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112(2023)년 제2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특별숙제
김현심
제 3 회
군대아저씨들
아침해가 창문가에 다가와 잠을 덜깬 나와 형에게 빛살총을 막 쏘아댑니다. 마치 어때? 눈이 시그러워 못견디겠지? 어서 일어나! 하는것같았습니다. 나는 두눈을 쪼프린채 얼굴로 곧추 비쳐드는 해살을 손등으로 막아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침대에서 나란히 누워자는 형을 흔들어깨웠습니다.
(이젠 깨나야지, 그런데 왜 머리가 막 빙글빙글 돌가?)
《형! 형! 이젠 좀 깨나라. 나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 그래.》
《엉? 머리가 아프다구? 너 열나는 모양이로구나. 내 얼른 체온계를 가져올게.》
그런데 형도 잠에서 금방 깨서 그런지 걸음이 비칠비칠했습니다. 나는 체온계를 겨드랑이밑에 꼭 끼우고 형을 쳐다보았습니다. 형 얼굴이 빨간게 이상했습니다.
나는 체온계를 꺼내보았습니다. 37도 5부였습니다. 다른 체온계로 재보니까 형은 열이 더 높았습니다. 38도 3부였습니다. 나와 형은 두눈이 휘둥그래져서 서로 마주 바라보았습니다.
《엉? 우리 열나누나.》
이때 순영누나가 그런 우리 모습을 보고 방안으로 뛰여들어왔습니다.
《아니, 너희들 왜 그러니? 열이 나지 않니?》
황급히 체온계들을 살펴본 누나가 막 야단을 쳤습니다.
순영누나는 우리를 따로따로 눕게 하고 약함에서 해열제를 꺼냈습니다.
《아니, 아니지. 해열제는 빈속에 먹으면 안돼. 우리 우선 밥부터 먹자. 자, 누나가 이렇게 곁에 있지 않니. 겁낼건 없어.》
머리가 계속 딩딩거리고 밥그릇이 보기조차 싫었지만 나는 아버지, 엄마가 말하던대로 그리고 누나가 시키는대로 겨우 밥을 먹었습니다. 어른들은 언제나 《밥그릇밑에 진짜보약이 있단다.》 하지 않나요. 이제 약을 먹으면 열이 뚝 떨어질거예요.
나와 형은 이불을 푹 덮고 눈을 꼭 감았습니다. 누나가 형과 나사이에 앉아서 자주 이마를 짚어보며 이불을 꽁꽁 여며줍니다.
똑딱똑딱…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 그만 솔곳이 잠들었던 나는 끙끙! 하는 신음소리에 눈을 번쩍 떴습니다. 해가 중천에 솟았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저쪽켠에 누운 형이 몹시 아픈지 그냥 신음소리를 내고있었습니다.
《누나, 형이 더 아픈가봐요.》
순영누나의 얼굴은 컴컴하게 질려있었습니다.
《글쎄말이다. 도무지 열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오르는구나. 약도 다 떨어졌는데 어쩌면 좋을지. …》
나는 그만 당황하여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엄마, 어디 있나요? 형도 나도 열이 안떨어져요. 빨리 올수 없나요? 흑흑!》
누나가 허둥지둥 어딘가에 급히 전화를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얼마후 《똑똑똑.》 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나가 서둘러 문을 여는데 틈새로 군복이 보입니다.
《야! 아버지!》
그런데 달려가보니 아니였습니다. 《빨간 더하기》완장을 팔에 낀 낯선 군대아저씨 두명이 나를 보고 활짝 웃고있었습니다. 순영누나가 급히 눈물을 훔치며 군대아저씨들의 팔소매를 덥석 부여잡았습니다.
《군인동지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이 애들 부모들은 안계시지, 열은 안내리고 약은 다 떨어졌지, 그만 겁이 덜컥 나서…》
《이젠 마음놓으십시오. 우리가 이렇게 달려오지 않았습니까, 하하하.》
정말이지 군대아저씨들이 오니 마음이 푹 놓였습니다.
아저씨들은 곧바로 형한테 가서 청진도 하고 맥도 짚어보았습니다. 다음 나도 자세히 진찰했습니다. 그런데 두눈이 부리부리하고 키가 큰 한 아저씨는 여간만 재미나지 않았습니다. 싱글벙글 웃는 얼굴에 슬슬 이야기도 잘하고… 익살쟁이가 분명했어요.
《진송이라고 했지? 걱정하지 말아. 진송인 최우등생이라면서? 공부잘하는 아이한테선 아무리 못된 악성비루스도 비실비실 인차 달아난단다. 이제 봐라, 이 주사만 맞으면 곧 열이 뚝 떨어지는걸. 너희들 이런 노랠 못들어봤지? 〈군대손은 약손이지요 약손이지요〉》
군대아저씨는 내가 배아플 때마다 내 배를 살살 문질러주며 외할머니가 부르군 하던 그 무슨 《약손타령》까지 흥얼거리는것이였어요. 나와 형의 얼굴에 드디여 웃음발이 슬며시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온 한 군대아저씨는 그새 10분간격으로 형과 내 체온을 계속 재보았습니다.
37도, 36도 7부… 열은 점점 내리고있었습니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가? 반장큰엄마까지 나와 형한테로 달려왔어요. 반장큰엄마는 방안에 들어서자바람으로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울먹거렸습니다.
《미안하네, 미안해. 우리 인민들때문에 며칠밤을 꼬박 새운 자네들을 푼수없이 이렇게 또 불러들일줄이야. … 자네들한테 정말 면목이 없네, 없어. 우리가 구실을 못하다나니 자꾸만 군대들 짐이 되는구만. 더우기 저애들 부모들을 봐서라도…》
반장큰엄마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반짝 거립니다. 한줄에 네알, 그 키크고 눈이 큰 익살쟁이대위 아저씨가 반장큰엄마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반장어머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인민을 위해 온갖 진정을 다 바치는것이 우리 인민군대의 제일사명이 아닙니까. 그리고
《고맙네, 고마와. 글쎄
군대아저씨들은 참으로 다심한 명의사선생님들이였습니다. 형이 체기까지 겹쳤다고 침도 놔주고 발안마도 해주고 나한텐 우스개소리도 한바탕 들려주고…
이젠 난 그까짓 신형코로나비루스가 하나도 무섭지 않습니다. 인민군대아저씨들이 왔으니까요. 나도 형도 인차 나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