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 회)

 

16. 송악에서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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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년 봄에 접어들면서 류씨왕후의 병세가 다시금 악화되였다.

왕유는 류씨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구주 역관에서 접하였다.

왕유가 구주에 가게 된것은 거란군간자를 붙잡아 목을 쳤다는 뜻밖의 사건때문이였다. 무슨 목적에서인지는 모르나 두명의 거란인이 압록수를 건너 고려지경으로 들어섰다가 고려군의 경계에 걸려 죽음을 당하였다는것이였다.

왕유는 대뜸 짚이는바가 있어 호괴와 함께 황황히 달려가 두 거란인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죽은 거란인들의 품안에서 나온 표적으로 보아 그들은 틀림없이 호괴가 늘인 망의 련락원들이였다. 구체적인 사연을 알아보려 하였으나 두 거란인은 이미 숨이 져있었다.

왕유는 경계군사들을 추궁하려다가 돌아서버렸다. 그들은 옛 발해인이 아닌 사람들은 누구든 고려지경안에 들여놓지 말라는 군령을 따른 때문이였다. 막무가내로 송악으로 안내해달라고 조르다가 경계군사들의 부아만 돋구고 죽어버렸다.

왕유와 호괴는 분한 마음을 달래며 돌아설수밖에 없었다. 왕후 류씨의 병세가 기울었다는 가슴철렁한 소식이 이들을 더이상 지체할수 없게 한것이다.

왕유와 호괴가 백주에 당도하였을 때는 이미 류씨가 숨을 거둔 뒤였다.

왕유는 온몸이 땅속으로 잦아드는감을 느끼며 풀썩 주저앉아버렸다.

호괴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머리를 들어올린 왕유는 무릎걸음으로 류씨의 시신가까이 다가갔다.

금방 잠에 든듯 평온하기 그지없는 평소의 얼굴그대로 류씨는 조용히 누워있었다.

나라를 일으켜세우고 천하를 통일한 시대의 풍운아, 력사의 거인을 내조하며 그와 일생일대를 함께 한 비범한 녀인이건만 자기의 죽음을 그토록 애석해하는 만사람들의 통곡소리를 그는 더이상 듣지 못하고있었다.

어느 장부이든 성공한 사나이의 뒤에는 그를 받침한 녀인이 있기마련이다. 력사의 갈피에는 알게 모르게, 대체로는 드러나지 않은채로 무수히 숨겨져있는 녀인들의 헌신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수 있다.

력사는 녀자의 절반힘이 보태여져 흘러가거늘…

아, 아, 애석코나!…

류씨의 시신앞에 왕유는 다시금 깊이깊이 머리를 숙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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