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7월 11일 《우리 민족끼리》
싱갱이를 낳은 할머니의 나들이사연
소서가 금방 지난 때라 오늘은 날이 무척 무덥다. 바람 한점 없고 땅에선 후끈후끈한 열기가 치솟아올랐다. 소로길로 달리는 나의 뒤를 우리 집 얼룩이가 혀를 한발이나 빼물고 헐떡헐떡하며 따라온다. 뜨거운 볕에 나의 얼굴에서는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지만 마음속에서는 기쁨이 넘쳐났다.
오늘 도시에서 큰아버지와 함께 사는 할머니가 오랜만에 우리 집으로 나들이온다는 련락이 왔던것이다.
어느덧 집대문앞에 이른 나는 은근히 차오르는 흥분을 누르며 문손잡이를 지그시 잡았다. 이제 방문이 열리면 할머니는 너무 기뻐 이 손녀를 껴안고 눈물을 흘릴것이다.
새로 일떠선 농촌문화주택으로 이사와서는 한번도 할머니를 만나보지 못한 나였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려던 나는 무춤해졌다.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가 나누는 말소리가 들려왔기때문이다.
《어머니, 그만두세요. 남들이 웃겠어요.》
《웃다니?! 그게 어디 웃을 일이냐? 내 너무 고마워 그들을 널리 소개해주고싶어 그런다.》
《당신 거 어머니가 해보시겠다는데 뭘 자꾸 그러우?》
《어머니가 글을 어떻게 쓴다구 그러세요?》
《내가 늙었다구 그쯤한 글두 못쓸줄 아느냐? 이래뵈두 한창적엔 민청위원장을 하면서 숱한 처녀총각들을 쥐락펴락했다. 애아버지를 업구 농장일을 하면서두 로농통신원을 했다. 내가 도일보에 글을 좀 작게 써낸줄 아냐?》
《어머니두 참, 또 옛날 소릴…》
뭔가 일이 벌어진것이 분명했다.
좀 있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러세요?》
《당신은 좀 가만있소. 어머니가 하고싶은대로 하시게 놔두구려.》
《사람들이 알면 뭐라고 하겠어요.》
그다음은 낮게 속삭이는 소리… 나는 더 엿듣지 못하고 뜰안으로 들어섰다.
《할머니, 내가 왔어요.》
미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리며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이 나타나더니 두눈이 대번에 뜨락또르 전조등만큼이나 커졌다.
《아니, 이런! 내 손녀가 정말 몰라보게 컸구나!》
누가 어쩔새없이 할머니가 달려나와 나를 껴안았다.
어찌나 반가와하는지 눈물이 다 날 정도였다.
《그런데 할머니가 글을 쓴다는건 무슨 소리예요?》
《네가 다 들은 모양이구나. 할머니가 글쎄 자꾸 이런 글을 신문에 내시겠다고 하지 않니.》
나는 고르지 않은 획으로 큼직큼직하게 할머니가 뼈심들여 박아쓴 글자가 빼곡이 들어찬 종이장을 보았다.
내용인즉 렬차에서 내린 할머니가 우리 집을 찾아오는 과정에 겪은 이야기였다.
제발로 아들네 집을 찾아간다고 떠난 할머니였지만 역앞에서 너무도 달라진 모습에 어디가 어딘지 어리벙벙해졌다는것이다.
엣 모습을 찾아볼수 없이 아빠트들이 우뚝우뚝 일떠서고 도로들이 시원하게 뻗어나가고…
할수없이 할머니는 우리 집주소가 적힌 종이를 들고 사람들에게 내내 길을 물으며 왔다는것이다. 그런데 놀라운것은 길을 물을적마다 오히려 맥을 뽑았다는것이였다.
《오죽하면 내가 마주오는 사람들에겐 길을 묻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다 했겠니. 글쎄 선자리에서 알려줘도 될걸 <할머니, 저쪽 도로끝에서 꺾어야 하는데 같이 가십시다.> 하고 오던 길을 되돌아서 한참이나 날 데려다주고야 가지 않겠니. 너무 미안해서 바쁜 길일텐데 가리켜만 주면 혼자 찾아가겠다고 해도 어디 말을 들어야 말이지.
<여긴
농장포전으로 나가던 젊은 녀인두, 책가방을 메구 바삐 가던 나어린 학생두 모두 같았어. 어찌나 고마운 사람들인지. 그래 내 이런 사람들을 널리 자랑하고 소개하는 글을 쓰자는건데… 자꾸 안된다니 참, 이런 속상할데라구야.》
나는 그때에야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가 무엇때문에 싱갱이를 했는지 알게 되였다.
정말 따뜻한 공기가 흐르는 사회, 혈육처럼 진하고 후더운 덕과 정이 흘러넘치는 제도에서 사는 무한한 행복에 잠겨있느라니 가슴뭉클하게 젖어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우리 조국을 덕과 정으로 화목하고 전진하는 사회주의대가정으로 꾸려나가시는
혁명전사들과 인민들을 열화같은 사랑과 정으로 보살피시며 공산주의적미덕과 미풍을 국풍으로 승화시켜주신 우리의
우리 인민에게 있어서 새로운 주체100년대의 나날은 고결한 도덕의리심과 불보다 뜨거운 인간애를 지니신
오늘날 혁명적도덕기풍은
나의 눈앞에는 전대미문의 혹독한 격난속에서도 이 땅 어느곳에서나 미덕의 화원을 펼쳐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화폭처럼 펼쳐졌다.
최대비상방역체계가동이후 자기도 불편한 몸이지만 주민들을 위한 검병검진의 길을 멈춤없이 이어간 참된 보건일군들, 생활상어려움을 겪는 세대들을 위해 자기 가정에서 쓰려고 저축하였던 자금과 식량, 부식물도 서슴없이 내놓는 아름다운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비롯한 수많은 미담들이 얼마나 많이 전해져 만사람의 가슴을 울리였던가.
어디 그뿐이랴. 자연의 대재앙이 련이어 덮쳐들던 그 나날 사랑하는 인민을 위하여 인민사수의 대격전을 진두지휘하시는
할머니의 격정넘친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나는 생각에서 깨여났다.
《자본주의나라같으면야 오직 너 아니면 나, 황금 이런것밖에 더 있냐.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선… 그래 내 오늘 만났던 사람들이 너무 고마워 그들을 자랑하고 내세워주고싶었는데 그쯤한 일은 이젠 응당하고 평범한것으로 치니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이냐.》
할머니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차넘치며 하나의 국풍으로 되여가고있는 우리 인민특유의 정신도덕적풍모에 대한 진정어린 찬탄이였다.
나의 가슴은 후더워졌다.
그렇다. 격난은 엄혹하여도 우리 사회에서는 덕과 정이 더욱 뜨겁게 흐른다.
온 사회를 덕과 정으로 화목한 하나의 대가정으로 꾸려가시는
어느덧 창밖너머 어둠이 깃들었다.
할머니의 소박한 진정이 담긴 글을 보고 또 보는 나의 마음을 말해주듯 달빛속에 소쩍새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가가 여름밤의 대합창을 능숙하게 지휘하며 이 땅에 넘쳐나는 사랑과 정의 이야기들을 소리높이 노래하고있는듯싶었다.
리 정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