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동신문

(제 49 회)

제 13 장

해뜰무렵

 

(3)

 

강연희는 오래지 않아 땅거미가 지는무렵에 나타난 아동양의 갑작스러운 제의와 길을 재촉하는듯싶은 왕명번의 수작이 귀에 거슬렸으나 이미 총사령이 결심한 문제에 방정맞게 그냥 끼여드는것이 녀성참모로서 도를 넘게 분수없는것 같아서 입을 다물고 아동양의 표정을 살폈다.

아동양의 얼굴에 다행스러워하는 빛이 어리는것이 번연하였다.

자기 부하들의 운명을 건지게 되였다는 안도감에서 일것이라고 강연희는 좋게 생각하려 했다.

그는 인차 방에서 나가 군수참모를 만났다.

얼마후 경위대원 10명이 정렬하였다.

여기에 2방면군 사령 최윤구가 따라서고 강연희도 일행에 합류되였다. 최윤구는 미심쩍어하는 강연희의 말을 듣자 경위대장 오금수에게 동행인원을 스무명정도되게 증강하라고 지시하였다. 경위대원 10명이 더 보충되였다.

아동양이 앞에서 걸어갔다.

그 뚱뚱한 몸뚱이를 날파람있게 움직이며 코노래까지 흥얼거린다.

마음이 너무 선하고 푸지여 약자의 하정이라면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아 이따금 실수도 생기는 량세봉의 약점을 면바로 찌르고든 왜놈들의 교활무쌍한 간계가 거기에 놀아난 놈팽이들의 다듬어진 연기로 성공된셈이다.

아동양도 이미 봄철에 지주 왕명번과 함께 후꾸시마기관의 남만담당관 박창해에게 체포되여 변절한 배신자였다.

박창해는 량세봉과 여러해전부터 교제를 해온 왕명번을 체포하고 그다음에는 그를 내세워 산림대 대장 아동양도 유인하여 잡아갔던것이다.

후꾸시마는 이미 박창해가 끊어져가는 제 명줄을 이어보겠노라 병원에서 허겁지겁 달려오고 련이어 도주직전의 왕명번이 끌려왔을 때 량세봉모살작전을 뒤집어놓았다.

《원앙》작전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작전이 기안되여 주역인물들도 바뀌여졌다.

주역으로는 왕명번이 나서게 되였으며 박창해는 왕명번을 량세봉의 진중에 더 깊이 침투시키는 부역으로 정해졌다.

평생토록 모략이라는 인간세계의 흑막뒤에서 불륜과 패륜을 능사로 주무르며 늙어온 로회한 후꾸시마의 직접적인 조종밑에 작전의 매 세부들이 엄밀히 타산되고 주도면밀하게 한걸음 또 한걸음 조심스럽게 추진되였다.

작전에 참가한 매 인물들의 대사 한마디, 표정 한점, 손세 하나 그리고 터치는 웃음의 색갈과 억양에 이르기까지 심리전의 전문가들이 붙어서 실동훈련을 주며 다듬어주군 하였다.

후꾸시마의 기대이상으로 왕명번은 타고난 《배우》였다.

이속에서 량세봉과의 비밀접촉이 성사되고 자기의 정체를 철저히 가리우며 량세봉과 독립군의 신임을 크게 하기 위하여 량세봉의 면전에서 박창해를 쓸어눕히는 놀음까지 그럴듯하게 벌려놓았다.

한편으로 후꾸시마는 왕명번이 안심하고 자기 역을 감당할수 있도록 독립군총관에게 총탄을 날린 장면의 유일한 목격자인 왜놈 중위를 왕명번이 바로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도록 해주었다.

제놈이 가장 악질적인 왜놈들과 반역자들로 엄선한 《동변도유격대》의 50여명을 황천객으로 날려보내는것도 서슴지 않았다.

왕명번에 대한 량세봉과 독립군성원들의 불신의 여지를 주도세밀하게 가셔버리도록 하고나서 후꾸시마는 마지막작전으로 다시한번 두놈을 실동훈련을 시킨 후 량세봉에게로 들이민것이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악착한짓도 그 어떤 더러운 흉계도 서슴지 않는 쪽발이들의 체질을 아무리 꿰들고있다 해도 어찌 수십년 때를 묻혀온 심복과 품들여 길들인 졸개 수십명도 닭모가지 비틀듯 해서 일시에 제물로 날려버린 후꾸시마의 이 더럽고 잔악무도한 살인행위를 상상할수 있었으랴.

량세봉이나 독립군대원들은 이런 면에서는 매우 약한 사람들이였다. 그들은 정과 열을 목숨보다 귀중히 여기는 인간들이였다. 인간의 리성, 인간의 량심, 인간다운 도덕과 인정만을 알고 사랑하며 그것이 체질로 되여있는 참인간들이였다.

그 인간사회의 훌륭한 아들들이 어찌 야수의 체질을 쉽게 가늠할수 있으랴.

인간과 야수… 조선애국자들이 벌려온 독립전쟁은 인간과 야수와의 대결이였다. 인간의 선과 야수의 악의 대결이였다.

추석이 멀지 않던 때였다.

그들은 아동양의 산림대가 있는 유수촌으로 가는 무연한 등판의 수수밭에 들어섰다.

하늘에는 상현달이 떠오르기 시작하여 엷은 달빛이 드리웠는데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 주변의 수수밭이 우수수 설레였다.

일행이 수수밭속에 난 달구지길을 따라 얼마간 걸었을 때 검은 구름이 달빛을 가리워 사위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어쩐지 이상스러운 예감이 든 량세봉이 자기곁에서 걸음을 옮기고있는 최윤구사령과 강연희에게 나직이 말하였다.

《오늘밤은 좀 조심해야겠소. 어쩐지 잘못 떠난것 같구려.》

그리고는 뒤에 있는 부관과 경위대장에게도 오늘밤은 경각성을 높여야겠다고 하며 전체 경위대원들에게 전달하라고 하였다.

대원들이 그 말을 받아넘기며 눈을 밝히고 걷는데 앞에서 걷던 아동양이 슬그머니 수수밭으로 들어가는것이였다.

순간 량세봉이 나직이 소리쳤다.

《어데로 가오?》

동시에 자기를 에워싼 독립군대원들을 돌아보며 다급히 명령하였다.

《대렬 정지! 엎드렷!》

이때 아동양이 수수밭에서 《소필 봅니다.》하고 큰소리로 대답하였다.

그 소리가 신호였는지 동시에 두방의 총성이 련이어 울렸다.

길바닥에 엎드린 독립군대원들이 아동양이 사라진 수수밭을 향하여 몰사격을 시작하였다.

수수밭에서 돼지멱 따는듯 한 아동양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량세봉이 그의 등뒤에서 걸어오던 배신자 왕명번이 쏜 두발의 총탄에 쓰러졌다.

왕명번은 량세봉이 넘어지는것을 보자 수수밭속으로 달아났다.

최윤구와 강연희가 땅바닥에 쓰러진 량세봉을 와락 끌어안았다.

《총사령님!》

《왜 이러세요?》

《왕명번이… 그놈이…》

량세봉이 최윤구에게 나직이 명령하였다.

《사령은 지휘하시오. 어서! 매복에 걸려든것 같소.》

《예, 알았습니다. 강참모, 부탁합니다.》

최윤구가 벌떡 자리를 차고일어나 싸창을 뽑아들고 고함쳤다.

《경위대장은 두개 분대를 거느리고 왜놈들과 왕명번, 아동양을 추적하라! 나머지는 나와 함께 수수밭을 수색하자!

왕명번을 기어이 잡아라!》

최윤구의 거센 명령에 대응하듯 수수밭에서 일제히 총소리가 터졌다.

량세봉의 정황판단이 정확하였다.

왜놈들은 이미 수수밭고랑에 엎드려 량세봉일행을 기다리고있었던것이다.

왜놈들의 총성을 짓누르며 다시 격노한 최윤구의 명령이 어둠을 찢었다.

《총사령님이 총탄에 맞으셨다.

원쑤 왜놈들을 사정보지 말고 모조리 죽여라!》

최윤구는 대원들의 앞장에서 으스스한 수수밭, 불탄이 날아오는 어둠속에 뛰여들었다.

《쳐라!-》

경위대원들이 목이 터지게 함성을 지르며 최윤구를 따라 수수밭에 쳐들어갔다.

치렬한 총격전이 육박전으로 이어졌다.

대원들과 왜병들이 수수대를 뭉개며 엎치락뒤치락하고 사처에서 째지는 비명들이 울렸다. 왜놈들은 경위대원들이 비호같이 덮쳐들자 그 용맹한 기세에 넋이 빠져 수수밭에서 줄행랑을 놓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최윤구의 고함소리가 다시한번 음산한 어둠을 찢으며 쩡쩡 울렸다.

《왜놈들을 뒤쫓으라! 한놈도 남기지 말고 죽여라! 아동양은 뒈졌다. 왕명번을 놓치지 말라!》

경위대원들이 최윤구의 명령에서 바뀌여지는 전투정황과 타격목표를 재빨리 알아가지고 왜놈들을 뒤쫓아 수수밭에서 달려나왔다.

최윤구와 경위대원들은 줄행랑을 놓는 왜놈들을 뒤쫓아 두개의 령을 넘었다.

그들은 마지막 한놈까지 숨통을 끊어버리고야 추격전을 멈추었다.

《왕가놈은 어데서 뒈졌어? 누가 죽여버렸어?》

최윤구의 물음에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메돼지같은 놈이 샜구나! 돌아서자! 뛰여야 벼룩이지. 여기까지 도망쳐오지 못했을거요. 필경 어데 숨어있을거요.

기어이 잡아내자, 될수록 산채로 잡아가자!》

경위대원들은 두눈에서 불이 황황 일고있는 최윤구의 독기오른 명령에 인차 돌아서서 수색전을 이어갔다.

 

련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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