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8월 18일 《우리 민족끼리》

 

소나무는 오늘도 푸르다

 

요즈음 나는 한 작가로부터 부탁받은 그림이 잘되지 않아 애를 먹고있었다.

그 그림인즉 그가 새로 창작한 력사물주제의 중편소설의 표지에 그려질것이였다.

작가로부터 임진조국전쟁시기 강토를 지켜싸운 의병들의 투쟁을 소재로 한 소설의 이야기줄거리를 들을 때 나는 창작적흥분으로 설레였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그리는것이 어떤가고 하는 그의 권고를 웃음으로 넘기며 단숨에 그림을 그려낼 료량으로 창작에 달라붙었었다.

그러나 욕망과는 달리 꽤 두툼히 쌓이도록 많은 그림을 그려냈지만 어느 하나도 이렇다하게 마음에 드는것이 없었다.

소설의 주인공들의 정신세계가 잘 안겨오지 않았기때문이였다.

그래서 오늘은 그의 권고대로 소설을 처음부터 읽어보기로 작정하고 원고를 펼쳐들었다.

원고지를 한장한장 번져가며 소설에 그려진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던 나는 문득 어느 한 곳에서 창작적령감이 번쩍 떠오르는것을 느끼며 눈길을 멈추었다.

그것은 임진조국전쟁시기 이름난 의병장이였던 사명당의 시가 나오는 대목이였다.

 

소나무 푸르구나 초목의 군자로다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변함이 없구나

겨울, 여름 항상 푸르구나

 

소나무를 격찬한 그 시를 볼수록 나서자란 조국강토를 지켜 섬나라왜적들을 쳐부시는 싸움에 목숨걸고 떨쳐나선 소설의 주인공들의 모습이 소나무의 형상으로 안겨왔다.

자기가 나서자란 땅에 억척같이 뿌리내리고 흰눈이 날리는 엄혹한 한겨울에도 푸른 잎새 변치 않고 자연의 모진 광란을 꿋꿋이 이겨내는 소나무.

예로부터 외형적인 미보다도 내용적인 아름다움을 중시해온 우리 인민은 시와 그림마다에 소나무를 즐겨 담았다.

초목들이 찬바람 눈서리에 푸름을 버리고 잎새를 떨구어도 언제나 푸르른 한본새로 거연히 서있는 소나무의 모습에 억세고 강의한 겨레의 넋과 기상이 비껴있기에 우리 인민은 소나무를 그토록 민족의 상징으로 사랑하고 소나무와 더불어 정신을 수양해오지 않았던가.

어떤 천지풍파속에서도 언제나 푸르싱싱한 자기의 본색을 잃지 않고 끝끝내 봄을 맞는 소나무여서 오랜 력사적기간 반침략투쟁의 갈피마다에 우리 민족의 기개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새겨졌으리라.

임진조국전쟁시기 사대주의와 당파싸움으로 강토를 도탄에 빠뜨린 봉건통치배들이 일신의 안위를 위해 피난의 길에 올라 력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때 사명당뿐아니라 수많은 의로운 렬사들이 《설한풍이 있은 뒤에 송백의 절개를 알겠노라.》, 《우리도 청송처럼 변하지 않겠다.》라고 하면서 오랑캐를 쳐부시는 싸움에서 민족의 기개를 떨치였고 왜적을 반대하는 싸움에 한몸을 바친 계월향이나 론개를 비롯한 애국적인물들의 절개도 송죽에 비유되여 력사에 새겨졌다.

어찌 임진조국전쟁시기뿐이랴.

일제에게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 목숨바쳐 싸운 선렬들의 넋에서도,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외세에 의하여 분렬된 조국의 가슴아픈 력사를 끝장내고 겨레의 숙원을 풀기 위해 투쟁하여온 수많은 애국자들의 모습에서도 소나무의 억센 기상을 안아볼수 있다.

소나무처럼 억세고 강의한 넋과 기상을 지닌 우리 인민이여서 민족의 존엄과 절개를 저버린자들을 추호도 용서치 않고 징벌하였으며 그 더러운 이름들을 민족의 명부에서 영영 지워버리고 민족반역자로 력사에 새겨넣었다.

력대로 사대주의를 일삼고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려있는 때에조차 큰 나라들의 조종밑에 당파싸움만 한 조선봉건왕조의 부패무능한 봉건통치배들, 수천년력사국의 운명을 원쑤에게 내맡기고 백의동포들을 일제의 노예로 섬겨바치는데 발벗고나선 《을사오적》들, 사대와 외세의존에 명줄을 걸고 자주와 통일을 바라는 겨레의 지향에 역행하여 민족의 리익을 외세에게 팔아먹은 추물들을 비롯하여 조선사람으로서의 절개를 일신의 부귀와 향락을 위해 저버린 만고역적들이 세기와 세기를 이어오며 력사의 죄인으로, 만고역적으로 지탄받고있지 않는가.

오늘날 황량한 들판에서 바람에 따라 이리 기울고 저리 흔들리는 갈대처럼 오직 외세의 눈치만을 보고 외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온갖 추태를 다 부리며 외세가 하라는대로만 움직이면서 겨레의 얼굴에 흙칠을 하는 행태들을 보면 누구나 민족적의분으로 온몸을 불태우며 준렬히 단죄하고있는것도 바로 그때문이 아니던가.

어이하여 수십장이나 그린 그림들에서 소설의 주인공들의 모습이 잘 안겨오지 않았는지 비로소 알수 있었다. 애국애족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조선사람이라면 어떤 넋과 기상을 지녀야 하는가를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하였기때문이였다.

나는 서둘러 붓을 들고 한번한번의 붓질에 민족의 억센 기상과 기개를 담는 심정으로 힘을 넣으며 단숨에 그림을 완성하였다.

락락장송밑에서 장검을 높이 들고 왜적소멸의 함성을 웨치는 의병의 모습을 형상한 그림은 내 마음에 꼭 들었다. 이 그림을 부탁한 작가도 찬성할것 같았다.

금시라도 임진의 하늘가에 울려퍼지던 애국애족의 함성이 울려올듯, 의병들이 결전을 다짐하던 푸른 솔숲의 설레임소리가 들리는듯 싶은 그림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소나무는 오늘도 푸르다.

그 잎새마다에 민족의 밝은 앞날을 개척해나가려는 겨레의 강의한 기상을 싣고 언제나 푸르러있을것이다.

중앙미술창작사 조선화창작단 미술가 최 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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