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5월 25일 《우리 민족끼리》

 

졸업증

 

며칠전 밤이였다.

퇴근하여 집에 들어서니 선참으로 나와 인사할줄 알았던 아들 철성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서운해하는 내 마음을 눈치챈 안해가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에게 대학졸업증을 보여주겠다고 기다리다가 방금 책상우에 엎드려 잠들었어요. 며칠밤을 꼬박 밝혀가며 졸업시험을 치느라 애가 몹시 피곤한것 같아요.》

살며시 아들의 방문을 열어보니 정말로 철성이가 의자에 앉아 굳잠에 들어있었다.

대학졸업을 앞둔 아들의 모습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던 나의 눈길은 책상우에 펼쳐진채로 놓여있는 한권의 자그마한 책에 쏠렸다.

집어보니 일기장이였다.

《나는 오늘 대학졸업증을 받아안았다.

졸업증을 받을 때 내 마음이 왜 그다지도 울렁이던지.

아마도 거기에 눈섭마저 무겁던 그밤들이 다 담겨져있고 학과실력을 높이기 위해 애쓴 고뇌와 번민의 흔적들이 그대로 슴배여있기때문이리라.

어버이수령님의 태양상이 모셔져있고 룡남산의 푸른 숲인양 진록색바탕우에 <김일성종합대학>이라는 위대한 장군님의 친필이 새겨져있는 졸업증을 보고 또 볼수록 무한한 행복감에 가슴은 긍지로 부풀어오른다.》

글줄은 여기서 끊어졌다. 아마도 일기를 쓰다가 잠든 모양이였다.

졸업증이 무척 보고싶어 두루 찾아보던 나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글쎄 잠든 철성이의 오른쪽볼밑에 졸업증이 놓여있는것이 아닌가.

나는 아들애가 꿈속에서도 졸업증을 보며 희망의 나래를 활짝 펴고있는듯이 생각되였다.

철성이의 행복한 단꿈을 깨울것 같아 나는 졸업증을 보는것을 단념하고 방문을 나섰다.

하지만 머리속에서는 일기장의 글줄이 계속 맴돌았다.

졸업증!

참으로 못 잊을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부름이였다.

나도 대학졸업생이다. 세월은 류수와 같이 흘러 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를 졸업한지도 어느덧 20년이 되였다.

흐르는 세월은 모든것을 망각의 이끼로 덮어버린다고 하지만 아직도 나는 대학졸업증을 받아안던 그때의 일이 눈앞에 선하다.

요란한 박수갈채속에 최우등졸업증을 받아안던 그 격정과 환희의 순간을 어찌 잊을수 있으랴.

그때 나의 심장도 철성이처럼 얼마나 세차게 높뛰였던가.

룡남산언덕우에서 다진 맹세를 지켜 자나깨나 책과 인연을 맺고산 나였고 대학기간 내 생활에는 안일의 종착점이 없었다.

한순간 나의 눈앞으로는 스승의 다심하고 세심한 지도속에 과학탐구에 열중하던 나날들과 선진과학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원서번역을 하느라 지새운 무수한 밤들, 소론문을 완성하기 위해 땀흘리며 오고간 인민대학습당과 대학도서관을 비롯하여 대학시절의 가지가지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생각할수록 하루같은 5년세월이였고 그 나날의 모든것이 졸업증의 성적표에 그대로 슴배여있는듯 하였다.

진정 나에게 있어서 졸업증은 학과실력을 보여주는 증서이기전에 당과 조국앞에 거짓없이, 공백없이 흘러온 대학시절의 나날들을 총화해준 량심의 거울이였다.

그래서였다. 졸업증을 받아안는 순간 나의 가슴이 그렇듯 세차게 울렁인것은.

지금도 소중히 간직된 나의 졸업증에는 그 량심의 성적이 꼭같은 점수로 칸칸에 빼곡이 채워져있다.

어찌 나뿐이랴.

콤퓨터바둑프로그람 《KCC바둑》과 CNC기술을 개발하는 등 최첨단의 문을 열어놓은 동창생들도, 국제무대에서 조선대학생의 높은 실력을 남김없이 발휘한 나의 후배들도 이렇게 졸업증에 자신의 량심과 의지, 정열을 수놓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늘은 또 철성이 또래 대학생들이 졸업증을 받아안으며 조국앞에 자기의 깨끗한 량심을 검증받았다.

그렇다. 졸업증, 정녕 그것은 자기를 키워준 어머니조국에 드리는 대학시절의 자서전, 애국의 자서전이다.

이제 철성이도 깨여나면 일기의 마감을 이렇게 마무리하리라.

먼 후날 그 누가 대학시절을 묻는다면 졸업증을 주저없이 내보이겠다고, 대학에는 졸업증이 있지만 우리 당을 과학으로 받드는 그 길에는 졸업증이 없다고, 앞으로 이 땅 그 어디서나 먼저 찾는 사람, 인민이 알고 조국이 두고두고 기억하는 인생의 최우등졸업생이 되겠다고.

김 상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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