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회)

14

 

협의회장소를 나선 설계가 남창명은 허둥지둥 걸음을 옮기였다. 방금전 자기를 향하여 쏟아져나온 비난의 목소리들이 그냥 지꿎게 들려오는듯싶었다.

《진흙으로 언제를 쌓는다? 저 동무 한다한다하니 건설을 어디로 끌고가자는건가?》

《우리 식이다 하니 세멘트, 철근을 리용한 공법까지 다른 나라 식으로 보는건 아니요?》…

남창명은 고개를 수굿하고 걸음을 재우쳤다. 큰 키에 훌쭉한 몸매는 올해 60나이에 접어들면서 눈에 알리게 굽어들기 시작하였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기를 흘깃흘깃 돌아보는데도 아랑곳없이 속으로 부르짖었다. 그래, 난 진흙으로 언제를 쌓으련다. 어쨌단 말이냐?

남창명은 오늘도 자기의 진흙겉벽식설계안을 완강히 주장하였다. 그러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건설위원회 일군들은 방대한 저수량을 필요로 하는 언제의 안전을 담보할수 없다고 하면서 남창명의 주장을 공명심이 낳은 허황한 방안이라고 하는데까지 이르렀다.

문제가 그렇게 심각하게 번져지다보니 이미 설계되여 본격적인 건설단계에 들어선 조정지의 필요성을 다시 론의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물길굴에서 발전소까지 철관수로만 이어놓으면 될걸 가지고 무엇때문에 조정지를 건설해야 하는가? 거기에 소요되는 자재도 자재지만 물길공사장에서 피의 결사전을 벌리고있는 군인건설자들에 대해서도 생각해야지. 그들의 육체적능력에도 한계가 있는것인데 사명이 명백치 않은 조정지건설때문에 제1계단공사과제수행에 얼마나 큰 지장을 받는가 말이요.》

건설위원회 한 일군이 모호하게 그 말을 두둔했다.

《조정지와 그 언제의 필요성은 인정되여 건설이 진행되고있으니 더 론하지 맙시다. 그러나 군인건설자들을 대하는 저 동무의 관점에 문제가 있는건 사실이요. 기본언제의 피복을 수십메터두께로 된 진흙다짐을 한다는데 그 량이 어디요.

인간은 기계가 아니란 말이요!》

그 순간 남창명은 정신이 아찔해나는듯 한 타격을 느꼈다. 내가 진정 군인건설자들을 그렇게 생각했단 말인가? 그들을 보며 군대에 떠나보낸 아들을 생각하지 않았던가?

아버지를 닮아 남창명의 아들도 몸이 약하다. 그래서 몸이 호리호리한 군인을 볼 때면 더욱 아들생각이 나 남같이 여기지 않는 그였다. 병사들이 있는 건설현장에 숙소를 정한것도 그런 마음에서 우러나온 용단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남창명은 문뜩 걸음을 멈추었다. 자기가 어디에 와있는가를 깨달았던것이다. 한창 건설이 진행되고있는 조정지언제건설장이였다. 이제는 기초가 끝나 자기 면모를 드러내놓기 시작하였다. 그 규모가 간단치 않다. 고층살림집만 한 굴간에서 쏟아져나오는 막대한 물을 침전시키기 위한 조정지이다보니 언제높이만 해도 수십메터나 되였다. 얼마나 론난이 많았던가? 조정지가 필요한가, 필요없는가?…

남창명은 질통과 들것을 메고 들고 언제우가 좁다하게 오가는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일부 사람들이 어쩌고저쩌고 해도 저 병사들의 고무와 격려속에 조정지와 그 언제를 설계하지 않았던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조정지문제가 온 건설장의 화제거리로 되였을 때 한 분대장이 자기 분대원을 데리고 찾아왔었다. 그 병사의 말이 인상적이였다. 집에 있을 때 세면장의 물이 나오지 않아 관에 련결된 수도꼭지를 뽑았다고 한다. 그런데 거기에 당콩알만 한 돌멩이가 막혀있었다는것이다.

분대장이 자기 대원의 이야기에 발을 달았다.

《박사아바이, 수원지에서 정제된 물을 끌어올리는 속에도 천에 한번일지라도 돌멩이가 따라올라오는 경우가 없지 않은데 여러 강줄기들이 합쳐져 쏟아져나오는 대형물길굴의 물을 어떻게 그대로 발전기실에 들여보낸다고 그럽니까? 감탕과 모래, 자갈에 타빈이 견디지 못합니다!》

조정지의 필요성을 생활적으로 립증해주는 실례라 해야 할것이다. 우리 군인들은 언제나 그랬다. 그들은 단순한 건설자들이 아니라 오늘의 창조물을 만년대계로 담보해나가는 행복의 수호자들이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남창명의 귀전에 들려왔다.

《박사아바이, 마침 나타나셨군요!》

남창명이 고개를 돌려보니 목에 호각을 걸고 손에 기발을 든 기술부려단장이 씨엉씨엉 맞받아 걸어왔다.

《기분이 좋지 않으신걸 보니 진흙겉벽식이 반대에 부딪친건 아닙니까?》

남창명은 길게 한숨을 내쉬였다.

《내가 주관에 빠지지 않았는지 모르겠소. 수십메터두께로 진흙다짐을 한다는게 가능한가? 그렇게 되면 언제의 전반체적은 또 얼마나 불어나고…》

기술부려단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가능하지 않다는겁니까? 진흙원천이야 무진장하지 않습니까? 체적이 불어나면 또 어떻고…》

《그 많은 토량을 끌어올려 다짐을 한다는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지. 사람의 육체적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요.》

기술부려단장이 허거픈 웃음을 지었다.

《박사아바이, 오늘 갑자기 웬일입니까? 우리 군대를 어떻게 알고 하는 소립니까? 여기 조정지까지 지하강을 펼친 우리 군인건설자들이 그쯤한 진흙다짐을 겁내할것 같습니까? 건설장에 10톤급진동로라다짐기도 있지 않습니까?》

남창명은 정신이 펀뜩 들었다. 듣고보니 정말 그랬다.

《관리국장동지가 아바이를 찾아 방금 전화가 왔댔습니다. 협의회장을 떠났다고 하는데 여기에 오지 않았는가고 말입니다.》

《나를?…》

《어서 가보십시오. 혹시 협의회와 관련한 아바이의 의견을 들어보자고 할수도 있습니다.》

남창명은 정말 그럴수 있다는 생각에 기술부려단장과 헤여져 건설지휘부를 향하여 걸음을 옮겼다. 참, 10톤급진동로라다짐기도 있다는것을 왜 생각 못했을가? 협의장에서 옹쳤던 울적한 기분이 대번에 봄눈녹듯 했다. 그래서 우리 장군님께서 현장에 침실을 정하고 군인들과 휩쓸리고있는 나의 생활방식, 나의 설계방식을 지지해주신것이 아니랴!

남창명은 그 사실을 고민혁부총리를 통하여 알았다. 우리 장군님께서 어쩌면 우리 설계가들의 개성적인 심리와 생활방식까지 그처럼 환히 꿰뚫고계실가!

그는 승용차들이 주런이 늘어선 건설지휘부마당을 가로질러 관리국장의 방을 찾아들어갔다. 커다란 체구의 국장이 의자에서 일어나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설계가동무,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동무의 아들이 복무하는 초소를 현지시찰하시였습니다!》

《예?!…》

남창명은 뜻밖의 소식에 깜짝 놀라 장령을 쳐다보기만 하였다.

현장에서 마주칠 때나 그리고 여러 모임에서 대면할 때나 어딘가 담담하고 무표정해보이던 관리국장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사무탁우에 놓인 액틀을 량손으로 조심히 들어 그에게 내밀었다.

《설계가동무, 이런 행운이야 누구한테나 쉽게 차례지는것이 아니지요!》

남창명은 어리둥절하여 사진액틀을 정중히 받아안았다. 그리고 사진에 눈길을 주다가 두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아니?!… 천만뜻밖에도 위대한 장군님의 품에 아들 용일이가 안겨있었던것이다. 이게 진정 내 아들이 옳은가? … 너무도 커다란 충격으로 해선지 온몸이 매시시해오고 눈앞이 뿌잇해왔다.

비칠거리는 그를 보고 국장이 두눈을 크게 떴다.

《설계가동무, 진정하시오!》

남창명은 겨우 자신을 수습하며 눈길을 들었다.

《이게 꿈은 아니지요?…》

국장은 껄껄 소리내여 웃으며 사무탁앞의 의자를 끄당겨 남창명을 손수 앉혀주었다.

《자기 아들을 앞에 놓고 내게 물으면 어떻게 합니까?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이 사진을 남창명설계가동무에게 전해줄것을 나에게 위임하시였습니다!》

장군님께서요?!》

남창명은 자기도 모르게 손등으로 두눈을 비비며 다시 사진을 우러렀다.

환한 미소를 지으시는 장군님의 품에 안긴 병사는 틀림없는 아들 용일이였다. 갸름한 얼굴에는 행복의 웃음이 함빡 피여있었다.

남창명의 입술이 감격으로 떨렸다.

《입대한지 언제라고… 도대체 네가 무슨 큰 공을 세웠다고…》

국장이 남창명을 격려하였다.

《설계가동무,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다같이 반미대결전의 제1선에 서있다고 못내 만족해하시였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다같이요?》

국장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이제는 아버지차례입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완공된 우리 발전소에 모실 그날을 하루빨리 앞당겨야지요.》

《아무렴, 앞당겨야지요!》

남창명은 구부정한 허리를 곧추 폈다. 온몸에는 새힘이 우쩍우쩍 솟구쳐올랐다.

 

련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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