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 회)

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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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용세동무, 무슨 소식 못 들었어?》

《무슨 소식? …》

방금 전투직일근무를 교대하고 비행기에서 내린 유진혁은 마침 저쪽에서 마주오는 차용세를 띄여보자 불쑥 이렇게 물었다.

아닌밤중에 홍두깨내미는 격으로 던진 물음이라 차용세는 오히려 눈이 떼꾼해지며 마주보았다.

그들 둘은 비행군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한날한시에 이 비행부대에 배치받은 추격기비행사들이였다. 둘이 다 남자치고는 키가 좀 작을사 하지만 몸은 여간 다부지지 않았다. 철봉에서 대차같은것을 할 때 보면 팔과 온몸의 근육이 얼마나 단단하고 울뚝불뚝한지 체력교예배우들을 무색케 할 정도였다. 둘이 머리까지 꼭같이 뒤고 옆이고 빡 밀어 올리추고 웃머리를 손가락 한마디기장도 안되게 짧게 깎아서 비행모나 군모를 벗었을 때 보면 더 날파람있어보였다.

그들은 비행사침실의 한방에 량쪽으로 갈라 나란히 놓은 침대에서 코를 맞대고 몇년 잘 총각생활을 하다가 약속이나 한것처럼 한해전 같은달에 결혼식들을 하였다. 지금은 신혼생활로 깨가 쏟아지는 때이지만 둘사이의 동지적, 전우적우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부대에서나 동무들은 급히 유진혁의 일에 대해 알아보자다가 본인을 만나지 못하는 때면 차용세를 찾았고 차용세에게 또한 그런 경우가 있을 때에는 유진혁을 보고 알아보군 하였다. 그러면 별로 등탈이 없었다.

《무슨 소식이게?》

이번에는 차용세가 오히려 더 궁금한지 진혁이에게 다시 되물었다.

《아직 듣기만 하구 누구에게 발설하지 말라구.》

진혁은 사위를 둘러보았다. 저쯤 좀 떨어진 장소에 비행기정비를 나온 성원들이 모여있을뿐 가까이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이야. 이건 다른 일과 달라서 소문을 내면…》

진혁은 또 뒤다짐을 받는다.

《챠- 이 유진혁이 언제부터 이렇게 됐어? 장가를 들더니 사람이 달라진게 아니야?》

《장가야 뭐 나 혼자 들었는가, 동무도 들었지.》

《하긴 그렇긴 해.… 그런데 무슨 일이야?》

《이제 곧 중요한 전투임무수행을 위해서 비행편대들을 새롭게 구성한다는거야. 요즈음 적들이 우리 나라에서 인공지구위성을 발사하면 요격하겠다구 얼마나 미친듯이 발악하나. 실제로 이지스함이 기동해서 우리 나라 령해가까이로 다가오고 전략정찰기들이 뻔질나게 출격하고있지 않나.…》

《그야 무슨 비밀인가. 며칠전 강연회때 정치위원동지가 구체적으로 해설하지 않았어. 이번에 적들이 감행한 키 리졸브, 독수리합동군사연습의 침략성과 위험성에 대해서까지 말이야.》

《그게 비밀인게 아니라 선발하는 비행편대에 누가 뽑히는가 하는것이 아직 비밀이라는거지.》

《선발비행편대를 조직한다는게 사실이야?》

《그래서 내가 동무에게 묻지 않나? 무슨 소식을 못 들었는가구.…》

이야기는 시작점으로 되돌아갔다.

《동무 총참모부에 있다는 형님한테서 무슨 신호를 받지 않았어?》

《여 용세, 아무리 허물없는 사이라두 그런 원칙성없는 말은 함부로 하지 말라구. 우리 형님이 터울이 뜬 나를 아버지맞잡이로 사랑하는건 사실이지만 사사와 공사를 못 가리는 일군같은가.》

《하긴 동무말이 맞아. 내가 잘못했어.》

차용세는 인차 자기를 뉘우치며 사과했다. 진혁은 씩 웃었다.

《사실은 어제 참모부에서 불러 갔더랬는데 거기서 부사단장동지랑 하는 이야길 귀동냥해들었단 말이요. 나한테도 비행년한이랑 지금까지의 실전훈련정형이랑 료해하길래 낌새가 다르구나 하는걸 느꼈는데…》

《그러구보면 정치부에서 무슨 중요한 동원회의 같은것을 준비한다면서 대대정치지도원동지랑 찾은것과 무슨 일맥상통한데가 있지 않아?》

《그래서 동무에게 묻는게 아닌가.》

둘은 자꾸 머리를 기웃기웃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았으나 누구한테서도 시원한 소리는 없고 오히려 알쑹달쑹해졌다.

그러는데 저쯤에서 대대장이 그들을 띄여보고 불렀다.

코가 뭉툭하고 입술이 두툼한 그는 웬간해서는 비행사들을 먼데서 소리쳐 부르는 일이 없었다. 자기가 달려오거나 누구한테 시켜서 전달하게 했다. 그는 여느때없이 불러놓고는 머리를 수굿하고 무슨 생각에 잠겨있었다.

한손에 항법지도가 든 가방을 들었는데 흥분할 때 하는 버릇대로 다른 한손으로는 코방울을 자꾸 훔쳤다. 진혁이와 용세가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하며 보고하려 하자 대대장은 한손을 들어 제지시켰다.

《진혁동무, 안해가 돌아왔소?》

《예?》

《평양으로 갔다던 안해가 돌아왔나 말이요.》

대대장은 여전한 얼굴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너무도 생각밖의 단도직입적인 물음이였다.

진혁은 얼굴이 확 붉어지며 당황해하였다. 장가간지 1년밖에 안되지만 대대장이 지금까지 안해나 집안의 자질구레한 일에 대하여 물은적은 한번도 없었던것이다.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진혁은 부끄럼을 타며 주눅이 들어 대답했다.

《산원에 들려보겠다고 했다지?》

《거기에도 가보고 입원해있는 형수 병문안하겠다고 했는데…》

《총참모부에서 일하는 형님 말이요?》

《형님이 아니고 형수 말입니다.》

《글쎄 형수…》

《예.》

《용세동문 안해가 집에 있소?》

《제 처도 함께 갔습니다.》

차용세가 진혁이를 흘끔 훔쳐보며 역시 주접이 든 소리를 하였다.

《잘은 한다. 나는 동무네 둘이만 쌍둥이처럼 붙어다니는줄 알았더니 안사람들도 마찬가지군. 하긴 동무들이 지난해 같은 달에 결혼했으니 산원걸음도 같을수밖에… 허허 참, 좋은 일이지.…》

대대장은 좀해서 웃지 않는 성미인데 오늘은 기분이 좋은지 소리내여 웃었다. 그리고나서 아까처럼 코방울을 만지작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진혁이와 용세는 좀 싱거운 생각이 들었다. 진혁이는 말을 못 붙이고 차용세가 용기를 내여 한 둬걸음을 뗀 대대장의 등뒤에 대고 물었다.

《대대장동지, 우리 집사람한테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일? 무슨 일?》

대대장이 걸음을 뚝 멈추고 머리를 돌렸다. 오히려 웬일인가고 묻는 표정이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엉- 이제 다 알게 되오. 참, 동무들도 이제 들어가서 침실에서 휴식하다가 련락이 있으면 다 모이는걸 알지?》

《모릅니다.》

《몰라? 챠, 난사로군. 그렇게 빈틈이 없다던 부대대장이 어떻게 된거야?》

대대장은 팔목시계를 보았다. 급한 걸음인지 다시 가던쪽으로 돌아서며 일렀다.

《어데 나다니지 말고 가서 다른 동무들과 함께 기다리오.》

그리고는 늦은 걸음을 봉창하려는지 지휘부청사쪽으로 뛰여갔다.

《여 용세동무, 이거 어떻게 된거야? 점점 더 아리숭하구만. 대대장동지가 우리 집사람들이 평양에서 돌아왔는가 하는건 왜 알아볼가?》

《지휘관이니까 다 알구있기야 해야지.… 그만큼 내 걸음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보고싶어요., 형수병문안 해야 돼요., 산원에도 들려보아야지요.하며 호들갑을 떨더니…》

진혁은 안해가 앞에 있으면 손가락으로 고 오똑한 코라도 튕겨주려는지 한손을 쳐들고 차용세에게 한걸음 다가셨다.

《나보군 왜 이래?》

《내가 뭐 어쨌는가, 허허참.…》

《나도 잘못했어. 산골내기인 우리 처는 집이 평양인 동무 처와 같이 가야 구경을 실컷 한다면서 기어이 따라나섰는데 그 몸으로 뚱기적거리며 어데를 다니며 구경한다구…》

《정세가 긴장한데 비행사의 안해들이 한가하게 구경이야 무슨 구경을 다니겠는가. 사실이야 해산날이 오래지 않은 녀자들이 속내를 다 터놓을수 없으니까 그렇게 말한거겠지.》

《동무는 그런것까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이제 곧 아버지가 되겠는데 그쯤한거야 알아둬야지?》

《하하… 오늘 보니 이전 진혁이 아니구만. 혹시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준비때문에 찾은게 아닐가?》

《정세가 이렇게 긴장한 때에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이란건 또 뭐요?》

《챠- 동문 혁명적락관주의가 없어. 아까부터 정세가 긴장하다 긴장하다 하면서 구경두 못한대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도 안된대. 구데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는가? 적들이 날치면 우리가 족치고 가족들은 승리의 노래를 부르면 더 좋지 나쁠게 있는가. 그건 노래폭탄이라는거야.》

둘은 이렇게 흥야랴붕야라하며 여러가지로 추측해보았으나 종시 의문을 풀지 못하였다. 가서 휴식하면서 대기하라던 대대장의 당부도 있고 해서 걸음을 빨리했다.

련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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