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0월 24일 《우리 민족끼리》
선뜻 고르지 못한 구두
사람들은 평범한 생활속에서 뜻하지 않은 충격을 받는 때가 종종 있군 한다.
어제 초저녁에 있었던 일이 바로 그러하다.
여느날보다 일찍 퇴근한 나는 딸과 함께 《가을철전국신발전시회-2022》가 진행되고있는 평양역전백화점으로 향했다.
대학 1학년생인 딸 영심이에게 멋진 구두를 사주기 위해서였다.
백화점안에 들어선 나는 한동안 걸음을 멈추었다.
마치도 신발바다가 펼쳐진것만 같은 전시회장을 어디서부터 돌아보아야 할지 통 갈피를 잡을수 없어서였다.
국내의 여러 공장들에서 출품된 각이한 색갈과 다양한 형태의 세련되고 맵시있는 신발들을 보며 나는 연방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러던중 등뒤에서 찾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기자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절 모르겠습니까.》
무척 낯익은 얼굴이였다.
《원산구두공장》이라고 쓴 간판을 보고서야 무릎을 쳤다.
(지난해 원산구두공장에 대한 취재길에서 만났던 처녀기사가 아닌가.)
《아니, 기사동무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
《우리 공장에서 만든 구두에 대해 자랑도 할겸 그리고 인민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싶어서 이렇게. 참, 딸입니까. 우리 공장에서 만든 구두를 하나 고르게 하십시오.》
영심이는 목에 보르르한 재빛색의 털이 달린 여러 형태의 맵시있는 구두들을 하나씩 집어들고 눌러도 보고 휘여도 보고 바닥도 세심히 들여다보았다.
한동안 구두들을 보고난 딸애는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어머니가 한번 골라보세요. 이것을 보면 저것이 마음에 들고 또 그것을 잡고나면 다른것이 마음에 들고. 그러니 구두를 선뜻 고르지 못하겠어요.》
듣고보니 정말 그랬다. 모양도 곱고 질 또한 좋으니 어느것을 골라야 할지 망설일수밖에 없는것이다.
그럴수록 딸애의 마지막말이 귀전에서 떠날줄 몰랐다.
선뜻 고르지 못한 구두.
참 의미깊은 말이다. 딸애의 안타까운 속생각이 이 말속에 그대로 비껴있는것만 같았다.
나는 저도모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회색갈의 녀자구두의 안쪽과 바닥을 번갈아 들여다보는 40대의 녀성과 보기에도 윤기가 나는 까만 가죽구두를 골라들고 판매원에게 무엇인가 말하는 50대의 남성, 편안하고 질좋은 어린이운동신발을 들고 바닥이 견고한가를 가늠해보는 30대의 녀인들…
보매 그들도 우리 딸애처럼 선뜻 자기 맘에 드는 신발을 고르지 못하고 이것저것 자꾸 들여다보는것만 같았다.
진렬대앞에 놓인 구두들을 보느라니 문득 원산구두공장에 대한 취재길에서 보았던
우리 로동계급이 만든 구두들이 줄지어 놓인 탁앞에 마주앉으시여 녀자목구두를 손수 받쳐드시고 주의깊게 살펴보시는
그때 나는 우리
선뜻 고르지 못한 구두, 다시금 이 말의 참뜻을 음미해볼수록 언제인가 《로동신문》에서 보았던 기사내용이 머리속에 되새겨졌다.
이 나라 인민 누구나 마음속으로 울었다.
불철주야의 혁명령도의 길을 이어가시는 그 바쁘신 속에서도 인민들이 리용하게 될 소비품문제를 두고 그토록 관심하시는
그래서가 아니였던가. 전국의 경공업공장들에서 질제고의 열풍이 거세차게 타오르게 된것은.
물어보자 진렬대에 놓여있는 맵시있는 구두들아, 말해보라 아름다운 색갈의 모양고운 어린이신발들아.
진정 인민들의 신발문제해결을 위해 바치신 우리
그렇다.
선뜻 고르지 못한 구두, 정녕 이 말속에는 인민소비품문제를 두고 그처럼 마음쓰시는
어느덧 시간이 흘러 딸애의 손에 들려진 질좋고 맵시있는 구두.
그것을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소리높이 웨쳤다.
장 은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