동생이 착한 아이라고 얼마나 교양받았다구요. 나는 상우에 교과서크기만한 마분지에 한자리수와 간단한 두자리수 더하기, 덜기를 한판 가득 써넣은 암산표를 올려놓고 냅다 웃방에 달려가 주산을 꺼내왔습니다.
《너 주산은 왜 가져오니?》
《계산하려구.》
《암산문젠데?》
《뭐라니?!》
《안돼, 제 머리로 해야지. 선생님이 주산에만 매달리면 암산능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시지 않았니?》
《형이 뭐 선생님이야?》
《넌 그럼 소학교 1학년생이라는게 유치원동생들앞에서도 계속 주산가방을 목에 걸고다닐테야?! 어서 이리 내!》
형은 내 손에서 주산을 뺏어가지고 자기옆에 가져다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초시계까지 척 들더니 《준비!》하면서 누르개에 엄지손가락을 가져다대였습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연필을 쥔 손가락짬에 땀발이 내돋는것을 느꼈습니다.
《시- 작!》
(17에 5를 더하면… 응… 22! 12에 9를 더하면…)
나는 이렇게 이마에 진땀을 빠작빠작 돋꾸며 암산풀이를 하였습니다. 다 맞았으면 정말 좋을텐데 그만 네 문제는 틀렸습니다.
형이 선생님처럼 연필로 빗사선을 그을 때마다 형을 쏘아보지만 형은 꿈쩍도 안합니다. 네번 틀린 대신 곱절이나 되게 여덟번 다시 풀고… 그다음엔 국어받아쓰기에 단어 찾기까지…
이렇게 달달 볶이우다나니 어느새 12시가 넘었어요. 씨! 형은 자기도 아직 소년단넥타이를 못맨 꼬맹이면서 말끝마다 제법 엄마에게 은송이의 《신발》은 자기가 잘 신긴다나요. 숙제를 끝내지 못하고서는 어떤 놀음도 못하게 한다던지. 피-
형때문에 이리저리 《혼쌀》 나다나니 어느새 저녁이 되였는지도 몰랐습니다.
19시쯤 되여서 문이 슬며시 열리며 아버지가 들어오셨습니다.
《야! 아버지 오셨구나.》
《진송이, 은송이, 숙제랑 다 했나요? 점심밥은 제대로 찾아먹구?》
《예, 숙제도 다하고 점심도 형하구 맛있게 먹었어요. 그런데 엄마는 같이 안오시나요?》
《그래, 어머니는 오늘부터 며칠동안 못들어올것같구나.》
《왜요?》
《저기 먼곳에서 군사복무하는 군인아저씨가 세게 아파해서 어머니가 가서 큰 수술을 해주기로 했단다.》
《저거, 그럼 이제부턴 아버지가 밥해주나요?》
《그렇지 않구. 이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썩 나은 일등료리사인줄 너희들 모르지?》
《피- 거짓말.》
《진짜라는데.》
우리 엄마는 두줄에 한알, 군의예요. 소좌동지예요. 아버지는 중좌동지, 같은 병원의… 뭐라고 했더라? 아참, 내과과장동지래요.
나는 아버지가 저녁밥을 짓는 동안 속담공부시간에 배운것처럼 반찬광에 고양이 드나들듯 부엌으로 부지런히 들락날락했습니다. 아버지의 솜씨를 훔쳐보려구요. 어머니보다 어쨌든 좀 못해보이지만 아버지의 료리솜씨도 정말 고급은 고급이였습니다.
어느덧 아버지가 부엌에서 큰소리로 형과 나를 찾습니다.
《자, 식사시간!》
형과 나는 부엌으로 뽀르르 달려나갔습니다. 형이 거수경례를 붙인채 보고를 하였습니다.
《군의중좌동지! 맏아들 성진송 외 한명 저녁식사를 위해 도착했습니다.》
아버지는 밥죽을 든채로 답례했습니다.
《좋소. 식탁앞으롯!》
우리는 정말 맛있게 밥을 먹었습니다. 아버지가 해주는 밥이 이상하게 더 맛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잠자리에 누우니 자꾸만 엄마 생각만 났습니다. 엄마는 언제 오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