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11월 10일 《우리 민족끼리》

 

지옥에서 걸어온 전화

 

《따르릉-》

며칠전 깊은 밤 전두환의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꿈을 꾸면 광주의 령혼들이 도끼와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고 밖에 나가자니 매섭고 예리한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항상 겁에 질려있는 전두환으로서는 야밤 삼경에 걸려오는 전화종소리가 미심쩍이지 않을수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여 전화기를 들었는데 그 안에서는 《형님, 나요. 로태우요.》하는 말이 불쑥 튀여나왔다.

그말에 전두환이 와들짝 놀라 전화기를 떨군것은 물론이다.

(아니, 병원에서 뒈진후 장례까지 치른 로태우가 어떻게 나에게 전화를. 혹시 내가 지금 꿈속에서 헤매는게 아니야?)

전두환은 이렇게 생각하며 자기의 코를 비틀어보았다. 했으나 꿈은 아니였다.

재차 전화기에서 《여보세요. 두환형님. 나란데. 이 태우를 벌써 잊었소?》하는 목소리가 좀전보다 더 크게 들려왔다.

《자네 정말 태우가 맞나? 자넨 이미 죽어서 장례까지 치르질 않았나?》

《물론이죠. 여긴 지옥이요. 여기에 들어선후 제일 먼저 생각나는게 형님이더군요. 그래서 한숨 돌리고 이렇게 전화를 거는겁니다.》

전두환은 겁에 질리고 오리무중에 빠져 입에서 다음말이 제꺽 나가지 않았다.

(이자가 혹시 나를 그 무시무시한 지옥으로 데려가려는게 아니야?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

한참후에야 전두환은 《지옥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하고 떠듬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로태우는 《정치한다는자들이 나를 극구 추어주길래 난 천당으로 가는줄 알았수다. 그런데 종당엔 지옥에 굴러떨어지질 않았겠소. 허참. 격노한 국민들의 소행인지 염라대왕이 끌어왔는지… 좌우간 내 운명인걸요.》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는것이였다.

전두환은 얼떠름하여 말이 나가지 않았다.

잠간 침묵이 흐른뒤 대화는 계속되였다.

… … …

로태우: 《그런데 형님은 뭘 하고있소?》

전두환: 《말도 말게. 지금 난 꿈자리가 또 사나울가봐 뜬 눈으로 이밤을 보내고있다네.》

로태우: 《아하, 그럴수밖에 없지요. 또 귀신들이 덤벼들어 형님을 갈기갈기 찢어죽일수도 있으니까? 흐흐흐. 물론 나도 지옥에 오기 전엔 계속 그런 꿈을 밥먹듯 꾸었지만.》

전두환: 《아 됐네. 그건 그렇구. 그래, 지옥이란게 어떤가.》

로태우: 《엊그제 들어왔는데 잘 알게 뭐요. 그저 어떤 귀신이 하는 말이 머지 않아 펄펄 끓는 기름가마안에 들어가야 한다더군요. 리승만이나 박정희도 그랬다나.》

전두환: 《거참 안됐군그래. 나보다 나이가 2년이나 아래인 자네가 먼저 지옥에 가다니. 그래도 자넨 참 운수가 좋은편이야. 생전에 그렇게 많은 죄를 짓고도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질 않았나? 부럽구만.》

로태우: 《헤헤. 사실 상상도 못했지요. 그 무지한 국민들이 나를 칼탕치기는 커녕 영웅으로 둔갑시키질 않겠나요.》

전두환: 《그게 국민일게 뭐람. 국민은 정부가 국가장을 치르겠다고 할 때부터 얼마나 격분해있었는지 알아? 실은 정치를 한다는자들이 나서서 자네의 공적을 치켜세운거야. 저마다 조화와 조문을 보낸다, 국가장의 주역을 맡는다 하며 여야할것없이 죽은 자네앞에서 아양을 떨고 수다를 피웠다네. 정말 자네 말마따나 상상밖이더군. 내가 죽은 다음에도 그들이 그렇게 해줄가?》

로태우: 《그렇게 될수도 있지요. 사실 12. 12군사반란 일으키고 광주를 피바다에 잠그어놓은것, 그리구 불법자금을 엄청나게 처먹은것 등 죄를 따지면야 형님이나 나나 다 같고같지요. 그러니 희망을 가지라구요.》

전두환: 《하긴 그래. 5. 18때만 봐도 내가 <광주시민 70%를 죽여도 좋다.>, <폭도들을 모조리 죽이고 거기에다 논을 풀겠다.>고 했을 때 내 오른팔이였던 자네는 뭐라고 악청을 돋구었나. <개들을 많이 잡아 피를 마시자.>, <미국의 안전이 위태롭다. 폭도의 종자를 멸종시키라.>, 바로 이랬지? 그리군 돌아서서 살륙작전을 야심차게 지휘했구. 그때 살기를 띠고 으르렁거리던 자네의 험상스러운 상통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네. 광주를 피바다에 잠근 그때 자넨 너무도 기분좋은 나머지 휘파람을 마구 불어대고 특기인 퉁소연주까지 했댔지.》

로태우: 《형님은 기억력도 좋구만. 그것 보라요. 내 비록 생전에 만고죄악을 저지르고 패륜패덕을 일삼았어도 죽어서는 칭찬을 받지 않나요. 그러니 희망과 신심을 가지시우.》

전두환: 《하긴 요즘 정치인들이라는게 다 반정신이 나가있는것 같애. 글쎄 나같은 돌대가리에게서 본받을게 많다고 하는자들이 있질 않나, 자네같은 전과자를 력사적인물로 찬양하는자들이 있질 않나. 흐흐흐》

로태우: 《이전엔 나를 보고 반란자, 로틀러, 비리백화점이라고 손가락질하던자들이 내가 죽으니 왜 그다지도 <슬픈 감정>, <깊은 애도>까지 표시했을가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국가장까지 치르어주면서 말이예요. 흐흐흐. 미련하고 어리석은 정치인들이 많으니 참 다행이요.》

전두환: 《결코 미련해서가 아니지. 이런저런 타산이 있었을거네. 그중의 가장 중요한것이 뭔지 아나? 대선이 다가왔으니 TK지지표 하나라도 따려는 속셈이야. 요새 정치를 한다는 애들은 속구구가 참 밝아. 자네같은 쓰레기도 보물로 둔갑시켜 놓구선 <TK여러분, 보수어르신들, 표한방 쏴주세요.> 한다니까. 삶은 소도 앙천대소할 노릇이지. 히히히》

로태우: 《그건 그렇구. 여기 귀신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형님도 인차 지옥에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니 얼마나 기쁜지. 마침 혼자서 기름가마안에 들어가기가 딱 싫었는데. 오성회때부터 형님과 쌍둥이처럼 몰켜다녔는데 내 비록 지옥에 먼저 왔지만 기름가마엔 형님과 같이 들어가고싶수다. 그러면 의지가 될테니까요. 형님도 인차 지옥문턱을 넘게 될텐데 내 형님을 참을성있게 기다리겠수다. 흐흐흐》

전두환: 《무엇이 어쩌구 어째? 이놈아, 너나 혼자 콱 들어가. 내 대통령질하면서부터 숱한 비자금을 숨겨놓았다는걸 너도 알지? 그걸 가지고 염라대왕을 찾아가 기름가마에라도 들어가지 않게 해달라고 청탁을 해보련다.》

로태우: 《형님은 참 어리석군요, 그런건 지옥에서 통하지 않수다. 나도 여기에 들어오자마자 그런 시도를 해보았는데 혹독한 욕만 보았수다. 형님이나 내나 참형을 면치 못할 력사의 죄인으로 락인되여왔는데 지옥의 벌을 면할것 같소?》

전두환: 《하긴 그래. 그럼 나도 표밖에 모르는 얼간이정치인들 도움으로 자네처럼 국가장을 요란하게 치른후 지옥으로 가지.》

로태우: 《그럼 기다리지요. 벌받는 시간이 돼서 이만하겠수다.》

… … …

최풍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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