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 회)

10. 오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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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은 천마별영을 떠나보내고나서 량세봉을 여러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량세봉에 대한 최시흥의 인물평가를 재삼 확인한 오동진은 매우 흡족하였다.

복덩이가 제발로 굴러든셈이다. 기골이 우람진데다가 마음씀씀이 여낙낙하고 말도 사리정연하게 하며 무척 근실해보였다.

식자도 많을듯싶고 인정도 후한듯싶어 량세봉을 어떻게 써먹을가 궁리하다가 그를 총영의 검무관으로 배치할것을 결심하였다.

광복군총영에서 검무관이란 주로 총영에 소속된 지휘관들과 대원들이 군사규률과 질서를 잘 지키도록 통제하고 교양하고 부정한 행위에 대해서는 벌을 내리는 직무였다.

대원들의 불량행위를 발견해서 깨우쳐주고 규률을 크게 어길 때에는 조사를 벌려 처벌을 줄데 대한 의견서를 총영에 제출하는것이 검무관의 기본직무였다.

오동진도 광복군총영을 세우고 부대를 천명이 넘게 확장해보니 독립군의 째이지 못한 꼴이 더구나 두드러져서 골머리가 아프기 그지없었다.

어느날 오동진은 이러한 문제를 총영에 찾아오신 김형직선생님께 툭 털어놓고 말씀드리였다.

오동진의 실태보고를 들으신 김형직선생님께서는 매우 심중한 안색으로 깊은 생각에 잠기셨다가 그러면 총영안에 부대의 군기를 독려할 직제를 만들어 총영장을 보좌하는것이 어떤가고 의견을 내놓으시였다.

오동진은 김형직선생님의 고견에 무릎을 치며 좋아하였다.

하여 그는 검무관이라는 부중대장급의 직무를 만들어놓았다. 그러니 부대의 군기가 달라지는감이 눈에 뜨이게 나타났다.

그런데 검무관으로 선발된 인물들이 점차 불량한 사건들에 말려들기 시작하고 뢰물과 금전을 받아들이고 부패를 조장시키는 왕초가 되여버렸다.

검무관이라면 마땅히 군기준수에서 앞장에 서고 모범이 되여야 하겠는데 오히려 직무수행에서 요령과 흑심이 크게 자라나 직권을 가지고 부대안에 무규률과 정실안면관계, 비도덕과 부패를 만연시켰다.

검무관들은 지휘관들로부터 뢰물을 받아 챙기고는 그들의 과오를 감싸주거나 애매한 장병들에게 벌을 내리게 하고 때로는 범죄행위의 공범자로 말려들어 뒤통수에 구멍이 나도록 손가락질을 받기가 일쑤였다.

오동진은 여러명의 검무관들을 대원으로 강직시키거나 독립군에서 추방해버리다가 근래에는 자기의 상급부관인 김한석을 그자리에 앉혀놓았다.

김한석이 원래 정예군사교육을 받은데다가 청렴하다는 인정도 받아온 사람이라 최근에 검무관사업이 제 곬에 들어선것 같았다.

그런데 김한석은 부대의 작전지휘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검무관일에 빠져드니 오동진에게도 한결 무거운 짐이 쏠리였다.

한편으로는 참모장으로 있는 리진택을 자기의 직무에서 비켜놓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있었다.

최근 리진택이 이따금 총영에 드나드는 공산주의물을 먹은 인물들과 자주 접촉한다는 뛰뛰한 여론이 돌기 시작하였던것이다.

언젠가 한번 오동진이 그에게 왜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가, 몇번 만났는가 하고 따져물은적이 있었는데 리진택은 여러번 만났다고 시인하면서 자기를 뉘우치는 기색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오동진은 부총영장의 직제를 내올 생각을 하였던지라 리진택을 그자리에 돌려놓고 현대전에 대한 리론이나 경험이 있는 김한석을 참모장자리에 돌려놓을 결심을 하여왔다.

김한석은 상급부관으로 임명되기 전에 중대장으로 있었는데 그가 지휘한 전투들은 언제 한번도 실패하지 않고 매번 쾌승을 거듭하여왔다.

그때마다 오동진은 역시 최신정규교육을 받은 사람이 다르다고 생각하군 하였다.

김한석을 참모장직제에 돌려놓을 생각을 한데는 다른 리유도 있었다.

그가 점차 여론의 도마우에 오르기 시작한것이다.

다행으로 그에 대한 뒤소리는 앞섰던 검무관들이 저질렀던 범행과는 성격이 다른것이였다.

사람이 너무 매정하고 쇠막대기처럼 꼿꼿해서 쓸만 한 사람들에게 크지 않은 죄를 걸어 턱자없는 벌을 함부로 들씌워 부대공기를 너무 팽팽하게 한다는것이였다.

한쪽귀로는 총영장이 무턱대고 김한석에게 놀아나 제 닭 잡아먹기 시작했다는 후문도 드문히 들려왔다.

불 안 땐 굴뚝에서 연기날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에 량세봉의 문제를 걸고 소동을 벌려놓는것을 보면서 오동진은 다시금 김한석에게서 쇠막대기같은것이 도수를 넘어섰으며 그것이 검무관으로서는 적당치 않다는 판단을 다시 하게 되였다.

자기와 최시흥대장이 눌러놓은 량세봉을 중대장이 꼬드긴다고 해서 자기의 동의없이 영창에 가두었으니 천마별영의 대원들은 물론 최시흥대장이 총영군기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뿐이랴.

김형직선생님에 의해서 일이 바로잡혔기 망정이지 그냥 불이 번졌더라면 모처럼 찾아온 천마별영의 끌끌한 장병들이 총영에 등을 돌렸을게 아닌가.

오동진은 사람은 역시 적재적소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더 말썽이 생기기 전에 김한석을 참모장자리에 올려놓고 검무관직능은 내놓게 하는것이 해결책이겠다. 역시 김한석에게는 작전지도가 알맞다. 괜히 공이 큰 사람을 검무관자리에 더 지체시켰다가 긁혀서 인재를 상하게 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만큼 했으면 검무관사업에서도 공을 세운셈이다. 다른 검무관들이 늘 달고다니다가 종당에 그것때문에 밀려나던 뢰물이요, 공범죄요, 공금사치요 하는것이 없이 말쑥한 본태를 그대로 지켜준것이 고맙기도 하다.

어느날 오동진은 참모부의 성원들을 다 세워놓고 참모장 리진택을 부총영장으로, 김한석을 참모장으로, 량세봉을 검무관으로 임명한다는것을 엄숙하게 발표하였다.

그러자 참가자들속에서 짤막한 소요가 일어났다.

부총영장이나 참모장임명에는 다른 문제가 없었다.

신입대원에 불과한 량세봉 그것도 량곡사건때문에 몇시간에 불과했어도 영창살이했던 사람이 검무관으로 된다는게 당초에 물망에 올릴 일인가 하는 내색들이였다.

오동진은 지휘관들의 그러루한 불만이 인차 짚이우자 엄하게 눌러놓았다.

《량세봉검무관은…》

오동진은 검무관이라는 소리에 특별히 력점을 찍었다. 이미 임명발표를 했는데 무슨 잡소리냐, 틀림이 없다 하는 위압이였다.

《죄가 없었소. 그 누가 뭐라고 떠들든지 임자들은 그에 대해서 더는 횡설수설하지 마시오. 부총영장과는 이미 합의를 보았으니 참모장과 검무관만 남고 돌아들 가시오.》

총영의 지휘관들은 오동진이 다시금 오금을 박는 바람에 다들 군소리없이 물러났다.

방안에는 김한석과 량세봉만이 남았다.

두사람 다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

오동진은 그들을 힐끗 일별하고 바깥으로 눈길을 보내며 말을 시작하였다.

《상급부관을 참모장으로 임명한것은 총영의 금후 작전에서 고투를 벗어버리자는거요.

참모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것을 명심하시오. 왜놈들은 무기는 물론 전법도 다 유럽에서 배워다가 뭐 현대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너덜거리는데 우리 총영은 아직도 의병대의 싸움법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하고있소.

살을 날리고 창을 휘두르고 화승총에 불을 붙여 쏘는 식으로써야 대포를 쏘며 달려드는 왜적들과 어떻게 접전을 벌려 승리할수 있단 말이요. 군사학교 교재도 참모장이 다시 검토하고 전반적으로 고쳐야 하겠소. 아직은 왜놈들이 여기 만주땅에 얼마 기여들지 않았으니 다행이지 저놈들이 미구하여 중국대륙에 덮쳐들건 뻔한 일인즉 빨리 우리 독립군을 일신시켜야 하오.

참모장이 내밀어야 할 일이 크게 두가지요. 무기와 전법을 신식화하는거요. 나는 마음이 급해나오. 왜놈이 무리지어 쓸어들 날이 오래지 않았소. 그때는 본격적인 싸움을 벌려야 하오.

그동안 상급부관이 이 오동진을 깨도시키느라고 수고가 컸는데 번거롭기 그지없는 검무관일까지 맡아서 정말 고생했소. 검무관일도 몇걸음 전진했소. 근래에 좀 소리가 나기 시작했는데 총체적으로 일을 괜치 않게 했거던.

그러나 참모장일을 하면서 검무관을 겸한다는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요. 량세봉검무관한테 인계하시오. 대원들과 백성들로부터 상소받은것들과 진행중에 있는 사건들을 다 넘겨주시오.

그리고 검무관의 소임과 임무수행에서 나서는 제반 사항들을 다 알려주어 량세봉검무관이 인차 자기 사업에 착수하도록 도와주시오.》

김한석은 두말없이 공손하게 대답하였다.

《알았습니다. 신임에 보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나 량세봉은 차례진 직무가 내키지 않아 고개를 짓수그린채 덤덤하게 서있었다.

그의 불만이 인차 총영장의 눈길에 걸려들었다.

오동진은 총영에 갓들어온 사람으로서는 상식에 넘는 승급임명을 주었는데 량세봉이 입을 꾹 다물고있자 기분이 나빠 뚝뚝한 어조로 말을 계속하였다.

《량세봉검무관의 임명을 놓고서는 부총영장과 심중히 토의하였소. 그러니 량세봉검무관은 총영의 장병들과 독립운동의 원로분들의 신임과 기대를 명심하고 총영의 기강을 세우는 일에 전심전력해야겠소.

검무관의 일이 우리 총영의 기틀을 든든히 세워나가는데서 중요하오. 이제는 량세봉검무관도 총영의 주요식솔이고 특별히 중시되는 자리를 차지했으니 숨길게 없소.

식솔이 늘어나니 골머리쑤시는 일이 한두가지 아니요. 제일 참기 어려운것은 규률이 없이 문란하고 군풍이 서있지 않는거요.

옥신각신 말싸움과 주먹싸움이 그칠 날이 없고 도주자가 꼬리물고 속출되고 백성들이 피땀으로 모아준 식량을 팔아먹고 기생방에 드나드는 작자들도 있소.

검무관이라는 녀석들은 지금까지 례외없이 일을 바로해나가다가는 몇달을 넘기지 못하고 부패한 일들에 말려들고 금품을 받아 배를 채우는 판이니 군기가 어떻게 선단 말이요.》

오동진은 화가 동해서 열을 올리기 시작하였다.

《머리아픈 일이야, 머리아픈 일.

검무관이 이걸 잘해주어야 돼. 하지만 너무 외곬에 빠져들면 그게 또 우환거리가 된단 말이요. 이번에 우리 상급부관이 무슨 험구를 쓰고있는가. 너무 쇠막대기같다는거요. 시시콜콜히 들춰가지고 문제를 너무 모가 나게 세워 총영안에 찬바람을 몰아온다는거야. 벌받을가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도주했는데 너무 조여서 부러져나갔다는거야. 어떻게 모여든 사람들인데 그렇게 달아빼게 한단 말이요. 교훈을 찾아야 해.

하지만 우리 상급부관이 무엇만은 칭찬을 사고있는가. 견물생심이라고 하는데 우리 상급부관에게는 이게 없다는거야. 이런 평판을 얻는게 검무관들에게는 쉽지 않아. 검무관이라는 사람이 흑심이 있으면 구실을 할수 없다는것을 명심하게.

검무관이 뭘하고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내가 더 길게 설명하지 않겠으니 이제 직무인계를 하면서 참모장에게서 잘 들어보시오. 검무관사업이란 하루에 서너번씩 나와 만나야 하는 일이니 앞으로 함께 일하면서 두루두루 걸리는 일들이 생기면 잘 의논해보세. 알겠나?》

《알겠습니다. 그런데…》

량세봉이 루루하게 엮어가는 오동진의 격려와 걱정과 훈시를 덤덤해서 듣고있다가 그가 말을 그치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오동진의 신임에는 황송스럽기 그지없었으나 검무관의 소임에 대한 오동진의 설명까지 들으니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베찬 자리였던것이다.

뭐니뭐니해도 자기의 직성에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자리였다. 그 누구의 뒤구멍을 조사하고 벌을 주도록 문서장을 만드는 일이 관청의 포도대장자리나 다른게 뭔가.

그런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들볶고 혼뜨검을 주는 일은 자기로서는 아무리 생각을 해봐야 해낼것 같지 못했다. 더구나 왜놈 천놈을 잡아야 조국해방의 날을 맞을수 있다는것은 고마운 최시흥대장이 안겨준 나의 일생일대 과제이다.

신통히도 10여년전에 강서명선생도 그 비슷한 이야기로 나의 인생주로를 쭉 그어주지 않았던가.

텁텁하고 통이 크고 생각을 굵게 하면서도 여러가지 복잡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과 섭쓸려 지내오면서 사람들의 속내를 쉽게 가려볼줄 아는 오동진은 량세봉의 얼굴표정에서 그의 이러루한 불만을 넘겨짚고 진담 절반 롱 절반조로 말하였다.

《어째 검무관은 시쁘둥한 기색인가. 검무관노릇 바라보는게 한둘이 아니야.… 임자의 너글너글한 성격과 깨끗한 량심으로 보면 제일 합당한 자리인데…》

《총영장님, 총영어르신들의 믿음에 정말 황송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그런데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오동진은 량세봉이 자기의 비위를 거슬리는것이 미안쩍어 이렇게 량해부터 하자 한번 씩 웃어보이고는 인차 엄한 기색으로 돌아갔다.

《안돼. 이건 군사명령이야. 임자는 이제는 병정이야. 군사명령불복종은 임자가 취급해야 할 중요사항이야. 알겠나?

요새 난 또 하나 깊이 생각되는바가 있소. 뭔가, 우리 총영안의 비밀이 새여나가고있는거요. 대오에 왜놈밀정이 박혀있는게 틀림없소. 이걸 누가 들어내야 하는가. 검무관이란 말이요.》

량세봉은 오동진이 다시금 오금박듯 하는 질책에 정신이 번쩍 들어 생각을 다시 하였다.

《알았습니다. 임무를 접수합니다. 명령대로 검무관사업을 잘하겠습니다. 사업에 착수하겠습니다.》

량세봉은 쓸어든 잡생각을 털어버리려는듯 크고 잘 울리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그러면 그럴테지. 자, 나가들보게.》

오동진은 량세봉이 태도를 바꾸어 큰소리로 대답하자 벙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어서들 물러가라고 손시늉을 하였다.

총영장의 방에서 나오자 참모장 김한석이 천연스럽게 손부터 척 내밀었다.

《검무관, 전번 일은 일소에 붙여두오. 이제 일을 해보느라면 그러루한 일들은 검무관에게서 여반장이라오. 우리 피차에 총영장의 주변인물들이니 가까이 지내보자구.》

김한석이 여전히 창백한 얼굴에 감정이라고는 메말라버린 어조로 한마디한마디 또박또박 말하자 량세봉은 길둥그런 얼굴에 사람좋은 웃음을 가득 짓고 흔연히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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