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회)

제 3 장

3

(1)

 

평양대극장뒤 류성동 친정집을 나선 응희는 련못동행 무궤도전차를 탈가 지하전동차를 탈가 망설이다가 마침 뻐스정류소에 사람이 적은것을 보고는 종종걸음을 했다.

오늘은 어떻게 하든지 동서면회를 가자고 마음먹고 떠난것이다. 그런 걸음이여서 짐이 좀 많았다.

병이 중하다니 분명 입맛이 없어할것이다. 기름진 음식을 입에 잘 대지 않는 동서에게 무엇을 대접해야 할가.

이런 궁리, 저런 궁리를 하던 응희는 문득 언젠가 남편이 《우리 형수는 막두부장을 기막히게 잘 끓이고 좋아하는데…》라고 하던 말이 생각나서 무릎을 찰싹 쳤다. 어머니에게 부탁해서 감자와 풋고추를 구해오게 했다. 두부는 살림집아래층에 있는 식료상점에 자기가 가서 갓앗아 매장에 내놓은 제일 하들하들한것으로 몇모 사왔다. 그것을 가지고 오늘 신새벽부터 일어나 정성을 다 쏟아부었다. 바싹 단 쟁개비에 기름을 약간 두고 먼저 소고기와 감자를 송당송당 썰어넣고 한동안 볶다가 콩된장을 물에 삼삼하게 풀어 부어넣었다. 한창 끓을 때 손바닥우에 두부를 놓고 크지도 작지도 않게 베넣었다. 풋고추도 함께 두었다. 쟁개비뚜껑이 달그락소리를 내며 오르내릴 때까지 한동안 보골보골 더 끓였다. 혹시 짜지거나 슴슴하지 않을가 해서 끓는 동안 입안을 데울번 하며 두번이나 맛보았다. 그렇게 다 만든 다음에는 식지 않게 하느라고 또 한참 왼심을 썼다.

《얘, 동서면희를 간다면서 아침부터 막두부장이란건 뭐냐. 저 랭동기안에 그보다 더 좋은게 그득한데…》

어머니는 딸이 민망스러운지 이마살을 찌프리며 지청구를 했다.

자식을 셋씩이나 낳고도 몸매가 날씬하고 균형적이던 어머니는 몇년전부터 몸이 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보기 싫을 정도로 뚱뚱해졌다. 그렇지만 둥그스름한 얼굴에는 주름이 별로 없었다. 지금도 젊은 녀자들 못지 않게 눈섭을 그리고 입술연지랑 자주 발랐다.

어느 중앙기관산하의 무역회사 부사장으로 일하는 남편의 그늘밑에서 생활에 대한 걱정을 모르고 살아오는 이 녀인은 며칠전 딸이 갑자기 집에 나타났을 때 영문없이 눈물부터 쏟으며 붙들고 넉두리를 늘어놓았다.

《아니, 난 비행사가족이면 호강하는줄 알았는데 그 곱던 네 얼굴과 손이 이게 뭐냐, 이게. 응?》

출가한 딸을 오래간만에 만난 반가움이 앞서 그러는것인줄 알면서도 응희는 어머니의 그 말이 귀에 거슬려서 손을 빼며 되물었다.

《어머니두 참, 내 얼굴과 손이 어떻다구 그래요? 그리구 비행사가족이 호강한다는건 또 무슨 소리예요?》

《야- 네 랑군인지 남편인지 되는 사람이 널 채가자구 왔을 때 뭐라고 했는지 아니? 어머니, 응희동무에 대해서는 마음놓으십시오. 내 금방석에는 못 앉혀두 절대로 고생은 시키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흰목을 쳤다. 사내의 한마디가 중천금이라는데 제 입으로 이 가시어머니앞에서 큰소리를 치고도 안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아이구…》

《호호호… 그이가 무슨 독수리라구 날 채가요? 그리구 내 모양이 어떻다구 그래요? 요즈음 애기를 가졌으니까 좀 꺼칠해졌겠지요.》

《그래두 제 서방이라구 이 어머니앞에서 편역만 드는구나. 네 아버지는 총각때 처녀인 날 만나러와서 그런 말 한마디 없었다. 오히려 남자가 좀 못생긴것 같구 어리숙해보여서 내쪽에서 제빠듬했댔는데… 그렇지만 이 어머니한테 얼마나 극성스러웠는지 아니? 지금은 몸이 지내 나고 나이를 먹어 그런지 곁에 오기도 싫다구 한다만… 싫겠으면 싫구, 난 상관 안해.…》

어머니는 입을 삐쭉거렸다.

《호호호… 아이, 이 어머니가 집안에만 계시더니…》

응희는 허리를 꼬부리고 웃으며 주먹을 드는척 했다.

《네가 고생하지 않구 호강하면 얼굴의 살이 쏙 빠지고 손이 이렇게 험해졌겠니?》

《아버지한테 다 대줄래, 어머니가 락후해졌다구.》

《내가 락후해졌다구? 무슨 소리를 하니텔레비나 방송을 틀어놓고 세상돌아가는 형편을 제일 잘 아는건 나야. 네 아버진 신문이나 제대로 보는지?… 에그, 이 손 보지?》

사실 응희는 처녀때보다 얼굴살결이며 손이 좀 거칠어진것만은 사실이였다. 더우기 지금은 배안에서 새 생명이 태동하고있다. 아무리 곱던 녀자도 이런 때면 얼굴이 상하고 살결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그때문에 자신을 못마땅해하거나 후회하는 녀자는 없을것이다.

더우기 자기가 시집을 가서 고생한다고 생각한적은 꼬물만큼도 없었다. 오히려 비행사가족들에게 베풀어지는 사랑과 혜택에 아직은 아무것도 보답 못하고있다는 송구스러움과 자책이 가슴 한구석에 늘 자리잡고 있을뿐이였다. 그리고 집안에서 너무 호강하며 자란탓에 지금도 생활력이 강하지 못하여 남편에게 번번이 미안한 경우가 많았다.

응희는 어머니가 종일 방구석에서 장이나 뒤적이며 지내다보니 시대에 뒤떨어지고 생활관도 달라져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의 말을 들어보니 아버지도 그전같지 않은것 같았다. 어쩐지 마음이 불안하였다.

평양에 올라와서 먼저 동서의 면회를 하고 산원에 들려보고는 인차 집으로 내려가자고 했던 일이 어머니의 이런 치원과 눈먼사랑으로 뒤죽박죽이 되고말았다.

어머니는 면회고 뭐고 먼저 병원부터 가봐야 한다면서 남편의 차를 불러 태워가지고 갔다. 병원에서 의사들은 검진해보고 산모의 건강이 매우 좋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산원으로 데리고갔다. 용세의 처 하경숙이도 함께 갔다.

그는 응희를 부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에 대한 소외감같은것을 느꼈는지 불편해하였다.

응희가 제 집처럼 생각하고 지내라며 방을 정해주고 실내복도 여러벌이나 꺼내주었다. 그렇지만 자기가 살아온 가정과는 달라서 그런지 여러모로 옹색해하였다. 산원에 함께 가서 검진을 받고는 외켠으로 6촌벌이 된다는 언니네 집에 가있겠다고 했다. 평양에 올라올 때는 마음에 두지조차 않았던 먼 친척이였다.

응희가 그러지 말고 함께 있다가 내려가자고 몇번이나 만류했으나 막무가내였다. 전화로 련계를 가지기로 하고 할수없이 헤여졌다.

이래저래 응희는 마음이 어수선하였다.

오늘 아침도 어머니는 아버지의 차를 불러타고 동서면회를 가라고 야단했다.

《얘, 그 몸으루 그 짐을 들고 어떻게 걸어간다구 그래. 조금만 기다려라. 내 이제 전화를 걸면 차가 씽하구 와.》

《어머니, 일이 바쁜 아버지에게 그러시면 안돼요. 승용차는 무슨 승용차예요. 거리에 나가면 전차나 뻐스가 씽씽 다니는데…》

《안되긴 뭐가 안되구 네 아버지가 일이 바쁘긴 뭐가 바빠. 이젠 전과 달리 오금을 놀리기 싫어하구 종일 사무실에만 박혀있는것 같더라. 요즈음 집안에는 뭘 꺼들이는게 있는줄 아니? 다니길 싫어하니 운전사가 종일 제볼장이야. 차라리 너라도 타고다니는게 낫지. 다른 소리말구 좀 기다려라.》

그 녀자는 뚱기적거리며 전화기로 다가갔다. 그러는것을 응희가 무작정 막아서서 송수화기를 들지 못하게 했다.

《어머니, 이러지 마세요. 그런 전활 하면 안돼요. 어머니가 자꾸 이러시면 난 오늘 저녁에라도 내려가구말래.》

응희는 정말로 마음이 언짢아서 흐려지는 얼굴로 어머니의 팔목을 잡았다.

《에그, 시집을 가 제 서방이 있다구 너까지 날 괄셀 하자구드는구나. 절 생각하는 이 어미마음은 알려고도 하지 않구.》

《내가 왜 어머니마음을 모르겠어요.》

《알긴 뭘 알아? 엥이, 모르겠다. 걸어가겠으면 걸어가구 내려가겠으면 내려가구 네 밸대로 해라.》

응희는 이러는 어머니를 떼놓고 황황히 집을 나섰다. 몸과 마음이 홀가분해지는것 같았다. 그렇게 그립고 오고싶던 친정집이 무슨 일때문인지 자기를 막 속박하는것 같았다.

전우동정류소에서 내려 지하건늠길을 나와 4. 25문화회관앞 유보도에 올라섰는데 누군가 자기를 알아보고 소리쳐불렀다.

《삼촌어머니, 삼촌엄마!》

《아니, 이게 누구야? 널 여기서 만나다니?!》

조카 철림이였다. 얼굴에 놀라움과 웃음을 함뿍 담고 달려왔다. 함함한 머리채가 이쪽저쪽으로 흔들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런 그들을 쳐다보며 빙긋빙긋 웃기도 했다.

《우리 철림이가 이렇게 컸구나, 키가 쭉 빠지구 이젠 처녀꼴이 다 잡혔구나. 요 살결 고와진걸 보지?》

응희는 두손에 든 짐을 아무렇게나 놓고 철림이의 두볼을 쓸어보고 찰싹찰싹 두드리기까지 했다.

《삼촌엄마, 왜 이제야 나타났어요?》

철림은 처음 보고 반기던 때와는 달리 눈길을 내리깔며 좀 새침해하였다.

《너 내가 평양에 올라온걸 알고있었니? 가만, 우리 저기 좀 가자.》

그들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유보도에 오래 서있을수 없어서 짐들을 나누어들고 분수터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련 재
[장편소설] 뢰성 (제1회)
[장편소설] 뢰성 (제2회)
[장편소설] 뢰성 (제3회)
[장편소설] 뢰성 (제4회)
[장편소설] 뢰성 (제5회)
[장편소설] 뢰성 (제6회)
[장편소설] 뢰성 (제7회)
[장편소설] 뢰성 (제8회)
[장편소설] 뢰성 (제9회)
[장편소설] 뢰성 (제10회)
[장편소설] 뢰성 (제11회)
[장편소설] 뢰성 (제12회)
[장편소설] 뢰성 (제14회)
[장편소설] 뢰성 (제15회)
[장편소설] 뢰성 (제16회)
[장편소설] 뢰성 (제17회)
[장편소설] 뢰성 (제18회)
[장편소설] 뢰성 (제19회)
[장편소설] 뢰성 (제20회)
[장편소설] 뢰성 (제21회)
[장편소설] 뢰성 (제22회)
[장편소설] 뢰성 (제23회)
[장편소설] 뢰성 (제24회)
[장편소설] 뢰성 (제25회)
[장편소설] 뢰성 (제26회)
[장편소설] 뢰성 (제27회)
[장편소설] 뢰성 (제28회)
[장편소설] 뢰성 (제29회)
[장편소설] 뢰성 (제30회)
[장편소설] 뢰성 (제31회)
[장편소설] 뢰성 (제32회)
[장편소설] 뢰성 (제33회)
[장편소설] 뢰성 (제34회)
[장편소설] 뢰성 (제35회)
[장편소설] 뢰성 (제36회)
[장편소설] 뢰성 (제37회)
[장편소설] 뢰성 (제38회)
[장편소설] 뢰성 (제39회)
[장편소설] 뢰성 (제40회)
[장편소설] 뢰성 (제41회)
[장편소설] 뢰성 (제42회)
[장편소설] 뢰성 (제43회)
[장편소설] 뢰성 (제44회)
[장편소설] 뢰성 (제45회)
[장편소설] 뢰성 (제46회)
[장편소설] 뢰성 (제47회)
[장편소설] 뢰성 (제48회)
[장편소설] 뢰성 (제49회)
[장편소설] 뢰성 (제50회)
[장편소설] 뢰성 (제51회)
[장편소설] 뢰성 (마지막회)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0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