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회)

제 3 장

3

(2)

 

《삼촌한테서 전화가 왔는걸 뭐.…》

《삼촌한테서? 언제? 뭐라고?…》

응희는 가슴이 철렁해서 두손을 앞가슴에 모아잡기까지 했다.

《삼촌엄마가 집에 들리지 않았는가고 묻겠지요 뭐.

《네가 전활 받았니?》

《그럼 누가 받아요.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해있지, 아버진 요즈음도 출장가시고 안계시지.》

《그래 뭐라고 했니?》

《밑두 끝두 없이 급하게 묻길래 내가 되물었지요 뭐. 삼촌, 삼촌어머니가 평양에 올라왔나요?하고…》

《그러니까?》

《삼촌이 허허 웃더구만요.》

《성내시지 않구 웃어?》

《삼촌어머니, 우리 삼촌 성내는걸 봤어요?》

《그건 그렇구, 내가 평양에 도착했는가 알아보느라고 전화한 모양이구나.》

《아니예요. 무슨 긴급한 일이 있는것 같아요. 나더러 나타나면 일을 다 보지 못해도 좋으니 빨리 내려오라구 이르라고 했어요. 그리고는 더 물을새도 없이 전화를 끊었어요.》

《빨리 내려오라구 하더란 말이야?》

《예.》

《그럼 우리 친정집에라두 전활 걸어 좀 알려줄것이지.…》

《사돈어머니가 전달해주지 않아요?》

《우리 어머니가?》

응희는 또 한번 놀랐다. 철림이가 거짓말을 할수는 없다. 그러고보면 어머니가 전화를 받고도 모르쇠를 한것이 틀림없다. 또 한번 어머니가 야속스럽게 생각되였다.

남편은 자기가 차용세의 안해 하경숙이와 함께 평양으로 올라온것을 안다. 꼭 형수의 병문안부터 먼저 하고 산원에도 들려보라고 한것은 남편의 권고였다. 그런 다음 올라갔던김에 산골에서 나서자란 용세의 안해 하경숙에게 평양구경까지 잘 시키고 내려오면 더 좋다고 하였다.

그랬던 남편이 형님집에 전화를 걸어 조카더러 자기를 찾아 빨리 내려오라는것을 전하라고 했을 때야 무슨 일, 그것도 급한 일이 생겼다는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철림이도 방금 삼촌이 몹시 바빠하며 조급해하는것 같더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남편은 왜 처가집에 전화를 하지 않았을가. 평양에 올라오면 친정집에 있을건 뻔한데 무슨 노여움이나 언짢은 일이라도 있는가. 가시아버지나 가시어머니가 어려워서?

남편은 그래도 자기가 평양으로 올라올 때 아버지한테 부어올리라면서 어버이장군님께서 선물로 보내주신 강계포도술이며 어머니가 맛보게 하라고 쵸콜레트까지 려행용가방안에 넣어주지 않았는가. 그때는 가시아버지, 가시어머니에게 섭섭한것이 있다는 말이나 노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런 남편이 형님네 집에는 전화를 걸면서 우리 집에는 왜 아무 말 없었을가.

이 순간 응희는 남편이나 어머니에게서 따돌림을 받은것 같은 전혀 당치않은 생각이 들면서 서러움이 차올랐다. 앞에 조카 철림이가 없다면 눈물을 쏟았을지도 모른다.

잠시후 자신을 다잡은 응희는 조카에게 물었다.

《철림아, 너 그래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이냐?》

《어머니한테요.》

《그래? 마침 잘됐다. 함께 가자. 나도 어머니한테 면회를 가는 길이다.》

《그래요?! 아이, 좋아라. 엄마가 어제밤 좋은 꿈을 꾸셨겠네. 삼촌엄마가 면회오는 꿈을… 만나면 무척 반가와할거예요.》

《얘, 그런 말 말아. 형님한테 면목이 없다. 내가 늦어서…》

《아니예요. 이제 삼촌엄마가 나타나보라요. 내 말이 틀리는가.》

《정말 그럴가?》

《그렇잖구요.》

그러던 철림이가 생뚱같은 소리를 했다.

《삼촌어머니, 나두 빨리 동생을 보구파요. 총각이든 처녀애든…》

《동생을?》

《응, 삼촌엄마가 낳은 동생 말이예요.》

그제야 응희는 말뜻을 알아차리고 얼굴을 붉혔다.

《우리 철림이가 이젠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어서 빨리 가자.》

《그런데 뭘 이렇게 많이 준비했어요?》

《아무것도 없다. 철림아, 그건 내가 조심히 들어야 해.》

응희는 막두부장그릇이 들어있는 구럭은 기어이 자기가 들었다.

그들은 지고 들고 맞들고 해가지고 경림이가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응희는 동서를 만나보고서야 어렴풋이나마 남편이 왜 전화를 걸어 빨리 내려오라 했는가를 짐작할수 있었다.

《동서, 바쁜 때에 무슨 면회를 오느라고 이런 수고를 해. 이젠 홀몸도 아닌데… 나야 이렇게 입원실에 편안히 누워 치료를 받지 않나.》

《형님, 오히려 늦어서 송구스러워요.》

《송구스럽다니, 그 먼데서 무거운 몸으루…》

《이번에 면회를 하지 않고 내려가면 철림이 삼촌한테서 쫓겨나요.》

《쫓겨나다니? 그건 해보는 소리지?》

《엄마, 맞아요. 삼촌이 그새 삼촌어머니가 없으니 빨리 내려오게 하라구 전화까지 걸어왔는데 뭐.…》

《그것 보라구. 아이구, 우리 적은이가 이렇게 달덩이같은 색시를 땅에 두구 하늘을 어떻게 날가. 마음같아서는 아마 비행기에 함께 태우고 다니고싶을거야.》

《아이, 형님두. 비행기에는 못 태우구 다녀도 집에나 자주 들어오면 좋겠어요.》

응희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동서앞에서 남편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경림은 그러는 응희를 정겹게 바라보다가 그의 손을 끌어당겨 꼭 쥐였다. 그리고는 방금전과 달리 진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동서, 삼촌이 동서를 한시도 품에서 놓지 않고싶어하면서도 집에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는건 군복을 입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 그처럼 중요하고 영예롭기때문이야. 요즈음 미국놈들과 일본반동들, 리명박역적패당이 얼마나 못되게 놀고있나. 우리가 인공지구위성 광명성-2호를 쏴올린다니까 더욱 미친듯이 날뛴다지 않아?

동서를 평양에 올려보내자바람으로 되돌아서라고 한걸 보면 분명 무슨 중요한 일이 있기때문일거야.》

응희는 눈을 내리깔고 공손히 듣고있었다.

장군님께서 우리 군관가족들을 최고사령부 작식대원이라고 하셨는데 정세가 이렇게 긴장한 때에 작식대원들도 자기 위치에서 전투명령을 기다려야지.》

《명심하겠습니다.》

《동서가 어련할라구. 난 이렇게 병원침대에 있다보니 우리 철림이 아버지나 삼촌한테 면목이 없구 죄스러운 생각뿐이야.》

《형님, 그런 말씀을 마세요.》

《아니야. 그러니 동서가 내 마음까지 합쳐 작식대원구실을 잘하구 삼촌의 뒤바라지도 더 잘해달라구.》

《형님, 알겠어요.》

《참, 산원에랑 들려보았나? 그래 해산달이 언제래?》

《래달 초순이라는데…》

응희는 또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외로 틀었다.

《아이구, 그럼 당장이로구만. 우리 철림이 좋아하겠다. 동생, 동생하며 늘 외우댔는데…》

경림은 어머니곁에 앉아 방그레 웃는 딸을 쳐다보았다.

《그러지 않아도 어머니한테 면회오면서 삼촌엄마에게 소원을 말했는데요 뭐.》

응희는 붉어진 얼굴을 식히지 못하고 나직이 대답하였다. 실은 산원에서는 해산달이 박두한데다가 비행사가족이라는것을 알고 무작정 자기네한테 입원해서 해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소며 이름이며 다 장악해놓았다. 정 부득이한 사정으로 산원에 올라올 형편이 못되는 경우 가까운 어느 병원 산과에라도 입원하여 련락해달라고 했다. 그러면 지체없이 내려가 해산방조를 하겠다는것이였다. 응희는 그지없이 고마운 우리 나라에서만 있는 그 일까지 다 이야기하면 형님이 무작정 내려가지 말고 입원해있어야 한다고 할것 같아서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경림은 응희의 손을 꼭 잡은채 당부하였다.

《동서, 삼촌이 급히 찾았다니 내려는 가라구. 그렇지만 일을 보구는 인차 되돌아서야겠어. 알겠나?》

《알겠어요.》

이날 그들은 호실에 함께 있는 환자들까지 손을 끌어다앉히고 응희가 준비해가지고간 음식들을 차려놓고 즐거운 기분으로 점심을 먹었다.

경림은 응희가 끓여가지고간 막두부장을 보자 눈이 커졌다.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피여올랐다.

《아이구, 동서는 내가 막두부장을 좋아한다는건 어떻게 알았나? 얘 철림아, 숟가락…》

《삼촌이 알려줬대요.》

《적은이가?》

《예.》

《어쩜… 찬찬하기란…》

동서가 좋아하는것을 보자 응희의 마음도 여간 기쁘지 않았다.

《하늘을 씽씽 나는 비행기를 타면서 이 형수의 식성까지 알아두다니

경림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성수가 나서 음식을 차리는 응희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경림은 그 막두부장으로 오래간만에 밥그릇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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