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

(제 48 회)

제 13 장

해뜰무렵

 

(2)

 

뒤날 아동양은 량세봉의 그늘속에 들어오고싶어 여러번 찾아와서 자기 부대를 통채로 받아달라고 요청하였다.

량세봉은 반승낙을 하고 강연희를 자신의 대표로 내세웠다.

강연희에게 아동양의 산림대를 료해하고 부대편입문제를 결정할것을 위임하였다.

그런데 총사령의 위임을 받은 강연희가 돌아와서 한사코 도리질을 하였다.

《총사령님, 아동양의 부대는 완전히 토비화되였습니다. 지금 아동양부대의 적지 않은 지휘원들과 대원들이 아편을 빨고있으며 녀자들을 끌어다가 더러운짓을 하고있습니다.

아동양도 아편을 빨고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애써 산림대를 편입시켜 개조한다고 하여도 아편쟁이와 매독쟁이들이야 어떻게 고쳐줄수 있겠습니까.

아동양부대를 받아들여야 부대의 군풍을 문란시키는 결과밖에 가져올것이 없습니다.

내가 대원들중에서 량심적인 대원들 40여명만 이름을 찍어 받을수 있다고 하니 아동양이 그렇게는 못한다고 고집입니다. 산림대의 노란자위인 그들을 다 데리고 가면 자기는 산림대를 유지할수 없다는겁니다.

저는 아동양을 독립군에 받아들이는것을 찬성할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여 량세봉은 아동양을 잘 설복하여 그냥 자기 부대를 독자적으로 움직이도록 하였다.

그러나 뻔질나게 찾아드는 아동양이 그리 밉지는 않아 그의 산림대가 반일전선에서 물러서지 않도록 무기와 탄약을 넘겨주기도 하고 그가 바빠할 때는 군량미지원도 여러차례 하여온다.

《무엇때문에 왔다오?》

《왕명번은 추석이 돼와서 사령부에서 쓸 고기와 찰수수를 여섯대 마차에 싣고 오고 아동양은 거 무슨 긴급요청을 할게 있어서 찾아왔노라 합니다.》

《허, 그 사람은 쩍하면 긴급요청이구만. 만납시다.》

부관이 나가자 강연희도 나가려고 일어섰다.

《강참모도 그들과는 구면인데 여기 앉아서 함께 들어보기요. 이리 가까이 나와 앉으시오.》

강연희가 사양하지 않고 량세봉의 곁으로 와서 걸상에 앉았다.

잠시후 다부산자를 걸친 왕명번과 자위군옷을 입은 사람이 부관을 따라 들어왔다. 아동양도 몸집이 황소같은 사람이였다.

그들은 두손을 모아 턱부리에 올려 랑세봉에게 두번세번 례의를 표시하며 그 둔한 몸들을 가볍게 굽석거렸다.

량세봉은 그들의 인사에 반색을 하였다.

《왕어른, 또 많은 원호물자를 가지고왔다는데 감사를 드립니다.》

《뭘요. 중국백성으로서 의당한 일이지요.》

《고맙습니다.》

《사실은 제 총사령님께 하직인사 드릴겸 급히 왔습니다.》

《하직인사요?… 기어이 이곳을 떠나겠습니까?》

《예. 전일에 총사령님 시킨대로 후꾸시마에게 찾아가 박창해놈이 요사스럽게 놀아 총사령님이 노하고 일이 틀어졌다는걸 이야기했지요.

그런즉 쓰다달다 말이 없더니 저더러 돌아가서 기다리라고 합디다.

그게 그 놀음을 계속하겠다는 심보가 헨둥한것인데 이젠 그 일에 저도 신물이 납니다.

그래 시원히 저 남방으로 가서 맘편히 살자는겁니다.》

《예, 그렇군요. 내 왕어른의 남방행을 막지는 않겠습니다. 그동안 왕어른이 우리를 도와주느라고 수고를 하였습니다.

아동양대장은 어떻게 오셨소? 요즘에는 나타나지 않아 부대살림이 펴나가는가부다 하고 생각하고있었지요.》

량세봉이 진담 절반, 롱담 절반으로 물으며 빙그레 웃었다.

그러자 아동양은 얼굴이 주토빛으로 벌그레해져가지고 서둘러 허리부터 또 굽석거렸다.

《살림살이가 펴나가다니요? 어방도 안되는 말씀입니다.》

아동양이 엄살스럽게 팔을 휘휘 저었다.

《말씀하시오.》

《저… 다른게 아니구 전 아무래도 재주가 부족하고 덕도 모자라는 사람이지요. 그저 자위군에서 영장노릇을 할 때에는 우로는 당취오사령이 있고 옆에는 량세봉총사령님도 있어 뭐 그런대로 제 자리를 지켜냈는데 이젠 안되겠습니다.

부하들도 400명이나 되던게 두루두루 달아나고 이제는 150명정도 되였습니다.

그런데다 왜놈들이 그냥 압박을 해오니 이러다간 나도 부하들도 왜놈들에게 다 목잘린 귀신이 될것이 뻔하다 그겁니다.》

《뭘 그렇게야 되겠소? 우리가 곁에 있는데 마음을 놓소. 우린 언제나 대장이 지원을 요구하면 달려갈거요.

그러니 그저 일본놈들에게 손만 들지 말고 그 수림에서 버티여보시오. 그러느라면 왜놈들이 망할 날이 꼭 올거요.》

《예, 고맙습니다. 정말 량총사령님의 은덕은 하해같습니다. 그래 내 백번 생각하다가 내 부하들과도 상론해봤는데 나도 소자연이처럼 총사령님휘하에 꼭 들어올 생각입니다.

그런데 전 이젠 늙고 병들고 해서 총들고 따라다닐수는 없으니 제게 총관자리 하나 주십시오.

이 왕어른이 제가 산에서 내려오면 남방으로 떠날 때까지 곁집살이 시켜주겠다고 합니다.

그래 이제는 처자권속 데려다가 총사령님슬하에서 여생을 보낼가 합니다. 이번에는 저의 제의를 꼭 받아주십시오.》

《허허, 그렇게 하시우다.

헌데 당신부하들을 부대에 받아들이는 문제… 그건 이미 서로 토론됐던 문제가 아니요.

나는 지금까지 일관해서 항일세력은 민족을 초월해서 공동의 적 일제를 반대하여 싸우자고 그냥 주장해왔소.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당신의 부대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소. 그것이 나를 한걸음 내딛게 하지 못하게 하오.》

《옳습니다. 그때 여기 강참모선생도 우리 산림대에 왔다갔지요. 뭐 우리 꼴이 너무 한심해서 받을 결심을 내리지 못할줄은 알았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이렇게 하자고 합니다. 우리 부대에서 독립군에 들어가지 못할 얼간이들은 다 고향으로 내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어제 산림대의 해산을 선포했습니다.

그런데 그래놓으니 터진 벌둥지가 됐습니다.

첫째로는 100명 넘는 사람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자니 로자를 내라는겁니다. 로자를 주기 전에는 무기도 내놓을수 없다고 강짜를 부립니다. 마구 들부셔버릴게 뻔한데 야단이지요.

사실은 그래서 이 왕어른을 찾아가 무기를 줄테니 돈을 내라고 했는데…》

《원, 이 대장이 나를 너무 거부라고 생각했지요. 당장 그 숱한 무기를 사들일 돈도 없거니와 사놓았다가 그걸 어데다 다 팔아버릴수 있겠습니까.

십중팔구 눈치 역은 왜놈들이 다 몰수해가겠는데 그러면 이 왕가가 졸지에 빚더미에 올라앉을 판인데요. 그래서 마침 내가 량총사령님 뵈오러 가는 길이니 가서 하정을 고해보라구 하고는 이렇게 함께 왔습니다.》

두사람이 아귀를 맞춰가며 신통하게 말거리를 엮어댔다.

《둘째로 또 문제가 있습니다.》

아동양이 또 구변좋게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사오십명이 되는 우리 산림대의 노란자위들이 문제입니다. 저들은 집에 가지 않고 산에 남아 항일한다는겁니다. 뜻이야 오죽 좋습니까. 헌데 당초에 말도 되지 않는 소리지요. 그래 내가 정 그게 소원이라면 량총사령님을 다시 찾아뵙고 부탁 올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제 말을 믿지 않습니다.

이전에 400명이 다 가겠다고 해도 받아주지 않았는데 40명이 간다고 받아주겠는가 하는겁니다.

그 사람들을 소자연부대에라도 받아주십시오.

총사령님께서 오늘 저녁에라도 다문 얼마라도 로자돈 들고가셔서 그들앞에서 좋은 연설 한두마디 해주십시오.

그러면 그들이 장총 300자루와 권총 20자루를 가지고 당장 밤중으로 따라올겁니다.》

《그렇다? 글쎄 내가 연설 한마디야 못하겠소. 그 문제라면 갑시다. 고향에 갈 사람들의 로자도 섭섭치 않게 가져다줍시다.》

량세봉은 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동양의 말에 진심이 풍기고 자기 부하들의 운명에 대한 그의 걱정이 사뭇 그의 심금을 흔들어놓았던것이다.

그때 강연희가 한마디 하였다.

《그러면 래일쯤 가시는게 어떻습니까? 이젠 날이 저물어가는데 이제 떠나실거야 있습니까?》

그 말에 부관도 덧붙여 말했다.

《옳습니다. 유수촌까지 가자면 10리길은 되겠는데 그 사이에 수수밭도 쭉 깔려있어서 두루 좋지 않습니다.》

아동양은 두사람이 겨끔내기로 량세봉의 걸음을 막아서자 손에 땀을 쥐고서도 능청스럽게 한마디 하였다.

《원, 뭘 10리길을 겁내시오? 말 한마디에 총 320자루에 대원 40명을 얻는데… 난 이제 로자를 가져오겠으니 오늘밤중으로 겁쟁이들은 썩 사라지라고 호통을 치고 왔습니다. 총사령님이 이제 가시면 독립군을 따라설 사람들이 정말 좋아할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을 늦잡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저녁에 제가 빈손으로 돌아가면 다 무기를 메고 달아날 판입니다. 사실 관내로 가면 권총이나 보총 한자루가 부르는게 값이지요. 부대를 해산시켜놓으니 벌써 내 부하들이 뿔뿔이여서 어느 놈 하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갈갭니다.》

량세봉은 아동양의 천연스러운 너스레에 껄껄 웃으며 부관에게 지시하였다.

《허허, 10리길수고에 총 320정과 대원 40명이라… 그까짓 밤길을 걸어봅시다. 한명의 대원을 위해서도 백리길을 쾌히 걸어야겠는데 그게 무슨 수고겠소. 아동양대장도 이제 밤길을 가야겠지? 우리가 길동무해서 이제 떠나자구.》

그런데 강연희가 손님들앞에서 총사령의 의향에 이의를 내놓는게 온당치 않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총사령이 밤길을 걷는게 미타해서 또 한마디 하였다.

《총사령님, 그까짓 총 320자루, 산림대원 40명이 무슨 큰 대수라고 총사령님께서 가볍게 움직이시겠습니까?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전 이미 저 대장님의 부대에 파악이 있으므로 다시한번 료해하고 엄선해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러자 아동양이 손을 급히 내저으며 량세봉에게 말했다.

《아 내가 총사령님을 모시고 오겠다고 장담하고 떠났는데 제 홀로 가보십시오. 그들이 소동을 부리고 다 달아빼면 어찌하겠습니까?

사실 강참모만 가서는 환영을 못 받습니다. 강참모때문에 편입문제가 틀어졌다고 벼르는 작자들도 한둘이 아닙니다.》

《무섭지 않아요. 해야 할 일 한거구 할 소리를 하는거지요.》

강연희가 아동양의 수작질에 골을 내며 맵짜게 쏘아붙였다.

《하 이것참, 그래도 총사령님의 말씀과 참모님의 말씀이야 무게가 다른게 아닙니까.

우리 사람들이 두루두루 고민하다가 총사령님께로 돌아섰는데 그래도 그 사람들에게 총사령님의 말씀 한마디가 천냥만냥이 되지 않겠습니까.》

아동양이 또 구차스러운 넉두리를 늘어놓자 그때까지 그들의 대화에서 비켜서있던 왕명번이 껄껄 웃으며 끼여들었다.

《총사령님이 저녁중으로 꼭 가셔야 한다는 아동양대장의 말도 그럴듯하고 총사령님이 수고스럽게 밤길을 걷게 해서는 안된다는 강참모의 말도 그럴듯하고… 허허.》

그것은 량세봉을 밤길로 떠밀도록 묘하게 준비해온 왕명번의 대사였다.

강연희도 감히 총사령의 인격을 야릇하게 걸고 톡톡 건드려주는 그 말에는 더 대꾸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말았다.

《하하… 아동양대장, 좋수다.

강참모, 보총이 욕심나는게 아니요. 우리를 따라서겠다는 아동양의 대원들의 그 마음을 우리가 무겁게 받아주어야 되지 않겠소. 그러면 강참모도 동무해주오. 군수참모와 만나 대원들 로자를 해결해가지고 함께 떠납시다. 부관도 더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날이 어둡기 전에 빨리 떠나도록 경위대장에게 말하여 길차비를 시키오.》

량세봉이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고 서둘러 길차비를 하게 하자 부관도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어찌할수 없는듯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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