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1월 13일 《우리 민족끼리》

 

아름다운 꽃

 

예로부터 꽃은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되여왔다. 순결함과 열정, 행복을 흔히 꽃에 비기기때문이다.

그런데 꽃에 담는 의미는 그것만일가?

얼마전 나는 옥류아동병원을 찾았었다. 20여일전 최중증으로 소화기내과에 입원했다가 퇴원하는 손녀애를 마중하기 위해서였다. 그애의 아버지인 나의 아들은 출장중이였다.

그날 나의 손에는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흔히 병원에서 퇴원하는 환자에게 꽃을 안겨주는것이 상례이다. 병을 털고 퇴원하게 된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이리라. 그러나 나는 이 꽃을 퇴원하는 우리 손녀나 며느리를 위해서 가져온것이 아니였다. 그애를 담당했던 의사선생님을 위해서 준비한것이였다.

우리 손녀애는 최중증으로 이곳 병원에 실려왔었다. 최중증이라면 이미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병이다. 오직 산소호흡기를 달고있는 모습을 보며 그가 아직 숨이 붙어있다는것을 느끼고있던 그때 그애의 어머니는 울고 울다가 지쳐서 쓰러지고 나는 차라리 내가 저 애를 대신할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며칠밤을 뜬눈으로 새운 며느리도 이젠 단념하다싶이 했던 손녀애를 담당의사선생님이 20여일동안 밤낮이 따로없이 치료하여 오늘 이렇게 퇴원하게 된것이다.

20여일, 그 나날에 있은 일을 나는 잊을수가 없다.

어느 일요일이였다. 그날도 병원으로 향한 나의 손에는 손녀애가 좋아하는 당과류보다도 갖가지 음식들이 담겨진 그릇들이 더 많이 들려있었다. 이미 며느리를 통해 의사선생님이 자기의 피를 뽑아 수혈해준거며 지금껏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치료해준 사실들을 들은지라 한번 인사라도 하고싶어서였다.

내가 의사실문앞에 이르니 반쯤 열려진 문안에서 전화하는 말소리가 새여나왔다.

《어머니 미안해요. 진경이가 열이 내리지 않으면 수고스러운대로 진료소에 좀 데려가 주세요. 오늘 저녁에도 집에 들어가지 못할것같아 그래요.》

담당의사선생님의 목소리였다. 아마 집에서 걸어오는 전화인것같았다.

《야 참, 선생님. 당장 집에 들어가십시오. 진경이가 세게 앓는것같은데.》

간호원의 안타까움에 젖은 목소리도 들리였다.

《일없어요. 감기에 걸린것같은데 약을 먹이면 낫겠지요 뭐. 정금이의 병력서를 좀 갔다줘요.》

그의 조용조용한 말이 나의 가슴을 쿵 울려주었다. 정금이란 바로 나의 손녀애였다.

그러니 의사선생님은 자기 자식이 앓고있는데도 우리 정금이때문에 집에 들어가보지 못하고 저리도 애를 쓰고 있단 말인가!

그때의 심정을 나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지금도 모르겠다.

우리 정금이의 어머니인 며느리도, 그애의 할아버지인 나도 속수무책으로 있는데 의사선생님은 자기 자식이 앓고있음에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있을 그 어린 자식보다 먼저 우리 손녀애를 소생시키기 위해 그리도 애를 쓰고있는것이다.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선생님앞에 무릎을 꿇고앉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싶었지만 나는 돌아서고말았다. 차마 문을 열게 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보름만에 손녀가 드디여 소생하여 오늘 퇴원하게 된것이다.

나를 보고 이전처럼 《할아버지!》하고 부를 때 나는 꿈인가 생시인가 했었다.

《정금아, 어디보자, 어디!》

나는 손녀애의 머리며 팔이며 어깨를 쓸고 또 쓸었다.

보동보동하고 해면처럼 포근한 살결이 나의 손에 마쳐왔다.

손녀애의 너머로 며느리와 담당의사선생님이며 간호원이 무엇인가 속삭이며 오고있는것이 보였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나는 의사선생님에게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이 꽃을 받아주십시오. 선생님이 아니였다면 우리 정금이가 어떻게 지금처럼…》

더이상 말이 나가지 않았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우리야 응당 할 일을 했을뿐인데요 뭐. 이 꽃이야 병을 털고 일어선 정금이에게 주어야지요, 그렇지? 정금아, 앞으로 할아버지와 부모님의 말씀도 잘 듣고 공부를 잘하거라.》

선생님이 꽃다발을 정금이에게 안겨주었다.

《예.》

철도 없지, 의사선생님에게 준 꽃을 자기가 받다니.

하긴 이 땅에선 어디가나 볼수 있는 모습이다. 병원에 가도 학교에 가도 나라의 고마운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오히려 만사람의 축복을 받고 꽃다발을 받는것이다.

《아서라. 정금아. 네가 아무리 철이 없기로서니…》

나는 꽃다발을 받아안고 있는 정금이를 나무람했다.

《할아버님, 정금이가 병을 털게 된것은 결코 제 의술이 높아서가 아닙니다.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정금이랑 그리고 이 나라의 수많은 아이들의 건강을 우리들에게 맡겨주시지 않았습니까. 저희들은 그저 우리 원수님의 뜻을 따랐을뿐입니다.》

너무나 조용한 목소리, 그러나 그 여운은 뜨거운 불물처럼 내 가슴에 흘러들었다.

손녀애는 자기가 얼마나 위대한 품에 안겨사는지 알지도 못한채 손에 들려있는 꽃송이만 곱다고 어루쓸었다. 손녀의 손에 들려진 그 빨간 꽃송이가 왜 그리도 아름답던지.

그렇다. 꽃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것은 조국의 미래를 키워주고 보살펴주는 고마운 어머니당의 품 대한 다함없는 감사의 마음, 보답의 마음들이 그 한송이한송이에 어려있어 더더욱 아름답고 향기로운것이리라.

나는 해빛밝은 이 땅 그 어디에나 인간사랑의 아름다운 꽃이 피여나는 내 조국의 귀중함을 가슴뿌듯이 느끼며 손녀애의 손목을 잡고 거리에 나섰다.

 

최 동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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