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1월 2일 《우리 민족끼리》

 

씨앗

 

나는 마음이 몹시 무거웠다.

(잣나무씨앗이 그저 땅에 심는 씨앗으로만 보인단 말이지…)

오늘 아침 온실양묘장포전으로 나가려고 할 때였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뽀르르 달려와 꽃잎같은 손을 펼치는것이였다.

《아빠, 나 잣 한줌만…》

나는 귀여운 딸애를 바라보았다. 어린 딸이 입맛이 없어 밥을 못먹는다는 안해의 말을 들었던지라 가슴이 저려와 서둘러 배낭을 풀고 잣을 꺼내려고 하였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손이 떨렸다. 손톱만한 잣알 한알한알이 작은것같아도 심으면 수많은 잣을 수확할수 있었다.

다음번에 꼭 가져다주겠다고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약속하는데 안해의 목소리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잣씨앗 한줌때문에 이 강동땅에 잣나무가 늘고줄고 하겠는가, 딸애의 가슬가슬하게 터갈라진 입술을 보면서 그렇게도 생각이 없단 말인가.…

더욱 안타까운것은 양묘공처녀들이 그 사연을 알고 예비로 남겨두었던 잣씨앗 한줌을 우리 집으로 보낸것이였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잣나무씨앗이 심어진 포전을 바라보는 나의 눈앞에는 문득 회초리가 떠올랐다.

소년시절 《장난꾸러기대장》이였던 나는 매일 마을에서 소동을 일으켰었다. 나중에는 아버지가 터밭에 심어놓은 나무씨앗까지 파헤쳐놓았다.

아버지는 사정없이 나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쳤다. 그날 내가 파헤쳐놓은 나무씨앗을 다시 심으며 아버지가 하던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 씨앗을 피방울처럼 아끼고 정히 심어야 한다. 우리 수령님과 장군님께서 모든 산들을 록음이 우거진 황금산, 보물산으로 만들라고 얼마나 절절하게 당부하셨니. 마을뒤산이 나무숲으로 우거지지 못한것을 볼 때마다 아버지는 살점이 떨어져나간것처럼 아프구나. 그래서 터밭에 남새씨앗보다 나무씨앗을 먼저 심었다. 씨앗이 있어야 나무도 있고 숲도 있단다.》

나는 그때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나무씨앗은 곧 푸른 숲이라는것을 깨달았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산림경영소 양묘작업반 반장으로 일해오는 오늘까지도 나는 아버지가 들었던 그 회초리와 그날의 이야기를 잊지 않고있다.

더우기 나라의 산들을 황금산, 보물산으로 만드시기 위해 그처럼 마음쓰시며 몸소 나무를 정히 심으시면서 온 나라 인민들의 마음속에 애국심을 불러일으키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그 손길은 나에게 주인의 량심, 주인의 책임을 더욱 깊이 새겨주었다.

푸른 숲을 위하여! 황금산, 보물산을 위하여!

오직 이 하나의 생각으로 뛰고 또 뛰며 경애하는 원수님의 애국의 호소를 실천으로 받들기 위해 수종이 좋은 나무씨앗을 확보하고 나무모밭을 가꾸며 아글타글 일하지 않았던가. 나의 진정을 어쩌면 안해도 양묘공들도 리해하지 못한단 말인가

나는 점심도 잊고 한알한알 모은 잣씨앗들을 다시 포전에 심었다.

발자국소리가 들려와 뒤돌아보던 나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안해가 딸을 데리고 양묘공처녀와 함께 왔던것이다.

귀여운 딸이 해죽해죽 웃으며 나에게 다가와 무엇인가를 내밀었다.

《아빠, 잣을 가져왔어요. 난 먹지 않을래요. 아빠는 이 잣을 심으면 산이 푸르게 된다고 했지요.》

가슴이 뭉클했다. 딸의 손에 쥐여진 잣씨앗보다 어린 마음에 심어진 애국의 씨앗이 더 기뻤다.

나는 딸에게 말했다.

《사랑하는 내 딸아, 포전에 뿌리는 씨앗 한알한알은 작아도 푸른 숲을 펼치는, 내 조국의 재부를 늘여가는 제일 소중한 보물이란다!》

 

강동군산림경영소 양묘작업반 반장 리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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