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존  오

(1341ㅡ1371)

 

고려말기의 문관, 시인. 자는 순경이고 호는 고산이다. 그는 사람됨이 단정하고 깨끗하며 행동이 정중하고 말이 적었다. 나이 여나문살 됐을 때 벌써 뜻이 있는 시를 지을줄 알았다.

한번은 장마가 진것을 보고 《강에 물이 불었다》라는 시를 지은 일이 있었는데 거기에

 

넓은 들은 모두다 잠기고

높은 산만 류달리 낮아지지 않았네

 

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이 시구를 보고 어린 리존오가 강직하고 고결한 기상을 좋아하는데 감탄하였다. 19살에 과거급제하고 수원의 서기로 있다가 사한으로 임명되였다. 그는 당시의 재능있는 학자, 문인들인 정몽주, 박상충, 리숭인, 정도전 등과 잘 사귀면서 날마다 학문과 문학을 토론함으로써 사람들의 찬양을 크게 받았다. 그는 1365년에는 나라의 모든 정사를 감독통제하는 최고관청인 문하부의 정언으로 올라갔다. 이때 리존오는 포악하고 간교한 신돈을 규탄한것으로 하여 옥에 갇히고 박해를 받았으나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리존오는 벼슬을 내놓고 충청도 공주의 석탄이라는 시골에 가서 살았으며 울분이 병이 되여 30살 한창나이에 생을 마쳤다. 대표작으로 시조 《구름이 무심탄 말이…》 등을 들수 있다.

 

《구름이 무심탄 말이…》

 

평시조.

 

구름이 무심탄 말이 아마도 허랑하다

중천에 떠있어 임의로 다니면서

구태여 광명한 날빛을 덮어 무삼하리오

 

※ 허랑하다ㅡ허무맹랑하다

※ 날빛ㅡ해빛

※ 무삼하리오ㅡ무엇하리오

 

이 시조의 기본내용은 구름이 무심하다는 말이 아무리 생각해도 허황한 거짓말 같다. 하늘가운데를 둥둥 떠서 제 마음대로 다니면서 구태여 광명한 해빛을 덮는것은 무엇을 하자는것이냐라는것이다.

이 시조는 간신의 죄행을 해빛을 가리우는 구름에 비유해서 단죄규탄한데 기본사상이 있다.

시조에는 해빛을 가리우는 구름처럼 간신들이 못된 짓만 하면서 나라의 《밝은 정치》 즉 밝고 정당하게 해야 할 정치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왕의 눈을 흐리게 만드는데 대한 우려와 분노가 어려있다. 그 밑바탕에는 그때 고려조정의 문란해진 정사와 간신 신돈의 죄행을 가려보지 못하는 공민왕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

작품은 간신의 죄행을 규탄하기 위한 투쟁을 노래하지 못하고 다만 우국심정을 상징적인 수법으로 표시한데 그친 제한성이 있으나 진실하고 옳은 정사를 념원하고 간신들의 죄행을 증오하는 당시대인들의 사상감정을 민족시가형식으로 일정하게 반영한데 문학사적의의가 있다.

 

《 진 정 언 》

 

《진정언》이란 무슨 말인가? 얼핏 생각하면 성이 진가이고 이름이 정언인 사람의 이름이 아닌가 하고 속단할수도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진》은 진짜라는 뜻이고 정언은 벼슬이름이다. 14세기 사람들은 리존오를 가리켜 《진짜 정언》다운 벼슬아치라는 뜻에서 진정언이라고 하였던것이다. 그러면 사람들로부터 리존오가 이런 애칭을 듣게 된 리유는 무엇인가? 여기에는 아래와 같은 일화가 깃들어있었다.

리존오가 정언 벼슬에 오른 바로 그해였다.

조정에서는 간신 신돈이 세도를 부리면서 사람들을 함부로 모해하고 불법행위를 제마음대로 하였으나 대부분의 신하들이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기가 죽어 지냈다. 이것을 본 리존오는 눈에 불이 일어 참을수 없었다. 그는 일신의 위험을 돌보지 않고 신돈을 단죄할것을 결심하였다.

그래서 리존오는 왕에게 제출할 상소문을 길게 써가지고 일보는 관청에 나가 동료들에게 자기 결심을 말했다. 그가 《요물이 나라를 망치고있으니 없애지 않으면 안되겠소.》라고 열변을 토했으나 선뜻 응하는 사람이 없엇다. 리존오는 동료들이 어째서 이러는가를 알만하였다. 조정안에서 신돈의 세력은 아주 크고 위험하였다. 신돈자체가 간악한자인데다가 공민왕이 그를 믿고있었고 그자의 추종자들이 조정안에 득실거렸다. 몇몇 사람이 규탄한다고 해서 신돈의 목을 떼낼것 같지 못했고 오히려 가혹한 복수를 당할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리존오의 의로운 호소에 공감하면서도 감히 호응해나서지 못하는것이였다. 리존오는 서운한 눈빛으로 잔뜩 쭈그리고있는 이들을 둘러보다가 그들속에 끼여앉아있는 정추에게 시선을 못박았다. 정추는 리존오의 인척으로 형님벌이 되는 사람이였다. 그는 정추에게 다시한번 호소했다.

《형님! 형님이야 이래서 되겠습니까?》

그의 호소에 정추는 가책을 느끼고 응해나섰다. 그들 두사람이 공민왕을 찾아가서 상소문을 제출하였다. 리존오가 쓴 상소문은 론조가 대담하고 신랄하였다. 그 상소문에서 리존오는 지난 3월 18일에 궁전안에서 열렸던 문수회(불교행사의 하나)때 신돈이 재상들의 렬에 앉지 않고 감히 왕과 나란히 앉아 사람들을 놀라게 한데 대해 단죄하였다. 그러면서 신돈이 항상 말을 타고 왕궁의 성문을 나들며 왕과 나란히 걸상에 앉아있고 그의 집에서도 재상들이 뜰 아래에서 절을 하면 그는 늘 앉아서 대하는데 대해서와 그가 권세를 쓰고 상벌을 마음대로 하는데 대해서 준엄하게 규탄하였다. 리존오는 상소문에서 신돈의 죄행을 단죄하는것과 함께 그를 두둔하는 공민왕에 대해서도 체면보지 않고 비판하였다. 리존오는 왕이 만약 신돈이를 반드시 써야 국가가 태평하게 될것이라고 한다면 그의 권한을 제한하고 억제하며 왕과 신하간의 례절을 엄격히 지켜야만 백성들이 안정되고 국가의 재난이 없어질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리존오는 더 나아가서 왕이 신돈을 어진 사람으로 여기고있는데 실지는 그가 나라일을 본 후로부터 온갖 재난들이 련이어 일어났다는것을 사실을 들어서 폭로하였다.

공민왕은 대언(왕의 비서관 격의 관직)인 권중화가 이런 내용으로 된 리존오의 상소문을 읽어주는것을 듣다가 성이 독같이 나서 절반도 채 듣지 않고 그 글을 당장 불태워버리라고 호령했다. 그러고도 성이 풀리지 않아 리존오를 당장 불러오라고 하였다. 리존오가 정추와 함께 왕이 있는 곳으로 급히 갔을 때도 신돈이 또 왕과 마주앉아있었다. 리존오는 대번에 왕의 의도와 신돈의 배심을 감촉하였다.

(자, 보아라. 우리는 이런 사이이다. 리존오 네가 상소문이나 낸다고 해서 우리 두사람의 이런 사이를 깨칠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이것을 알았으면 좀 분별있게 처신하라.) 그들의 속마음을 파악한 리존오는 왕과 신돈의 이런 행동이 자기에 대한 무언의 위협임을 깨달았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리존오는 물러설 생각이 털끝만치도 없었다. 아니 물러설 생각이 아니라 더욱더 격분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왕이 불러서 온만큼 왕의 말부터 들어야 하였다.

리존오와 정추가 들어가서 엎드리자 왕은 당장 죽일것처럼 펄펄 뛰였다. 그럴수록 리존오는 모든것을 각오한 사람처럼 태연히 엎드려서 그 질책을 다 받았다. 한참 욕을 퍼붓던 왕이 말을 그치자 리존오는 여전히 태연한 자세로 엎드렸던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리존오는 불이 펄펄 이는 눈길로 신돈의 몸뚱이를 태워버릴듯 쏘아보았다.

《이 요망한 늙은 중놈아, 네 감히 어느분 앞이라고 어찌 이렇게도 무례하단 말이냐?》

그 호령이 어찌도 가을서리처럼 맵짰던지 그렇게 교만한 신돈이였지만 겁에 질려서 저도모르게 얼른 앉았던 자리에서 내려와 마루바닥에 엎드렸다. 왕도 이글거리는 리존오의 눈길을 마주볼수 없어서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고 한다.

왕앞에서 이런 호령을 하는것이 시비에 걸리면 목숨도 내놓을수 있는 일이였지만 리존오는 결사의 각오를 가지고 이렇게 하였다.

리존오의 이러한 행동에 대하여 알게 된 사람들은 정반대의 반향을 일으켰다.

《그야말로 진정언이야.》

정언이라는 관직은 왕이 잘못하는데 대해 바른 소리로 충고하는 임무를 띤 종6품의 중급벼슬아치인데 바른 소리를 하는 정언은 많지 못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진짜 바른말을 한 정언이라는 의미에서 진정언이라고 하였던것이다.

 

옥에 갇혀서도

 

왕앞에서 신돈을 단죄한 사건때문에 리존오는 정추와 함께 순군옥이라는 중죄인옥에 갇힌 몸이 되였다.

왕이 직접 리춘부와 리색 등 네사람을 불러서 리존오를 엄격히 심문하라고 서리발같은 령을 내렸다. 한편 신돈도 저를 규탄한 사람이니 앞장에 나서서 가혹하게 고문하라고 고아대지는 못했으나 뒤에서는 이를 갈면서 리존오를 죽이려고 미친듯이 날치였다.

참으로 리존오의 생명은 천길 낭떠러지끝에 놓이게 되였다.

심문관의 한 사람이 된 리색의 마음은 몹시 괴로웠다. 자기 보기에도 신돈은 마땅히 단죄당해야 할 놈이였다. 그리고 리존오는 자기와 기타 벼슬아치들이 속으로만 분격할뿐 입밖에 내지 못하고있은 신돈에 대해 단죄한 결백하고 용기있는 충신이 아닌가, 그래서 이 소문이 거리에 퍼지자 사람들은 입을 모아 리존오에 대해서 《진짜 정언이다.》고 찬양하고있다. 그러니 아무리 왕이 엄격히 심문하라고 한들 어찌 이런 충신에게 죄를 씌운단말인가, 이러니 리색은 심문장에서 침묵을 지키였고 신돈의 심복 리춘부가 주로 심문을 하였다.

《리존오는 듣거라, 네 아직 젖비린내나는 젊은 햇내기가 무엇을 안다고 임금님앞에서 감히 이렇소 저렇소 하고 횡설수설했느냐?》

《나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헤덤비는 풋내기 젊은이여서 말하는것이 아니라 나라일에 대해 바른 말을 해야 할 정언이기때문에 할 말을 한것이요.》

《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당돌하게 구느냐. 네 뒤에 어떤 늙다리 여우가 숨어서 너를 꼬드겨 그런 무엄한 짓을 한것이 틀림없다. 털끝만치도 숨기려고 하지 말고 바른대로 고백하라.》

《늙다리여우라니 무슨 당치 않은 말씀이오. 임금님이 맡겨준 정언의 직무에 등한하고 권력에 위축되여 바른말을 못한다면 그것이 바로 나라의 기대를 배반하는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리색이 그냥 침묵만 지킬수 없게 되였다. 리색은 리존오를 심문하는데 가담한것이 아니라 리춘부를 설복하였다.

《리존오와 정추 이 두 사람의 말은 처벌을 받아 당연하오. 그러나 우리 태조(왕건)이래 500년간에 간관(임금에게 충고하는 관원)을 한사람도 죽인 일이 없었는데 이제와서 만약 도첨의(신돈의 관직명)가 간관을 죽이면 나쁜 소문이 멀리까지 퍼질것이 두렵소. 그리고 리존오같은 나이 어린 선비들이 몇마디 했다고 하여 그것이 큰 사람에게 무슨 손해를 주겠는가. 그러니 도첨의에게 알려서 죽이지 않는것이 좋을것 같소.》

리춘부는 더 심문을 해야 얻을것이 없을상싶었던지 신돈에게 말하여 리존오를 강직시키는것으로 사건을 덮어버렸다.

이때 리존오의 나이는 겨우 24살이였다.

 

림종의 시각에도

 

리존오는 벼슬같지 않은 벼슬마저 내놓고 공주의 돌여울이라는 곳에 가고말았다. 리존오가 정계에서 물러난 후에도 신돈의 권세는 꺼지기 전의 마지막 초불처럼 더 기승을 부렸다. 리존오는 울화가 쌓여 병이 될 지경이였다. 차츰 몸이 쇠약해지더니 나중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되였다. 자리에 누워서도 병문안 오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신돈이가 아직도 날치고있소?》

《너무 격분해마시오. 하늘이 처벌할 날이 있을것이요.》

《아니요, 그놈을 처단하지 않고는 우리 고려가 편안할수 없소. 내 몸에 병이 생겨 그놈과 더 싸우지 못하는것이 원통할뿐이요. 그런 놈은 꼭 처형해야 하오. 꼭!》

리존오는 숨이 가빠 헐떡이다가 겨우 진정하자 옆으로 돌아누우면서 똑똑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돈이 그놈이 망하는것을 보고야 내 눈을 감겠소.》

하지만 리존오는 신돈이 망하는것을 끝내 보지 못하고 우국심정으로 눈을 감지 못한채 숨을 거두었다. 나이 30살의 아까운 충신이 갔다고 사람들은 매우 애석해하였다.

그러나 리존오의 의로운 투쟁은 헛되지 않았다. 엄복흥 등 여러 사람이 신돈을 제거하기 위해 완강하게 싸운 결과 리존오가 세상을 떠난지 석달후에 이 역적은 처형되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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