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아동문학》 주체112(2023)년 제7호에 실린 글

 

동화 

 꿈구슬

김진주

 

마지막회

빛을 뿌린 꿈구슬

 

어느날이였습니다.

갑자기 바깥세상에 무슨 큰일이 생겼는지 개미들의 지하궁전이 드르릉 흔들렸습니다.

그 바람에 개미동산에서는 대피하느라 큰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제일이가 일하는 곳에서도 애기개미들의 요람우로 흙덩이가 부스스 떨어졌습니다. 당장 천정이 무너질것같았습니다.

제일이는 황급히 자기가 맡은 애기개미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 시작하였습니다.

하나, 둘, 셋…

(제발 애기개미들을 다 옮길 때까지 다른 일이 생기지 말아주렴.)

제일이는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습니다.

하지만 일은 끝내 생기고말았습니다.

제일이가 마지막애기개미를 안고 방에서 막 나오려는 때였습니다.

쿵-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천정이 무너져내렸습니다.

순간 제일이는 애기개미를 몸으로 덮으며 정신을 잃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제일이는 애타게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슬며시 눈을 떴습니다.

숱한 동무개미들과 녀왕개미가 근심이 가득 어린 눈으로 자기를 내려다보고있었습니다.

《야! 제일이가 눈을 떴다!》

동무개미들이 손벽을 치며 기뻐하였습니다.

제일이는 온몸이 막 쑤시고 아팠지만 그보다도 애기개미가 더 걱정되여 물었습니다.

《애기개미는 어떻게 되였나요? 무사하나요?》

녀왕개미가 제일이를 꼭 안아주며 대답했습니다.

《그래요. 제일이가 한몸으로 덮어주었기에 애기개미는 한점 상한데 없이 무사하답니다. 정말 장해요.》

애기개미방이 무너졌을 때 녀왕개미가 보낸 개미들이 제때에 흙무지를 파헤치고 제일이를 구해냈습니다.

그때 애기개미를 몸으로 덮고 정신을 잃은 제일이를 보면서 그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일이는 방그레 웃음을 지었습니다. 온몸은 성한 곳 없이 상처투성이가 되였지만 자기가 맡은 애기개미들을 다 구원한 기쁨이 더 컸던것입니다.

어느덧 날은 흘러 제일이가 맡은 애기개미들도 다 자라 일터로 떠나가고 애기개미방에는 또 다른 애기개미들이 들어왔지만 제일이는 여전히 보모개미로 남아있었습니다.

제일이가 키워 일터로 보낸 개미들은 그를 잊지 못해 자주 소식을 전해오군 하였습니다. 자기가 키워낸 애기개미들이 동산을 위한 큰일을 해제꼈다는 소식이 날아올 때면 제일이는 꿈구슬을 매만지며 가볍게 한숨을 쉬군 하였습니다.

제일이도 자기의 소원대로 사냥개미가 되여 한번 이름을 날려보고싶었습니다.

하지만 자기를 그토록 따르는 애기개미들을 뿌리칠수가 없어 아직까지도 녀왕개미를 찾아가지 못하고있었습니다.

오늘도 제일이가 몸으로 덮어 구원하고 깜장이라고 이름을 달아준 애기개미가 굉장히 큰 청벌레를 혼자힘으로 잡아와 개미동산이 깜짝 놀라게 하였다는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제일이는 마침내 이렇게 결심하였습니다.

(그래, 난 비록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내가 키운 애기개미들이 나 대신 꿈을 이루게 할테야.)

제일이는 꿈구슬을 깜장이에게 전해주리라 생각하며 목에서 벗겨냈습니다.

그런데 이것 보세요.

글쎄 꿈구슬이 반짝반짝 빛을 뿌리고있는것이 아니겠나요.

《야! 꿈구슬이 빛을 뿌리는구나!》

제일이는 너무 기뻐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러면서도 꿈구슬이 어떻게 되여 빛을 뿌리는지 영문을 알수 없었습니다.

이때 꿈동이가 날아왔습니다.

《꿈동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일가? 난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는데 꿈구슬이 빛을 뿌리니 말이야.》

《제일아, 넌 이미 꿈을 이루었단다.》

《뭐, 꿈을 이루었다구?》

제일이는 머리를 기웃거리며 꿈동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꿈동이는 제일이의 손을 잡고 버섯광장으로 이끌어갔습니다.

광장에는 동산의 개미들이 모두 모여있었습니다.

녀왕개미가 제일이를 자기의 곁에 세우고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러분, 오늘 버섯광장에서 축하를 받을 개미는 바로 보모개미인 제일입니다. 그는 맡은 애기개미들을 한몸으로 구원해냈고 튼튼하게 잘 키워 동산에 내세웠습니다. 우리모두 제일이를 축하해줍시다.》

제일이가 키운 애기개미들이 그의 가슴에 꽃송이를 달아주고 꽃다발을 안겨주었습니다.

모든 개미들이 제일이를 축하하여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제일이는 뜻밖에 차례진 영광에 눈을 슴벅이며 몸둘바를 몰라하였습니다.

꿈동이가 제일이앞에 날아와 아름다운 빛을 뿌리는 꿈구슬을 목에 걸어주었습니다.

제일이는 꿈동이에게 말했습니다.

《꿈동아, 난 이제야 알았어. 무슨 일이든지 맡은 책임을 다해서 잘해나갈 때 자기의 꿈도 이룰수 있다는것을 말이야. 이름을 날릴수 있는 일감이 따로 있는것이 아니였어. 난 앞으로 내가 맡은 보모개미일을 더 잘해나갈테야.》

제일이의 목에 걸린 꿈구슬도 그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더욱더 아름다운 무지개빛을 뿌렸습니다.

만경대구역 광복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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