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2월 6일 《우리 민족끼리》

 

꽃보라

 

며칠전 아침 나는 여느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현관문을 열던 나의 입에서는 저도모르게 《아!》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밤새 내린 흰눈이 소복이 쌓여 모든것이 은빛색으로 단장되였기때문이였다.

상쾌한 기분으로 《사동-1백》무궤도전차에 오른 나는 줄곧 차창밖을 내다보았다.

나무가지마다에 단장된 하얀 눈꽃, 흰눈이 수북이 쌓여 마치도 흰주단을 펼쳐놓은것 같은 잔디밭, 흰눈과 어울려 유별한 정서를 자아내는 물결모양의 지붕아래 나란히 들어앉은 류경원과 인민야외빙상장, 락하산을 펼친것 같은 5월1일경기장…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설경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데 문득 뒤좌석에 앉은 청춘남녀의 목소리가 귀전에 들려왔다.

《명진동무, 창밖의 설경을 좀 보세요. 첫눈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놓았나요. 마치도 년간계획을 넘쳐 수행한 우리를 위해 축하무대를 펼쳐놓은것만 같아요.》

《정말 볼수록 절경이요. 첫눈이 내린 수도의 거리를 보느라니 지나온 한해를 절로 돌이켜보게 되는구만.》

... ...

비록 그들의 말은 길지 않았고 소박했지만 나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첫눈!

누구에게나 이름 못할 희열과 랑만을 안겨주며 벅찬 환희를 온몸으로 새삼스럽게 느끼게 하는 첫눈.

마치도 온 강산을 은빛세계로 장식하며 이해가 저물어간다는것을 사람들에게 은근히 알려주는듯싶다.

그래서인가. 차창밖의 설경이 사람들의 머리속에 지나온 한해를 떠올리게 하는것은.

물론 해마다 이때쯤이면 첫눈은 어김없이 내렸다.

하지만 올해의 첫눈을 보는 나의 감정은 류별나다.

어째서인가.

문득 나의 눈앞에는 며칠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1차 정치국회의를 지도하시던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자애로운 영상이 어려왔다.

우리 혁명의 전진도상에 도래한 2022년의 대내외적환경은 우리의 의지와 전투력을 시험하는 사상초유의 역경이였지만 당중앙의 정확한 령도력에 의하여 국가의 변혁적발전을 위한 새로운 국면이 열리고 나라의 국위와 국광이 새로운 경지에로 상승하였다고 하신 그이의 말씀.

생각할수록 올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도전과 장애가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은 험난한 해였다.

적대세력들의 전대미문의 정치군사적압력과 전쟁도발책동, 사상최악의 경제제재와 봉쇄, 련이어 들이닥친 자연의 광란, 건국이래 대동란이라고도 할수 있는 악성전염병의 전파…

이 모진 시련과 난관속에서도 우리 인민은 어떻게 달려왔던가.

눈을 감으니 땅을 박차고 솟아오른듯 짧은 기간에 너무도 놀라운 전변의 새 모습을 펼친 송신, 송화지구와 화성지구, 련포와 검덕의 선경이 안겨오고 횡포한 대자연의 광란을 이겨낸 황금전야가 어려왔다.

조용히 귀기울이느라니 신화적인 개발속도로 행성을 진감시킨 주체병기들의 성공폭음과 제국주의자들의 고립압살책동을 짓부시며 주체공업기지들에서 울려나오는 생산정상화의 동음소리들이 들려오는듯 싶었다.

그렇다. 첫눈은 말해주고있다.

올해야말로 남들같으면 하루아침에 물러나앉았을 최악의 역경속에서도 이 땅에 세인을 놀래우는 기적적현실들을 련이어 펼쳐놓은 자랑스럽고 긍지높은 해라고.

하다면 흰눈을 보는 세상사람들의 모습과 생각이 나처럼, 우리 인민처럼 희열과 랑만, 긍지에 넘치고 앞날에 대한 희망으로 가슴부푸는것일가.

결코 그렇지 않을것이다.

극심한 생활난에 거처할 집도 변변한것이 없는 사람들, 닥쳐올 추위에 근심과 걱정부터 앞서는 사람들, 불우하고 암담한 처지에 몸부림치며 그시그시 생을 연장해가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이들에게는 첫눈이 우려와 비관속에 야속하게 느껴질것이다.

정녕 그러하다.

절세위인의 위대한 령도따라 나라의 국력을 최상의 경지에 올려세운 우리 인민만이 첫눈을 보며 온 한해를 무한한 격정과 환희속에 돌이켜볼것이며 올해 마감을 빛나게 장식할 결의에 충만되여있는것이다.

무궤도전차에서 내린 나는 주위세계를 다시금 둘러보았다.

가로수들에도, 평양대극장, 인민대학습당의 푸르른 합각지붕에도 어디를 보나 첫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뒤좌석에 앉았던 처녀의 말처럼 정말로 출근길에 나선 사람들에게 기쁨과 환희를 안겨주며 래년에도 더 큰 기적을 안아오라고 고무해주는듯 싶었다.

나의 이런 심정을 알아주기라도 한듯 하늘에서는 멎었던 눈이 다시금 내리기 시작하였다. 설경을 이룬 《축하무대》를 더욱더 아름답게 장식할 심산인듯이.

송이송이 내리는 첫눈, 진정 그것은 모진 시련과 난관속에서도 우리의 국위와 국광을 새로운 경지에로 상승시킨 위대한 시대의 주인공들에게 보내는 꽃보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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